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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281호

■ 시선집중

150일 전투 기간, 생활도 잘 해야

이번 150일 전투기간 동안, 주민들은 일에서는 물론 생활 부문도 검증받게 된다. 평안남도 평성시 한 간부는 “우리 인민들이 장군님께 강성대국을 앞당기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맹세한 전투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이 전투 기간 동안 자기 검증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평성시 각 구역 인민반에서는 집집마다 방문해 우선 초상화모심 정형부터 살펴보기 시작한다. 시장에서는 금지된 물건을 판매하는 현장을 보는 족족 단속이 들어간다. 담배 한 곽만 팔아도 무조건 회수하고, 중고 옷 매대도 일단 펼쳐지기만 하면 바로 가져간다. 여자 상인들은 보안원들의 눈을 피해 보자기를 펼쳤다가 덮는 일을 반복하느라 진을 빼는 모습이다. 인민위원회 담당 지도원들은 새벽부터 집집마다 들어가, “담벼락을 울타리 높이로 다 맞추라. 기와 룡마루를 세멘트로 미장하고, 회칠을 잘 하라, 도랑 청소를 하라”는 등 갖가지 지시를 내리느라 바쁘다. 만약 조금이라도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이번 전투기간 동안 시에서 살 자격이 없으니 농촌에 추방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 정향옥(50대)씨는 “언제쯤이면 이런 짓 좀 안하고 편하게 살날이 오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회령시, 150일 전투에도 출근율 저조

함경북도 회령시에서는 150일 전투 기간인데도 출근율이 저조해 비상이다. 돌격대인 제5대대와 6대대의 경우 출근자가 한 중대 당 20여명도 못되는 형편이다. 약 150 내지 180여 명으로 이뤄진 한 대대는 3개 중대를 두고 있고, 그 중대는 다시 3개 소대로 이뤄져있다. 한 소대 당 15-20명이라, 한 중대에서 출근자가 20명도 못 된다는 것은 출근자가 1개 소대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이에 지난 5월 14일, 시 건설부위원장과 건설운수부장이 당원들을 따로 모아 비밀 편지를 다시 해설해주었다. 150일 전투의 의의와 중대성을 다시 인식시켜 사상으로 극복하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하부 돌격대원들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리 녹록치 않다. 출근하지 못하는 돌격대원들 대부분 식량이 거의 바닥난 상태다. 시에서 주었던 배급량이 워낙 적어 며칠도 못가고 없어졌다. “그 정도(배급)로는 한 집 식구 이틀 정도분량밖에 안 된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말이다. 뒤늦게 실태 파악에 나선 건설지휘부에서도 이런 사정을 안 뒤 일을 나오지 않는다고 윽박지르거나 일하러 나오라고 강요하지 못한다. 다만 당일꾼들을 내세워 150일 전투의 중대성을 재차 설명할 뿐이다. 이에 노동자들 사이에서 “150일 전투가 강성대국 대문을 여는 전투가 아니라, 강성대국이 지나가도록 대문을 닫는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150일 전투는 로동자들을 고통 속에 시달리게 하는 죽음의 전투”라고 격분해 말하기도 한다. 한편 다른 지역에서도 출근율 문제로 고심하는 가운데, 청진시 라남구역 탄광 기계공장은 노동자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 가공직장과 탄차직장 노동자들은 억지로 불려나와, 지난달에 수행하지 못한 과제를 달성하라는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함경북도 도당 “각 단체별로 경쟁시키라” 지시

함경북도 도당은 지난 5월 7일에 이어 13일에도 150일 전투 관련 도당 전원회의를 열었다. 이 날 회의에서는 “올해 농사를 잘 짓기 위해, 각 산하 단체별로 경쟁시키라”는 결정을 내렸다. 실적이 좋은 단위와 나쁜 단위를 구분해 경쟁심을 부추기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현물지표에 대한 총화사업이 더 철저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현물지표는 비료 확보량, 인력 상황, 농기계 준비 정도, 일일 계획량 등 농업 관련 전반 사항을 일컫는 것으로, 현장에 내려간 시당 및 행정일꾼들이 어떤 단위에서 현물지표를 더 높게 잡고 있는지, 얼마나 달성하고 있는지 각 단위의 사정을 보고하게 되어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시당 간부는 이 같은 결정은 각 단위별로 경쟁을 시켜 실적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식량소식

