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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356호

■ 논평

시장 활성화 하려면 장사 여건부터 만들어야!

북한 당국은 5․26지시를 통해 그간 시장에 대한 여러 제한 조건을 폐지하고 전면허용을 하기로 했다. 운영시간이나 나이 제한은 물론, 공업품 판매 금지 등 여러 규제들을 풀어 모든 제품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게 했다. 늦었지만, 시장을 전면 허용하기로 한 것은 어려운 식량난과 경제난을 극복하는데 바람직한 결정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시장을 활성화시키려면 장사할 수 있는 여건들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우선 통행 제한이 풀려야 한다.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지금까지 주민들이 그나마 살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되거리장사’, 즉 이동을 통한 상행위였다. 조금이라도 물건 값이 싼 지역에서 물건을 받아 와, 약간 더 비싸게 팔면서 얼마간 이윤을 남겨 생계를 이어왔다. 가령 함경북도 회령사람은 단돈 10원이라도 이윤을 남기려고 새벽부터 부지런히 청진에 나가 물건을 사와 회령시장에 내다팔았다. 달걀장사꾼은 농촌 마을까지 구석구석 다니며 10원이라도 더 싸게 사와 도시 시장에 내다팔았다. 조금이라도 싼 물건을 찾아 약간의 이윤을 덧붙여 파는 ‘되거리장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되거리장사를 통해 경험과 자본이 축적되자, 차량으로 대량의 물건을 실어 나르는, 이른바 ‘차판장사’또는 ‘달리기장사’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점차 소매와 도매상인의 분화가 일어났고, 그 중에는 돈주로 성장한 이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사람이 움직이고 물건이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외부로의 정보 유출을 우려해, 시, 군, 도의 경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함경북도의 경우, 특히 안쪽 지방에서 청진으로 이동하는 길목과 청진에서 회령으로 이동하는 길목 등에 새 초소를 더 만들고 경계검열을 보다 강화했다. 청진-회령-온성사이를 운행하는 버스에 타고 다니는 주민들이나 장사꾼들은 공민증, 려행증명서는 물론이고 손짐과 장사짐, 몸수색까지 당하느라 1개 초소를 통과하는 데만 보통 30분 내지 1시간 이상이 걸린다. 청진-회령 구간의 검문초소 3개에 회령-온성 구간에도 단속초소가 3개나 더 있는 상황이다. 버스 위의 장사 짐까지 모두 내려 단속하고, 여성들의 속옷까지도 모두 검사한다.

주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 장사를 하려해도 검열과 단속이 무서워 이동하기가 무서운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그 지역에서 나는 것만으로 장사를 하게 된다. 감자가 많이 나는 지역에서는 감자만 시장에 들고 나가니 물건이 한정되고,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다. 지역 간에 이동하면서 물건과 물건이 교환되어야 시장이 형성되고 돈이 도는데, 움직이지 못하니 시장거래가 활성화되기 어렵다.

특히 화폐 교환 조치 이후 그간 모아두었던 장사 밑천이 모두 휴지조각이 되어버려 장사꾼들이 모두 망한 상태다. 거기다 치솟는 물가와 물류 제한으로 장사하러 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는 상태이다. 청진-회령- 온성을 오가는 장거리 버스도 화폐교환 전에는 하루 8대씩 운행하는데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찼는데, 지금은 하루 2대만 운행하는데도 사람 채우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철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화폐교환 전만해도 하루 최고 2만원, 평균 8천원의 돈벌이를 하던 청진 철도역전 손짐 배달원들은 평균 수입이 하루 300원 정도에 불과해 옥수수 1kg벌이도 못하는 수준이다. 오죽하면 국가에서 중시하는 철도부문에서, 그것도 배급을 얼마간이라도 받고 있던 회령 철도 운전 지휘 세포비서가 굶어죽을 지경이 되었겠는가. 다른 지역에 오가는 장사꾼들이 줄어들어 전체 철도이용객이 급감하면서 빚어진 결과였다.

