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오늘의 북한소식 377호

■ 시선집중

보안원들, 오토바이‘하오즈’열풍

근래 들어 량강도 백암군에 오토바이가 늘었다. 기관, 기업소마다 자동차들은 기름이 없어 멈춰있어도, 오토바이는 잘 돌아다닌다. 유평노동자구에서 백암읍 사이에 새로 생긴 초소에서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도 단속한다. 오토바이로 불법 장사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혜산시 혜산백화점에서는 요즘 오토바이가 없어서 못 판다고 한다. 백화점 직원에 따르면, 평안남도 남포나 멀리 강원도 원산에서 보안원이나 보위부원들이 들어와 오토바이를 몇 대씩 사가지고 간다고 전했다. 그는 “물론 장사 목적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자기들이 타려는 게 아니라, 자기 동료들에게 팔려고 한다는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오토바이는 ‘하오즈’로, 하오즈 스즈끼 벨라를 말한다. 혜산에서 하오즈 스즈끼 벨라 125cc가 중국 돈으로 6천 위안에 팔리는데, 이것을 남포나 원산에 가져가면 1,800달러에 판매된다. 혜산시 환율이 중국 1위안에 250원, 1달러에 1,800원 선으로, 북한 돈으로 환산하면 150만 원 짜리인 오토바이가 남포나 원산에서는 324만원에 팔리는 셈이다. 한 대에 2,500위안 하는 자전거오토바이도 800달러에 파는데, 이것도 북한 돈으로 환산하면 약 62만원 하는 것을 144만원에 파는 것으로 2배 이상 껑충 뛴다. 이렇게 비싼데도 황해도나 평남, 강원도 등 아래지역에서 찾는 사람이 많아 장사가 잘 된다고 한다.

오토바이 장사는 비교적 규제에서 자유로운 보안원 등 법기관 일군들이 한다. 혜산역에서 근무하는 조철룡(가명)씨는 지난 달 30일, 혜산-평양행 열차에 10대가 넘는 오토바이가 실려 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모두 보안기관에 있는 사람들의 수화물이었다. 혜산시 체신소에서 오토바이를 사겠다고 가져오라는 통화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체신소 직원에 따르면, 황해남도 은천군의 한 보안원이 하오즈 125cc를 한 대당 2,000달러에 사겠다며 오토바이를 주문하는 통화를 들었다고 전했다. 얼마 전에는 혜산시 강구동에서 순찰대장이 밀매업자와 짜고 오토바이를 6대 넘겨 2대는 자기가 갖고, 나머지 4대는 밀매업자가 가지는 조건으로 들여오려다가 국경경비대에 걸려 정복을 벗고 출당에 철직 제대되기도 했다. 비싼 가격에도 워낙 수요자가 많아 오토바이 밀매매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방문 통행증 발급 빨라져

한 번 신청하면 한참 잊고 살아야 나온다던 ‘주민국경통행증’이 올해 들어 재까닥 나온다고 주민들이 기뻐하는 모습이다. 예전에는 통행증을 발급받으려면 최소 3개월, 길어지면 몇 년이나 기다려야 했다. 발급받는 절차도 매우 까다로웠다. 직장인들은 직장일군들이나 담당 보위부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주부 등 직장이 없는 사람들은 동사무장과 동 보위부원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에 보안서에 가서 신상을 조회 받아야 하고, 승인이 되면 시, 군 담당 책임비서와 도 보위부장까지 통과돼야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발급 시기가 단축됐다. 여전히 보안원이나 보위부원 및 관련 업무자들에게 많은 돈과 뇌물을 바쳐야 하지만, 재깍 재깍 나오는 편이라 발급받으려는 사람들의 수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또 출국하기 전에 의무적으로 강연을 3일 동안이나 들어야 하지만, 강연회 내용이 “무슨 물품이든지 얼마나 되든 제한 없이 갖고 들어오라”고 바뀌어서 주민들이 좋아한다. 단 중고품은 일체 금지시키고, 신제품만 허용하겠다는 단서가 붙었다. 대신 쌀이나 돈은 얼마든지 허용하니 능력껏 가져오라고 한다.

