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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337호

■ 사건사고

원산역, 평양주민 강도사건으로 살해당해

강원도 원산역에서는 지난 2월 26일 저녁, 평양 주민 두 명이 야외 간이식당 앞에서 쓰러져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 칼에 깊이 찔렸던 남자는 현장에서 죽고, 병원에 호송됐던 여자는 2시간 만에 사망했다. 조사 결과, 살해당한 두 사람은 사진필름과 인화지를 판매하는 장사꾼들인데, 그들이 갖고 왔던 짐이 모두 없어진 것으로 봐서 약 3,000달러이상의 상품을 도난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안당국에서는 살인사건의 목격자를 찾는 한편, 면식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그들과 접촉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수사를 펼쳤으나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 여성/어린이/교육

함흥시 애육원 앞에 버려지는 아이들 많아

함경남도 함흥시 애육원에서는 아이를 맡아달라고 찾아오는 여성들이 너무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말 못하는 젖먹이에서부터 아직 잘 걷지 못하는 아이들까지 어머니가 직접 데려오는데, 저마다 사정이 너무 딱해 받아주고 싶지만, 애육원의 식량 사정이 좋지 않아 어렵다고 했다. 지난달에만 벌써 7명을 받았는데,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나서 이제는 처음부터 강경하게 “젖먹이는 못 받는다”고 거절하고 있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뒤부터는 애육원 안에 들어오지 않고 정문 앞에 그냥 아이를 버려두고 가는 여성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2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 버려진 아이가 벌써 9명이나 된다. 그보다 조금 더 큰 어린이들은 꽃제비가 되고 있다. 추평시장 주변에는 지난 1월부터 꽃제비들이 많아지기 시작해 3월 현재 어린 꽃제비들이 30명 가까이 늘어났다.

■ 사회

빈곤가정 도우라지만, 다 같은 처지에 돕기 어려워

국가에서 식량이 없는 빈곤가정을 도우라고 지시했지만, 인민반장들의 고충은 늘어만 간다. 인민반장들은 다 비슷비슷한 처지에 누가 누구를 돕겠냐며, 괜히 내라, 마라하는 통에 욕먹고, 얼굴 붉히고 싸우는 일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평안남도 순천시에 사는 인민반장 한선화(가명)씨도 집집마다 다니지만, 사정이 빤한 처지에 세외부담을 걷으러 다니는 게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씨가 전해준 자기 인민반 사람들의 처지다.

“우리 동에서 가장 빈곤한 세대가 있는데, 그 집 세대주가 어제 죽었다. 여러 날 못 먹어서 누워만 있다가 결국 굶어죽었다. 그 집은 주민 실태 조사를 나왔던 당일군도 들어갔다가 너무 놀라서 고개 흔들며 나올 만큼 가난하게 사는 집이다. 그 집은 물론이고, 그 집 딸도 시집가서 해산하고도 본가(친정) 살림이 너무 어려워 오지 못하고, 그저 자기네 집에서 삶은 옥수수 몇 알로 연명하며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했을 정도다. 오늘 아침 동사무소에서 회의를 열었는데, 동사무장이 하는 말이 상(喪)이 난 그 집에 입쌀 80kg와 난방용 석탄을 얼마간 방조해주라고 했다. 이 말에 우리들은 ‘동사무장도 맨 주먹 뿐이면서 빈곤세대마다 이런 식으로 방조해주면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는가. 자체로 먹고 살기 위한 방도를 찾도록 도와줘야지, 쌀을 걷는 것도 한 두 번이지 80kg나 어떻게 만들어준단 말인가?’라며 하기 어렵다고 했다. 당장 우리 먹을 것도 없는데 누가 내겠느냐 말이다. 위에선 무조건 동사무소에 (지시를) 내리고, 또 동사무소는 인민반장에게 내리 먹이는데 반장인들 빈손으로 어쩌지 못한다. 동사무소 회의에서는 지금 죽는 사람들은 그동안 별다른 지병이 없었던 사람들로, 순전히 여러 날 굶어서 죽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나. 그래도 다 같은 처지에 무엇으로 구제해주어야 할 지 도무지 방법이 없다. 지난번에는 곤란한 세대에 어렵게 옥수수쌀을 모아 5kg을 방조해주었더니 또 방조를 바라더라. 완전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다. 이런 데 어떻게 계속 하겠나. 나도 살기 힘든데 어렵게 모아줬더니 또 손 내미니 내 속이 다 상했다. 정말 방법이 없다. 차라리 반장 질을 안 하는 것이 낫겠다.”

