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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332호

■ 집중탐구

내각 총리 사과 발언의 배경

지난 2월 초, 인민반장들과 인민위원회 주요 간부들이 참석한 총회에서 내각 총리는 “화폐 교환 이후 새해 초까지 국영상점 상품 판매 가격이 잘못 제정돼 인민들의 생활에 혼란과 불안정을 주었다”고 사과 발언을 했다. 이번 내각 총리의 발언은 화폐 교환 조치로 사회혼란이 가중된 데 대해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었다.

1.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 : 지방당 일군들과 인민들의 동요

화폐 교환 조치 이후 국내 외화 사용 금지, 시장 폐쇄 등 일련의 새 경제관리 조치는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체제로 회귀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지방당이 자력으로 확립해왔던, 일종의 분할경제체제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지방당에서는 자기 지역 주민들이 굶어죽는 것을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어, 학교와 병원, 기업소 등에 직접 농사를 지으라며 소토지를 내주었고, 주민들이 시장에서 장사하는 것도 묵인했다. 중앙당에서 개입할 때마다 단속을 하곤 했지만 그것은 시늉에 그치곤 했다.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는 대가로, 지방당의 경제도 비교적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2002년 7.1 경제조치 이후 지방경제는 계속 강화됐고, 실리 사회주의라는 명목으로 각 공장, 기업소의 생산 및 분배는 시장화됐다. 그러나 이번 새 경제관리조치는 인민들의 생활을 급속히 하락시켰고, 그들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 지방당 일군들 역시 타격을 입었다. 주민들과 간부들의 사상 동요가 우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05년 10월 배급제 정상화 시도가 실패한 이래 시장 금지 조치, 소토지 농사 금지 조치, 지방당 간부들과 무역일군들에 대한 사상 검열 등 중앙당의 통제가 강화돼왔지만, 역으로 그만큼 통제력이 약화돼 온 현실에 비추어보면 지방당 일군들과 인민들의 동요는 중앙당에서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더군다나 춘궁기가 아닌데도 식량문제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민심 동요는 중앙당의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2. 지방당 일군들의 문제제기

중앙당으로선 지방당 일군들의 고민을 아우르고 믿음을 심어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회의에서도 지방당 일군들은 크게 다음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첫째, 정말 준비성 있는 조치였는가?

지방당 일군들은 시장을 없앤 뒤 중앙에 의한 공급 체계가 가능한 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내각에서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장을 폐지했기 때문에 인민들의 생활이 급격히 하락하고, 사회 혼란이 조성된 것이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깔려있다.

둘째, 배급은 가능한가?

배급을 주는 것이 과연 가능하냐는 질문이다. 계속 배급이 없어 각 지역마다 아사자가 늘어나자 주민들의 반발이 날로 거세지는 형편이고, 이에 지방당이 받는 압박 역시 상당하다. 자칫하면 1990년대 중반 식량난의 비극이 재현될 우려가 있는데다, 도시빈민들의 아사자 발생이 소요로 이어질 우려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역사회를 1차적으로 통제하고 책임져야 하는 지방당으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평양의 경우 2월부터 배급이 정상화될 예정이나, 다른 지방에서는 식량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지방당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3. 중앙당의 입장 : “혼란은 인정하지만, 방향은 옳다”

인민 생활이 급격히 하락하고, 사회에 혼란이 일어난 것은 인정하지만, 새 경제관리조치의 방향은 옳다는 것이 중앙당의 입장이다. 김영일 내각 총리는 회의에서 “과격하게 진행한 부분이 있지만, 방향은 옳았다. 지금 일어난 문제들을 이제 곧 해소할 수 있다. 그러니 좀 더 참아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량 문제와 물품 공급을 곧 활성화시키겠으니, 다시 한 번 당을 믿고 따라와 달라며 이해를 구하는 발언이었다. 예전에는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고 시키는 대로 무조건 하라는 태도였다면, 이제 “당이 설정한 방향이 옳으니, 어렵더라도 좀 더 참고 따라와 달라”는 식으로 민심을 다독이는 태도였다. 이런 전례 없는 노력에도, 배급이나 식량 확보 등에 정확한 답변을 듣지 못한 지방당 일군들과 주민들에게, 중앙당은 더 이상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끝).

■ 사건사고

회령 오산동 화재사고 발생

지난 2월 13일 저녁 11시쯤 함경북도 회령시 오산동 22반 3층 2호에 사는 김모씨 세대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김씨의 두 자녀는 창문 베란다로 떨어져 간신히 목숨은 건졌으나 본인은 옷장 안의 돈을 꺼내려다가 전신 3도 이상의 화상을 입고 말았다. 병원에 급히 옮겨졌지만, 화상이 심각해 생명이 매우 위독한 상태다. 이번 화재는 김씨의 집에 있던 휘발유통에 실수로 불이 붙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방차가 출동하긴 했지만 불이 거의 꺼질 무렵에 도착해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돌아갔다. 다른 집들에도 불이 번져 피해 세대가 많지만 피해 보상대책은 없는 상태다.

