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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336호

■ 논평

인도주의 식량지원으로 사람부터 살려야

민심이 술렁이고 있다. 밖에서 정도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전해지는 소식들로 유추해보면 점점 심각해지고 있지 않나 짐작된다. 고난의 행군 시절에 나돌았던 “수령님 시기가 그립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퍼지는 상황이다. 예전에도 정부가 하는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이제는 미국과 남한의 대북 ‘고립압살 책동’때문이라는 설명도 통하지 않는 것 같다.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조차 화폐 교환 조치 후 물품 대비책도 없으면서 시장을 금지시킨 것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민심이반의 징후는 북한 정부가 가장 걱정해야할 대목이기도 하다. 북한 당국이 자랑하던 ‘사상 강국’의 면모가 무너지고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년 농사는 가뭄으로 흉작이었고, 겨울에는 혹독한 추위를 겪었다. 게다가 정부의 화폐 정책으로 모아둔 돈은 휴지조각이 됐고, 그나마 새로 받은 돈도 물가 상승을 못 따라가고 있다. 물가 불안정에 식량이 있어도 시장에 내놓지 않아 돈을 주고 사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다. 사람들은 굶주린 창자에 집어넣을 것이 없어 쓰러지고, 결국 소리 없이 죽어가고 있다. 뒤늦게 사태파악에 나선 정부에서 부랴부랴 식량문제를 해결하라고 아래 단위들을 닦달하지만, 단동, 심양에 나간 이들도 식량 1톤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는 상황이다. 일련의 새 경제관리조치는 안 그래도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을 아예 죽으라고 떠미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북한 당국은 이런 결과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져야한다. 가장 먼저, 현 시기의 위급한 상황을 남한 정부와 국제사회에 사실대로 알리고 인도주의 식량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유엔의 인도주의 지원 원칙 3항에 “인도적 지원은 기본적으로 지원을 호소하는 국가의 요청과 동의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북한의 요청이 없으면,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며, 설사 알려내는 곳이 있다 해도 한갓 주장으로 그칠 뿐 실질적인 지원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10년 넘게 북한에 인도주의 지원을 해왔지만 달라진 것이 없었다는, 이른바 ‘인도주의 지원 피로감’이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아무리 사람이 굶어죽고 있다고 말해도, 직접 보고 듣지 않는 이상 “북한은 늘 식량이 부족하지 않냐? 다들 알아서 먹고 사는 방법을 깨쳤으니 대량아사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의 규범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이면 남한 정부와 국제사회의 인도주의 지원을 다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남한 정부는 북한 정부의 식량 지원 요청에 적극 화답해야 한다. 북한에 신종독감 발발 소식이 전해지자 발 빠르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실행했던 일은 대북 지원 정책의 좋은 선례가 된다. 남한 정부는 현재 북한의 식량 상황이 인도주의적으로 위급한 상황인지 실태 파악에 나서는 한편, 북한 정부에서 세세하게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북한 주민을 살리는 일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북한 주민은 남의 나라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와 함께 살게 될 또 다른 우리 국민들이다. 그들을 살리는 것은 우리의 중대한 책무이다. 그들이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이 때, 누군가 자신들을 걱정하고, 도와주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려내자. 나중에 10만 톤을 주는 것보다 지금 1만 톤이라도 바로 주는 것이 북한 주민을 살리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그러니 남한 정부는 언젠가 하나가 될 미래의 우리 국민들에게 시급히 인도주의 식량 지원에 나서 희망이 돼주어야 한다. 지금은 정치적 계산을 할 때가 아니라, 사람을 살릴 때이다.

