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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347호

■ 논평

국제사회에 즉각 식량지원을 요청하자

중앙당에서는 최근 비밀리에 지방 인민들의 생활조사를 했다. 굶어죽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민간의 식량실태 등을 알아보는 조사였다고 한다. 이런 ‘암행어사’식 조사는 중앙당에서 그만큼 인민들의 식량난 상황에 상당한 우려와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민생활조사를 통해 전국의 식량난 실태 조사와 대책을 마련하고자 애를 쓰는 것은 국가적 책무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모처럼 듣는 바람직한 일이다.

지난 1월에도 당중앙 경제정책검열부에서는 주민생활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각지의 보고에 따라, 내각에서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사실상 시장을 허용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또 화폐교환조치에 대해“정책의 방향은 옳았으나, 사회 혼란은 인정한다”며 인민들에게 사과함으로써 민심을 안정시키려고 했다. 작금에는 5․26 당지시를 내려 ‘식량자급자족’을 천명하고, 시장 전면허용과 각종 무역 통제와 규제 철폐 등을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국가의 식량 배급 능력 부족을 시인하고, 최대한 각자 알아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이번 조치는 통제일변도 중심에서 기업과 개인의 자율성을 부과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게다가 실제 도움이 되도록 국영기업소들에 평균 40-60만원씩 자금을 대주고, 각 지방 은행들에 최소 5천-1억 원 상당의 현금을 지급한 조치도 이제까지와는 다른 상당히 파격적인 일이다.

당 중앙에서는 이번 조사를 통해 아사자 발생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실제 아사자수는 당 중앙에서 파악한 규모를 훨씬 상회한다고 본다. 중앙당 조직부가 배부른 간부들이 굶주린 주민들의 실상을 모른다고 비판한 것도 적절하다. 그러나 국내 식량 원천이 절대 부족하므로, 외부에서의 식량지원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 간부들의 책임과 주민들의 자력갱생 노력에만 맡겨두고 국가의 책무를 다했다고 방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유상이든 무상이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필요 식량을 끌어와야 한다. 개인이나 기관기업소 단위, 지역단위에서 끌어들일 수 있는 식량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 식량 지원을 요청하고,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바를 정부가 책임지고 보장해야 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중국 정부의 협력과 인도적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중국정부는 지난 조․중 정상회담을 통해서 일정한 협력과 연대를 표명한 이상 빠른 시간 안에 인도주의적 지원과 경제적 협력의사를 보일 수 있다. 이와 함께 북한 당국은 남한 정부를 비롯하여 국제사회에도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을 알리고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남한 정부도 천안함 사건과 별개로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지속하겠다고 표방한 바 있다. 국제사회 또한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유엔안보리의 1718호와 1814호 대북제재결의안에도 불구하고 인도주의적 지원은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작년에 중단된 대북지원 식량 50만 톤 중에서 아직 2/3 가량이 집행되지 않은 상태이다. 당시 중단되었던 모니터링 문제에 대한 북한당국의 협조가 있다면 빠른 시간 안에 인도주의적 지원이 재개될 수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경색국면에서 북한당국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어려울 때 요청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다. 훌륭한 장수는 전쟁에서의 승리 못지않게 병사들의 희생을 막는데도 혼신의 힘을 다하는 사람이다. 북한 당국이 시급한 식량난을 자체 노력과 농업개선으로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무고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외부의 식량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북한 당국은 국제 사회의 요구를 일정 정도 수용하는 노력을 동반해야 한다. 북한 당국의 식량난에 대한 적극적 대응은 향후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다양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시선집중

2010년 5-6월 청진 인민폐 및 쌀 가격 동향

날짜인민폐

(북한 원/1위안)

쌀 가격

(북한 원/kg)

비고
5/20110400
6/201205205․26 당 지시가 지방, 각 부문, 기관 등에 내려가 학습되고, 사회 전반에 알려지면서 식량 값 상승세
6/23130550
6/24140
6/25155