화폐교환 조치 이후 벌어진 사회의 대혼란은 북한 사회가 더 이상 시장 없이는 운영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시장 없이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사회라면 이제 시장을 단속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 활성화를 통해 국가 경제 발전을 꾀해야 한다. 이제 법으로 시장의 허용범위를 정하고, 국가에서 시장을 관리하고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 첫 번째가 물류운반이 가능하도록 장사꾼들의 이동을 보장하는 일이다. 두 번째로는 시장을 통한 수익이 보장되어야 한다. 시장은 여러 다양한 상품들이 서로 경쟁하고 가격과 품질에 따라 주민들이 선택하는 곳이다. 상품을 국영상점에만 공급하고 일반 시장에서는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공급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풀고, 매대 장사나 골목 장사, 메뚜기장사, 차판 장사 등도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선에서 적절한 세금을 매겨 허용해야 한다. 장세조차 못내는 사람들이 노점을 하는 것이기에 무조건 골목과 메뚜기 장사를 금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도시 질서를 유지하는 선에서의 관리가 필요하다. 대중적으로 잘 팔리고 많이 필요로 하는 소비품들은 최대한 생산과 유통을 보장해야한다. 그러나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에 대해서는 투기와 매점매석 행위를 철저히 규제해야한다.

또한 배급과 월급이 정상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생산과 유통, 판매 등에 따른 경제 관리방안은 물론이고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노동력을 파는 주민들에 대한 보호책이 세부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시장을 통해 수익이 보장되어야 주민들의 생활도 개선할 수 있다. 주민들의 생활을 안착시키는 것은 장사의 보장과 함께 이익이 보장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수익이 생기고 재산 형성이 보장되면 은행에 저축도 가능해진다. 그래야 국가에서 재정원천으로의 사용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장사를 통해 얻은 이익을 제대로 보장해 주지 않고 물건을 단속하고 압수하거나 재산축적에 대한 조사를 통해 빈털터리로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번 화폐교환 조치는 개인의 화폐 재산을 전면 무효화 시켜 버린 것이다. 그러나보니 개인도 가난해지고 국가도 가난해지는 형국이 되었다.

당국이 시장을 열고 장사 규제를 푼 것은 다행한 일이나, 장사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더 중요하다. 최근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 등으로 각종 검열과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이해할만하다. 그러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빈대를 잡기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반 여건을 마련하고 장사활동에 대한 합법적 관리가 이뤄지면, 불법행위로 이익을 취하는 일은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 북한 당국의 현명한 조치들이 있기를 바란다(끝).

■ 시선집중

양덕군, 5년째 큰물 피해에 예방의지 없어

평안남도 양덕군 양덕읍과 인근 농촌에는 지난 6월 29일 저녁과, 다음날 새벽 2시에 약 30분간 폭우가 쏟아졌다. 산골 물이 쏟아져 내려오면서 옥수수밭 등 농경지 25정보가 순식간에 침수돼 가을걷이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양덕군은 올해로 5년째 폭우 피해를 입는 중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수해피해가 계속되고 있지만, 돈이 없어 방지대책을 거의 세우지 못하고 있다. 양덕뿐만 아니라 신양과 맹산 등 인근 평안남도 지역은 전국에서도 홍수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이다. 그러나 도당과 군당 일군들은 매번 손 놓고 있을 뿐이다. 숱한 농경지가 침수되고, 수재민이 속출해 추운 겨울에도 집이 없어 비닐박막에서 덜덜 떠는데도 아무 대책이 없다. 군 일군들에게 방지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냐고 하면, “시멘트와 강재가 있어야 하고, 수송수단도 필요한데 지금 우리 군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기업소 인원을 시켜 산에서 통나무를 채벌해 침수가능 지역에 제방을 쌓고 막돌을 넣는 수준으로만 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양덕읍사무소에서는 이번 폭우가 지나가자, 인민반 세대에 쌀 마대자루를 3개씩 내라고 해 흙을 채워 강둑을 쌓기로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작은 빗물은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큰물이 내리면 한 번에 다 밀려나갈 것이라며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을 괜히 한다는 분위기이다.