■ 여성/어린이/교육

원산 꽃제비 70여명에서 계속 증가

강원도 원산시 당국은 철도역 대합실과 버스 정류소 등에 최근 부쩍 늘어난 꽃제비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산시당의 한 일군은, 여행객들이 식사하는 장소에는 어김없이 아이들이 몰려다니며 구걸하거나 훔치고 있는데 어림잡아 70여 명이 넘는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아이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서, 현재 원산시의 조건상 이들을 구제소에 밀어 넣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보통 9세에서 13세 미만의 아이들이 가장 많고, 더 어린 아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 사회

신의주 설 명절 전기 공급 평소와 마찬가지

평안북도 신의주에서는 설 명절에도 특별한 전기 공급이 없었다. 아침에는 6-7시 사이에, 밤에는 9시부터 11시 사이에 전기가 왔는데, 설명절 기간에도 저녁에 7-9시 사이 또는 9-11시 사이에 공급해주었다. 신의주 주민들은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식사를 하고, 들어오지 않는 시간에는 깜깜한 방에서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명절을 쇠었다. 신의주의 한 대학교 교원은 명절 공급으로 돼지고기 1kg를 1천원에 공급받았다며, 시장 가격보다 조금 더 싼 가격이라고 했다. 명절 전날 시장에서는 1kg에 1,200원에 거래됐다. 이들처럼 어느 정도 잘 사는 집들에서는 고깃국에 밥을 먹었지만, 돈이 없는 집들에서는 명절 기분도 못 느끼고 몹시 허기진 명절을 보냈다. 가난한 주민들은 평소에도 못 먹는 고통이 크지만, 명절날은 더 서럽고 눈물 난다며 우울해했다.

회령시 명절에도, 음식거리 공사 계속

함경북도 회령시는 중앙당으로부터 음식거리와 주방 공장 등 각종 건설 공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비판을 받고, 속도를 내기 위해 명절 휴일에도 공사를 진행했다. 건설 공사에 동원된 공병국 군인들과 청년돌격대원들은 음력설 당일에만 휴식하고, 15일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다. 살림을 하는 군인들에게는 하루 한 끼 정도는 흰쌀밥과 고깃국, 두부국, 술 200g을 주었고, 하전사 군인(사병)들에게는 옥수수쌀과 흰쌀이 7대 3으로 섞인 밥과 배춧국을 공급했다. 공사 인력들은 명절 휴일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보다 너무 열악한 공사 현장이 더 괴롭다고 말한다. 온돌도 없는 방에서 담요 한 장만 덮고 잠을 자는데 새벽 2-3시만 되면 추워서 잠을 더 이상 못 이룰 정도라고 한다. 예전엔 시당에서 공장, 기업소와 각 단위들로부터 후방 물자를 지원받아 나눠주곤 했지만, 이젠 그것마저 없어 더 고통스럽다고 했다.

시장도 명절 분위기 안 나

주민들의 생활형편이 어렵다보니 설 명절 전날 오후, 청진 수남시장에서는 설 명절을 쇠기 위해 장보러 나온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명절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고, 집집마다 조용하기만 했다. 먹을 것이 없어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겨우 목숨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명절이 돌아와도 사람들은 더 이상 즐거워하지도 반가워하지도 않는 모습이었다. 명절이 되면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집들도 멀건 고깃국이라도 끓여먹기 때문에 돼지고기 장사는 잘 되는 편이었는데, 올해는 10kg 파는 것도 어려웠다. 생활 형편이 너무 어려워진데다 물가 폭등으로 돼지고기 값이 너무 비싸졌기 때문이다. 예전에 돼지고기 1kg 사던 집들은 500g 사기도 버거워했고, 많이 사가야 1kg 정도에 불과했다.

청진 김책제철소, 2.16 명절 공급 없어 실망

함경북도 청진 김책제철소 노동자들은 2․16 명절에 얼마간의 공급이라도 나오겠거니 기대했다가, 배급이 전혀 나오지 않자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노동자들은 “장군님 생신을 맞은 이 기쁜 날에도 배급이 전혀 나오지 않으니, 이제 우리는 어찌 살아야 한단 말이냐. 다 굶어죽게 됐다. 이러다 우리 조선이 망하는 게 아니냐”고 수군거렸다. “백성들이 다 죽고서야 나라가 어찌 존재하느냐?”며 한탄하기도 했다. 김책제철소 노동자들 중에는 설맞이 음식을 하나도 준비하지 못해 명절을 쇠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거의 모든 세대 주민들이 하루에 죽 2끼 정도로 끼니를 해결하며,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편, 함경북도 김책시 성진제강소에서는 명절 공급으로 노동자들에게 술 1병, 밀가루 1,500g, 수입 콩기름 200g을 공급했다.

