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사고

1월 초, 평양시 정전으로 교통 혼란

지난 1월 8일, 평양시 거의 모든 지역에서 정전으로 교통이 마비되고, 민가에 조명과 난방용 전기도 끊겨 일시적으로 혼란이 일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침 10시부터 버스와 궤도전차, 지하철이 모두 멎었는데, 지하철의 경우 역과 역 구간 사이에 2시간 이상 멈춰서는 바람에 승객들이 안에 갇혀 버리고 말았다. 그 안에서 꼼짝 못하고 있다가 철도 안내원들의 안내에 따라 철길을 따라 굴 밖으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잠시 동안의 혼란이었지만, 집보다 온기가 있어 안에 있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철도 일군들은 정전이 이렇게 오래 지속된 적이 없었다며 의아해 했다. 평양 시민들은 이날, 이곳저곳에서 전력 공급이 안 돼 혼란이 빚어지자 “불순분자들이 고의적으로 저지른 행위”라고 말들이 많았다.

■ 여성/어린이/교육

청진 역과 수남시장에 꽃제비들 꾸역꾸역 모여들어

함경북도 청진에서도 집을 팔아 한겨울에 한지로 나앉게 된 주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식구들과 철도역으로 몰려가 꽃제비 생활하는 가족 꽃제비들도 있고, 어디론가 도망가 버린 부모 때문에 졸지에 고아가 된 어린 꽃제비들도 있다. 청진역 대합실에는 가족 꽃제비가 이미 10여 세대를 넘어섰지만,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아직 날씨가 추워 몸을 좀 녹이려고 대합실 안에 들어가 구석진 곳에 비닐박막을 구해 바닥에 깔거나 몸에 칭칭 감고 자는데, 역관리원들에게 쫓겨나기 십상이다. 역 다음으로,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꽃제비들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곳은 역시 수남시장이다. 시장이 아직도 예전의 활기를 못 찾고 있지만, 그나마 먹을 것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꽃제비들이 매일 꾸역꾸역 모여든다. 꽃제비들은 삼삼오오 떼를 지어 낮엔 수남시장 장마당을 떠돌고, 밤엔 오물장 구석에 불무지를 만들어 숙영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 사회

“백화점 당분간 운영 안한다”공지에도 사람들 몰려

지난 1월 26일, 평양과 신의주 등 주요 도시에서는 3방송을 통해 “시내 백화점들을 당분간 운영하지 않으므로, 문을 두드리거나 줄을 서서 기다리는 현상이 없어야겠다”는 공지를 내보냈다. 동사무소에도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해 숙지하도록 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에는 시장이 허용되기 전인데다 상점마다 물건이 부족해 주민들이 물품을 구할 수가 없는 실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상점과 외화상점들의 운영이 당분간 중단된다는 공지에도 아랑곳없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문을 두드리거나 심지어 유리 창문을 부수는 일도 일어났다. 문을 열지 않는데도 사람들이 모여들자, 국영상점과 외화상점들에서는 밤낮으로 경비원을 세워야 했다.

평양제1백화점, 국정가격 판매에 사람들 몰려 사고

평양제1백화점에서는 가루비누, 담배, 당과류 등 식품과 상품들을 국정가격에 한정 판매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시장 물가를 감당할 수 없는 평양 주민들이 제1백화점으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사고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원래 정해진 날짜에 물건을 살 수 있는 상품권이 발급되는데, 물건 수량이 부족해 다른 날 오라고 해서 자꾸 미뤄지다 보니 날짜와 상관없이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게 된 것이다. 이렇다보니 지난 1월 중순에는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위층에서부터 아래층까지 늘어선 줄에서 한 사람이 부주의로 넘어졌고, 뒤에 있던 사람들이 연달아 넘어지는 바람에 제일 뒤에 섰던 여성이 밑에 깔리는 참사가 일어났다. 그 여성은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여러 명이 다쳐 병원에 급히 이송됐다.

