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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292호

■ 시선집중

평양 시민들 지방 수해복구에 동원

평양 시민들도 큰물피해를 입은 지역의 수해복구에 동원됐다. 평양 상원 시멘트공장에서는 시멘트를 생산하는 즉시 큰물피해 복구 현장에 내보내고 있다. 또 물 펌프 및 양수기와 마대, 삽, 전기선 생산에도 박차를 가해 수해현장에 지원하고 있다. 평양시당은 개인 돈벌이나 텃밭 가꾸는 일 때문에 동원에 빠지는 시민들을 단속하는 한편, 복구 작업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간부들을 사법 처리하겠다고 천명했다.

김책시, 큰물피해 재빠른 복구 지시

함경북도 김책시도 지난 7월 21일 내린 집중폭우로 인근 도로와 철도가 파손돼 일부 구간이 차단되고, 논밭이 물에 잠기는 등 큰물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김책시당은 재빨리 노동자와 농장원, 녀맹원, 학생, 군인들을 복구 작업에 총동원했다. 수해복구에 나선 사람들은 물에 밀려 파괴된 교량과 철도, 도로 구간을 정리하고, 논밭에 고인 물을 빼기 위해 물도랑 만드는 일을 했다. 또 쓰러진 곡식을 세우고, 유실된 논밭을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농작물 수확이 어려워진 땅은 다시 정비해 가을무와 배추를 심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이처럼 거의 해마다 반복되는 장마철 큰물피해 때문에, 평양 내각에서는 각 도와 특별시 등에 ‘큰물피해방지 지휘부’를 설치 운영하게 하고 있다. 특히 큰물피해가 예상되는 지역마다 방제작업과 교량 보호를 철저히 지시했으나, 큰물피해는 올해에도 예상 지역을 비껴가지 않았다.

황해도 지역 집중폭우로 물에 잠긴 논밭 많아

지난 7월 20일부터 내린 비로, 개성시를 비롯한 황해남북도와 강원도 전역에 큰물피해가 심하다. 마을이 물에 잠기고, 일부 구간에선 도로와 철도가 파손돼 교통이 마비됐다. 무엇보다 물에 잠긴 논밭이 많아 농작물 피해가 크다. 심한 곳은 수확이 아예 불가능할 정도로 물에 쓸려가 버린 논밭도 있다. 농민들은 올해 파종시기였던 4월과 5월에는 비가 잘 내리지 않아 걱정이더니, 이번 큰물피해로 가을에 수확할 게 있을지 모르겠다며 근심하는 모습이다. 개성시의 한 농장일꾼은 작년 수확량보다 30% 이상 감소할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양덕군, 3년 전 큰물피해 상기시켜 위험 경고

지난 7월 16일, 평안남도 양덕군에 큰비가 내렸다. 군당에서는 3년 전 이맘때쯤 내렸던 큰비로 막대한 인명피해를 입었던 사실을 상기시켜 주민들의 경각심을 고조시켰다. 양덕군당은 선전부 방송차량을 동원해 마을마다 돌아다니며 “3년 전처럼 인명 피해 사고가 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강둑이 무너지거나 산간 지역의 철도 연선에 산사태가 날 수 있으므로 피해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폭우로 식량 사정이 더 악화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양덕군은 그동안 저온현상으로 옥수수가 제대로 자라지 못해 농사 피해가 심각한 상태다. 주민들은 “국가 지원이 없고, (평안남)도에서 식량을 따로 구입하지 못하면, 고난의 행군 시기처럼 농촌과 도시 도처에서 죽은 송장들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농사형편을 보면 식량 값은 올해보다 내년에 오를 것이 뻔하다”며 걱정을 주고받고 있다.

■ 식량소식

룡강군 농장원들, 하루 1-2끼 죽으로 연명

평안남도 룡강군 룡강읍 협동농장의 식량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3작업반과 7작업반의 경우 식량이 남아있는 세대가 별로 없는 상태다. 하루에 옥수수 죽이라도 3끼를 모두 챙겨먹을 수 있는 세대가 몇 안 된다. 보통 한 끼 많으면 두 끼를 죽으로 연명하고 있다. 식량이 없다보니 출근율도 자연히 떨어지고 있다. 식량이 떨어진 세대에서는 아예 결근을 하거나, 가족 중 겨우 한 명 정도만 출근하는 집이 많다.