아사자 중에 폐결핵 환자 많아

보건당국에 따르면, 현재 굶어죽는 사람들 가운데 절반이 폐결핵환자이다. 주로 최저 기초생활마저 보장 못하는 절대빈곤 주민들이 폐결핵에 걸려 먹지도 못하고 거기에 감기나 독감에 걸려 사망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전국 각 도에서 관내 시, 군들의 보고서를 종합하면 올해 들어 1월 22일까지 중앙에 새롭게 보고된 폐결핵 환자 수만 4만 7천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아직 병원에서 진단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이 더 많을 것이라 한다. 중앙당에서 외국 주재회사들에 결핵약을 빨리 들여보내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으나 아직 별다른 소식이 없다. 홍콩의 한 제약회사에서 장기적으로 북한에 결핵약을 공급해주겠다는 제의도 있었지만, 중국 쪽에서 수속 절차에 문제가 생겨 당분간 보류됐다.

■ 정치생활

중국 도강했던 평성 여성들, 연일 화제

평안남도 평성시 주례동에서는 중국에 도강했다가 붙잡혀온 여성들에 대한 얘기가 연일 주민들 사이에 오르내리고 있다. 주례동에 사는 김명금(가명)씨는 지난 1월 20일, 함경북도 회령에 있는 친척의 소개로 중국에 도강했다가 이틀 만에 붙잡혀왔다. 화폐교환 조치 이후 먹는 날보다 굶는 날이 더 많아지자, 친척으로부터 중국에 있는 남자를 소개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중국에는 개도 이밥을 먹는다는 말에 솔깃해 어렵사리 돈을 꿔 회령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도강비가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내다가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강을 넘었으나 결국 이틀 만에 붙잡히고 말았다. 김씨와 비슷한 사연으로 도강했다가 돌아온 여성이나 가족들이 평성에서는 약 4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1월 31일 오후, 전원 평성 인근 농촌 마을로 추방됐다. 추방 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주민들은 “얼마나 매를 많이 맞았는지, 걷기도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청진 여성, “국가 시책 너무하다” 발언했다 보위부 끌려가

함경북도 청진에서는 수남시장에서 장사하던 여성이 화폐 교환 조치로 장사가 너무 힘들어 말 한 마디 잘못했다가 정치범으로 몰리는 일이 있었다. “국가 조치 이후 값이 너무 비싸져서 사람들이 물건을 사지를 않는다. 물가는 오르고 장사가 안 되니 먹고 사는 게 더 힘들어졌다. 국가 시책이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식으로 말했다가 2월 3일 보위부에 불려갔는데 그 뒤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여성과 함께 장사했던 사람들은 “정부를 비방하는 말을 망탕하여, 말반동을 색출해 첫 시범으로 만들어 나라 반역죄로 처리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며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엄포를 주려고, 시범삼아 잡아들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 경제활동

시장 한도가격 정해져도, 얼어붙은 시장 꼼짝 안 해

전국적으로 시장마다 100여개 상품의 한도가격을 게시했다. “한도가격대로 판매할 데 대한” 당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시당 일군들이 관련 업무를 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또, 시장 운영이 금지되면서 그동안 상인들이 미처 팔지 못했던 재고품을 가지고 나오거나 불량품을 팔고 있어도 그동안 무역 거래가 활발하지 못해 물품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 이를 제지하지도 못한다. 현재 시장에서는 새 화폐로 거래하는 대신 위안화나 달러 등 외화로 거래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새 돈의 가치가 계속 떨어져 전에는 인민폐 100위안이면 쌀을 22kg 가량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11kg 정도밖에 사지 못하고 있다.

상품의 한도가격을 기존 시가보다 낮춰 정해도, 시장 가격이 여전히 비싸 주민들이 구입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시장뿐만 아니라 수매상점에서도, 물건이 워낙 부족할뿐더러 개인 장사꾼들이 위탁으로 넣은 상품들은 가격이 너무 비싸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성에는 계획의 10%도 달성하지 못하는 수매상점들이 많다. 수매상점의 책임자들 중에는 개인 장사꾼들에게 “가격이 비싸서 못 팔겠다”고 물건을 돌려줄 테니 환불해달라고 하기도 한다. 장사꾼들 역시 현재 가진 돈이 없어 “물건을 못 팔아도 좋으니 그냥 넣어두라”는 정도로 대응하고 있다. 상거래가 잔뜩 위축된 상태에서 여전히 물건 유통도 잘 안 되고,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장사벌이가 잘 안 돼 식량구입에 애를 먹고 있다. 화폐 교환 조치 이후 시장이 가장 흥성거렸던 때는 주민들에게 배려금을 지급해 농민과 주민들이 대거 살림살이를 구입하러 나온 때뿐이다. 지금은 시장에 물건을 사러 나오는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배급가격 재조정됐으나, 배급 없어 무의미

