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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294호

■ 시선집중

7월의 중앙당 각종 방침들

각 성과 중앙기관은 “우리나라에서 령도자 계승문제가 아직 론의되지 않고 있다. 현재 위대한 장군님께서 혈기왕성하시고, 현지지도 사업을 정력적으로 하고 계시며 앞으로 10년 이상은 끄떡없이 나라의 정사를 볼 수 있으므로 후계자문제에 대한 발언을 중지 할 데 대한” 방침을 내렸다. 또한 “적들의 정치 도발이 어느 때보다 심한 조건에서 후계자 론의는 시기상조이므로, 이에 대한 발언은 일체 하지 않도록 하라”며, 유언비어에 흔들리지 말 것과 후계자 관련 질문에는 반드시 침묵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 7월 12일, “모든 간부들과 당원들은 비밀 관리 사업을 엄격히 통제할 데” 대한 당의 방침이 내려졌다. 이를테면 교시, 말씀, 당 정책 등을 컴퓨터에 기록하거나 사사로이 적어놓는 행위 등이 엄벌 대상에 들어간다. 공식적인 기록은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 하며, 다 쓴 학습장은 상급단위에 바치도록 했다.

중앙당은 조․중 친선의 해인 2009년 상반년도에 대외 부문 부서들이 일을 잘 하였다고 칭찬하고, 하반기에도 일을 계속 잘 할 것을 강조했다.

중앙당 39호실 산하 기관에서는 수입 물품에 내화 관세를 적용하며, 39호실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단위에서 들여오는 수입물품에는 외화 관세를 물리도록 지시했다.

여성들이 여름철에도 바지를 입을 수 있게 됐다. 다만 검정색과 회색은 입지 못하고, 밝은 색 계통의 바지만 허용한다.

평양시 각 구역 인민반에서는 “주민들의 세외부담을 철저히 없앨 데 대한” 당의 방침을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전달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부 구역들은 도로 포장 지원 명목으로 세대마다 5천 원씩 거두고 있다. 만약 집에 환자가 있거나 돌봐야할 노약자가 있어 작업에 못 나가는 경우엔 최소 1천원에서 많게는 5천 원씩 더 내야 한다. 주민들은 “당의 방침이 전달되기가 무섭게 세외 부담을 시킨다”며 불만이 많다.

■ 식량소식

의주군 석고광산, 파철 팔아 식량 배급

평안북도 의주군 수진리에 위치한 석고광산 노동자들은 옥수수죽으로 연명하고 있다. 광산이 근 10년째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면서 노동자들은 이동작업을 나가고 있다. 광산측은 노동자들의 식량 사정이 더없이 악화되자, 사용 불가능한 기계 설비를 처분하기도 했다. 파철을 판돈으로, 지난 8월 초 노력동원에 나간 노동자들, 특히 식량이 떨어져 굶거나 노인과 어린이들이 많이 있는 세대들에 곡물을 5kg씩 분배해주었다.

황해남도 농촌, 하루 풋옥수수로 세 끼니 연명

황해남도 옹진군, 룡연군, 은률군, 장연군 등 농촌에서는 농민들이 식량 부족으로 풋옥수수 한 두 개로 하루 세 끼니를 연명하고 있다. 8월에는 풀베기전투가 진행 중이지만, 식량이 떨어져 동원에 빠지는 농민들이 많다. 작업반장이나 분조장들은 노동 일수가 안 되면 가을 결산 분배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출근을 독촉한다. 이 말에 억지로 일하러 나오는 농민들도 겨우 노력 일수만 채우지, 애써 일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농장원들은 풀베기 전투에 신경 쓰기보다 농장 밭에 자라는 옥수수이삭을 훔치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쓴다. 재령군에서는 지난 8월 3일, 풀베기 동원을 나간 농장원들이 집단으로 옥수수 이삭을 훔치다 분주소 보안원들에게 적발되기도 했다. 이 날 걸린 24명은 3일 동안 강제 노동 처벌을 받았다.