6월 들어 인민폐 상승세

6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인민폐 가격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 지방당들은 5․26 당 지시를 6월 초부터 각 부서와 해당 기관들에 학습시켰는데, 이 소식이 사회 전반에 퍼지기 시작한 중순부터 시장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통되는 물품의 절대다수가 중국산이다 보니, 시장가격들은 인민폐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함경북도 청진에서는 5월까지만 해도 1위안 당 110원대를 유지하던 인민폐 가격이 6월 초 120원으로 오른 뒤 중순에는 130원으로 상승했다. 급기야 6월 하순 들어서는 하루가 다르게 급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6월 22일 130원하던 것이 하루만인 6월 23일에는 140원으로 올랐고, 다시 6월 24일에는 155원으로 껑충 뛰었다. 상인들은 인민폐가 하루단위로 10원씩 뛰자 중국에서 들여오는 상품들과 식량 값도 덩달아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정가 개념이 없어 인민폐 가격에 따라 상품가격을 책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주민들은 지금도 돈이 없어 사먹기 힘든 형편이라, 식량 값이 너무 많이 오르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재령군 농촌 동원 불참 여맹원 속출

황해남도 재령군 읍사무소 녀맹위원회에서 통보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농촌 총동원 기간 중에 식량이 없어 동원에 참가하지 않은 녀맹원 수가 약 38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령군은 곡창지대로 기본 논벼 농사를 짓기 때문에, 국가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지역이다. 그러나 이번에 여성들의 동원 참가율이 매우 저조해 군당과 인민위원회 일군들이 각 인민반에 나가 실태를 조사하고, 보고서를 올렸다. 황해남도 도당 대책회의에서는 여성들이 배가 고파서 일하러 나오지 못한다는 보고에 따라, 군량미의 일부와 백두산 돌격대에 보내려고 남겨두었던 식량을 긴급히 풀기로 결정했다. 황해남도 관내 지역에서 식량문제가 가장 심각한 재령군을 비롯해 태탄군 등지에 5월 하순 배급으로 10일 분량을 공급해주었다. 매 세대마다 옥수수로 약 7-9kg씩 돌아가는 양이었다. 그러나 하루 한 두 끼를 죽으로 때우거나, 아예 먹을 것이 없어 온종일 굶는 세대가 전체 군민의 절반을 넘는 상황이라, 도당의 배급이 전혀 도움이 안 된 건 아니지만,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었다.

황해남북도 서해안 지역들은 6월 20일쯤 나올 올감자를 하루라도 빨리 수확할 수 있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형편이다. 농민들은 햇감자가 나오기 전까지가 제일 힘든 시기라서, 이 고비를 넘기면 그래도 올해 목숨은 부지할 수 있다며 햇감자만 바라보고 있다. 그러는 동안에도 기력이 쇠진한 사람들은 조용히 죽어가고 있다.

생기령 도자기공장, 죽물도 못 먹는 노동자 세대가 20%

함북 경성군 생기령 도자기공장도 식량난을 피해갈 수는 없는 형편이다. 생기령 도자기공장은 제품의 질이 좋아 국내 수요가 많은 편이라, 공장은 비교적 잘 돌아가는데도 이 공장에서 6월 현재 죽물도 못 먹는 세대가 2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4월에는 굶어죽은 노동자가 7명이나 발생하기도 했다. 식량문제가 점점 어려워지자, 4월 14일에는 량강도의 한 무역회사와 계약을 맺고 식량 5톤을 미리 받아 배급을 풀기도 했다. 일단 굶고 있는 세대와 출근을 못하는 세대에 10-12kg 정도의 식량을 배분해주고, 공장 지배인, 당비서 등 간부일군들과 정상출근자에게는 10kg씩 주었다. 그러나 식량이 곧 바닥이 나 5월 11일에 또 한 번 같은 회사로부터 식량 5톤을 받고, 도자기를 넘겨주었다.

급한 불은 껐지만, 국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처리한 일이어서, 공장 지배인과 당비서가 문책을 받았다. 이때만 해도 5․26 당지시가 내려오기 전이라, 도자기를 몰래 판 것이 비법행위로 간주돼 처벌받은 것이다. 당시 노동자들은 “국가에서 식량을 공급해주지 못해 출근을 못하는 로동자가 많아 도자기를 제대로 만들어낼 수가 없었다. 우리가 특별한 자재를 쓴 것도 아니고, 우리 기술로 흔한 자재를 가지고 도자기를 만들어 식량과 바꾼 것이 무슨 비법인가?”라며 검찰소에 신소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소에서는 “도자기공장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공장이다. 비법으로 무역회사에 도자기를 대주느라고, 국가에서 계획한 생산량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겼다. 일개 무역회사들과 교섭을 비법으로 해서는 안 되며, 생산 제품을 일군들이 단독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이 모든 것이 국가에 손해를 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그게 큰 범죄라면, 우리 같은 로동자들은 다 굶어죽으라는 소리”라며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5․26 당지시 이후 생기령 도자기공장에서도 무역회사들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최고인민회의 이후, 중앙은행 전국 지역 은행에 돈 풀어