평양 룡성구역 9월까지 배급 중단

평양시 룡성구역에서는 5월부터 9월까지 배급이 중단된다. 4월까지는 적어도 일인당 옥수수 5kg씩 공급했으나, 이제는 자급자족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상태다. 당에서는 향후 3-4년간 강성대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농사에 유리한 조건이 열릴 것이라는 강연을 수시로 하고 있다. 그러니 “전당, 전민, 전군을 총동원해 농업생산을 결정적으로 높이라”는 것이 당의 지시다. 주민들은 150일 전투가 끝나면 또 다시 새로운 100일 전투가 시작된다는 소문에 매우 피곤해하는 분위기다.

고산군 협동농장, 2차 분배 대상자 2개월 덜 받아

강원도 고산군 죽군 협동농장 분배가 끝난 뒤 한참 지났지만 아직까지 말들이 많다. 작년 이 농장의 알곡 총 생산량은 옥수수와 벼 등 다 해 약 1,700톤이었다. 이 중에서 약 800톤은 5군단 5사단 후방부에서 군량미로 가져가고, 농민들에게 제기되는 각종 세외부담으로 또 500톤을 제했다. 나머지 400톤이 농민들에게 돌아갈 분배 몫이었다. 부부가 농장원이고 자녀가 둘인 세대의 경우 620kg를 받았다. 분배량이 적다는 불평이 나왔지만 이것도 운이 좋은 축에 들었다. 이 농장은 농산반 9개 작업반과 1개의 기계화 작업반이 있는데, 2차 분배 대상이었던 6작업반부터 9작업반까지는 그나마도 2개월 적은 분량을 받았다. 반면 농장 관리일꾼들은 사회과제(세외부담) 몫을 제하지 않고 전량 공급받아 농장원들의 눈총을 샀다.

5월 현재, 150일 전투가 진행되고 있지만 식량이 떨어져 먹을 것이 없다며 일을 안 나오는 세대들이 있다. 150일 전투성과를 내려면 노력동원이 필수라, 농장 간부들은 굶주리는 세대 실태를 파악하는 한편 한 세대 당 5kg씩의 알곡을 지급하고 있다.

■ 경제활동

흥남비료공장 컴퓨터 간부들만 사용

함경남도 흥남비료공장에서는 올해 화학비료 생산을 높이는 방안으로 과학기술 보급을 위해 컴퓨터 20대를 받았다. “비료 생산을 높일 데 대한” 지시를 하면서, 흥남비료공장 직원들의 기능 수준을 높이기 위해 중앙당에서 배려해준 것이다. 지난 4월 3일, 과학기술 보급실에 놓였지만 정작 이용하는 사람은 몇 사람에 한정돼 있다. 공장 간부들이나 초급당 일꾼만이 컴퓨터를 이용한다. 노동자들은 과학기술 보급실에 컴퓨터가 있다는 것만 알뿐, 사용할 수는 없다. 노동자들이 혹시라도 들어가면, 일은 안하고 뭣 하러 왔냐는 호통과 함께 쫓겨나기 일쑤다. 이 공장 노동자인 정창석(가명, 30대)씨는 “비료를 더 많이 생산하라고 위대한 장군님께서 내려 보내주신 것인데, 어째 자기들만 보는가. 간부들이 사무실에서 그거 좀 한다고 생산에 무슨 도움이 있느냐? 로동자들도 기술정보가 필요한데 손도 못 대게 하니 이런 경우가 어딨는 가?”라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난 1/4분기 생산량은 목표량의 약 70% 수준이었고, 2/4분기는 85% 수준으로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청진 로창리농장, 모 60% 가량 시들어 걱정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 로창리농장에서는 모내기를 시작한 지 이틀도 못돼 모가 죽어가고 있어 걱정이다. 4작업반 2농산분조의 경우 약 60% 가량이 시들어 버린 상태다. 농장원들은 농약 비율을 잘 못 맞춘 건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며 울상이다.

