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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305호

■ 시선집중

청진, 수남 시장 대신 수성천 철길 장사 성황

함경북도 청진시 수성천 동둑 철길 옆에 형성된 장마당이 요즘 성황을 이루고 있다. 수남시장에 들어가야 할 장사꾼들이 매대가 없어 이곳에 자리를 튼 까닭이다. 물건을 판매하는 장사꾼들만 약 200-250명가량 된다. 지난 9월 25일에는, 수남구역 보안서 서장이 직접 나와 철길에 앉아 장사하는 상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엄포성 일장 연설을 했다. 시장 관리 지침에 따라 철길 옆에 앉아 장사하는 사람들을 단속해 벌금을 부과하거나 상품을 회수하겠으니, 상품을 빼앗겨도 절대 의견을 부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적법한 절차와 방법을 따라 시장 안에 들어가 장사를 하라는 말이었다. 철길 옆으로 모인 장사꾼들 자체가 매대를 살 여유가 없는 사람들인지라, 보안서 서장의 엄포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보안서 서장이 선전포고를 한 뒤 2-3일이 지나자, 수남구역 보안서에서는 보안원 8명이 오후 2시만 되면 나타나 장사 단속을 하기 시작했다. 고양이 담배라도 찔러줄 수 있는 장사꾼들은 그나마 큰 피해를 입지 않지만, 형편이 어려운 장사꾼들은 보안원들이 나타날 때쯤 피했다가 안보이면 나타나는 식으로 이른바 게릴라성 장사를 하고 있다. 매일 이렇게 눈치 보며 장사하면, 아무래도 위험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철길 장마당에서 중고 옷을 판매하는 김계화(가명)씨는 지난 9월 29일 오후 3시쯤 갑자기 나타난 보안원들을 피해 달아나다 물품 손상을 입었다며, 당시 상황을 들려주었다.

“오후 2시가 되면 동뚝 우에 순찰대가 나와 서있는데 우리(장사꾼)들은 보안원들이 언제 없어지겠는지 기회를 본다. 보안원들이 없어졌다 싶으면 슬금슬금 모여들어 상품을 펴놓고 파는데, 갑자기 동뚝으로 보안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순식간에 밀려올 때가 있다. 엊그제도 그랬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오는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한다. 이때 상품을 빼앗기지 않겠다고 천지사방으로 달아나는데, 폭탄이 떨어졌을 때와 같이 샅샅이 흩어진다. 상품을 많이 펴놓아 미처 거두지 못해 잃어버리거나, 발에 짓밟히거나 찢어져 손상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도 이번에 다시 팔지 못할 정도로 옷가지들이 찢어져 손해를 크게 입었다. 상품을 뺏기지는 않았는데, 벌금을 내야했다. 옷도 찢어지고 벌금도 내게 돼서 속이 여간 쓰린 게 아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매일 짐승 방목하듯 쫓겨 다니며 장사를 해야 하는 지 답답할 뿐이다.”

해주 국영상점 물건 채우려 판매원들이 도매상 역할

황해남도 해주시의 국영상점에 물건을 채우기 위해 판매원들이 도매상 역할을 하고 있다. 상점에서 판매되는 상품 중에 60%는 관련 무역회사들에서 받고, 나머지 40%를 상점 판매원들이 알아서 채워 넣는 식이기 때문이다. 무역회사와만 거래하기에는 물건이 한정돼있어서 개인 도매상들에게서 더 많은 종류의 물건을 받는다. 그러나 도매상들의 호응은 높지 않다. 물건 가격의 10%만 현금이고, 나머지는 어음으로 주기 때문이다. 수매상점의 상품은 모두 중국산인데, 어음으로는 중국 물건을 사들일 수가 없다. 도매상인들이 국영상점을 회피하는 이유이다. 판매원들은 도매상과 거래하며 재량껏 일정하게 수입금을 챙기고 있다.