“남의 집 가서 밥 얻어먹지 마라”

평안남도 순천시에 사는 리정희(가명)씨는 중학교 선생님이다. 식량 문제로 결석하는 아이들이 늘어나자 가정 식생활 형편 실태조사를 간단하게 해봤다고 했다. 리씨는 “아이들에게 ‘죽 먹는 집?’하고 물으니까 절반 이상이 손들었다. 그래서 지금 식량 사정이 제일 어려울 때이니까 절대 남의 집에 가서 밥 한 끼라도 얻어먹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신신당부했다”고 전했다. 요즘에는 아무리 친한 친구 집이라도 가서 죽 한 끼라도 얻어먹는 것은 ‘량심이 없는 행동’이라고 가르친다고 했다. 리씨는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요즘 남자들도 동무 집에 가서 술은 마셔도 낟알만은 안 먹고 간다는 말이 돌고 있다”며, 그만큼 먹는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 정치생활

청진, 계속되는 살인사건에 속수무책

함경북도 청진시 보안당국은 한 끼니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활이 각박해지면서 강도, 살인 사건이 급증하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3월 4일 저녁 9시경, 송평구역에서는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포항구역 남향동에 사는 김명철씨가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상태로 죽어있었다. 가족들에 따르면 자전거를 타고 나갔는데 현장에는 없는 것으로 보아, 자전거를 훔쳐간 것 같다고 했다. 송평구역 보안서의 담당 보안원들이 살인자를 잡기 위해 이 지역에 포치를 내리고, 예전 기록을 뒤져 인근 지역에 사는 전과범들을 색출해 수사를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요즘엔 한 사건이 미처 해결되기도 전에 다른 살인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터지기 때문에 아예 손을 못 대는 것들도 많다. 함경북도 보안당국에서는 이를 인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로 보고, 관내 도시의 구역마다 순찰대 인원을 늘리고, 순찰근무조를 추가 편성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회령, “저녁 7시부터 불필요하게 다니지 말라”

함경북도 회령시 보안당국은 각 동마다 인민반장들을 통해 “저녁 7시부터 불필요하게 다니지 말라”는 지시를 전달했다. 올해 들어 부쩍 강도, 살인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안서에서 포치한 내용을 보면, “청진에서 사기협잡 전문 강도들이 회령시에 들어와 있으니 주민들이 야간에 밖에 함부로 다니지 말고, 집집마다 출입문을 철저하게 점검해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다른 지역에서 온 친척이나 몇 푼 안 되는 돈을 벌자고 손님들을 무단 숙박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혹시 알든 모르든 청진에서 들어온 강도를 집에 들여놓고 무단숙박을 시켜주면, 교화소에 보낼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 경제활동

시장 강경 단속에 보안원들만 이익

청진 수남시장에서는 11일과 12일 단속을 벌인 뒤 13일 관리일군이 시장 입구에서 확성기를 들고, “오후에 문을 열면 그 때 (시장) 안에 들어가라. 그리고 매대에서 장사하지 못하게 된 장사꾼들은 시장 안에 들어가서 상품을 팔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 날 시장 안에 들어가 팔 수 없게 된 장사꾼들이 시장주변에 물건을 늘어놓고 상품을 팔다가 20여 명이 단속됐다. 벌금을 500원씩 거두고, 단속 물품은 규정에 따라 다시 돌려주게 되어있으나, 보안원들끼리 적당히 빼돌리고 있다. 지난 14일, 식량장사를 하다 걸린 주미영(가명)씨는 쌀 40kg, 찹쌀 20kg, 옥수수쌀 40kg 상당의 식량을 빼앗겼는데, 나중에 돌려받은 뒤 살펴보니 쌀과 찹쌀이 약 5kg씩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됐다. 보안원에게 쫓아가 따져 물었더니, “OO같은 간나가 어디 와서 행패냐”는 상스러운 욕설만 들었을 뿐이다. 주씨처럼 당하는 일은 매일 하루 평균 30-40명씩 일어나는데, 지방에서 올라온 장사꾼들까지 해서 많을 때는 50여명이 넘어가기도 한다. 일단 단속을 당하면 벌금을 내고 조서를 쓰게 되는데, 하루 40건이 접수됐다면 그 중 20여건 정도만 상부에 보고한다. 그리곤 벌금을 빼돌려 자기들끼리 나눠 갖는다. 이렇게 보안원들이 버는 돈이 하루 평균 5천원에서 1만 원 정도 된다. 여기에 단속한 물품을 빼돌린 것까지 합하면, 보안원들의 하루 수입이 꽤 짭짤한 편이다. 이 사실에 주민들은 그저 분통만 터뜨릴 뿐이다.