■ 정치생활

보안원들도 27국 검열원에 단속돼 골머리

중앙당에서 내려 보낸 27국 검열원들이 함경북도에서 철수하기 전까지, 지역주민들의 고초는 말도 못하게 컸다. 사전예고 없이 집안에 들이닥치는 것은 기본이고, 텔레비전 통로(채널)가 고정이 안됐으면 무조건 회수해갔다. 모든 집이 공평하게 처리됐으면 그나마 불만이 덜했을 텐데, 돈 있는 집들은 금세 되찾아가고 그렇지 못한 집들은 뇌물을 마련하느라 진땀 흘려야 했다. 며칠 내로 중국 담배 몇 보루라도 가져가지 않으면 영영 찾지 못하게 된다. 온성에서는 지난 5월 10일 하루만도 약 10여 세대가 TV를 뺏겼다. 불법록화물을 본 혐의도 없는데, 단지 통로를 고정시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수당해 주민들의 불만이 높았다. 고정운(40대)씨는 “고정이 잘 안됐다고 텔레비전을 회수하니, 이젠 별난 방법까지 써가며 백성들을 쫄구기 해먹는다고 사람들이 하나같이 말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정현(가명, 40대)씨는 “다른 나라 같으면 폭동이라도 일어나겠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담배 막대기를 고이며 돌려달라고 구걸한다. 무슨 이런 나라가 다 있냐? 우리 백성들이 너무 순해 빠졌다”고 개탄했다. 이번 27국 검열에는 각 지역 보안원들이라고 무사하지 못했다. 회령시의 경우 보안원들 컴퓨터에 한국 영화 파일이 발견돼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함북 27국 검열 돌연 중단

지난 5월 17일, 함경북도에서 27국 검열성원들이 돌연 말도 없이 철수했다. 모두들 의아해서 무슨 일인지 알아본 결과 150일 전투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150일 전투 기간인데도, 분위기에 안 맞게 집집마다 다니며 텔레비전이나 록화기들을 몰수해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한데다, 회수당한 사람들이 물건을 찾으려고 직장에 출근도 안 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었다. 아주머니들은 중기를 뺏겼다고 울고 불며 신소하러 다니니 군당에서 중앙당에 의견을 제기했다. “전투기간인데 주민들을 너무 들볶는 게 도리가 아닌 것 같고, 동원에 지장이 많다”고 했다. 이에 중앙당은 27국 검열원들을 철수시켰다.

함경북도 간부들 긴급 전화 회의

5월 18일 오후, 함경북도 각 시, 군 간부들이 당 회의실에 모여 긴급 전화회의를 했다. 도당책임비서의 전화를 해당 지역 일꾼들이 모여앉아 듣는 것이다. 전화의 주요 내용은 “150일 전투를 일꾼들이 앞장서서 잘해야 한다. 특히 식량 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농사를 잘 지어야 한다.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기본이 걸린 문제다”등이었다. 회령시는 전력 이상으로 중간에 전화가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이 사고를 제외하고는 다른 지역에서는 별 무리 없이 도당 책임비서의 말이 전달됐다.

■ 사회

대지주 소리 듣던 노인, 삼림 토지 빼앗기자 사망

함경북도 새별군 룡남리 2반에 사는 길덕창(62세)씨는 대지주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삼림의 넓은 면적을 개인 소토지로 사용해왔다. 길씨는 서른두 살까지 평양에 살다가, 부농의 자식으로 몰려 새별군 룡남리로 쫓겨 온 사람이었다. 년로 보장을 받은 후에는 삼림감독원 밑에서 순시원 일을 하면서 개인 농사를 지었다. 처음에는 1,000평 정도에 옥수수를 경작하다가, 2008년에는 5정보로 면적을 늘려갔다. 하루에 일당 옥수수 5kg을 주며 사람들을 고용해 농사를 지었다. 한 해 보통 옥수수 18톤 정도를 수확해 인근 주민들 사이에는 ‘대지주’로 통했다. 그러다 올해 산림이용반 해체로 토지를 빼앗기게 되자, 국토부 공업림과장과 부원들에게 강력히 반발했는데 그들과 언성을 높이며 싸우던 도중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말았다. 노인의 사망 소식에 “욕심쟁이 지주 령감이 죽었다”며 애도를 하는 사람이 적었다. 다만 그의 밑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이 슬퍼하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포 대학생들, 150일 전투 격려 순회공연