순천 시장관리소, 매대 단속 않다가 혼쭐

평안남도 순천시는 다른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아 모여들만큼 가내수공업이 발달하고, 가공 상품 생산에서 판매까지 분업이 비교적 잘 돼있는 곳이다. 종합시장 폐쇄 조치로 직격탄을 맞은 평성시에 비해 최근까지도 비교적 자유롭게 시장이 운영돼왔다. 그러나 얼마 전 시장관리소 일군들이 판매물품에 제한을 두지 않은 매대를 묵인하다가 발각되는 일이 발생했다. 매대에서 버젓이 금지물품을 판매해도 사실상 눈감아준 것이다. 이 일로 시장관리소 소장과 부기원이 검찰소에 연행돼 이틀 동안 심문을 받았다. 다행히 매대비를 빼돌린 혐의는 없어 비판을 받는 것으로만 일단락됐다. 순천시는 이 사건으로, 시당과 시행정, 시보안서 3개 단위에서 당 상무를 조직해 시장 단속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금지된 물품을 판매하다 적발되면 3천원 내지 5천 원 가량의 벌금을 부과하고, 물건 중량이 50kg을 넘지 못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 관리소의 묵인 아래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게 장사를 해왔던 상인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단속원들의 눈을 피해 은밀한 호객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평성시장 폐쇄조치에 순천 이사 증가

평안남도 평성의 종합시장이 폐쇄되면서 평성을 떠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장사를 하지 못하니 먹고 살 길을 찾아 떠나는 것으로, 최근 개인 가공 상품 도매지로 부상한 순천으로 이사하는 사람이 많다. 주로 장사를 전문적으로 하던 주민들이 시보안서 주민등록과에 돈을 찔러주고는 거주지를 퇴거해 순천시로 이사하고 있다. 그동안 평성시가 신의주-평양을 잇는 지리적 요건과 편리한 교통 등으로 전국적으로 도매시장 역할을 해왔다. 평성시 주민들도 덕분에 생활수준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었는데, 이번 시장 폐쇄 조치에 따라 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10월에 배급이 있었지만 식량 보탬이 되지 않을 정도의 배급이라, 주민들은 장사를 못하게 하면 먹고 살기 힘들다고 말한다. 살 길을 찾아 너도나도 순천시로 이동하겠다는 주민이 늘어나자, 급기야 평안남도 도당에서는 도보안국과 시보안서에 지시를 보내 “평성시 주민이 순천시로 가지 못하도록 거주 퇴거를 일체 승인하지 말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 “국가적인 조치로 순천시에 배치된 사람들만 승인하라”는 지시였다. 당의 개입에 주민들의 순천 유입이 주춤했지만, 먹고 살 길을 찾으려는 주민들의 노력은 어떻게든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10월 17일, 중앙당과 내각 경제 부문 일군들이 모여 경제를 활성화하고 주민들의 식생활 향상을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평성시처럼 종합시장을 폐쇄하고 구역 시장의 규모를 줄여, 빠른 시일 내에 수도권에서 시장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시장을 없애는 대신, 국영 상점을 활성화하자는 것이 대책으로 논의된 내용이다.

■ 식량소식

길주군, 옥수수농사 망친 뒤 남새 농사에 사활

함경북도 길주군은 올해 저온현상과 가뭄이 겹쳐 옥수수 농사를 망쳤다. 작년에는 한 정보당 4톤이 나왔다면 올해는 그 절반밖에 안 된다. 초봄만 해도 씨붙임을 실속 있게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특별히 150일 전투 기간을 맞아 농장 일군들의 헌신적인 지도 아래 농민들이 열성적으로 일했다. 그러나 5-6월에는 비가 많이 오고 날이 계속 흐려 옥수수 벌레가 많이 생겼다. 농장 일군들은 벌레 먹은 옥수수밭을 모두 뜨락또르(트랙터)로 갈아엎고, 7월 중순경에는 배추와 무 등 남새(채소) 농사라도 잘 지어보려고 했으나, 심은 지 일주일도 안 돼 가뭄이 시작돼 씨붙임이 잘 안됐다. 옥수수 농사를 망친 마당에 남새까지 망치면 안 된다는 절박감에, 농민들은 너나없이 양수기로 물을 퍼 올리는 작업에 매달렸다.