수남시장 상인들, 시장 단속에 잘 응하지 않는 분위기

함경북도 청진 수남시장에서는 계속되는 물가 불안정으로 상품 단속에 나섰으나, 예전과 달리 상인들의 저항에 부딪혀 단속이 쉽지 않다. 지난 3월 11일과 12일, 수남 시장에서는 상품을 너무 높은 값에 판매하는 상인들을 단속했는데, 식량을 팔던 장사꾼들은 “쌀은 통제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단속원들에게 도리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보안당국에서는 이렇게 항의하는 상인들에게는 상품을 아예 팔지 못하게 하는 강경조치를 내렸다. 이런 식으로 식량, 사탕가루(설탕), 일반 부식물(반찬류), 가공 음식 매대 등 주로 식품 판매 상인들을 집중 단속해 처벌했다.

3월 둘째 주부터 외화시세 일시 주춤

하루에도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른 게 요즘 외화시세이지만, 최근 3월 둘째 주를 넘어서면서 일시 주춤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평안남도 평성시에서는 지난 3월 11일 저녁 미화 1달러에 1,630원이던 것이 다음 날 1,450원으로 떨어졌고, 13일에는 1,400원으로 더 떨어졌다. 물론 그 날 저녁에 다시 1,550원으로 올라 하락세가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3월 초 들어 1,650원까지 올라갔던 폭등세는 잠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한편 위안화는 1위안당 240원에서 200원대로 떨어졌다.

■ 식량소식

김책제철소, 3월 전량 배급

함경북도 김책제철소에서 드디어 3월 배급이 지급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찰하기 전인 3월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배급을 완료했다. 그동안 김책제철소에서는 배급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식량을 운반해오는 과정에서 유실량이 상당히 많았지만, 일단 3월만큼은 노동자들에게 상순과 하순 전량을 지급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위원장에게 노동자들의 배급이 정상적으로 지급되고 있다고 한 것은 명백한 거짓 보고였다. 그나마 먹는 문제를 배려해온 것이 강철 직장이나 단조직장 등 힘든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점심식사정도였다. 사흘에 한 번씩 영양제 식사 때 돼지고기 4-5점씩 넣어 끓인 국을 제공한 것이 전부였고, 그 외에는 배급이라고 할 만한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정상 배급이 이뤄진 것처럼 보고한 것이어서, 이 소식을 들은 노동자들이 허탈해하기도 했다. 3월 배급이 지급된 현재에도 한 개 직장마다 최소 7-10명 이상이 출근을 못하고 있다.

청진, 끼니거리 없어 굶는 집 증가

함경북도 청진시에서는 죽조차 먹지 못해 굶다시피 지내는 집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청진 시당에서는 2월 들어 각 구역마다 매일 굶어죽는 사람이 발생하고 있는데, 많은 날은 하루에 20명 가까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장 먹을 끼니가 없어 굶주리는 세대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노동자 수가 350-500명 정도 되는 기업소들에서는 굶주림 때문에 출근을 못하는 노동자가 평균 50-60명 정도이다. 이렇듯 배급이 없는 노동자들이 굶으며 출근을 못하고 있지만, 각 공장, 기업소에서는 별다른 구제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태이다.