평안남도 남포시의 음악, 무용 전공 대학생들이 150일 전투 격려차 도내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공연하고 있다. 룡강군, 강서군, 강동군 등 농촌 지원 현장에 나가 농사일을 하는 주민들의 사기를 돕는다. 이들의 공연에 흥겨워하고 고마워하는 지역도 있지만, 박대하는 곳도 있다. 룡강군의 한 협동농장에는 현재 3군단 82미리 박격포대대가 농촌 지원 차 나가 있다. 이들은 남포대학생들의 격려 공연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노래로 지원하지 말고 먹을 것을 많이 지원해 달라”고 하는 통에 공연이 아예 취소되기도 했다. 이 문제가 상급 부문에 제기되자, 이 대대의 정치일꾼 2명이 제대 조치를 받고, 정치 지도원 3명은 당 처벌을 받았다.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으로부터 “어디서 감히 먹는 것으로 군대를 망신시키느냐”며 엄중한 경고를 받았다.

인민군 총참모부, “농촌 도우라”명령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황해남북도, 평안남북도, 강원도 등에 전신과 전화로 “농촌을 도와줄 데 대한” 명령을 내렸다. “선군 정치의 령도를 보여줘야 한다. 사회에서 150일 총동원 전투를 벌이고 있으니, 군대도 다 같이 떨쳐나서 최선의 노력으로 힘 있게 도와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각 인민군 부대들은 인근 농장에 나가 농사일을 돕고 있다. 특히 강원도 철원군 5군단 5사단 10련대 산하 보병대대들은 야외 이동식 천막을 갖고 다니며, 농촌 지원에 나서고 있다.

■ 여성/어린이/교육

녀맹원, “아이 셋 낳은 여성을 돌봐주자”

평안북도 신의주시 녀맹원은 “여성들이 아이를 많이 낳자. 아이 셋인 여성들을 돌봐주자”는 내용으로 강연회를 열었다. “150일 전투 기간에 분발해 일하자”는 기조로 시작된 강연이었지만, 여성들의 출산 기피 현상이 심각해 노동 인구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이 같은 내용을 덧붙인 것이다. 각 학교에서는 자녀가 세 명 이상인 세대에는 사회 과제(세외부담) 일체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한 녀맹원은 “먹고 살기 힘든데 아이들 입까지 책임지기 어렵고, 또 학교에서 내라는 게 하도 많아서 가르치지도 못할 거면 아이를 낳아서 뭐하냐는 말들을 많이 한다. 젊은 사람들이 점점 출산을 기피해서 이런 배려를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사건사고

두부 장사 여성, 보안원에게 수모당한 뒤 생계 막막해 자살 기도

함경남도 단천시 복천동에 사는 허정희(가명, 30대)씨는 지난 5월 14일, 자살을 기도했다. 허씨는 몇 해 전 남편을 잃고, 홀로 사시던 본가(친정)어머니와 딸 둘을 먹여 살리며 어렵게 살아왔다. 제대로 밤잠 한 번 자본 적이 없을 정도로 닥치는 대로 일했다. 허씨는 두부를 잘 만들었는데, 장마당에 하루 50모씩 내다 팔곤 했다. 그러다 사건 며칠 전, 음식 매대를 없애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보안원에게 걸렸다. 보안원은 “(장사할) 나이도 안 되는 젊은 여자가 장마당까지 두부를 들고 왔다”며, 상스러운 욕설을 내뱉는 것은 물론, 두부를 담았던 그릇까지 땅바닥에 패대기쳤다. 허씨는 “그러면 나더러 어떻게 살라는 거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는데, ‘반동분자’라는 딱지를 받고 보안서에 끌려가기까지 했다. 평소 절친했던 이웃 아주머니는 허씨가 보안서에서 어떤 일을 당했는지, 사흘 뒤 나온 허씨의 눈이 풀려있었다고 했다. “몹쓸 짓을 많이 당한 것 같았는데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간수를 들이마셔 자살하려다 겨우 살아난 허씨는 아무 말 못하고 울기만 했다. 주민들은 “얼마나 살기 막막했으면 자살하려고 했겠느냐. 아이와 노모를 생각하면 다시 살아난 게 천만다행”이라며, 나쁜 기억은 잊고 이악스럽게 살아야 한다고 위로했다.