송이버섯, 당39호실에 안 바치려고 해

지난 9월은 송이버섯 채집 계절이었다. 송이버섯은 조선로동당 39호실 산하 5호 관리국에서 독점적으로 수매한다. 송이버섯을 따면 모조리 5호 관리국에 바쳐야 하는 것이다. 당의 확실한 외화벌이사업이기 때문에 당에서도 송이버섯 수매에 상당한 신경을 쓴다. 그러나 송이버섯을 따는 주민들은 당에 갖다 바치는 것을 기피하는 분위기다. 암시장에 내다팔면 송이 1kg에 2천 원 이상 받을 수 있는데, 관리국에 바치면 얼마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5호관리국에서는 수매원들을 송이버섯 주요 채취지역에 파견해 직접 거둬들이고 있다.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수거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하루 종일 길목을 지키고 서 있다가 버섯을 따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수매하기도 한다. 거의 강제로 빼앗기는 셈이어서, 주민들은 이들을 피해 큰길을 빙 에둘러 산길을 타고 넘어 집으로 돌아가거나 사방이 어둑어둑해진 다음에야 산에서 내려오기도 한다. 그리곤 가능한 재빨리 송이버섯 밀매업자들에게 넘긴다. 10년 넘게 송이버섯을 전문 채집해온 장정학(가명)씨는 “당에서 웬만큼 값을 쳐주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자기들도 이제는 전문가나 마찬가지인데, 뻔히 보는 앞에서 버섯 등급을 형편없이 낮춰버리고 돈을 안 준다는 것이다. 그는 “특등 상품을 kg당 1,000원만 주더라”며 “이젠 옛날 같지 않아서 사람들이 돈 가치를 다 아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누가 당에 내주려고 하겠느냐, 암시장 가격대로 주기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제 등급대로는 줘야 할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군대도 CNC화하라”

최근 북한에서는 때 아닌 CNC 돌풍이 불고 있다. CNC(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콤퓨터 숫자 조종체계)를 모든 경제건설 분야에서 실현할 데 대한 당의 방침이 하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군부에까지 CNC화를 실현하라는 방침이 내려지고 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군부 CNC화란) 군대의 과학화, 현대화로 최첨단 군사 장비를 만들어내라는 말이 아니다. 매 부대가 자체 실정에 맞게 조직성, 사상성, 규률성을 현 수준보다 최소 10% 이상 높이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CNC가 단순히 정밀기계 작동법이 아니라 체제를 공고히 하고 변화와 발전을 상징하는 구호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새 공민증 안 나와 여행 불편

상반기에 시작한 공민증 교체 사업이 아직도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량강도 백암군 주민 리옥화(가명)씨는 “전국적으로 새 공민증이 나온다고 하면서 우리는 아직도 못 받고 있다”고 전했다. 혜산시에 장사하러 다니던 김씨는 혜산에 가려면 해당 보안기관에서 증명서를 떼야 하는데 여간 불편한 게 아니라고 했다. 전보다 신분증 검열을 더 심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다. 혜산시 주민 장영국(가명)씨도 “증명서 떼고 다녀야 하니 제 나라 제 땅도 못 다니게 한다고 사람들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백암군 유평노동자구에서 백암읍 사이에 없던 초소가 새로 생기자, “보안원들이 한 사람이라도 더 단속해야 자기들이 먹을 게 생기니까, 길 다니는 사람들을 더 못살게 하는 것 같다고 욕 안하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공민증은 남한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것으로, 만 17세가 되면 발급받게 된다. 북한은 10-15년을 주기로 공민증을 교체해왔고, 지난 2004년도에도 공민증을 교체하려고 했으나, 그때도 재정난으로 전부 교체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잘 살더라는 말이 무슨 문제?”

함경북도 은덕군 석탄공업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다가 정년퇴임한 김영광(가명)씨는 정직하고 성실해서 동료 교수와 학생들에게 두루 존경을 받아왔다. 김교수는 10년 만에 두 번째로 중국에 있는 친척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그동안 여러 차례 오라고 해도 워낙 고지식한 사람이라 학교 일을 빠질 수 없다며 미뤄오다가 퇴임하자 다녀온 것이다. 김교수가 돌아오자 친척과 이웃, 동료들이 중국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왔고 김교수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더니 그 말이 참말이었다. 중국의 발전이 너무 눈부셔서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중국이 배급제를 그만두고 개혁 개방을 한 이래 주민 생활이 해마다 좋아지고 있다. 중국에서 외국의 자금이나 기술을 들여와 여러 분야에서 세계 선진국들과 어깨를 겨누는 것 같다. 외국에 나가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외국에 갈 수 있고, 자기 나라 안에서도 어디든 마음대로 자기가 가고 싶은 곳에 가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었다. 그 누구라도 자기 힘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정말 놀랐다”며, 경제 발전에 가장 놀라움을 표했다. “사람마다 자기 생각을 말하고, 중앙당에도 의견을 표시할 수도 있었다. 전국 어디를 다녀도 여행증이 필요 없었고, 단속 검열 초소를 보지도 못했다”며 예전의 중국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장사를 하러 다니거나 친척 도움을 받으러, 기타 이런저런 이유로 중국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아서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얘기였지만, 한평생 당을 위해 충성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자기 과업에만 열중해 신망이 두터운 김교수가 한 말이라 주민들은 더 진지하게 들었다. 주민들은 입에서 입으로 김교수의 말을 전했고 결국 보위부에까지 들어갔다. 보위부에서는 당장 김교수를 불러들여 말의 진위를 추궁했다.