농장은 물론이고 개인들도 뙈기밭 남새 농사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식구들을 총동원해 강물을 길어 올려 농사를 지었다. 이렇게 지은 남새는 량강도 혜산시로 넘어간다. 길주군은 량강도로 들어가는 철로와 차도가 있어, 혜산시에 남새를 넘겨주기에 좋은 지리 조건을 갖춘 곳이다. 혜산은 기온이 낮아 남새 농사가 잘 안 되는 지역이라, 길주군 주민들은 해년마다 혜산에 남새를 팔아왔다. 한 세대에 적어도 배추 정보당 1-2톤, 무 1톤 정도 생산하는데, 이것을 판매한 돈으로 다음 해에 먹을 식량을 장만해왔다. 올해에도 남새 농사를 얼마나 잘 지어 많이 파느냐에 따라 내년 식량이 결정된다. 올해는 여름 가뭄으로 모두 메말라, 작년보다 수확량이 떨어졌다. 소토지 농사를 지었던 주민들은 옥수수든 남새든 농사가 다 안 돼 종자 값이나 나올지 모르겠다며 걱정이 많다. 그래도 악착같이 남새를 키운 농민들은 10월 중순부터 혜산시로 장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남새 장사를 잘 하는 집들은 1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60-70만 원 정도 벌면 평균치는 한 것이다. 여기에 종자값, 비료값, 장사 교통비 등을 제하고 남는 돈으로 내년 식량을 준비한다. 별다른 소득이 없는 주민들로선 대단히 큰 장사이기 때문에 남새 농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재령군, 올 3월부터 풀죽으로 끼니 이어

황해남도 재령군은 북한에서도 손꼽히는 곡창지대다. 재령벌은 황해남도에서 식량이 많이 생산되기도 하거니와 쌀의 질도 좋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함경도 사람들이 굶어죽을 때에도 이곳 사람들은 굶어죽는다는 소리를 잘 모를 정도였다. 그러다 2007년부터 식량 사정이 급격히 악화돼 날로 식량 고생이 심해지고 있다. 재령읍 협동농장의 경우, 2007년과 2008년에는 분배량이 6개월도 채 못 나왔다. 올해에는 감자와 보리 등 이모작을 했는데, 4월까지만 해도 농장관리위원회측은 6월 말에 햇감자와 보리를 수확하면 나머지 6개월분을 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막상 수확이 끝나자, 6월 30일 경 인근 부대에서 식량이 부족하다며 모조리 거둬갔다. 농민들에게는 기껏해야 세대 당 감자, 보리 합쳐 12kg정도 밖에 돌아가지 않았다. 작년에는 5월부터 8월까지 풀죽으로 연명했던 농민들이, 올해에는 3월부터 먹기 시작해 가을 수확철인 지금까지도 풀죽으로 끼니를 잇고 있다.

작년 춘궁기 때 굶주린 나머지 일하러 나오지 못한 세대가 많았는데, 올해는 그런 세대가 더 많아졌다. 한 농장 일군은 “군대들이 햇감자와 보리를 다 가져가는 바람에 농민들에게 주지 못했다. 그래서 일하러 안 나오는 농민들에게 강제로 나오라고 강요할 형편도 못 된다”고 했다. 관리일꾼들이 집에 데리러 갔다가, 그 집 가마솥을 열어보면 먹을 것이라곤 옥수수가루에 풀을 섞어 끓인 게 전부라, 차마 나오라는 말을 꺼내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생각다 못해 7월 4일에는 농장원들에게 올감자와 보리 종자를 급히 풀기도 했다. 세대마다 보리 10.5kg에 감자 3.7kg 정도를 분배해주고, 7월 한 달을 잘 버텨보라고 했다. 7월만 극복하면, 8월부터는 풋옥수수가 나오기 때문에 좀 나아질 것이라며 출근을 권했다. 그러나 8월 가뭄 피해로, 옥수수 농사를 완전히 망치고 말았고, 풋옥수수를 따서 농민들에게 주겠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해서 가을 수확철이 된 지금까지 풀죽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요즘은 농민들이 저녁 무렵이 되면 가위나 낫을 들고 농장에 나가 논벼 머리를 훑는다. 농장 정미소에 갔다가는 나락 훔친 게 들통이 나기 때문에 다들 집에서 열심히 절구를 찧어 쌀을 정미한다. 이렇게 얼마 안 되는 쌀이라도 정미를 하고 나면 죽을 쑤는데 조금씩 풀어 넣어 허기를 면한다. 농민들은 옥수수가루와 풀만 섞어 먹으면 기력이 없지만, 아무래도 쌀이 들어가면 풀기가 있어 한결 뱃속이 든든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이래저래 식량 고생이 심하다보니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현상이 작년에 이어 집집마다 다시 나타나고 있다. 한 입이라도 덜기 위해 자녀가 어느 정도 자랐다 싶으면, 군대에 보내려고 하거나, 군대에 못 가면 돌격대라도 보내달라고 부모들이 직접 군 청년동맹위원회를 찾아가 탄원하는 실정이다. 재령읍 농민들은 “올해는 이렇다지만 다음 해에는 어떻게 되겠는지, 정부에서는 백성 구제를 위해 올바른 대책을 세워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함경북도 눈 내려 가을걷이 지장