쌀이 kg당 24-25원, 옥수수 9원, 옥수수쌀 13원, 옥수수국수 10원 등으로 배급가격이 재조정됐다. 주민들이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현실을 파악한 중앙당에서 식량 가격만이라도 빨리 규정하고 정화시켜 주민들의 생활을 안착시키기 위해 이같이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에서 판매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지만, 배급이 없어 사실상 별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곡창지대인 평안남도, 황해도, 함경남도 지역에서조차 주민들에게 배급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 농사가 잘 안 된 상황에서 군량미 계획량을 바치다보니 안쪽 지방의 식량 사정이 악화됐다. 현재 식량이 배급되는 단위는 군부 산하 계통의 기업소와 군부대 가족들 정도이다. 식량 수송 과정에 그리고 계급에 따라 층층이 빠져나가는 식량 유실분이 평년보다 더 늘어, 이들조차 일부 특수 계층을 제외하고는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형편이다. 그 외 일반 주민들에게는 배급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 식량소식

신의주, 빈곤세대에 구제미 배분

평안북도 신의주에서는 수문동에서 굶어죽은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자, 다른 동까지 확대해 주민들의 식량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집에 낟알이 한 알도 없는 세대가 너무 많아, 인민반마다 5kg에서 25kg 가량의 구제미를 빈곤 세대에 나눠주게 했다. 그러나 일반 주민들에게는 단 1g의 배급도 없는 상태다. 신의주 주민들은 “2.16명절을 맞으면 주겠는지, 지금은 낟알 한 톨 꼴 보기도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직장들도 식량문제 때문에 비상이다. 특수기관들은 입쌀에 옥수수, 콩 등을 섞어 가족 분까지 계산해 전량 배급을 실시했지만, 힘이 없는 단위들과 일반 직장들에서는 배급용 식량을 확보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일례로 신의주 의학대학교는 올해 들어 아직까지 교원 배급이 없고, 타올 공장에서는 작년 12월과 올해 1월 배급으로 중국 쌀을 얼마간 주었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남신의주에 사는 리계순(가명)씨는 “우리 옆집에는 식솔이 9명인데 그 중에서 배급 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우리 아빠트에서 쌀을 한 되박(1.5kg)이라도 먹는 집 찾아보기가 어렵고, 절반 정도는 옥수수국수를 먹는 집”이라며, 먹는 문제가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신의주 시당에서는 화폐 교환 조치 이후 보안기관에서 식량 단속할 때 몰수했던 식량을 모두 제 주인에게 돌려주라는 내부 지시를 내렸으나, 보안원들이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보안일군은 “몰수한 식량이 아직도 있겠나? 모두 그때 그때 해치웠는데”라며, 돌려줄 식량이 없다고 말했다.

■ 시선집중

신의주 인민반 회의, “경제 지도일군들의 잘못으로 인민 고통”

평안북도 신의주에서는 지난 2월 7일 아침, 각 동사무소에서 인민반별로 “모두 다 신심과 락관에 넘쳐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투쟁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서자”는 주제로 회의를 했다. 화폐 교환 조치 이후 “일부 경제지도 일군들의 잘못으로 가격 제정과 상품 보장을 원만히 하지 못해 인민 생활에 고통을 주었고, 경제를 곤란에 빠뜨렸다”며 1차적으로 식량과 필수품 가격을 최대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안당국에서도 인민생활이 안정될 때까지, 장마당에서 식량 판매 단속을 실시하지 않을 것이며, 각 시, 군별로 식량 유출을 통제하던 것도 해제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종전처럼 시장에서 식량 판매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으며, 농촌 마을에 나가 식량을 구해올 수 있게 됐다.

중앙당,“이유 불문, 시장을 종전대로 열라”

당중앙위원회는 중앙당 경제정책검열부에서 올린 전국 각지의 식량난과 주민 생활 실태 조사 보고서를 검토한 뒤 시장을 다시 허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중앙 공급이 원활해지기 전까지, “전국적으로 모든 시장을 이유 없이 종전대로 열라”는 내용이었다. 이어 “식량에 대한 단속을 절대 하지 말 데 대한” 지시를 각 법 기관에 통지했다. 인민보안성에서는 이 지시를 받아, 각 도, 시, 군 보안당국에 “위법품들 외에는 시장 단속을 절대하지 말며, 식량에 대해서는 더욱 단속하면 안 된다”고 특별 지시를 내렸다. 또 “보안원들은 시장에서 장사꾼들과 말다툼하거나 시비를 걸어서는 안 되며, 간혹 장사꾼들끼리 싸우더라도 나서서 화해를 시켜야지, 개입하거나 단속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까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