■ 경제활동

금강군과 안변군 발전소 생산량 기대치 이하

강원도 안변군과 금강군에 건설된 수력발전소의 생산량이 기대보다 적어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발전소들을 건설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비해 생산량이 너무 적다. 또 건설 과정에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해 인명 피해 역시 매우 컸다. 많은 군인들과 건설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생명을 잃거나 신체장애를 입었다. 적지 않은 희생을 치렀지만, 소문과 달리 실제 발전소의 생산량으로는 공업부문 전력 공급도 충분치 않은 형편이다. 그러니 주민용 전기는 기대할 수도 없다. 낮은 전력생산량에 대해 한 간부는 “발전소 건설 때 건설 설계도와 오차가 있었고, 수입산을 써야 할 설비를 국내산에서 개조해서 쓰다나니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주민들은 발전소가 “나라와 인민 생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계시, 짐 부피 크면 단속

자강도 강계시는 지난 8월 2일부터, 대대적으로 장사 단속에 나섰다. 기존의 시장뿐만 아니라 골목길, 방문 장사 등도 샅샅이 단속하고 있다. 일단 눈에 띄게 부피가 큰 짐을 단속하는 한편, 시장에서 알곡은 하루에 30kg 미만만 판매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시장관리소 담당 보안원은 물론 로농적위대원들까지 단속에 나서 상인들의 아우성이 높다. ‘부피가 큰 짐’의 기준이 단속원마다 달라, 아무나 붙잡아 벌금을 매기기 때문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장사물품을 들고 다니는 상인들은 십중팔구 걸리기 마련이다. 이렇게 한 번 걸리면 적게는 5천원, 많게는 1만 원 이상까지 벌금을 내야 한다. 알곡 30kg도 마찬가지다. 30kg보다 많이 팔거나 혹은 적게 팔아도, 증명하기가 어려워 걸리는 족족 벌금을 내기 일쑤다. 단속이 과하다는 상인들의 비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도 지난 8월 11일, 강계시 시당 선전부 부장은 오전 10시에 시장에 나가 상인들을 모아놓고, “장사짐 부피를 줄여서 메고 다닐 데 대해”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그는 “시장 판매 세칙을 잘 지켜 우리 강계시가 본보기가 되자”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상인들의 반응은 냉담한 분위기였다.

함경북도 도당 전원회의, “가뭄으로 옥수수 농사 우려”

지난 8월 17일 오후, 함경북도 도당 전원회의가 청진시에서 열렸다. 전원회의에는 함경북도 도, 시, 군당 책임비서는 물론 행정위원장과 농촌경영위원장 등이 대거 참석했다. 지난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비가 오지 않아, 옥수수가 마르고 이삭이 잘 여물지 못하는 등 농사에 지장이 많다는 보고가 주를 이뤘다. 이번 가뭄 피해로 옥수수 수확량이 급감할 것이라는 보고도 연이어 나왔다. 한 시당 일군은 “올해 농사가 잘 안되면, 2010년도 식량 값이 상승할 것이다. 백성들 사이에는 그렇게 되면 1990년대 말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걱정하는 여론이 많다”고 주장했다. 회의 결과, 일군들은 “필사적으로 모든 것을 제쳐놓고라도 농사에 총동원해야 한다”며, 옥수수밭에 물주기 전투를 대대적으로 벌일 것을 결의했다.

■ 정치생활

함흥시, 자녀 시켜 마약제조 판매한 부모 검거

함경남도 함흥시에서는 지난 7월 21일, 중학생 자녀에게 마약을 만들어 팔게 한 혐의로 학부모를 긴급 구속했다. 함흥 동흥중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2007년 2월부터 부모님의 지시로 집에서 마약을 만들어 팔아왔다. 수사 결과, 이들은 마약 판매상에게서 600달러를 선불로 받아 마약생산에 필요한 기자재를 구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 12월까지는 자녀들이 마약 생산과 판매를 같이 하다가, 2008년 2월부터는 부모들이 판매를 전담해왔다. 그동안 함흥 인근 지역에서만 판매하던 것이 마약 수요가 급증하자 작년 11월부터, 함흥시 보안서 보안원들의 방조 아래 평안북도 신의주 무역 회사들에까지 공급하게 됐다. 작년 12월 중앙당 비사회주의 검열그루빠의 단속에 걸리기도 했으나, 보안서 고위간부에 돈을 많이 주고, 자택 교화처분 7년형을 선고받았다. 자택 감금 기간인데도 보안서의 협조를 받아 마약 거래를 해오다가 이번에 붙잡히게 된 것이다. 예전에 마약 거래를 한 적이 있던 장사꾼이 신의주행 열차에서 마약 판매상을 알아보고 도보위부에 신고했는데, 함주역에서 체포될 당시 2kg의 마약이 발견됐다.