겨울 초입에 들어서면서 함경북도 지역에 눈이 내려 가을걷이에 지장을 주고 있다. 회령시 인계리 농장 4반과 5반은 벼를 묶어놓고 미처 운반을 못한 상태에서 눈이 내려 모두 눈에 묻히고 말았다. 볏단이 눈에 파묻히면 나중에 이동할 때 알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알곡 손실을 피할 수가 없다. 농민들은 눈이 내려 옥수수와 벼를 탈곡하기도 힘들어졌다고 했다.

■ 경제활동

의약품 만들어 파는 순천제약공장 노동자들, 집중 단속

평안남도 순천시 제약공장은 서해안 지역에서 이름 있는 제약공장이다. 아스피린, 마이신, 설사약 등 각종 기초 약품을 생산해낸다. 작년에는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그리고 올해에는 5월에 군부대에 당의 배려로 보내는 의약품을 생산했다. 선물 의약품을 생산한 공로를 인정받아 중앙당으로부터 치하와 격려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노동자에 대한 식량배급이 제때 이뤄진 적은 별로 없다. 식량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노동자들로선 의약품을 빼돌리거나, 집에서 자기가 대충 만들어 시장에 내다파는 식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의약품 기술자들은 특히 페니실린이나 마이신 균을 집에서 키워 시장에 내다파는데, 아무래도 약 효능이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간혹 생명을 위협하는 일까지 발생해 당국에서는 순천제약공장 노동자들을 범인으로 주시하고 있다. 지난 7월 련포동에서는 개인이 집에서 만든 마이신 주사를 잘 못 맞은 환자가 목숨을 잃는 등 의약품 오용 사고가 여러 건 발생해 집중 단속이 되기도 했다. 당국에서는 “의약품만은 개인이 가공한 것이라면 용서 없이 무조건 회수하거나 몇 십 배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사건도 검찰소에서 주로 담당한다.

구성방직공장, 새 기계 잦은 고장에 낡은 기계 선호

평안북도 구성시 구성방직공장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모처럼 외국에서 새로 수입한 기계 설비를 새로 들였다. 작년 10월에는 평양방직공장에 기술자들을 파견해 설비 조작법을 익혀오게도 했다. 그러나 올해 2월부터 고장이 나 기계를 가동하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구성방직공장에서 내놓으라 하는 기술자들이 총동원돼 수리를 해보려고 했지만 고치지 못했다. 결국 평양방직공장 기술자들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최신 기계를 사용하면 8시간이면 될 일을 옛날 기계로 하면 3일을 걸려도 다 못하니, 고장 난 기계를 고치는 게 더 효율적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4월이 되자 또 고장이 나 평양방직공장에서 기술자 3명을 다시 불렀는데, 이들을 접대하는 일이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기술자들이 와서 머무르는 동안 최대한 편의를 제공해주어야 하는데, 한 번 올 때마다 최소 60만 원 이상 깨지기 때문이다. 구성방직공장도 북한에서는 손에 꼽히는 기업소이지만, 노동자들에게 식량 공급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재정 상황이 좋은 편이 아니다. 6월과 7월에는 노동자들에게 열흘 분량의 식량을 공급했지만, 8-9월에는 아무런 공급도 못해줄 만큼 재정이 열악해서, 평양방직공장 기술자들을 접대하는 것이 큰 부담이 된다.