여느 사람이라면 위축될 법도한데, 김교수는 “중국도 사회주의 국가이고, 우리나라와 우호적인 나라여서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말했다. 내가 말한 것 중에 과대평가한 것은 없다. 그저 내가 보고 들은 것을 객관적으로 말했을 뿐인데 그게 죄인가? 나는 이날 이때까지 평생 당의 말을 어기며 산 적이 없다. 라디오나 텔레비전도 주파수를 고정하라고 해서 우리나라 것만 봤다. 사람들이 몰래 중국 방송을 보고 듣는다는 것을 나라고 모르겠는가. 이번에 내가 중국이 발전했다고 한 말들은 다 내가 체험한 것들이다. 그게 무슨 문제인가? 우리 위대하신 장군님께서도 중국의 발전을 높이 평가하고 기쁘게 생각하신다고 하지 않았었나. 내가 가보니, 역시 우리 장군님 말씀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장군님께서 보신 바대로 나도 그대로 보고 느껴서 말했을 뿐이다. 장군님께서 하신 말씀을 내가 보고 듣고 외운 것과 같은데 나만 죄가 되는 것인가?”라고 조목조목 태연하게 반문했다. 그러자 할 말을 잃은 보위부원은 이후에는 더 크게 선전하지 말라는 훈계를 하고, “다시는 그런 말을 안 하겠다”는 서약서에 수표하면 집에 보내겠다고 했다. 주위의 우려와 달리 별 탈 없이 나온 김교수는 “다른 나라가 잘 살더라는 말이 어떻게 우리 조선의 현실을 비난하는 것으로 들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안당국은 전반적으로 중국의 발전상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 중국의 발전상을 얘기하다보면 자연히 “왜 중국은 저렇게 잘 사는데 우리는 이렇게 못 사느냐”라는 말들이 나올 것이고, “우리도 중국처럼 개혁개방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안당국에서는 “중국은 땅덩어리도 넓고, 자원도 풍부하고, 인력도 많기 때문에 잘 살게 된 것이지만, 중국에서도 못 사는 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 사람들은 (중국에서) 다 잘 사는 곳에만 다녀온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함경북도, “우리만 군량미 내라는 거 아닌 가?”불안

전국적으로 군량미가 폐지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함경북도 농민들은 아직 탈곡 중이지만 아무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직 군량미를 걷겠다거나 혹은 걷지 않겠다거나 아무 말이 없다는 것이다. 회령시 농장들은 탈곡에 여념이 없고, 온성군은 올해 농사가 아주 잘 돼 군량미를 주고도 주민들에게 분배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청진시와 회령시의 간부들에 따르면, 올해 함경북도의 경우 수해 피해가 크지 않고 이상기후 현상으로 농작물 훼손이 심한 편도 아니어서 농사가 잘 됐다고 한다. 량강도를 비롯한 황해남북도와 강원도, 평안북도 등에서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청진의 한 간부는 “(다른 지방들은) 물 피해와 기온 변화로 작물 수확이 적어지거나 전혀 거둘 것이 없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쪽에서 군량미 걷는 것은 아예 포기하고, 함경북도에서만 군량미를 거두려고 하는 게 아닌가 생각 된다”고 했다. 온성군의 한 간부도 “함경북도가 그런대로 농사가 잘 돼 군량미를 전담하는 것이 아니냐. 만약 군량미를 안 걷으면 내년에 그럭저럭 버틸 수 있겠지만, 군량미를 징수한다면 함경북도에서 식량 부족으로 굶주리는 고통이 또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식량소식