황해북도 농촌 지역, 이모작까지 군량미 상납

황해북도 농촌 지역의 식량 사정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원래 이곳은 곡창지대면서 전연지대라는 특성 때문에 인근 군부대로 빠져나가는 식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올해는 그동안 군량미로 거두지 않았던 감자, 보리 등 이모작 작물까지 바쳐야 해서 정작 힘써 농사지은 농민들은 먹을 게 없는 형편이다. 이에 풀죽으로 끼니를 연명하거나 굶주리는 세대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황해북도 서흥군과 신계군, 황주군 등의 농민들은 식량이 떨어져 예년보다 일찍 올감자와 보리를 수확했다. 그러나 이마저 인근 군부대에 군량미로 넘겨주어야 했다. 할 수 없이 농민들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들을 찾아 양을 불려 죽을 쒀먹는 처지가 됐다. 농민들은 “올봄부터 그렇게 열심히 감자를 심었건만 막상 가을(수확)하고 보니, 감자를 배부르게 먹은 날이 한 번도 없었다”며 굶주림을 호소했다. 각 군당에서는 이런 사정에도 아랑곳없이, 군량미 확보에 열을 올려 주위의 빈축을 사고 있다. 군당들은 농장 일꾼들에게 감자든 보리든 수확량의 90%를 군량미로 바치라는 지시를 거듭 내리고 있다. 일부 군당 책임비서들은 농장일꾼들에게 군량미를 완수하겠다는 각서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군량미 확보 지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이 지역 군부대의 식량 사정이 그만큼 악화됐기 때문이다. 식량이 떨어진 부대가 속출하면서 각 군대 후방부에서는 도당에 식량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황해북도 도당 책임비서가 시, 군당 책임비서와 행정위원장, 농장일꾼들을 불러 “올감자와 보리를 가을하는 대로(수확하는 대로) 군대에 보내라. 농민들에게는 못 주더라도 군대들이 굶는 일이 생기면 안 되지 않겠는가. 우리가 마땅히 지원해주어야 한다”고 지원을 호소했다. 일부 농장에서는 농장 일꾼들이 일찍 수확한 감자와 보리를 군량미로 바치지 않고, 식량이 떨어진 농가에 마음대로 공급했다며 군당 조직부에 불려가 비판서를 쓰고 해임되는 일도 생겼다.

식량 떨어진 농민들 식량 꾸러 다니느라 비상

식량이 떨어진 농장원들은 이리저리 식량을 꾸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 사구리농장의 농장원들은 가을 추수가 끝나면 식량 분배를 받아 2배로 갚아주기로 하고 식량을 꾸고 있을 정도다. 통옥수수를 100kg 빌리면, 나중에 200kg로 갚아야 한다. 농민들은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 일단 옥수수 200-300kg이라도 빌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추수 끝나고 갚을 일을 생각하면 암담하지만, 당장 입에 풀칠해야 하지 않느냐며 식량을 빌리러 다니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외화벌이 기관 등 다른 데서 식량대부로 식량을 구하기 어려운 세대들은 일단 소속 농장의 작업반에서 식량 대부를 받는다. 가을 수확기에 분배될 몫을 미리 끌어당겨 쓰기 위해서다. 황해북도 봉산군 구연농장의 농장원들은 식량이 떨어져 현재 풀을 섞어 죽을 해먹으며 연명하고 있다. 풋옥수수가 나오는 때이지만, 옥수수가 미처 크기도 전에 먼저 먹어버린 세대들이 많다. 식량대부를 받을 형편이 못되는 농민들은, 가을 분배에서 제하기로 하고, 일단 소속 작업반에서 보리 10kg이라도 빌려먹고 있다.

군인 가족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함경북도 새별군 새별읍 교도대 사단 본부의 군관 가족들도 식량이 떨어진 집이 많다. 이들은 사단 후방부에 통옥수수 배급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12월 배급까지 미리 앞당겨 줄 수 없냐고 문의하는 세대도 많다.