■ 시선집중

“쌀만 수입하라”는 지시에 “미친 소리”

현재 신의주 세관에서는 세관총국과 당이 합동으로 검열에 들어갔다. 당장 먹을 쌀이 없으니 남방과일은 수입을 금지하고, 공업품도 전략물자만 허용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사실상 식량을 가장 우선해서 수입하라는 조치였다. 이 조치에 대해 주민들은 한 마디로 “미친 소리”라고 욕하고 있다. 평성에서 도매상을 하는 김재국(가명)씨는 “다른 물품들이 들어와야 쌀도 시장에 나오는데, 다른 건 하나도 못 들어오게 하고, 식량만 들여오라고 하면 시장도 안돌아간다”고 했다. 평양의 조봉일(가명)씨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무역)회사들이 지금 다 단동 나가서 중국 대방 찾아다니며 쌀을 구하고 있지만, 누가 도와주겠나. 옛날 같으면 화교들이 나가서 외상으로 물건이나 쌀을 사왔겠지만 지금은 화교들을 꼼짝도 못하게 하고, 다 회사들이 나가있다. 화교들이야 외상으로 가져와도 믿고 주지만, 우리(조선)사람들은 외상으로 달라고 해도 아무도 안 준다. 그러니 무슨 물건이라도 일단 들여와서 시장에 풀어놔야, 사람들이 집에 있는 쌀을 풀어도 풀 게 아니냐. 물건 하나 들여오는 것도 바쁜데, 꼭 쌀 아니면 안 된다고 다 차단하니 시장이 될 턱이 있나?”고 말했다.

신의주 화장품공장에서도 아사자 발생

평안북도 남신의주에서는 조선에서 제일 큰 화장품공장이 있어 노동자들도 그만큼 많이 집결돼있는 곳이다. 그러나 공장 사정이 좋지 않아 평소에도 배급이 안정적이지 못했지만, 작년 화폐 교환 조치 이후에는 그나마 식량공급마저 중단돼 노동자들 중에 아사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에 인민반에서는 회의에서 매일 빈곤가정에 식량을 지원하라고 호소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주민들은 당장 자기 먹을 것도 없는데, 남에게 줄 쌀이 어디 있느냐면서 반장들에게 노골적으로 화를 내고 있다.

무역 막히자 평성이 제일 큰 타격

올해 1월, 국내외화사용금지 조치가 본격적으로 실시돼 신의주 교두로 들어오는 물자가 대폭 줄어들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이 평성이다. 작년 6월에 평성시장을 철폐했지만, 그동안 메뚜기 장사, 차판 장사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세대들이 이제는 그마저 못하게 된 것이다. 평성은 전국 각지로 물품을 실어 나르는 일종의 도매지 역할을 해왔는데, 새 경제관리조치 이후 시장에 물건이 돌지 않아 주민들이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원래부터 평성은 마땅히 내놓을만한 생산물이 없어, 신의주에서 들어오는 물품이나 평양에서 나오는 물품들을 전국 각지로 도매하는 업종이 발달한 도시였다. 그러다 외화사용금지조치와 가격 폭등으로 들어오는 물품이 끊기자 아사자들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평성의 한 간부는 인근 순천과 덕천 등지에서 굶어죽은 사람들까지 합하면 상당한 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집중탐구

2010년 아사 발생의 4가지 이유

현재 북한은 식량 및 각종 물품 부족, 과도한 인플레이션에 따른 물가 불안, 강도, 살인 사건 등 강력범죄 급증 등으로 그 어느 해보다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춘궁기가 닥치지도 않았는데 벌써 사람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여기에서는 크게 4가지를 짚어보려고 한다.

1. 소토지 농사, 장사 차단으로 생계 막막해져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과 기아에 허덕이는 첫 번째 원인은 소토지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하고 장사를 제한해온 것에 있다. 고난의 행군 시절 이후 노동자들은 배급과 임금이 없는 상황에서 자체로 땅을 개간하거나 되거리장사를 하면서 제 먹을 것을 어렵사리 마련해왔다. 정부의 도움 없이 자신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겨우 먹고 사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자, 정부에서는 노동자들이 직장에 출근하지 않아 통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개인 소토지를 회수하고, 장사를 제한하려고 했다. 2005년도에 배급을 재개하겠다고 하고, 2006년부터 소토지를 회수하고, 2007년에는 6개월 농사를 금지시켰다. 물론 소토지 단속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2008년과 2009년에도 소토지 회수는 계속됐다.