■ 사건사고

온천군, 하루 5-6건 강도사건 발생

평안남도 온천군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가 너무 열악해지면서 민심이 흉흉해지고, 강도들이 활개를 치는 등 치안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온천군 관내에 2월 달 들어서 하루 평균 5-6건 이상의 강도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월 26일에는 온천읍 19반 1지역관내에서 한밤중에 두 세대가 연달아 강도를 당해 각각 현금 10여만 원과 20여만 원, DVD록화기와 자전거 등을 빼앗겼다. 평소에도 두 집은 대단히 잘 사는 집으로 유명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강도들이 버젓이 흉기를 들고 집에 오는 손님처럼 문을 열고 들어와 어린아이와 여성들을 위협하고, 돈과 간단한 집기물들을 내놓으라고 윽박질러 챙긴 뒤 유유히 빠져나갔다고 한다. 강도를 당한 집의 한 아주머니는 너무 놀라 갑작스런 충격으로 쓰러져 시급히 병원에 옮겨졌다. 이런 사건이 매일 발생하고 있으나 온천군 군당과 보안서에서는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

■ 여성/어린이/교육

원산 조군실사범대 1학년 자퇴생 증가

강원도 원산시 조군실사범대학 1학년들 중에 최근 들어 자퇴생이 급속히 늘고 있다. 작년 12월 5일부터 신종독감으로 방학한 뒤 올해 1월 10일 개강했으나 학교로 돌아오지 않은 학생들이 많았다. 화폐 교환 조치와 맞물려 집안 살림살이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대학생 자녀 뒷바라지하기가 부담스러운 집이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개강 직후 학교에 돌아오지 않거나 중도에 자퇴한 학생이 1월에 27명, 2월에는 22명이었다.

■ 사회

먹고 살기 힘든 때 세외부담 너무 과중해

하루 벌어먹고 살기도 힘든 요즘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세외부담 과제가 내려오자, 주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역과 단위에 따라 품목과 수량에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인분토 세대당 2톤, 파철 과제 1년분 42kg, 도로포장용으로 옥수수알 크기로 깬 자갈 250kg, 충성의 외화벌이용 파지 매달 3kg, 군대지원용 돼지고기값 세대 당 500원 등이다. 인분토나 파철, 파지의 경우 직접 구하지 못하면, 현금으로 내라고 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받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물론 이것을 기회로 인분토를 부지런히 모아 팔거나 하루 종일 자갈을 깨서 팔아넘기며 끼니벌이를 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그 외 일반 주민들에게 세외부담은 과중할 수밖에 없다. 평안남도 평성시에서는 세외부담을 내라는 독촉에 화폐 교환 조치를 비난하며 신세 한탄을 하는 사람이 많다. 평성동에 사는 김화선(가명)씨는 “2월 달에 우리나라 경공업공장들이 인민생활소비품 생산계획을 초과 완수했다고 신문방송에서 떠들지만, 초보적 필수품인 치약, 세숫비누, 빨래비누 한 장 국정가격으로 공급하는 게 없다. 쌀값이 올라 숨찬데 거기다 세외부담이 끝이 없으니 사람 죽겠다. 화폐 조치 후 국가가 가격 제정을 잘 못해 인민생활에 혼란만 주었다. 새 가격을 내왔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 상품을 풀어주고 화폐개혁을 해야지, 가격만 있고 상품은 없는데. 살기 힘들게 만들어놓고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이제는 더 이상 아무도 믿지 못 하겠다”고 말했다.

■ 정치생활

회령 망양동 분주소, 강도에 너무 가혹한 매질

요즘 부쩍 강도, 살인사건 등 강력범죄가 늘고 있는데, 주로 생계 문제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 함경북도 회령시 인계리에서는 지난 2월 27일 밤 10시경,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보안원을 누군가 몽둥이로 쳐서 쓰러뜨리고 자전거를 빼앗아 달아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다행히 심하게 맞지 않은 보안원이 휴대 중이던 권총을 꺼내 위협사격을 가해 강도를 쉽게 붙잡았다.