■ 경제활동

회령 상인들, 수매상점에 물건 넣어줬더니 판매비 주지 않아 울상

함경북도 회령시 당국은 시장에서 장사하기 어려운 상인들에게 물건을 수매상점에 넣도록 압력을 가했다. 나이 제한에 걸리거나 장사가 금지된 물품을 판매하던 일부 상인들은 시당의 압력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시상업관리소에 물건을 넣어주었다. 물론 일종의 위탁판매 형식으로, 판매비를 일정부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였다. 그런데 판매비를 주겠다던 약속이 지금껏 지켜지지 않고 있다.

조정희(40대)씨는 “상점들에 넣은 상품이 팔려도 돈을 안 준다. 왜 돈을 안 주냐고 따지면, 판매원들이 외상으로 나간 거라고 구실을 붙인다”고 했다. 리점례(40대)씨도 “돈을 달라고 하면, 판매한 상품을 다 점검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느니 책임자들이 나중에 줄 것이라느니 하면서 자꾸 (돈 주는 것을) 미룬다”고 했다. 리씨는 “개인 장사꾼들이 상품을 넣어줘도 수매상점에서는 (시장보다) 잘 안 팔리는 게 사실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 개라도 팔았으면 (물건) 주인한테 돈을 줘야 되는 게 아니냐”고 덧붙였다. 수매상점에서 일하는 한 판매원은 “뭐 상품 주인들이 말하는 그런 이유도 있지만, 판매를 하면 그 돈으로 다른 상품을 구입하다나니 줄 돈이 없다”고 했다. 이렇게 돈을 못 받게 된 상인들은 다른 장사를 할 수도 없어 생계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

이에 일부 상인들은 시당과 시인민위원회 상업부에 신소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 응답이 없자, 최근엔 도당에까지 신소장을 올려 보냈다. 이에 도당에서는 도검찰소에 시상업관리소 운영 실태를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도검찰소는 이를 다시 회령시 검찰소에 위임했는데, 시당에서 “별다른 비법 현상이 없을 것”이라며 감싸는 바람에 검찰소 검열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대신 시행정사업부와 상업관리소에서 부서 책임자들을 불러 자체 검열 하도록 했다. 7월 10일부터 18일까지 자체 검열한 결과, 위탁 상품에 비해 진열된 상품이 너무 적었고, 판매비도 턱없이 부족한 사실이 드러났다. 판매원들을 추궁한 결과, 외상으로 나가거나 판매원들이 자기 개인 장사에 돈을 돌려 쓴 사실이 밝혀졌다. 이렇듯 국영 상점 판매원들의 비리가 드러나자, 시당은 오산상점과 성천상점 등 각 수매상점들의 책임자와 판매원들을 즉각 해임시키고, 로동단련대 처벌을 내렸다. 또 상업관리소 일꾼들을 강력히 비판했다.

사리원 자동차사업소, 파철 마련하려고 폐차한 돈 사기당해

황해북도 사리원시 자동차사업소는 이번에 파철을 마련하려고 자동차 7대를 폐차했는데, 사기를 당해 판매수입금을 모두 날리고 말았다. 쓸 만한 부품을 제거하고 폐기한 뒤 받은 돈은 약 450만 원 정도였다. 이 기업소 지배인과 기사장, 그리고 당 비서가 모여 논의 끝에, 이 돈을 10톤 화물차량을 구입하는데 보태기로 결정했다. 이에 지난 7월 2일, 평성시 7총국 외화벌이 무역회사에 다니는 한 일꾼과 거래했는데, 돈을 가져간 사람이 8월 초 현재까지 종종무소식이다. 외화벌이 회사에 연락하고 사방으로 찾고 있으나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자동차사업소 노동자들 사이에는 “협잡 맞았다”, “아니다, (우리 공장) 일꾼들이 파철을 판매한 돈을 다 떼먹고 거짓말 하는 거다”라며 의견이 분분했다. 이 일이 시당과 시 행정위원회에 제기돼 검찰소에서 조사한 결과, 결국 사기를 당한 것으로 판명됐다. 이에 시당 조직부는 “공장 일꾼들이 자본주의 경영방식으로 기업소를 관리, 운영하다가 생긴 일”이라며 사상 검토에 들어갔다. 시인민위원회 법무부는 자동차사업소 지배인과 기사장을 로동행정규율 및 안전 규정을 어긴 혐의로 법적 처벌을 내리기로 했다.