■ 논평

전쟁, 일말의 가능성도 허용할 수 없다

지난 5월 25일 북한은 핵실험을 실시했다. 2006년에 이어 두 번째였다. 남한은 노무현 전(前)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온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빠졌을을 때였다. 남한 정부는 27일, PSI 전면 참여를 발표했다. 그 날 조선군 판문점대표부는 PSI 참여 결정에 대해 “어떤 사소한 적대행위에도 강력한 군사적 타격으로 대응하겠다”고 즉각 성명을 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도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전시에 상응한 실제적인 행동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받아 남한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고, 한미연합사령부는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위험 심각)로 상향 조정했다. 바야흐로 한반도에 전쟁의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앞으로 내달리기만 하는 현재 한반도의 위기 정국에서, 누군가 다치기 전에 제동을 걸만한 능력이 과연 양 정부에게 있는 걸까? 그러기는커녕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서로 목청 높여 “먼저 도발하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작금 양 정부 당국의 태도에 깊은 실망과 우려를 금치 못하게 된다. 모두 ‘국가 안보’를 말하지만, 자국민의 생명보호와 안위에 대한 고뇌와 성찰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생명은 얼마나 신속하고 완벽하게 적을 제압하느냐에 따라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은 평화가 완전히 정착되기 전까지 전쟁을 의미하는 그 어떤 말도 상대의 입에서 나오지 않도록 우호관계를 맺고,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 및 관리하는 것이다. 즉 상대가 도발할만한 어떠한, 일말의 가능성조차 주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위정자들의 능력이요, 기본 덕목이라 할 수 있다.

남북한 주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위정자들이 그들의 상심한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삶의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남북한 당국 모두는 자국민들과의 소통에 실패하고 있다. 어느 면에선 소통 자체를 도외시하거나 혹은 시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은 늘 인민의 생계보장보다 체제 유지를 우선해왔다. 이번에도 주민들이 150일 전투에 얼마나 시달리고 있는지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했던 그 어떤 전투보다 강제적으로 온갖 노동에 동원시킬 뿐이다. 당장 먹을 것이 없어 고통스러워하는 주민들이 언제까지 착한 백성으로 남아있을 지 알 수 없다. 남한은 어떤가. 남한 국민들은 이 정권이 민의를 읽는데 얼마나 심각한 장애가 있는지, 작년 촛불정국에 이어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 기간에 닫힌 서울 광장을 보며 여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이념의 문제를 떠나 ‘인간에 대한 예의’가 지켜지지 않는 모습에 실망하고 개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여론이다.

이렇듯 양국은 그 어느 때보다 민심에 멀어져 있는 상태다. 자국민의 신뢰와 지지 없이, 어떻게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남북한 위정자들은 지금껏 그랬듯이, 외부의 적을 선동해 내부의 불리한 정세를 돌파하려는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양국 위정자들의 무능력과 서로에 대한 자존심 싸움에 왜 이름 없는 민초들이 소중한 생명을 담보로 값비싼 희생을 치러야 하는가.

남북한 지도부는 현재 자신들의 국정운영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자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민심을 얻고, 그 지지를 기반으로 국제사회와의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가야 한다. 우리에게는 남북한 전쟁과 사회 분열이라는, 처절한 고통의 역사와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고 다시 상처를 만들어내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남북한 국민들은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하루빨리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소리에 그 어느 때보다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남북한 위정자들이 역사 앞에 다시는 죄를 짓지 않기를, 그들의 현명한 결단력과 화해를 간절히 촉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