6월에 다시 한 번 기계가 고장이 난 뒤로는 더 이상 평양 기술자들을 부를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수리하지 않고 오랫동안 기계를 방치하고 있는 데에는 최신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게 오히려 낫다는 일군들의 견해도 한 몫 한다. 무엇보다 불안정한 전력 사정이 쉽게 개선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빠르고 좋은 기계를 외국에서 들여와도, 전기가 들쑥날쑥하고 전압 변동 폭이 크다보니 기계가 쉽게 고장 나고 만다. 그때마다 수리를 해도 전기 사정이 열악해 얼마 못 가 다시 고장 나는 일이 반복된다. 게다가 옛날 기계에 노동자들이 30명 필요하다면, 최신 기계에는 5-6명밖에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변수다. 새 기계가 정상작동하면 공장 노동자 인원을 축소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공장에서 나가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장 일군들은 “생산이 좀 굼뜨더라도, 우리 실정에는 옛날 기계로 천을 생산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 정치생활

사리원, 청년동맹일군 동원해 비사검열

전국적으로 청년동맹일군들이 비사회주의 검열에 동원된 가운데 황해북도 사리원에서도 한창 비사검열이 진행되고 있다. 청년동맹일군들은 지난 2007년부터 올해 졸업한 청년, 학생 중에 직장에 나가지 않는 자, 무직자, 무질서를 조성하는 불량배들을 집중단속하고 있다. 단속된 이들은 교양지도원이 책임지고 관할하는 단련대에 넣거나, 교양을 시킨 뒤에 공장, 기업소에 배치한다. 사리원 청년동맹일군들은 시내 중심가와 시장 주변, 철도역 주변에 규찰대를 동원해 옷차림 단속도 강하게 하고 있다. 젊은 여성들이 중국산 일자바지나 목걸이 등 장신구를 하고 있으면 바로 회수하고, 청년동맹에 끌고 가 무보수 로동을 시킨다.

보위부, 한국 간첩망 경계 강화

지난 10월 11일, 국가안전보위부에서는 한국 간첩망이 형성되고 있다며 함경북도를 비롯한 국경연선지역에서 간첩 색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10월 15일에는 돈을 벌 목적으로 국가 기밀을 넘겨주는 간첩들을 일거에 소탕해야 한다며, 강한 대책을 세우라는 지시를 각 국경사령부에 내렸다. 국경 경비대 군관들과 내통해 밀수를 하거나, 친척 방문을 목적으로 중국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첫 번째 주요 감시대상자들이다. 또 가족 중에 행불자가 있거나 탈북자가 있는 집에 대한 감시와 경계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려단의 모든 보위부원들이 산하 대대에 내려가 군관과 군인 전체를 상대로 정치 사업을 시작했다. 국경 연선 초소에서는 아무리 사소한 비법 행위라도 적선관련 범죄로 밝혀지면 엄벌에 처할 것이라 강조했다.

주민들에게도 한층 강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0월 19일에는 국경에 파견한 보위부 간부와 보안서 서장이 직접 주재하는 인민반장 회의를 열고, “우리 도(함경북도)에서 사소한 사건이라도 걸리는 사람에게는 중벌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에 김책시 어느 공장에서 지배인 하던 사람이 해임철직 당하자, 죄를 뉘우치는 대신 나라와 인민에 불만을 품고 자기 가족과 다른 가족 두 세대를 꼬여 배를 타고 남조선에 달아났다고 해설했다.

회의가 끝난 지 몇 시간도 안지나, 그 날 저녁 온성군 종성구 3가족과 회령시 1가족이 중국에 도주하다가 붙잡혔다. 다음날, 도보위부와 국경경비려단에서 특별경비와 주민 통제 강화 지시를 내렸다. 아울러 국경지역에서는 어디나 할 것 없이 ‘무직자, 돈 내고 직장에 이름만 걸고 나가지 않는 자, 직장에 잘 출근하지 않는 자, 8.3으로 있는 자, 병원 진단서 끊고 출근안하는 자, 평시에 말썽을 자주 부리는 자, 전과가 있는 자, 탈북한 가족이 있는 자’ 등에 대한 구체적인 료해 사업이 시작됐다. 인민반장들에게는 담당 보안원을 잘 도우라는 지시를 따로 내렸다. 병으로 앓아누운 사람이라고 해도 반드시 집에 찾아가보고, 병원 진단서를 확인한 뒤 담당의사에게 가서 “병원에 몇 번 찾아왔는가? 병으로 출근할 수 없는 처지가 맞는가?” 등을 상세히 물으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다른 지역에 나간 사람들도 목적지와 이유, 만난 사람들을 상세히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강도 높은 감시 때문에 모든 단위와 부문에서 긴장 분위기가 역력하다.