■ 정치생활

흥남보안서, 마약 제조법 배포 대학생 검거

함경남도 흥남시 보안당국에서는 지난 2월 27일, 마약 범죄로 약학대학 3학년 학생 3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빙두(마약) 제조법을 상세히 적어 판매, 배포한 혐의로 체포됐다.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하고 제조할 수 있도록 만들어, 한 권당 5만 원씩 받고 판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판매된 개수만도 3천 권이 넘어 함경남도 관내는 물론 함경북도 청진과 평안남도 평성, 순천 등지까지 퍼졌다. 보안당국의 한 관계자는 “마약의 해악을 모르는 백성들도 이 책을 보고, 마약 사용에 대한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아주 악질적인 범죄”라며, 엄중한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 경제활동

강계시 노동자들, 량곡사업소 털이 사건

자강도 강계시 한 외화벌이 사업소 로동자 박인철은 가족과 함께 며칠째 먹지 못해 굶다가 온몸이 퉁퉁 부어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누워 지냈다. 외화벌이 사업소라 먹고 사는데 큰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에 화폐 교환 조치 이후 무역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면서 처음으로 먹는 문제로 고생하게 됐다. 그러다 이렇게 죽느니 차라리 속 시원히 반항 한 번 해보고 죽어야 한이 없는 거라면서, 굶고 있는 직장 동료 몇을 불러내 외화벌이사업소에서 관리하는 량곡 창고를 털어 식량을 나눠 가졌다. 이들은 다음 날 곧바로 붙잡혔고, 이 사건은 중앙당에까지 올라갔다. 중앙당에서는 사건 수사를 위해 조사원 3명을 파견했다. 량곡 창고가 털린 일이라 가볍게 처리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다지만, 발생의 원인은 너무나 단순하고 분명했다. 여러 날 굶다 못한 노동자들이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벌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수사하러 파견된 일군들도 이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을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차원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민들에게 법의 위엄을 보여줘야 한다며, 박씨 일행을 사형에 처하기로 했다. 박인철은 “세상이 참 무심하다. 배급도 안주고 월급도 안주는 공장에 비오나 눈 오나 출근해서 기계 선반위에 쓰러져 숨이 져도 일군들은 속수무책이고, 그저 로동자들더러 사상이 병들고 혁명성이 없다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비판만 해댄다. 그러면서도 정작 구제책은 없으니 로동자들은 살아도 죽어도 불쌍한 인간들이다. 난 그래도 배부른 귀신이 되어 죽는다”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강계시 노동자들, “죽으라는 세상이냐”며 집단 결근

자강도 도당의 한 간부는, 강계시의 경우 지옥이 따로 없다고 말한다. 이 지역 노동자들은 배급을 받지 못하면서도 100% 출근을 강요받고 있다. 중앙당에서 하도 ‘강계정신’을 따라 배우자며 선동하는 통에, 강계 노동자들이 솔선수범을 보여야한다는 압박 때문이다. 그러나 화폐 교환 조치 이후 극심한 식량난에 처한 노동자들은 “죽물이라도 먹어야 공장에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며 “도대체 사람이 살라는 세상인지, 죽으라는 세상인지 모르겠다”고 점점 불만을 노골적으로 터뜨리는 상황이다. 일부 노동자들은 “공장에 무단으로 결근해 보안서에 끌려가 맞아 죽으나, 이렇게 굶어 죽으나 마찬가지니 끝까지 가보겠다”며 반발감에 집단으로 출근하지 않고 있다. 비단 자강도뿐만 아니라, 현재 전국적으로 민심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각 도급 간부들은 공공연하게 “현재 국면을 헤쳐 나가자면 오직 중국에 손 내미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 식량소식

김책 성진제강소, 묵지가루밥 한 끼 분량을 두 끼로 나눠 배급

함경북도 김책시 성진제강소에서는 지난 1월 5일부터 2월 24일 동안 굶어죽은 노동자가 38명, 당장 가마솥에 끓여먹을 것이 없어 출근을 못하는 사람이 140여 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들이 굶어죽어 나가자, 성진제강소에서는 배급을 풀기 위해 강철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무역이 중지돼 중국에 보내지 못하는 바람에 식량을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 합숙 식당에서는 지난 1월 20일부터 25일까지는 옥수수국수를 하루에 한 끼 내지 두 끼 정도 공급했으나, 2월부터는 묵지가루밥 250g을 하루에 두 끼로 나눠주고 있다. 이처럼 제강소에서는 식량사정이 여의치 않자, 적은 양이라도 한 끼 먹을 것을 하루에 두 세끼로 나눠주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3월 2일, 청진 쌀값 800원, 1달러 1,600원까지 올라