국가안전보위부에서는 아직 법집행 중인 범죄자가 현행범으로 붙잡힌 것으로 보아 도보안서 고위층 간부와 무역일군들이 연계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신의주 무역회사 부문 4명, 함흥시 보안기관 3명, 함경남도 도당과 성천강 구역 검찰소 일군 각 1명이 긴급 체포됐다. 보위부에서는 150일 전투 기간에 이런 범죄가 발생한 것을 엄중하게 보고, “지위 여하를 불문하고 장사 판매에 가담한 자들과 편의를 봐준 국가 일군들을 사정없이 무자비하게 법적 처벌을 주어 처리하라”고 전화에 이어 공문으로 거듭 지시했다. 현재 수사망에 오른 사건 연루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청진시 보위부, “도강하지 말라”강연

여름철 식량난이 시작되면서, 함경북도 청진시 보위부에서는 지난 8월 5일부터 중국으로 도강하거나 비법월경을 막기 위해 정치 강연을 계속 하고 있다. 생계를 해결하려고 중국에 있는 친척집을 찾아가는 단순 도강부터 남한이나 제3국으로 아예 탈북하는 비법월경까지 모두 엄중히 다스리겠다는 경고의 의미다. 보위부 강연을 들은, 수복동에 사는 조명학(가명, 40대)씨는 강연내용이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라면서 강연 내용을 들려주었다.

“현 시기 주민들의 (악화된) 식량 사정과 장사가 잘 안 돼 생활이 힘들다는 이유로, 일부 각성 되지 못한 주민들이나 사상이 건전치 못한 사람들이 조국을 배반하고, 국외로 탈출하거나 도강하는 경우가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마약 장사를 하여 강성대국 건설에 크게 저해를 주고 민심을 소란케 하고 있다. 이제는 서로 경각성을 높이고 각성하여, 마약장사나 비법밀수 또는 개인 리득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는 세대들과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무자비하게 투쟁해나가야 한다. 아울러 범죄자들을 색출해내는 운동을 벌려 대오의 일심단결을 강화하여야 한다. 이제부터 도강, 비법월경, 전화기 사용 등이 제기된 세대들은 말로써 아니라 법적 도수를 높여 엄한 법적 처벌과 군중 투쟁을 벌려 진행할 것이다.”

청진시 보위부는 이렇게 정치 강연을 진행하는 한편, 사복을 입은 보위부원들을 탈북자 가족들의 주변에 풀어 감시 통제를 강화하고, 주변의 다른 세대들까지 일일이 살펴보고 있다.

■ 사회

대학생 자전거 장사꾼들, 바가지와 강매로 악명

강원도 원산시 신흥시장에서 일본산 중고 자전거 판매를 조군실사범대생들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다 보니 각종 물의가 빚어지기도 한다. 다른 지방에서 자전거를 사러 온 초행길 상인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물론, 흥정을 하다가 그냥 가려는 손님을 붙잡아 강매하는 일이 다 반사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사지 않겠다고 하면 강제로 시비를 걸어 집단 구타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때로는 호주머니를 터는 강도짓을 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지역에서 왔다가 봉변을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주민들은 “학교를 다니려고 돈을 벌려는 건지, 협잡해서 못살게 구려고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정혜순(50대)씨는 “공부를 안 하니 실력은 없고, 오직 대학 간판과 졸업장만 받으러 간신히 학교에 출석하는 것 같다. 이렇게 젊은 사람들 머리가 썩어있는데, 나라 인재가 어떻게 나오고, 수재가 어떻게 양성되겠는가? 이런 사람들이 나중에 교원으로 간다고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고 한 마디씩 했다.