■ 사회

청진 주민들, 자강도 희천발전소 물품 지원에 부담

함경북도 청진시 신암구역 인민위원회에서는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 지원 물자를 거두고 있다. 무엇보다 작업 공구가 부족하다며, 삽과 곡괭이, 정대, 해머, 장갑 등을 집중적으로 걷는다. 작업 장갑은 한 세대 당 5켤레씩, 나머지는 한 개씩 마련해줘야 한다. 여기에 위문편지까지 세대 당 2통씩 쓰라는 주문이다. 신암구역 주민들은 위문편지 쓰는 건 얼마든지 써주겠지만, 물건 내는 데에는 돈이 자꾸 들어가니 큰 부담이 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남포인민병원 개건사업에 의사들도 동원

평안남도 남포시 인민병원에서는 지난 150일 전투기간 동안 개건사업을 진행했다. 건설자재는 시에서 보급을 받았으나 충분하지 않아, 인민병원 의료일군들이 건설자재를 확보해야 했다.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자, 병원장은 급기야 시병원에 내려온 유엔약품 8지함을 시장에 내다팔았다.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외부 건설은 끝냈지만, 내부 공사는 100일 전투가 시작된 후에야 끝마칠 수 있었다. 10월 5일까지 가까스로 전체 보수공사를 마무리 지었다. 이 기간 동안 의사와 간호사까지 모두 건설현장에 동원됐다. 환자 진료는 하루에 2시간 정도만 하고, 나머지는 모두 공사 현장에서 보내야 했다. 식량문제로 의사들의 출근율이 점점 떨어지자, 남포시 시당에서는 10월 1일에 량정부와 보건부문에서 식량을 얼마간 확보해 일주일 분량을 겨우 배급했다. 본인 분량만 지급한 것이라, 가족들의 식량까지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 여성/어린이/교육

락원군 서중 중학교, 학습 실력 아직 미흡

함경남도 락원군에 신설된 서중 중학교의 실력이 아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중 중학교는 실력이 뛰어난 교사는 물론이고, 학교 시설도 잘 갖추어진 곳으로, 올 봄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현지 시찰을 하기도 했다. 국가적인 배려와 투자로 컴퓨터 20대를 비롯해 각종 실습실과 기자재들이 구비된 곳이다. 학생들이 대부분 군관이나 간부의 자녀들인데, 락원군에는 동해 함대 사령부가 있어 군관 자녀들이 절반가량 된다. 그 외 당, 행정, 법일군 자녀들이 30%, 단위 일군들의 자녀가 15%, 그리고 나머지 5%는 함대사령부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공장, 기업소 노동자들의 자녀들이다. 락원군이 토대 나쁜 주민들은 모두 추방되고, 사상이 건전한 사람들로만 구성돼 있는 곳이라 자녀에 대한 교육열도 높고 국가적인 관심도 큰 편이다. 이에 유능한 인재를 키운다는 목표 아래 건립됐지만,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은 탓인지 학생들의 실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다. 지난 9월, 학습 판정을 실시한 결과, 별 지원을 못 받은 다른 농촌 중학교 학생들보다 오히려 성적이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군당 교육부에서는 서중 중학교 학생들의 학과 성적은 물론이고 실습 능력을 더 높이는 방안을 힘써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국경연선지역, “150일 전투 덕분에 도강하는 여성 크게 줄어”