황해제철소 증산 위해 파고철 대대적 수집

황해북도 도인민위원회 150일 전투 지휘부에서는 회의를 열어 황해 제철소의 철강재 생산을 한층 더 끌어올리기 위해 대대적으로 파고철을 수집하기로 결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각 시, 군당 책임비서와 인민위원장들은 “2012년 강성대국의 발걸음에 맞추어 모든 부문에서 150일 전투를 힘있게 다그치기 위하여, 백배의 노력으로 모든 생산품을 완성하거나 초과 완성하여 장군님께 충성하고 강성대국건설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한편 현재 목표량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보고에 따라 “(황해북)도내 각 시, 군들마다 공장, 기업소는 물론이고, 동사무소와 읍사무소, 녀맹원, 소․중학교, 대학교, 전문학교 학생들까지 일인당 파철을 10kg씩 내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는 보안서나 시, 군당 행정부까지 예외 없이 조직적으로 파고철을 모으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파철 과제를 달성하지 못하면 각 시, 군 인민위원회 법무부에서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이 결의에 따라, 지난 6월 25일까지 각지에서 수집한 파철이 약 4,000톤에 달했다. 이렇게 모인 파철은 다음 날 26일부터 29일까지 황해 제철소로 운반됐다. 동사리원의 소학교들은 파철 과제 때문에 학생들로부터 일인당 300원씩 거두는 등 파철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정치생활

중앙당, 국경연선지역에 재차 검열 그루빠 파견

중앙당은 국경연선지역의 비법행위가 끊이지 않는다며, 재차 검열그루빠를 파견했다. 중앙당은 “국경연선 시, 군들의 비법행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런 비법행위에 많은 간부들이 련관되어있다. 간부들이 비법 행위를 하지 않아야 대중들도 비법 행위를 하지 않는다”며, 간부들을 대상으로 집중 조사할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국가안전보위부에서는 실적이 뛰어난 일꾼과 금성정치대학(간부학교) 학생 중 특별히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비밀리에 파견했다.

중앙당 검열그루빠의 검열 결과, 평안북도 신의주시에서는 이미 60여 명의 간부들이 조사를 받거나 구류된 상태다. 이들 대부분은 “직무를 리용해 밀매매에 가담했거나 밀매매를 비호해주고 거액의 뢰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집과 재산 몰수는 물론 가족과 함께 추방령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한 보안원은 “범죄 행위가 보다 엄중한 간부들은 약 20여 명 되는데, 이들은 총살형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도시에서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검열이 진행되고 있다.

통과세 단속으로 악명 높은 칠봉리 초소

강원도 원산시 칠봉리에 있는 초소는 이 지역에서 강압적인 단속으로 악명이 높다. 이곳은 원산에서 평양, 사리원, 해주 등으로 오가는 차량을 기본 단속하는데, “이 지역 초소 중에 제일 악착스럽게 단속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곳을 통과해야 하는 상인들은 한 번 지나갈 때마다 1-2만원 주는 것은 기본이라며 고개를 내두른다. 심지어 “여기에 일년 있으면 2천만 원 정도는 쉽게 벌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일종의 통과세를 걷는 셈인데, 그만큼 악착같이 받아낸다는 말이다. 역으로 통과료를 지불하지 못하면 십중팔구 무슨 건수라도 걸고넘어지기 때문에 더 큰 손실을 입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끔 범죄자 색출에 뛰어난 역량을 보이기도 한다. 뇌물 받고 대충 보내주는 경우가 많지만, 범죄자 포치가 내려지면 ‘악착같은’ 검문을 벌이기 때문에 검거율이 높은 편이다.

지난 7월 21일, 평양 인민무력부 정찰국 산하 무역회사 기지장으로 가장한 마약 장사꾼이 이곳에서 붙잡혔다. 이들은 그동안 신분증과 차량 증서를 위조해 원산과 평성, 개성 등지를 다니며 마약 장사를 해왔다. 3년 전에 황해북도 사리원에서 마약 건으로 법적 처리를 받은 바 있으나, 막대한 뇌물을 써서 풀려나온 전력이 있다. 그런데 그가 이번에 칠봉리 초소에서 다시 붙잡혔고, 차량 검문 결과, 교묘하게 감춰졌던 다량의 마약과 인삼 등이 발견됐다. 마약범은 곧바로 도보안서로 이송됐다. 이 소식에 원산시 한 보안원은 “마약 건은 실적에 반영돼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칠봉리 초소를 칭찬했다.