붙잡힌 주민은 은덕군의 ‘7월 7일 공장’노동자로, 그의 아내는 2년 전에 중국으로 떠났고, 현재 가족이라고는 올해 5살과 8살 되는 남매가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먹고 사는 게 힘들어 이번에 강도짓을 벌인 것이었다. 그런데 망양동 분주소에서 그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너무 가혹하게 매질을 해 신체에 심각한 위해를 입혔다. 그는 오랫동안 굶주려 신체가 허약해진 상태에서 무지막지하게 매를 맞은 나머지 운신을 못하는 상태가 됐다. 분주소 측에서는 은덕군 보안서에 범죄자를 데려가라고 통보했으나, 앉지도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나중에 혼자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회복되면 데려가겠다는 답변만 들었다. 현재 그는 매를 너무 심하게 맞아 음식을 주어도 먹지 못하는 상태이며, 가까스로 넘겨도 다시 토해버리고 하루에 두세 번씩 의식을 잃는 등 상태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재수 없는 사람은 뭘 해도 안 된다더니, 강도짓을 해도 하필 보안원을 건드려서 송장이 될 것이 뭐냐. 아무리 제가 당한 것이라지만, 보안원들이 너무하다. 날강도짓은 자기들이 더 많이 하면서 사람을 다 죽게 만들다니, 없이 사는 사람만 불쌍하다”며 오히려 그의 처지를 동정하고 있다.

함북 도검찰소, 식량 가격 올린 무역회사 단속

함경북도 도검찰소에서는 올해 1-2월 두 달 동안 식량을 쌓아두고 가격이 오를 때까지 팔지 않은 무역회사들을 적발해 검거했다. 돈주들과 결탁해 쌀을 팔지 않기로 담합해 값을 올린 무역회사들이 주로 단속됐는데, 청진에서만 무역일꾼 6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창고에 몇 십 톤씩 식량을 저장해두면서도 시장에 내놓지 않았다. 이 소식에 청진시 주민들은 “식량을 깔고는 팔지 않아 돈 있는 사람도 못 사먹었다”며, “백성들의 힘든 처지를 뻔히 알면서도, 굶어죽는 것을 구경만 하고 있었으니 그 죄가 매우 괘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 경제활동

무역성, 식량 1천 톤 수입 자금 문제로 지연

무역성의 한 간부는 입쌀 1,000톤을 수입하려고 계획 중이나 자금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측으로부터 남포항에 도착하는 조건으로 톤당 410달러가 제시됐지만, 아직 지급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미뤄지고 있다. 무역성에서는 식량이 수입되면 빈곤가정에 먼저 배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 식량소식

김책제철소, 옥수수국수 1kg로 12명분 점심식사

함경북도 청진 김책제철소 노동자들의 식량사정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선철을 수출한 대가로 받은 비료와 비닐박막 등을 회령시 농촌경영위원회에 넘겨주고 대신 옥수수를 받기로 했으나, 운송수단 문제로 시일이 지체되면서 유실량도 상당히 많았다. “이대로 며칠 지나면 굶어죽을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간부들이 걱정할 정도로 식량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전 작업이 끝나면 점심을 먹으러 집에 가야 하는데, 먹을 게 없으니 다녀오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 대부분 기업소에서 자체로 운영하는 구내식당에 가서 옥수수국수를 먹는다. 옥수수 1kg을 물에 불리면 대체로 12명이 먹을 수 있다. 김책제철소 후방부에서는 노동자들이 먹은 점심식사 표만큼 배급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식비를 계산한다. 노동자들은 공짜로 먹는 것도 아니고 양도 얼마 되지 않지만 집에서 쫄쫄 굶는 것보다는 낫다며, 식사라고 하기 민망한 식사를 끝내고는 직장 휴게실에서 누워 허기를 참으려고 애쓴다. 오후 2시부터 작업을 재개해 저녁 7시에 퇴근한다. 몹시 허기진 상태에서 일하다보니, 노동자들은 교화소 죄수들이 강제로동하는 것과 똑같다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 시선집중