원산 조군실사범대는 ‘중고 자전거 대학’

강원도 원산시에서 거래되는 일본산 중고 자전거를 판매하는 장사꾼들은 약 70%가 원산 조군실사범대학 학생들이다. 장사하는 학생들은 주로 직통생들이 아니라 제대군인 학생들이다. 강원도 각 시, 군에서 올라와 학비를 벌기 위해 자전거 장사에 뛰어든 것이다. 이들은 일본산 중고 자전거를 넘겨받아 중국산 싼 부품으로 수리해서 다른 지방 상인들에게 넘겨준다. 현재 원산시 신흥시장 중고 자전거 매대에서 장사를 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 사이의 남자들은 모두 이 학교 학생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업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한 과목당 약 15명 안팎에 불과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거의 다 자전거 장사를 하러 나간다. 담당 교원들은 장사하러 나가는 학생들에게 매일 얼마간의 돈을 받고, 결석을 묵인해준다. 한 학생에게 1천원 내지 1천 5백 원 가량 받는데, 이런 식으로 하루에 2만 5천 원 가량의 돈을 받는다. 이 중 1/3 정도를 교무과 책임 교원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는 담당 교원이 챙긴다. 이런 식으로 학생들이 공부 시간에도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하다 보니, 이 문제가 시당과 도당에까지 제기됐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태다. 주민들은 조군실사범대학을 “선생을 길러내는 대학이 아니라, 일본 중고 자전거를 비싸게 판매하는 장사꾼들을 양산하는 대학”이라며, 조군실사범대학을 ‘중고자전거 대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여성/어린이/교육

조군실사범대, 20만원 답사비 마련 못하면 졸업장 못 받아

지난 8월, 강원도 원산에 출장을 다녀온 한경실(가명, 50대)씨는 조군실사범대학에 다니는 조카를 오랜만에 만나고 돌아온 얘기를 했다. 어릴 적 똑똑하고 예뻤던 조카아이와 근황을 주고받던 중 말로만 듣던 몸 파는 여자대학생 이야기가 남의 일이 아니었다면서 조카 얘기를 꺼냈다.

“오랜만에 윤희(가명, 20대)를 만난 기쁨에 반가이 인사한 것도 잠시, 아이의 얼굴에 짙은 그늘이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오후에 갔던지라 이말 저말 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다됐다. 내가 그 애를 이끌고 해변가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자고 했다. 술 한 잔 줄 수 없느냐는 그 애의 조용한 말에 어지간히 놀란 내가 웃으면서 ‘대학 다니더니 술도 배웠니?’하면서 술을 주문했다. 뭔가 그에게 여상치 못한 일이 있는 것 같았다. 아닌 게 아니라 술 두어 잔이 들어가자 그 애의 입에서 사연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조군실 사범대학생들은 졸업하면 전국에 널려있는 각 중학교 교원으로 배치 받아 간다. 대학 3학년이 되기 전까지 백두산과 회령시, 온성군 왕재산 혁명 사적지 답사 과정이 있다. 그런데 답사를 가려는 학생들이 없어, 중앙당 교육부에서 답사를 가는 가, 안 가는 가를 계속 료해해서, 답사에 빠진 학생들은 이유 불문하고 졸업을 안 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작년에는 답사에 안 간 45명을 퇴학시키기도 했다. 이에 충격 받아 올해에는 자전거 장사를 하는 학생들이던, 학교에 자주 나가지 않았던 사람이건 답사는 모두 참가했다고 한다. 거기에 빠지면 아무리 실적 좋아도 퇴학당하니 방법 없이 참가하는 것이다.

윤희 말로는 답사에 가기 싫어서가 아니라 강원도 원산시에서 함북도 온성군이나 회령시까지 다녀오려면 12일 동안 쓸 려비가 20만 원이 넘기 때문에 웬만한 학생들은 가기 바빠한다는 거였다. 그건 윤희도 마찬가지였다. 집안 생활이 어려워 먹고 살기도 힘든데, 자기가 어디서 그 많은 돈을 얻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장사를 하거나 간부 집 아이들은 답사비가 아무 것도 아니겠지만, 자기처럼 가난한 일반 로동자 가족에서 죽기 살기로 공부해서 입학한 학생들은 하루 한 두 끼 챙겨먹기도 힘든데 어떡하느냐고 했다. 그렇게 굶주림 참아가며 공부해도 답사를 안 다녀오면 졸업을 안 시켜준다고 하니, 그간 자기 공부 뒷바라지를 해준 부모형제들에게 미안해서 속을 많이 태웠다고 한다.