중앙당은 6월 7일 최고인민회의가 끝나자, 중앙은행에서 전국 시, 군 은행에 돈을 풀기로 결정했다. 시 단위 은행에는 새 화폐로 1억 원 상당을, 군 단위 은행에는 5천 만 원 상당을 공급했다. 시중은행에 자금을 푼 것은, 화폐 교환 이후 화폐 유통이 잘 안되면서 국가경제를 책임진 각 기업소들의 운영이 마비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으로 알려졌다. 노동자들의 월급도 지급되지 못하고 있어 식량 및 생필품조차 구매력조차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이번 조치로 기업소들은 거래은행에서 돈을 받아와 3개월 밀린 노동자들의 월급부터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나면, 기업소를 운영할 자금은 거의 없어 절대 부족으로 예상된다.

함남 도당 책임비서, “굶어죽은 사람 없다”허위보고해 호된 비판

함경남도 도당 책임비서가 “함경남도에는 굶어죽은 사람이 없다”고 허위보고를 했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다. 태종수 함경남도 도당 책임비서는 지난 6월 7일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나라 사정이 어려워 식량을 못 주고 있지만, 도당과 각계 일군들의 노력으로 아직은 굶어죽는 백성들이 없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함경남도에 파견됐던 비밀 조사단이 올린 인민생활실태조사 보고서에서 함경남도 관내지역마다 아사상황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당 조직지도부에서는 “도당 책임비서가 자기 배가 부르니 백성들이 굶어죽고 있는지,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매일 굶는 사람들이 얼마인지, 당장 죽게 된 세대는 얼마나 되는지, 죽으로 연명하는 세대는 또 얼마인지 알지도 못한다는 것은, 당의 신임을 받아 한 개 도를 책임진 일군으로서 장군님과 당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 아닌가?”라며, “자기가 배를 곯지 않으니, 백성들이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라며 재차 도당책임비서의 무책임성에 대해 비판했다.

중앙당, 비밀리에 인민생활조사단 파견

지난 6월 7일에 열렸던 최고인민회의 제12기 3차 회의가 끝난 뒤, 중앙당 유관부서들은 중앙당 조직지도부의 위임을 받아 비밀리에 전국 각지에 인민생활조사단을 파견했다. 지난 18일, 함경남도 지역의 조사 결과가 먼저 중앙당에 보고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6월 기간 중에 함흥, 흥남, 신포, 고원, 정평, 단천 등 함경남도 관내 지역들마다 최소 100여 명이 넘는 아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함흥의 경우, 3-5월 기간 동안 굶어죽은 사람이 190여 명에 이르렀다. 실제로 굶어죽은 사람은 이보다 몇 배 더 많지만, 조사단이 공식적으로 중앙에 보고한 숫자가 그렇다. 또 함흥시 회상구역에서는 약 40%가 죽으로 연명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군부대 조사도 실시됐는데, 함경남도 관내 주둔 부대에서는 일반 사병들은 물론이고, 상당수의 군관들도 아사한 것으로 보고됐다. 함흥의 한 간부는 “올해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지만, 식량 공급은 전혀 풀리지 않고 있다. 이혼율도 작년에 비해 4배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팔아먹을 재산은 이미 다 팔아먹고, 이제는 집마저 팔아야 한다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시당에서는 이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어떻게 손 쓸 도리가 없어 그냥 지켜만 보고 있다”고 했다.