■ 사회

아버지 천대하던 아들, 잇따른 사상 투쟁에 식구들과 동반 자살

황해북도 봉산군 봉산읍 가구공장에 다니는 노동자, 김학철(가명, 40대)씨는 그동안 아버지를 천대했다는 이유로 사상 투쟁을 받게 되자 식구들과 함께 자살하고 말았다. 이 사건을 지켜본 한 간부는 자살 경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가구공장 로동자 김학철은 자신의 아버지가 가정에 크게 도움이 없고 밥만 축낸다는 이유로 매일 천대하고, 멸시하며 세월을 보냈다. 로인은 참고 참은 끝에 6월 27일에 자기가 소속돼 있는 읍사무소 당 세포에 찾아가서 눈물을 흘리며, 세포 비서와 초급당 비서에게 자식한테 천대받으면서 더는 살지 못하겠다고, 마음 편히 살게 양로원에 보내달라고 의견을 제기했다. 로인의 말을 듣고 읍사무소 사무장과 초급당 비서, 세포 비서가 이 로인의 세대에 직접 찾아가 아들, 며느리를 불러 앉혀 하루 종일 교양했다. 또 아들, 며느리가 조직 생활 하는 해당 공장과 기업소에 통보하여 조직적인 투쟁 방법으로 부모를 잘 모시겠다는 다짐을 받아냈다. 이렇게 로인을 안정시켜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런데 그 뒤로도 ‘150일 전투기간에 민족의 풍속을 어지럽히는 이런 나쁜 기풍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김학철 부부를 번번이 투쟁 대상으로 삼았다. 평소에도 사상 투쟁은 일상적인 일이지만, 자기가 소속된 공장이나 기업소는 물론이고, 인민반과 녀맹 회의에서 잇따라 지명 투쟁을 받게 되자, 김학철과 그 안해(아내)는 여러모로 정신과 육체적 압력을 심하게 받은 것 같다. 거기다 생계문제까지 잘 안 풀리자, 김씨가 홧김에 장국에 쥐약을 타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모두 죽고 말았다. 다만 11살 먹은 아들애만 그 날 산에 약초 캐러 갔다가 늦게 돌아오는 바람에 살아날 수 있었다. 아들아이가 집식구들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울며 소리쳐 급히 병원에 호송했지만 아무도 살아나지 못했다.”

그는 식량이 쪼들리는 세대에서 부모를 천시하는 현상이 늘어나면서 이런 일도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해북도는 지금이 고난의 행군 시기”

황해북도 도당의 한 일꾼은 얼마 전 황해북도 전역 농장들을 돌아다니며 해당 농장 관리일꾼들의 말을 들어보았더니, 모두들 “황해북도는 지금이 고난의 행군 시기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때(1990년대 말)보다 요즘 들어 가정생활을 유지하기 힘들어하는 농민들이 더 많다. 늙은 부모를 모시거나 아이들이 많은 세대일수록, 또 년로 보장 나이가 훨씬 지난 로인 세대일수록 형편이 어렵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젊은 세대에서는 부모를 천시하거나 집밖으로 내쫓는 현상도 늘고 있다고 했다.

평양 간부, “올해 식량 사정, 전례 없이 위급한 사태”

평양의 한 고위 간부는 “올해 식량 사정이 전례 없이 위급한 사태에 이르렀다”며 식량 문제를 걱정하는 심경을 토로했다. 다음은 그의 이야기이다.