그러다 한 호실에 있는 친구의 주선으로 얼굴 한 번 본적 없고, 지금도 성과 이름도 모르는 50대 남자와 이틀 동안 잠자리를 한 대가로 30만원을 받아 답사에 참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자신의 몸으로 졸업장을 받게 된다면서, ‘꼭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출세해서 우리 가문에서도 훌륭한 사람이 나오게 해달라’며 만날 때마다 부탁하던 부모형제에게 미안하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자기처럼 이런 식으로 답사 길에 나선 녀학생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자신만은 꼭 성공하여 부모님께 기쁨을 주려 했건만, 졸업장 하나 때문에 자신을 망쳤다며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때 내가 뭐라고 위안의 말을 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만 학교 정문까지 그 아이를 바래다주었는데, ‘집에는 꼭 비밀로 해 달라’는 조카의 부탁을 들었다. 대학에 합격한 딸이 자랑스러워 그렇게 싱글벙글 좋아하던 오빠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퇴학당하는 것보다 낫지 않냐?’며 마지막에 피식 웃던 조카의 모습이 너무 불쌍해서 두고두고 마음에 남아있다.”

사리원, “희천발전소 로력동원, 간부 아내들부터 자원해라”

지난 7월 28일, 황해북도 사리원시 시당 책임 비서는 “우리 사리원시 녀맹원들이 전국 녀맹원들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며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장에 노력동원에 자원해줄 것을 지시했다. 시녀맹위원장은 다시 녀맹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장군님께서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날, 발전소에서 전기가 생산 공급되는 것을 보실 수 있도록 우리 녀맹원들이 앞장서 이바지하자”고 호소했다. 이처럼 간부들의 호소와 지시가 잇따르고 있지만, 돌격대 자원자가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 8월 2일에는 시당 선전비서가 시녀맹위원회와 동사무소 녀맹위원회 초급일군들부터 자원하라고 강요했지만, 지원자는 끝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무리 선전비서가 목청을 돋워 소리를 쳐봐라. 누가 듣는 척이나 하나?”라는 게 현재 분위기다.

보다 못한 한 전쟁 로병이 얼마 전 시당 신소과에 찾아가 이런 제안을 했다. “녀맹원들을 동원하려면 먼저 시당 간부와 행정위원회, 보안서 일군들의 안해(아내)부터 1차 돌격대로 보내라. 로동자 가족들은 배급이 없어 안해들이 장사를 해야 먹고 살 수 있다. 그러니 안해들이 지원을 나가고 싶어도 못 간다. 그러나 간부들은 안해들이 벌지 않아도 남편들이 벌어오는 것으로 먹고 살 수 있지 않은가? 그러니 그런 사람들부터 돌격대로 조직해야 다른 녀맹원들도 별 의견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신소를 보고받은 시당 책임비서는 좋은 의견이라며 당장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간부들이 부랴부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아내들을 설득했지만, 아내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지금까지 누구도 나서는 사람이 없는 상태다. 간부들은 체면상 아내를 돌격대로 보내야 하는데 워낙 반발이 심해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 사건사고

개천탄광, 가스 유출사고

지난 6월 21일 오후 4시경, 평안남도 개천시 탄광련합기업소 1지구 탄광의 3갱 2소대 막장에서 가스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가스에 질식된 8명의 탄부 중에 2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는 150일 전투 기간에 일어난 가장 큰 사고여서, 탄광 일군들이 호된 비판을 받았다. 사고 당일, 오전 작업이 끝날 무렵 탄부들이 가스가 조금씩 새어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갱장이 “150일 전투 과제를 수행하여야 하는데, 기업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조금만 힘들거나 기회가 있으면 일 안할 궁리만 한다”며 작업을 계속 진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러나 사고의 책임을 물어 6개월 단련대 처벌을 받은 것은 갱장이 아니라, 보안원이었다. 보안원은 “(나는) 이미 보고했다. 사전에 사고 대책을 철저히 세우고 작업을 붙였으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일이 이렇게 되고 나니 모든 죄명을 나한테 뒤집어 씌운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신성천역 꽃제비들, 불 피우다 화재 사고

지난 8월 2일 저녁, 평안남도 신성천 철도역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꽃제비들이 역 안내반 건물 뒤에 있는 창고에서 불을 피우다가 화재가 일어난 것이다. 이 사고로 안내반 여성 침실과 철도 영업소 식당 건물 절반이 불에 탔다. 사고가 발생한 뒤, 철도역 보안서와 보위부원 등 단속원들이 화가 나 꽃제비들을 마구잡이로 때리고 학대하기 시작했고, 이를 견디지 못한 꽃제비들이 하나 둘 신성천역을 떠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화재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계속 늘던 꽃제비 수가 사고 이후 많이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