함경북도 국경연선지역 녀맹에서는 올해 150일 전투 덕분에 도강하는 여성들이 크게 줄었다고 자평했다. 물론 도강한 여성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최근 2년과 비교해보면 큰 폭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각종 노력동원과 교양사업으로 “조직사업을 잘 짜고 든 덕분에” 도강할 생각을 아예 내지 못하게 했다는 평가다. 회령시의 경우 150일 전투 기간 동안 여성들이 주로 건설 사업에 동원돼 육체적으로 고단한 나날을 보냈다. 아침에 나가면 저녁 9시가 넘어야 돌아올 때가 많았다. 건설장 일이 너무 고되다보니 집에 돌아와서도 저녁밥도 못하고 잠에 떨어지거나, 끙끙 앓아눕기 일쑤였다. 동원에 나가지 않으려면 돈을 내야하는데 하루 4천 원 정도는 기본이었다. 온성군에서는 일부 돈 있는 여성들이 몇 만원을 내고 동원에서 빠진 게 발각돼 문제가 되기도 했다. 온성군 녀맹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돈을 받고 동원에서 빼준 사실이 총화에서 밝혀진 것이다. 각종 명목으로 거둬들인 세외부담을 자기들끼리 나눠가진 혐의도 걸려 결국 해임됐다. 녀맹일군들의 비리에도 아랑곳없이 세외부담은 계속되고 있다. 10월 18일부터는 누에를 기른다고, 녀맹원 한 사람마다 현금 4,500원씩 거두고 있다. 돈을 못 내는 사람이 있으면, 수령님 유훈 교시 집행 방해죄로 10일 동안 교양반에 넣어 오전에는 학습을 시키고, 오후에는 노동을 시킨다. 얼마나 달달 볶는지, 어지간한 사람은 3일이면 손들고 나앉을 정도다. 무슨 방법을 쓰든 돈을 구해 교양반을 나오려고 한다. 노력 동원도 계속되고 있다. 녀맹원들은 도로, 다리 등을 건설하는데 흙과 자갈 등을 지고 나르는 일을 한다. 하루 동원 빠지면 5천원 벌금을 내야한다. 장기 환자라 해도 매일 2-3천 원씩 내야 한다. 요즘 100일 전투가 시작되면서 군당 일군들이 매일 녀맹원들을 모아 강연해설을 계속하고 있다. 요즘 계속 일하라는 소리 아니면 돈 내라는 소리밖에 없다며 여성들의 불만이 크다.

평안남도 녀맹, “조선 녀성의 불굴의 기개를 남김없이 떨쳐나가자”

평안남도 녀맹에서는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기 위한 오늘의 총공격전에서 조선 녀성의 불굴의 기개를 남김없이 떨쳐 나가자”며 조직정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평안남도 도녀맹위원회 책임일군들은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와 대안중기계련합기업소,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와 금성 뜨락또르 공장 등 주요 기업소에 내려가 해당 녀맹일군들과 녀맹원들을 앙양하기 위한 문제를 진지하게 토론했다. 이에 따라 천리마군 녀맹위원회와 대안군 녀맹위원회 등지에서는 녀맹원들과 ‘가족 지원대’를 조직하기로 했다. 매주 한 차례 정도 각 기업소의 노동 현장에 작업 공구를 지원해주거나 노동자들과 어울려 일도 하자는 것이다. 녀맹원들은 공구 마련비로 한 사람당 500원씩 내야 한다. 식량 사정으로 생계유지도 힘든 마당에 인민군대 지원 사업이요, 백두산 건설 지원 사업이요, 희천발전소 지원 사업 등 건마다 제기되는데, 여기에 도내 기업소들까지 지원하라니 너무 큰 부담이라며 말들이 많다.

■ 사건사고

온성군, 딸 도강하자 어머니 자살

지난 9월 24일, 함경북도 온성군 온성읍에서 딸이 도강하는 바람에 60대 어머니가 자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딸은 3년 전에도 도강을 했다가 3일 만에 붙잡히는 바람에 계속 교화소에 있었다. 그 어머니는 딸 뒷바라지 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당국의 감시와 눈치가 심해 고통스러워했다. 딸이 교화소에서 출소해 한시름 놓는 가 싶었으나, 식량난을 얼마 견디지 못한 딸이 다시 도강하고 말았다. 이웃들에 따르면, 어머니는 보안원이나 보위부원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딸이 어디로 갔느냐, 남조선에 가지 않았냐며 다시 괴롭히지 않을까 늘 걱정했다고 한다. 또 도강한 딸이 다시 붙잡히지 않을까 초조해하기도 했다. 계속되는 굶주림에 살아갈 낙이 없던 어머니는 결국 자기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집에 갔던 이웃들은 제대로 된 밥사발이 한 개도 없을 정도로 궁색한 살림살이에 놀라워하며, “이렇게 가난하면서 어떻게 교화소에 간 딸의 뒷바라지를 해왔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고, 딸 뒷바라지를 하다가 더 가난해진 게 아니냐는 사람도 있었다. 주민들은 요새 바짝 긴장태세에 돌입한 국경분위기에 눌려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정부가 백성을 살아가게끔 해주면 누가 제 집을 뛰쳐나가 다른 나라까지 갈 생각을 하겠느냐. 잘못은 나라에서 해놓고 백성들 목숨만 잡아댄다”고 수군거린다.