시장 단속도 마찬가지였다. 2007년에 장사할 수 있는 나이를 제한한 뒤, 작년 2009년에는 평성시장을 폐지하는 등 본격적인 시장 단속에 들어갔다. 게다가 150일 전투에 이어 100일 전투가 이어지면서 각종 동원명목으로 장사가 제한됐고, 소토지 농사도 짓지 못하게 됐다. 도시 주민들이 지금까지 장사와 소토지 농사로 먹고 살아왔는데, 이것을 모두 차단시킨 것이다. 그래도 돈이 좀 있는 집에서는 어느 정도 버텼으나, 가난한 노동자들은 작년 6-7월에 벌써 식량이 떨어져 먹는 문제로 고생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에 화폐 교환 조치가 실시되면서 빈곤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먹고 살만한 중산 계층과 자본을 소유한 장사 계층까지 생활이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말았다. 하루아침에 모든 사람들의 형편이 어려워지다 보니, 이제는 어디에서도 식량을 시장에 내놓지 않아, 식량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고, 결국 전국적으로 빈곤세대에서부터 아사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2. 현금 가진 농민들, 시장에 쌀 안 풀어

두 번째, 농민들에게는 현금이 지급됐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여전히 식량 배급이 없었다. 2006년부터 2007년, 연이은 큰물피해로 2008년에는 농민들이 대량으로 굶어죽거나 질병과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런 농민들에게 일인당 1만 5천 원씩 현금을 분배해준 것은 어찌됐건 농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농민들은 추수가 끝나고 식량을 분배받으면, 생필품을 구입하려고 시장에 식량을 얼마간 내다 팔아왔다. 그러나 이번 화폐 교환 이후에는 돈이 생기자 자신들이 보유한 식량을 시장에 내놓을 필요가 없게 됐다. 원래도 자신들이 먹을 식량이 부족한 상태여서, 돈이 있는 마당에 굳이 식량을 내놓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도시로 흘러들어가야 할 식량 원천이 막혀버린 이유이기도 하다. 생필품 하나를 구비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활형편이 어려웠던 농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해주어 일정하게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나, 결과적으로 식량이 돌지 않아 도시 노동자들의 생계가 더 어려워지는 현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3. 비료 없고, 외부 지원 중단돼

세 번째, 비료와 기후 문제로 농업생산성 저하와 외부의 지원 중단을 들 수 있다. 고난의 행군 이후 해마다 외부에서 수십만 톤의 쌀과 한국으로부터 비료 30~40만 톤, 중국과 러시아 등 다른 나라들로부터 공급받던 비료와 자체 구입까지 포함하면 대체로 80만 톤 이상을 확보해왔었다. 그러나 2008년 한국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비료 지원이 중단되자 농사에 큰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해마다 30-40만 톤씩 받던 비료를 어디에서 충당할 길이 없어 국내 비료생산에만 의존해야 하다 보니 비료를 제때 공급하기 어려웠다. 인분과 풀베기전투 등으로 모은 퇴비를 비료 대용으로 분배하기도 했지만 농사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거기에 작년 냉해현상으로 파종이 늦어지고, 한여름에는 가뭄까지 겹쳐 식량 생산량이 2008년보다 상당량 감소되고 말았다. 한국과 미국 등으로부터 식량 지원이 중단되고, 국제사회의 식량지원도 대폭 축소된 것도 식량난을 악화시켰다.

4. 화폐교환조치가 때 이른 아사자 발생의 원흉

마지막으로, 이번 화폐 교환 조치가 이런 문제를 앞당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화폐 교환조치가 없었어도 올해 5~6월이 되면 아사 현상은 어찌 보면 예정된 것이었다. 그런데 화폐 교환으로 시기를 앞당겨 놓았을 뿐만 아니라, 지역 범위도 전국으로 확대시키고 말았다.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까지 식량사정을 악화시켜버렸다. 화폐 교환 조치는 박남기 계획재정부 부장이 전국에서 올라온 보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앞으로 3년 먹을 식량과 공급할 물품이 국내에 있다고 보고하면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는 공식적으로 작년 수확량을 400만 톤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허위보고에 따른 것이어서 처음부터 잘못된 계산이었다. 농업일군들은 작년 실제 수확량이 그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상 네 가지 문제가 파국까지 초래할 정도로 문제를 악화시킨 원인들이다. 현재 북한에서는 식량과 관련한 먹는 문제가 민심이반으로 이어질 정도로 그 어느 해보다 위험하고, 민감한 사안이 되었다. 살인, 강도, 집단 항의 등 사회혼란 역시 점점 높아지는 실정이다.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북한 당국은 원인을 하나, 하나 꼼꼼히 따져보고, 거기에서 해법을 찾을 일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