황해북도, 물가 폭탄에 물 폭탄까지 민심 혼란 가중

지난 7월 셋째 주, 5일 동안 내린 폭우로 황해북도 농경지가 침수되고, 농작물이 떠내려가거나 완전히 잠기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황해북도 서흥군과 봉산군의 경우, 작년 6월에 새로 건설했던 콘크리트 다리들에 금이 가고, 기둥이 무너지는 등 파손 정도가 심해 주민들의 통행과 차량운행을 일체 통제하고 있다. 봉산읍 협동농장에서는 옥수수 밭 8정보가 3일 동안 물에 잠겨 회복이 불가능해졌다. 곡창지대인 황해북도 곳곳에서는 한여름 물 폭탄에 농사가 완전히 거덜난데다, 외환시세와 물가 동반 상승으로 장사꾼들이 상품을 내놓지 않아 물건 구경조차 어려워지는 등 생활난이 가중되고 있다. 국영상점들은 아예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 상품 구하기가 점점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다. 이러다가 정말 큰일이라도 날 것 같다며,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은행에서 준 기업소 운영자금, 일군들끼리 나눠가져

은행에서 받은 운영자금을, 기업소들마다 일군들이 끼리끼리 빼돌려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당은 지난 6월 7일 최고인민회의가 끝난 뒤, 전국 시, 군 은행에 전국 시, 군 은행에 최소 5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까지 자금을 풀고, 각 기업소에 운영자금을 마련해준 바 있다. 노동자들에게 로임을 우선적으로 지급하고, 기타 운영자금으로 쓰라는 배려였다. 그러나 일부 기업소들에서 은행에서 운영자금을 가져갔는데도, 노동자들에게 로임을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평안남도 평성시의 한 피복공장 지배인은 원자재나 설비 부품 등을 구입하느라 노동자들에게 로임을 줄 돈이 부족했다고 했다. 실제로 장부에 기재돼있는 가격대로라면 그른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로임이나 배급을 전혀 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시장에서는 더 싸게 사놓고 장부에는 더 비싼 값으로 꾸며 올린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 소식에 중앙당의 한 간부는 예견했던 일이라면서도, 그런 부패일군들은 모조리 색출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는 일부 부작용들을 감수하면서도 국가에서 이런저런 방법으로 현금을 푸는 것은, 그만큼 작금의 식량난과 경제난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며, 과연 수습이 어느 정도 될지는 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당은 2002년 8월에 발행한 인민공채들도 이번에 돌려줄 것을 준비 중에 있다. 인민공채를 액수대로 주자고 결정은 됐지만, 화폐 교환 조치로 돈의 가치가 변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정리되려면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화폐교환 저금 50만원, 드디어 새 돈 지급

화폐 교환 때 은행에 저축하도록 했던 50만 원을 드디어 새 돈으로 지급해주기 시작했다. 작년에 10만원까지는 100대 1로 교환해주고, 50만원은 새 돈 대신 교환증서만 발급해준 상태였다. 당시 언제 새 화폐로 바꿔주는지에 대한 정확한 날짜가 공시되지 않아, 과연 지급해줄 것인지 주민들의 의구심을 산 바 있다. 지금껏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이번에야 비로소 50만원에 대한 새 돈 5천 원이 지급된 것이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이번 지급 결정을, “국가 창고마다 식량이 거덜 나고, 백성들이 굶주림에 허덕이면서 아사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때문이라고 했다. 올해 1월부터 굶어죽는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민심이 흔들리자 밀린 로임을 지불해주고, 각 지방과 기관들마다 자신들의 능력껏 경제를 운영해 최대한 주민들을 구제하라고 5․26지시를 내린 데 이어, 이번에는 주민들이 언제 받을지 전혀 꿈도 꾸지 않았던 5천원을 풀어주는 등 정부 나름대로 대책들을 내놓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물가폭등은 국가에서 시중에 돈을 많이 풀고 있기 때문이어서, 인플레이션을 더 부채질하는 게 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물가 폭등에 주민 불안감 확산