■ 논평

시장 폐쇄가 아니라 공장 활성화에서 해법 찾아야

시장을 둘러싼 주민과 정부 당국과의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평성시장을 폐쇄하는 극단적 조치까지 이뤄졌으나, 시장은 이제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방방곳곳에서 열리는 양상이다. 평성시장을 닫았더니 순천으로 몰리는 것도 그렇고, 청진 수남시장 대신 수성천 동둑 길 장마당이 성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은 더 이상 시장 매대에 연연해하지 않는 모습이다.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스스로 길을 찾아간다. 한 마디로 정부의 방침이 잘 안 먹히고 있다. 정부 방침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방침대로 하면 먹고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 당국은 과연 시장 폐쇄 조치로 무엇을 노리고 있는 걸까? 첫째, 사상적으로 내내 강조하듯 시장을 ‘비사회주의의 서식장’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황색바람을 막으려 아무리 모기장을 설치해도, 시장이라는 큰 구멍이 뚫려있는 한 속수무책이다. 자생적으로 발전한 시장을 어쩔 수 없이 허용하기는 했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안정되면 반드시 없애버려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둘째, 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국가에 돈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주민들에게는 돈이 있지만, 국가에는 돈이 없다. 시장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현금이 유통되고 있으나, 이것이 국가에는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도 은행에 돈을 맡기려 하지 않으니, 시장을 폐지하고 국영상점을 활성화해서 민간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의도이다.

그렇다면, 사상적인 측면에서의 시장 폐쇄 조치는 일단 논외로 하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과연 합리적인 대책이었는지 살펴보자. 시장이 폐쇄되면 국영상점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가정은 과연 합리적인 판단이었을까? 관련 소식들만 보자면, 가정부터 잘못됐던 것 같다. 평성 시장이 폐쇄됐으니 자연히 다른 시장들도 없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순천 시장이 새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 폐쇄 조치가 실패한 것이다. 국영상점은 어떤가? 제품 조달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전체 상품에서 무려 40% 가량을 판매원들이 각자 개인 돈벌이삼아 도매상인들에게 부탁해 채워 넣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국영상점에 물건을 넣으면 물건 값의 10%만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는 어음 결재하기 때문에 누구도 선뜻 물건을 넣으려 하지 않는다. 이처럼 시장을 폐쇄하면 도매상들이 국영상점에 몰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지방으로 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을 폐쇄하면 국영상점이 활성화되고, 은행에 돈이 들어올 것이라는 전제부터가 잘 못된 것이다. 국영상점을 활성화한다고 해도 시장의 편리성과 현금 유통 규모를 따라갈 수 없다. 게다가 국영상점에서 판매되는 상품들도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중국산이다. 국영상점 활성화 정책은 시장이 갖는 경제적 이점도 살리지 못하고, 국내 제품 생산을 촉진하지도 못하는 이도저도 아닌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해법은 이 두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일단 시장 폐쇄 방침은 철회돼야 한다. 현재 북한에서 그나마 경제활동이라고 할 만한 것은 주민들의 시장 경제활동이 대부분이다. 주민들의 시장 경제활동에서부터 국가 경제의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둘째, 시장이든 국영상점이든 중국산 제품을 채워 넣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국내산 제품으로 채워 넣으려면 경공업공장의 생산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 경공업공장이 일어나면 자연히 수입금은 은행으로 돌아간다. 국가로서도 재정 확충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당장 원료문제, 노후화된 설비 문제, 인력문제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해있다. 원료는 거의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니 외화를 써야하고, 원료를 수입해 제품을 만든다 해도 수출할 정도의 수준이 못되니 외화를 벌어들이지 못하는 악순환의 구조이다. 내수용과 수출용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 생산에 주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지금처럼 자력갱생만 외칠 것이 아니라 국가 주도의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 당에서는 사상문제로 사사건건 시장에 개입할 것이 아니라, 경제 전문가들에게 이 문제를 맡기는 결단이 필요하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지적하고 싶은 요지는,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할 문제를 시장 폐쇄와 같이 주민 생존을 옭죄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시장 폐쇄 조치는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 뿐더러,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해 민심만 나쁘게 할 뿐이다. 문제의 해법은 시장 폐쇄가 아니라, 경공업 공장 활성화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