■ 경제활동

6월 들어 인민폐 상승세

6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인민폐 가격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 지방당들은 5․26 당 지시를 6월 초부터 각 부서와 해당 기관들에 학습시켰는데, 이 소식이 사회 전반에 퍼지기 시작한 중순부터 시장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통되는 물품의 절대다수가 중국산이다 보니, 시장가격들은 인민폐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함경북도 청진에서는 5월까지만 해도 1위안 당 110원대를 유지하던 인민폐 가격이 6월 초 120원으로 오른 뒤 중순에는 130원으로 상승했다. 급기야 6월 하순 들어서는 하루가 다르게 급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6월 22일 130원하던 것이 하루만인 6월 23일에는 140원으로 올랐고, 다시 6월 24일에는 155원으로 껑충 뛰었다. 상인들은 인민폐가 하루단위로 10원씩 뛰자 중국에서 들여오는 상품들과 식량 값도 덩달아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정가 개념이 없어 인민폐 가격에 따라 상품가격을 책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주민들은 지금도 돈이 없어 사먹기 힘든 형편이라, 식량 값이 너무 많이 오르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표> 2010년 5-6월 청진 인민폐 및 쌀 가격 동향

날짜인민폐

(북한 원/1위안)

쌀 가격

(북한 원/kg)

비고
5/20110400
6/201205205․26 당 지시가 지방, 각 부문, 기관 등에 내려가 학습되고, 사회 전반에 알려지면서 식량 값 상승세
6/23130550
6/24140
6/25155

최고인민회의 이후, 중앙은행 전국 지역 은행에 돈 풀어

중앙당은 6월 7일 최고인민회의가 끝나자, 중앙은행에서 전국 시, 군 은행에 돈을 풀기로 결정했다. 시 단위 은행에는 새 화폐로 1억 원 상당을, 군 단위 은행에는 5천 만 원 상당을 공급했다. 시중은행에 자금을 푼 것은, 화폐 교환 이후 화폐 유통이 잘 안되면서 국가경제를 책임진 각 기업소들의 운영이 마비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으로 알려졌다. 노동자들의 월급도 지급되지 못하고 있어 식량 및 생필품조차 구매력조차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이번 조치로 기업소들은 거래은행에서 돈을 받아와 3개월 밀린 노동자들의 월급부터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나면, 기업소를 운영할 자금은 거의 없어 절대 부족으로 예상된다.

■ 식량소식

재령군 농촌 동원 불참 여맹원 속출

황해남도 재령군 읍사무소 녀맹위원회에서 통보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농촌 총동원 기간 중에 식량이 없어 동원에 참가하지 않은 녀맹원 수가 약 38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령군은 곡창지대로 기본 논벼 농사를 짓기 때문에, 국가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지역이다. 그러나 이번에 여성들의 동원 참가율이 매우 저조해 군당과 인민위원회 일군들이 각 인민반에 나가 실태를 조사하고, 보고서를 올렸다. 황해남도 도당 대책회의에서는 여성들이 배가 고파서 일하러 나오지 못한다는 보고에 따라, 군량미의 일부와 백두산 돌격대에 보내려고 남겨두었던 식량을 긴급히 풀기로 결정했다. 황해남도 관내 지역에서 식량문제가 가장 심각한 재령군을 비롯해 태탄군 등지에 5월 하순 배급으로 10일 분량을 공급해주었다. 매 세대마다 옥수수로 약 7-9kg씩 돌아가는 양이었다. 그러나 하루 한 두 끼를 죽으로 때우거나, 아예 먹을 것이 없어 온종일 굶는 세대가 전체 군민의 절반을 넘는 상황이라, 도당의 배급이 전혀 도움이 안 된 건 아니지만,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었다.

황해남북도 서해안 지역들은 6월 20일쯤 나올 올감자를 하루라도 빨리 수확할 수 있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형편이다. 농민들은 햇감자가 나오기 전까지가 제일 힘든 시기라서, 이 고비를 넘기면 그래도 올해 목숨은 부지할 수 있다며 햇감자만 바라보고 있다. 그러는 동안에도 기력이 쇠진한 사람들은 조용히 죽어가고 있다.