외환시세와 물가 폭등에 주민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주민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 구입이 더 어려워진 데 대해 불안해하고, 장사꾼들은 장사꾼들대로 물건이 안 팔려서 불만이다. 경기가 호전되기는커녕 갈수록 악화되는 것에 “왜 이러나 대체. 윗대가리에는 머저리와 무골층만 들어앉아 있나”라며, 일반 주민들은 물론이고 일부 지방 간부들조차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청진 장사꾼들은 “돈 없는 사람은 점점 사먹기 어려워지니 이젠 다 죽어야 한다. 가뜩이나 화폐교환 이후 돈이 없어 장사도 안 되고, 사먹는 사람들도 없는데, 이제는 물가까지 오르니, 간부들 빼고 누가 살아남겠는가?”, “도대체 살아남을 자가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다. 장사꾼들도 살기 힘든 때 일반 주민들은 어떻게 살아가겠는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물건이 안 팔리다가는 이젠 죽 먹기도 힘들 게 될 것이라며 암담해하는 장사꾼들도 많다. 시당 간부들은 현재 추세대로 가면 앞으로 청진 시내에 굶주리는 세대수가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식량가격과 외환시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청진 라남구역과 송평구역에서는 옥수수 죽을 먹는 수가 전체 세대의 절반에 달했는데, 근래 들어 빠른 속도로 더 늘고 있다. 먹는 문제가 갈수록 악화되자, 주민들의 얼굴에 웃음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표> 청진 7월 15-19일 외환시세 및 식량가격

청진 7월 15-19일 외환시세 및 식량가격

위안화(북한 원/위안)달러(북한 원/달러)쌀(북한 원/kg)옥수수(북한 원/kg)
7/151681,120800-850450
7/162001,4001,050600
7/172101,4701,130660
7/192201,6001,200720

외환시세 무서운 폭등세에 시장물가 급상승

7월 들어 외환시세가 무서운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함경북도 청진의 경우, 15일까지만 해도 1,100원대였던 달러는 19일 현재 1,600원대로 올라섰고, 위안화도 220원까지 올라간 상태다. 외환시세가 폭등하자, 식량 값을 비롯한 시장 물가가 전반적으로 급상승 중이다. 청진의 쌀값은 kg당 800원대였던 것이, 19일 현재 1,200원으로 400원이나 올랐다. 옥수수는 400원대에서 700원대로 껑충 뛰었다. 물가 급상승에 시장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장사꾼들은 당장 자신들의 물건 값을 어떻게 매길지 고심에 빠졌다. 인민폐가 위안 당 140원할 때 1,500원하던 물건은 19일 위안화가 220원이 되자 2,800원으로 올랐다. 당분간 외환시세가 진정될 기미가 전혀 없고, 앞으로 물건이 고갈되면 값이 더 오를 것이라며, 시장에 물건을 내놓고 팔지 않는 장사꾼들도 생겼다. 물건을 내놓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물건을 내놓더라도 안 팔려서 더 큰 문제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폭등하다보니 감히 누구도 살 엄두를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산 상품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개인들에게서 상품을 위탁받아 판매해온 국영상점들 중에는 문을 닫는 곳도 생기고 있고, 문을 열었다고 해도 상품을 팔지 못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 사건사고