여자 장사꾼, 화폐 조치에 “나도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

이번 화폐 교환 조치로 인민 생활수준이 급락하자, 위로는 상층간부들부터 아래로는 일반 주민들까지 말들이 많다. 이번 화폐 교환에 대해 주민들은 대체로 실패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날그날 장사해 번 돈으로 근근이 먹고 살아가던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밥줄마저 끊겨 죽을 쑤어 먹거나 옥수수와 옥수수 깡치를 갈아 버무려 먹고 있는 상황에서 굶어죽는 사람들까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국영 공장들도 원료 가격이 맞지 않아 가동을 멈추는 바람에 상품 유통이 더 어려워졌고, 물가가 너무 비싸 시장과 국영상점들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주민들은 “사람들 속에서 불만이 조성되는 것 자체가 화폐 교환이 실패했다는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한 여성은 “나에게 화폐 교환을 시켜도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도대체 누가 이런 식으로 하는지 한심하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이다.

1월 중순부터 각지에서 굶어죽는 사람들이 나타나는데도 국가적인 대책이 뒤따르지 못하자, 지방에서는 이번 화폐 교환 조치를 조직하고, 진행한 일군들에 대해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아무리 국가에서 공급을 받으며 사는 간부라고 해도, 밑바닥 인민들의 생활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경제학의 초보도 못되는 완전 무식한 사람들이 탁상공론 끝에 깜짝 수를 써서 일시적인 리득이나 챙기고, 나라 경제를 파탄으로 이끌어 인민들의 생활을 도탄에 빠뜨렸다. 그들이 목숨을 내놓는다고 하여도 그 후과를 보상할 수도 없다”는 등 상당히 강도 높은 비판들이 제기되기도 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예전만 해도 지방에서 중앙당에 이런 신소가 올라오기가 어려웠는데, 이제는 중앙당에서도 모른 체하기가 어렵게 됐다. 신소를 조금만 무시하거나 비판하는 태도를 보여도 전국에 혼란스러운 상태를 초래할 수 있을 정도로 전국의 상황이 안 좋아졌기 때문”이라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당 중앙에서 오판한 것은 사실이다. 화폐 교환 조치를 하고 시장을 없애면 돈주들이 망하니까 그 물자들이 다 국영상점으로 들어갈 거라고 간단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며 그 역시 정책이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북한 주민들,“수령님 시기가 그리워”

지방 도시들뿐만 아니라 평양에서도 일부 주민들 사이에 “수령님 시기가 그립다”는 말들이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 평안남도 평성에 사는 강복희(가명)씨는 “지난 1960-7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로력혁신자들이 많이 배출되고 경제 성장률도 높았으며 사람들이 살아가기도 좋았다”고 하면서, “수령님께서 정치를 잘하였다”고 평하고 있다. 함경남도 함흥에 사는 김민복(가명)씨도 “수령님께서는 인민소비품 항목 100가지를 지적하셨으며, 심지어 바늘 한 개 값까지도 타산하셨다. 수령님께서는 정치적 평가와 함께 물질적 보수를 잘 배합하여 로력 혁신자들을 많이 배출시켰다. 로력 혁신자들에게는 일한만큼 영웅, 국가 표창 등 정치적 평가와 함께 상금을 주어 그들의 자부심을 높여주고 로동에 대한 열의를 북돋아 주었다”며 그때가 좋았다고 말했다. 반대로 지금은 “1980년대부터 군사를 중시하고 국방에 투자를 늘리면서 인민경제에서는 정치적 평가만 하고 그에 따르는 물질적 보수가 없었다. 오랫동안 인민 경제를 위한 지출이 적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탓에 민심이 나빠졌다. 이제는 우리가 핵을 가지게 되고 군사 강국이 되었으니 민심을 돌볼 때가 되었다고 판단해 이번 국가 조치를 내린 것 같지만 준비가 잘 된 것 같지 않다”며 이번 화폐 개혁 조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