함경북도 청진에서는 쌀값이 800원까지 올랐다. 1월 10일 60원에서 13일 180원으로 3배 상승한 뒤 240원, 280원, 350원, 500원, 650원하다 급기야 1,100원까지 폭등하기도 했다. 시장 운영이 재개되면서 2월 들어 580원, 470원, 450원, 400원 등 다소 하락세를 보였지만 등락을 거듭해왔다. 그러다 3월 2일 현재, 800원까지 다시 상승하고 있어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화도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주민들이 사회혼란이 심해지자 북한 돈으로 거래하지 않고 외화로만 거래하다보니, 북한 화폐 신용도가 급락을 거듭해 3월 2일 현재, 1달러당 1,600원, 위안화는 1위안당 2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위안화를 더 많이 사용하는 주민들 사이에는 위안화가 350원까지 올라갈 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외화가 오르면 오를수록 식량 값과 생필품값도 올라가기 때문에, 주민들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 시선집중

신의주, 아사자 300여명, 아사위기 1,000여 세대

평안북도 남신의주에 이어 현재 신의주 중심구역에서도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 신의주 해방동, 백사동, 남송동 등에서는 2월에 들어서면서 굶주림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 둘 죽어나가고 있는데, 시당 조사에 따르면 2월 20일 현재, 약 300여 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식량이 없어 당장 굶어죽게 된 집들은 약 1,000여 세대에 이른다. 한 시당 일군은 “고난의 행군시절에도 굶어죽는 사람이 없었던 신의주에서 300명이 죽었다는 것은, 전국 상황이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것도 보릿고개를 한참이나 앞두고 있는데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나라가 이젠 망할 대로 망했다는 소리다. 우리 시가 이럴 정도면 함남, 자강도, 강원도는 어떤 상황일지 상상하기도 무섭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나마 도당급 간부들이 모여 살고 있는 본부동과 말단 기관 일군들이 모여 사는 신원동에서는 아직까지 굶어죽었다는 얘기가 들리지 않는다. 아직 이 쪽 구역 사람들은 먹는 문제로 크게 고통을 당하는 상황이 아니다. 저녁이 되면 본부동과 신원동에만 전기가 반짝반짝 들어오고, 나머지 해방동, 백사동, 근화동 지역들은 깜깜한 것에서도 생활수준 차이가 난다. 신의주 주민들은 어둠 속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그 어느 때보다 기나긴 겨울밤을 보내고 있다. 평안북도 도당의 한 간부 역시 “신의주뿐만 아니라 우리 도 전역에서 사정이 괜찮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며 개탄했다.

평양, 굶주려 죽고 얼어 죽는 노인들 많아

평양시도 예외는 아니다. 선교구역과 사동구역, 순안구역 등에서는 먹을거리를 찾아다니다 기력이 다 해 길거리에 쓰러져있는 노인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은 그저 무심히 보고 지나칠 뿐이다. 지난 1월부터는 밤새 얼어 죽은 노인들도 나타나고 있다. 사망자 확인을 하러 온 의사들에 따르면, 너무 오래 굶주려 기력이 없는데다 집이 추워 밤새 얼어 죽은 것이라고 한다. 지난 1월 중순, 대동강 문수거리에서 죽은 노인들이 몇 명 발견된 후 선교구역, 순안구역 등으로 퍼지고 있다. 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 대동강 변에는 얇은 홑옷 한 장 걸치고,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해 지친 몸을 이끌고 강변 의자에 앉아 졸다가 그대로 얼어 죽은 노숙자들의 시체가 몇 명씩 발견되기도 했다. 반면 중구역과 평천구역 등은 다른 구역에 비해 생활형편이 양호한 편이다. 이 구역에서는 다른 구역에 비해 굶어죽는 사람은 아직 없다. 평양시는 2월초에 명절배급으로 10일분 식량을 풀어준 것 외 아직까지 아무런 배급도 하지 못했다.

순천과 평성, 아사자 발생 심상치 않아

평안남도 순천시와 평성시에서 발생하고 있는 아사자 발생 현상이 심상치 않다. 시당 일군들이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이렇게 많은 사람이 굶어죽고 있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현재 정확한 숫자는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1월 중순 이후 한 달 사이에 벌써 몇 천 명이 죽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성시당의 한 간부는 “3~4월에 당장 보릿고개가 들이닥칠 것이다. 아무런 대책 없이 이대로 나간다면 그때가 되면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평성시당에서는 현재 전국적으로 굶어죽는 주민이 제일 많은 순위를 순천시, 덕천시, 평성시 등으로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