양덕군, 5년째 큰물 피해에 예방의지 없어

평안남도 양덕군 양덕읍과 인근 농촌에는 지난 6월 29일 저녁과, 다음날 새벽 2시에 약 30분간 폭우가 쏟아졌다. 산골 물이 쏟아져 내려오면서 옥수수밭 등 농경지 25정보가 순식간에 침수돼 가을걷이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양덕군은 올해로 5년째 폭우 피해를 입는 중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수해피해가 계속되고 있지만, 돈이 없어 방지대책을 거의 세우지 못하고 있다. 양덕뿐만 아니라 신양과 맹산 등 인근 평안남도 지역은 전국에서도 홍수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이다. 그러나 도당과 군당 일군들은 매번 손 놓고 있을 뿐이다. 숱한 농경지가 침수되고, 수재민이 속출해 추운 겨울에도 집이 없어 비닐박막에서 덜덜 떠는데도 아무 대책이 없다. 군 일군들에게 방지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냐고 하면, “시멘트와 강재가 있어야 하고, 수송수단도 필요한데 지금 우리 군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기업소 인원을 시켜 산에서 통나무를 채벌해 침수가능 지역에 제방을 쌓고 막돌을 넣는 수준으로만 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양덕읍사무소에서는 이번 폭우가 지나가자, 인민반 세대에 쌀 마대자루를 3개씩 내라고 해 흙을 채워 강둑을 쌓기로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작은 빗물은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큰물이 내리면 한 번에 다 밀려나갈 것이라며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을 괜히 한다는 분위기이다.

황해북도, 물가 폭탄에 물 폭탄까지 민심 혼란 가중

지난 7월 셋째 주, 5일 동안 내린 폭우로 황해북도 농경지가 침수되고, 농작물이 떠내려가거나 완전히 잠기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황해북도 서흥군과 봉산군의 경우, 작년 6월에 새로 건설했던 콘크리트 다리들에 금이 가고, 기둥이 무너지는 등 파손 정도가 심해 주민들의 통행과 차량운행을 일체 통제하고 있다. 봉산읍 협동농장에서는 옥수수 밭 8정보가 3일 동안 물에 잠겨 회복이 불가능해졌다. 곡창지대인 황해북도 곳곳에서는 한여름 물 폭탄에 농사가 완전히 거덜난데다, 외환시세와 물가 동반 상승으로 장사꾼들이 상품을 내놓지 않아 물건 구경조차 어려워지는 등 생활난이 가중되고 있다. 국영상점들은 아예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 상품 구하기가 점점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다. 이러다가 정말 큰일이라도 날 것 같다며,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 사회

은행에서 준 기업소 운영자금, 일군들끼리 나눠가져

은행에서 받은 운영자금을, 기업소들마다 일군들이 끼리끼리 빼돌려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당은 지난 6월 7일 최고인민회의가 끝난 뒤, 전국 시, 군 은행에 전국 시, 군 은행에 최소 5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까지 자금을 풀고, 각 기업소에 운영자금을 마련해준 바 있다. 노동자들에게 로임을 우선적으로 지급하고, 기타 운영자금으로 쓰라는 배려였다. 그러나 일부 기업소들에서 은행에서 운영자금을 가져갔는데도, 노동자들에게 로임을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평안남도 평성시의 한 피복공장 지배인은 원자재나 설비 부품 등을 구입하느라 노동자들에게 로임을 줄 돈이 부족했다고 했다. 실제로 장부에 기재돼있는 가격대로라면 그른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로임이나 배급을 전혀 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시장에서는 더 싸게 사놓고 장부에는 더 비싼 값으로 꾸며 올린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 소식에 중앙당의 한 간부는 예견했던 일이라면서도, 그런 부패일군들은 모조리 색출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는 일부 부작용들을 감수하면서도 국가에서 이런저런 방법으로 현금을 푸는 것은, 그만큼 작금의 식량난과 경제난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며, 과연 수습이 어느 정도 될지는 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당은 2002년 8월에 발행한 인민공채들도 이번에 돌려줄 것을 준비 중에 있다. 인민공채를 액수대로 주자고 결정은 됐지만, 화폐 교환 조치로 돈의 가치가 변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정리되려면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 경제활동