생기령 도자기공장, 죽물도 못 먹는 노동자 세대가 20%

함북 경성군 생기령 도자기공장도 식량난을 피해갈 수는 없는 형편이다. 생기령 도자기공장은 제품의 질이 좋아 국내 수요가 많은 편이라, 공장은 비교적 잘 돌아가는데도 이 공장에서 6월 현재 죽물도 못 먹는 세대가 2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4월에는 굶어죽은 노동자가 7명이나 발생하기도 했다. 식량문제가 점점 어려워지자, 4월 14일에는 량강도의 한 무역회사와 계약을 맺고 식량 5톤을 미리 받아 배급을 풀기도 했다. 일단 굶고 있는 세대와 출근을 못하는 세대에 10-12kg 정도의 식량을 배분해주고, 공장 지배인, 당비서 등 간부일군들과 정상출근자에게는 10kg씩 주었다. 그러나 식량이 곧 바닥이 나 5월 11일에 또 한 번 같은 회사로부터 식량 5톤을 받고, 도자기를 넘겨주었다.

급한 불은 껐지만, 국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처리한 일이어서, 공장 지배인과 당비서가 문책을 받았다. 이때만 해도 5․26 당지시가 내려오기 전이라, 도자기를 몰래 판 것이 비법행위로 간주돼 처벌받은 것이다. 당시 노동자들은 “국가에서 식량을 공급해주지 못해 출근을 못하는 로동자가 많아 도자기를 제대로 만들어낼 수가 없었다. 우리가 특별한 자재를 쓴 것도 아니고, 우리 기술로 흔한 자재를 가지고 도자기를 만들어 식량과 바꾼 것이 무슨 비법인가?”라며 검찰소에 신소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소에서는 “도자기공장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공장이다. 비법으로 무역회사에 도자기를 대주느라고, 국가에서 계획한 생산량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겼다. 일개 무역회사들과 교섭을 비법으로 해서는 안 되며, 생산 제품을 일군들이 단독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이 모든 것이 국가에 손해를 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그게 큰 범죄라면, 우리 같은 로동자들은 다 굶어죽으라는 소리”라며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5․26 당지시 이후 생기령 도자기공장에서도 무역회사들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

함남 도당 책임비서, “굶어죽은 사람 없다”허위보고해 호된 비판

함경남도 도당 책임비서가 “함경남도에는 굶어죽은 사람이 없다”고 허위보고를 했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다. 태종수 함경남도 도당 책임비서는 지난 6월 7일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나라 사정이 어려워 식량을 못 주고 있지만, 도당과 각계 일군들의 노력으로 아직은 굶어죽는 백성들이 없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함경남도에 파견됐던 비밀 조사단이 올린 인민생활실태조사 보고서에서 함경남도 관내지역마다 아사상황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당 조직지도부에서는 “도당 책임비서가 자기 배가 부르니 백성들이 굶어죽고 있는지,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매일 굶는 사람들이 얼마인지, 당장 죽게 된 세대는 얼마나 되는지, 죽으로 연명하는 세대는 또 얼마인지 알지도 못한다는 것은, 당의 신임을 받아 한 개 도를 책임진 일군으로서 장군님과 당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 아닌가?”라며, “자기가 배를 곯지 않으니, 백성들이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라며 재차 도당책임비서의 무책임성에 대해 비판했다.

중앙당, 비밀리에 인민생활조사단 파견.

지난 6월 7일에 열렸던 최고인민회의 제12기 3차 회의가 끝난 뒤, 중앙당 유관부서들은 중앙당 조직지도부의 위임을 받아 비밀리에 전국 각지에 인민생활조사단을 파견했다. 지난 18일, 함경남도 지역의 조사 결과가 먼저 중앙당에 보고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6월 기간 중에 함흥, 흥남, 신포, 고원, 정평, 단천 등 함경남도 관내 지역들마다 최소 100여 명이 넘는 아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함흥의 경우, 3-5월 기간 동안 굶어죽은 사람이 190여 명에 이르렀다. 실제로 굶어죽은 사람은 이보다 몇 배 더 많지만, 조사단이 공식적으로 중앙에 보고한 숫자가 그렇다. 또 함흥시 회상구역에서는 약 40%가 죽으로 연명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군부대 조사도 실시됐는데, 함경남도 관내 주둔 부대에서는 일반 사병들은 물론이고, 상당수의 군관들도 아사한 것으로 보고됐다. 함흥의 한 간부는 “올해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지만, 식량 공급은 전혀 풀리지 않고 있다. 이혼율도 작년에 비해 4배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팔아먹을 재산은 이미 다 팔아먹고, 이제는 집마저 팔아야 한다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시당에서는 이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어떻게 손 쓸 도리가 없어 그냥 지켜만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