“금년 농사 실태를 보면, 농작물 수확량이 제일 낮은 해로 될 것이다. 실태를 료해(조사)해보니 봄철 파종을 한 뒤 지금까지 전국 각지의 농작물 성장이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이 못한 실정이다. 전국 각지에 이상 기후로 5월 말과 6월 한 달 동안 장기간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가 계속됐고, 해가 환히 비추는 맑은 날이 별반 없었다. 특히 북반 지구의 산간 지대와 한전 면적이 많은 강원도 등의 옥수수 작물이 피해를 크게 받았다. 저온의 랭한 바람과 련이어 내리는 비로 옥수수밭에 물이 많이 고였으며, 옥수수가 자라나지 못하였다. 게다가 병충해로 벌레가 많이 끼고 있으나 병충해 방지약이 따라가지 못하여 옥수수가 많이 죽어버렸다. 일부 지방에서는 큰 폭우 피해를 입기도 했다. 7월 중순 들어 련이어 내리는 비 때문에 대부분 한전(밭)에 물이 배이고 축축해서, 김도 제철 제때에 매지 못하고 있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올해 농작물 수확량이 작년에 비해 최소 20-30% 감산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금 국가의 식량 재고량으로는 군량미도 정상적으로 공급하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주민들에겐 배급을 얼마간이라도 내줄 수도 없다. 금년에는 (대북)제재 등의 이유로 해외 지원 식량이 없어서 감자, 밀, 보리를 가을(수확)해야만 얼마간의 식량을 해결할 수 있겠는데 수요량과 공급량 차이가 너무 크다. 올라오는 보고들을 보니, 주민들 속에서는 올해 농사가 망하였다는 여론이 크게 돌고 있다고 한다. 다들 어떻게 살겠는가고 크게 근심 걱정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 ‘윤달이 있는 윤년 해는 농사가 잘 되지 않는 해’라는 말이 많이 돌고 있다. 윤년해가 아니라 아무리 좋은 땅이 있고, 좋은 해라고 해도 농장원들이 굶주리는 실정이니 농사가 잘 될 리 없다고 수군거리는 소리도 있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보고들을 보면, ‘학생이나 농촌 지원 일꾼들이 농사를 하다시피 하는 실정에서 화학비료 없이 농사짓고, 오직 하늘에 의거해서 어떻게 소출을 낼 수 있는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수확을 잘 거두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사람들은 절망스러워 하며 ‘망해라, 콱 망해라, 모든 것이 다 망해라’하면서 현실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중앙당에서 사상을 계속 강조하고는 있지만, 지금 여론을 보면 걱정을 금할 수 없다. 나라에서는 식량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에 대비해 하루빨리 해외에서 식량을 구입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후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추측이다.”

■ 여성/어린이/교육

길주초등학원, 건강진단 결과 결핵환자가 가장 많아

함경북도 길주군 초등학원 학생들의 건강 검진 결과 결핵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전교생의 건강 검진을 벌였는데, 결핵환자가 10여명, 침윤환자 10여명, 급히 격리해야 할 환자 3명, 기타 늑막염 환자 7명 등이었다. 학원측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한 검진이었는데, 결핵환자가 작년보다 더 증가한 것이라고 했다. 환자가 증가한 데에는 위생 문제도 있지만, 영양실조가 더 시급한 문제였다. 선생님들은 “남새가 많이 나오는 여름철인데도 염장 무와 된장국만 주고 있다. 두부콩도 없어 일주일에 한 번 먹였던 콩국도 이제는 못 주고 있다. 지난 (7월) 15일과 16일에는 식량이 떨어져 하루에 두 끼 내내 감자만 준적도 있다. 그러니 안 아프던 애들도 병나고, 병 걸린 애들은 더 아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포 중앙체육학원, 유소년 축구선수 육성 계획

평안남도 남포 중앙체육학원은 나라의 체육 발전을 위해 전국 시, 군에서 8세 이상 어린이를 뽑아 소년 축구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들을 향후 국가대표 선수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소년 축구단의 재정 지원은 국가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앞으로 소년축구단에 뽑힌 선수들은 오전에는 학교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축구 훈련을 할 예정이다.

■ 사건사고

개천탄광, 무리하게 작업하다 막장 붕괴 사고로 인명피해

지난 7월 6일 오후 5시경, 평안남도 개천 탄광련합기업소 채탄 2갱에서 막장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6명이 무연탄에 깔려 그 자리에서 숨지고, 탄부 4명이 갇혔다. 사고가 일어나자마자, 막장 안에 갇힌 탄부들의 구조 작업을 벌여 42시간 만에 겨우 뚫었으나 4명 모두 질식해 기절한 상태였다. 긴급히 평안남도 의학대학병원으로 호송했는데, 다행히 2명은 14일쯤 의식을 회복했으나, 나머지 2명은 회생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번 사고로 탄부들은, 탄광 일꾼들이 150일 전투 성과내기에만 급급했던 것이 근본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막장 사고가 일어나기 이틀 전만 해도 동발 보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으나, 기업소 측에서 보수작업을 대충 마무리 짓고 무리하게 작업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영진(40대)씨는 “(탄광) 당비서나 지배인 할 것 없이 150일 전투성과에 목매달아 하루에 12시간씩 일을 시켰다. 원래는 하루에 8시간 정도 일하게 돼있는데 12시간 일하라니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우리들 목숨이야 어찌되든 상관없이 매일 100% 계획을 달성하라고 닦달했다”고 일꾼들을 비난했다. 탄광 보안당국은 이번 사고의 책임을 물어 초급당비서와 지배인, 기사장을 해임하고, 탄부로 혁명화 1년 처벌을 내렸다. 붕괴된 막장을 담당했던 보안원은 로동 안전 규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교화형 6년형을 선고받았다.