화폐교환 저금 50만원, 드디어 새 돈 지급

화폐 교환 때 은행에 저축하도록 했던 50만 원을 드디어 새 돈으로 지급해주기 시작했다. 작년에 10만원까지는 100대 1로 교환해주고, 50만원은 새 돈 대신 교환증서만 발급해준 상태였다. 당시 언제 새 화폐로 바꿔주는지에 대한 정확한 날짜가 공시되지 않아, 과연 지급해줄 것인지 주민들의 의구심을 산 바 있다. 지금껏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이번에야 비로소 50만원에 대한 새 돈 5천 원이 지급된 것이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이번 지급 결정을, “국가 창고마다 식량이 거덜 나고, 백성들이 굶주림에 허덕이면서 아사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때문이라고 했다. 올해 1월부터 굶어죽는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민심이 흔들리자 밀린 로임을 지불해주고, 각 지방과 기관들마다 자신들의 능력껏 경제를 운영해 최대한 주민들을 구제하라고 5․26지시를 내린 데 이어, 이번에는 주민들이 언제 받을지 전혀 꿈도 꾸지 않았던 5천원을 풀어주는 등 정부 나름대로 대책들을 내놓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물가폭등은 국가에서 시중에 돈을 많이 풀고 있기 때문이어서, 인플레이션을 더 부채질하는 게 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물가 폭등에 주민 불안감 확산

외환시세와 물가 폭등에 주민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주민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 구입이 더 어려워진 데 대해 불안해하고, 장사꾼들은 장사꾼들대로 물건이 안 팔려서 불만이다. 경기가 호전되기는커녕 갈수록 악화되는 것에 “왜 이러나 대체. 윗대가리에는 머저리와 무골층만 들어앉아 있나”라며, 일반 주민들은 물론이고 일부 지방 간부들조차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청진 장사꾼들은 “돈 없는 사람은 점점 사먹기 어려워지니 이젠 다 죽어야 한다. 가뜩이나 화폐교환 이후 돈이 없어 장사도 안 되고, 사먹는 사람들도 없는데, 이제는 물가까지 오르니, 간부들 빼고 누가 살아남겠는가?”, “도대체 살아남을 자가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다. 장사꾼들도 살기 힘든 때 일반 주민들은 어떻게 살아가겠는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물건이 안 팔리다가는 이젠 죽 먹기도 힘들 게 될 것이라며 암담해하는 장사꾼들도 많다. 시당 간부들은 현재 추세대로 가면 앞으로 청진 시내에 굶주리는 세대수가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식량가격과 외환시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청진 라남구역과 송평구역에서는 옥수수 죽을 먹는 수가 전체 세대의 절반에 달했는데, 근래 들어 빠른 속도로 더 늘고 있다. 먹는 문제가 갈수록 악화되자, 주민들의 얼굴에 웃음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외환시세 무서운 폭등세에 시장물가 급상승

7월 들어 외환시세가 무서운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함경북도 청진의 경우, 15일까지만 해도 1,100원대였던 달러는 19일 현재 1,600원대로 올라섰고, 위안화도 220원까지 올라간 상태다. 외환시세가 폭등하자, 식량 값을 비롯한 시장 물가가 전반적으로 급상승 중이다. 청진의 쌀값은 kg당 800원대였던 것이, 19일 현재 1,200원으로 400원이나 올랐다. 옥수수는 400원대에서 700원대로 껑충 뛰었다. 물가 급상승에 시장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장사꾼들은 당장 자신들의 물건 값을 어떻게 매길지 고심에 빠졌다. 인민폐가 위안 당 140원할 때 1,500원하던 물건은 19일 위안화가 220원이 되자 2,800원으로 올랐다. 당분간 외환시세가 진정될 기미가 전혀 없고, 앞으로 물건이 고갈되면 값이 더 오를 것이라며, 시장에 물건을 내놓고 팔지 않는 장사꾼들도 생겼다. 물건을 내놓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물건을 내놓더라도 안 팔려서 더 큰 문제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폭등하다보니 감히 누구도 살 엄두를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산 상품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개인들에게서 상품을 위탁받아 판매해온 국영상점들 중에는 문을 닫는 곳도 생기고 있고, 문을 열었다고 해도 상품을 팔지 못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