■ 논평

남아도는 쌀, 생명을 살리는데 보내야!

쌀이 남아돌아 걱정인 나라가 있다. 올 연말이 되면 쌀 재고량이 100만 톤을 넘는다고 한다. 10만 톤을 보관하는데 연간 300억 원의 관리비용이 들어간다고 하니, 100만 톤이면 연간 3,000억 원의 혈세가 관리비용으로 지출되는 셈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우선 10만 톤을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또 쌀건빵과 쌀라면, 쌀빵, 쌀막걸리, 쌀국수 등을 개발해 쌀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2009년 8월 현재, 남한의 현실이다.

하루 세 끼 먹으면 잘 먹는 집이라고 한다. 쌀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옥수수밥을 얘기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을 최대한 양을 불려 죽으로 만든 음식, 그것을 과연 죽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쉽게 이름 하여 ‘풀죽’을 말하는 것이다. 이 풀죽도 배불리 먹을 수 없는 것이 2009년 8월 지금, 북한 농촌의 현실이다.

남한의 주요 언론들은 쌀 재고량이 늘어난 이유를 대북 식량 지원 중단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2000년부터 해년마다 약 40-50만 톤 규모의 쌀을 북한에 지원해오다가 작년부터 중단한 것이 쌀 재고량 급증에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북식량지원을 재개할 경우 재고 쌀 규모를 20만 톤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국내 쌀 수급량 조절을 위해서라도 대북식량지원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농민단체들은 쌀값이 폭락해 쌀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며, “남쪽의 쌀 재고를 해소하기 위해선 대북 쌀 지원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남한에서는 쌀이 남아돌아 ‘쌀 대란’을 걱정하고, 북한에서는 쌀 부족으로 ‘쌀 대란’을 걱정한다. 남아도는 쌀을 어떻게든 소비해야 하는 남한으로선 대북지원을 재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2008년도 대북식량지원에 책정된 예산은 1,974억 원이었다. 비록 단 한 푼도 쓰지 않았지만, 쌀 재고량을 관리하는데 3,000억 원 쓰는 것 보다야 대북지원에 2,000억 원을 쓰는 것이 더 남는 장사가 아닐까? 쌀 재고문제를 해결해 우리 농가도 살리고 경제 부담도 줄이고, 굶어 죽어가는 북한 동포도 살린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정책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인도주의적이고 합리적인 대북 식량 지원을 왜 망설이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북한 정부의 하는 짓이 얄미워,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주지 않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굶주리는 어린아이와 노약자들은 북한 정부도 돌보지 않는 소외된 사람들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3일 목요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쌀이 남으면 대북지원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고 했다. 지금 관련 부처에서 논의 중이라는 관세화방안이 과연 근본 해법인지도 의문이지만, 정부 인사의 시각에 ‘사람’이 없다는 점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정책 실무자들은 정치나 이념을 떠나, 생존을 위협받을 만큼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을 먼저 떠올려주었으면 좋겠다. 넘치는 쌀을 주체 못해 건빵과 라면을 쌀로 만든다는 소식을, 당장 먹을 게 없어 굶어 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이 듣는다면 과연 어떤 심정일까? 생각만 해도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생명을 살리는 일보다 무엇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쌀이 남아돌아 바다에 버리는 행위와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다. 왜 쉬운 길을 두고 복잡한 방법을 모색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남한에 남아도는 쌀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북한에 보내자. 그것이 인간의 당연한 도리이자 대의명분에도 합당하고, 남한의 쌀값 폭락을 막는 길이며, 경직된 현 남북관계를 풀어갈 수 있는 보다 안정된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