함경북도, “우리만 군량미 내라는 거 아닌 가?”불안

전국적으로 군량미가 폐지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함경북도 농민들은 아직 탈곡 중이지만 아무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직 군량미를 걷겠다거나 혹은 걷지 않겠다거나 아무 말이 없다는 것이다. 회령시 농장들은 탈곡에 여념이 없고, 온성군은 올해 농사가 아주 잘 돼 군량미를 주고도 주민들에게 분배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청진시와 회령시의 간부들에 따르면, 올해 함경북도의 경우 수해 피해가 크지 않고 이상기후 현상으로 농작물 훼손이 심한 편도 아니어서 농사가 잘 됐다고 한다. 량강도를 비롯한 황해남북도와 강원도, 평안북도 등에서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청진의 한 간부는 “(다른 지방들은) 물 피해와 기온 변화로 작물 수확이 적어지거나 전혀 거둘 것이 없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쪽에서 군량미 걷는 것은 아예 포기하고, 함경북도에서만 군량미를 거두려고 하는 게 아닌가 생각 된다”고 했다. 온성군의 한 간부도 “함경북도가 그런대로 농사가 잘 돼 군량미를 전담하는 것이 아니냐. 만약 군량미를 안 걷으면 내년에 그럭저럭 버틸 수 있겠지만, 군량미를 징수한다면 함경북도에서 식량 부족으로 굶주리는 고통이 또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사회

“중국 잘 살더라는 말이 무슨 문제?”

함경북도 은덕군 석탄공업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다가 정년퇴임한 김영광(가명)씨는 정직하고 성실해서 동료 교수와 학생들에게 두루 존경을 받아왔다. 김교수는 10년 만에 두 번째로 중국에 있는 친척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그동안 여러 차례 오라고 해도 워낙 고지식한 사람이라 학교 일을 빠질 수 없다며 미뤄오다가 퇴임하자 다녀온 것이다. 김교수가 돌아오자 친척과 이웃, 동료들이 중국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왔고 김교수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더니 그 말이 참말이었다. 중국의 발전이 너무 눈부셔서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중국이 배급제를 그만두고 개혁 개방을 한 이래 주민 생활이 해마다 좋아지고 있다. 중국에서 외국의 자금이나 기술을 들여와 여러 분야에서 세계 선진국들과 어깨를 겨누는 것 같다. 외국에 나가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외국에 갈 수 있고, 자기 나라 안에서도 어디든 마음대로 자기가 가고 싶은 곳에 가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었다. 그 누구라도 자기 힘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정말 놀랐다”며, 경제 발전에 가장 놀라움을 표했다. “사람마다 자기 생각을 말하고, 중앙당에도 의견을 표시할 수도 있었다. 전국 어디를 다녀도 여행증이 필요 없었고, 단속 검열 초소를 보지도 못했다”며 예전의 중국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장사를 하러 다니거나 친척 도움을 받으러, 기타 이런저런 이유로 중국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아서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얘기였지만, 한평생 당을 위해 충성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자기 과업에만 열중해 신망이 두터운 김교수가 한 말이라 주민들은 더 진지하게 들었다. 주민들은 입에서 입으로 김교수의 말을 전했고 결국 보위부에까지 들어갔다. 보위부에서는 당장 김교수를 불러들여 말의 진위를 추궁했다.

여느 사람이라면 위축될 법도한데, 김교수는 “중국도 사회주의 국가이고, 우리나라와 우호적인 나라여서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말했다. 내가 말한 것 중에 과대평가한 것은 없다. 그저 내가 보고 들은 것을 객관적으로 말했을 뿐인데 그게 죄인가? 나는 이날 이때까지 평생 당의 말을 어기며 산 적이 없다. 라디오나 텔레비전도 주파수를 고정하라고 해서 우리나라 것만 봤다. 사람들이 몰래 중국 방송을 보고 듣는다는 것을 나라고 모르겠는가. 이번에 내가 중국이 발전했다고 한 말들은 다 내가 체험한 것들이다. 그게 무슨 문제인가? 우리 위대하신 장군님께서도 중국의 발전을 높이 평가하고 기쁘게 생각하신다고 하지 않았었나. 내가 가보니, 역시 우리 장군님 말씀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장군님께서 보신 바대로 나도 그대로 보고 느껴서 말했을 뿐이다. 장군님께서 하신 말씀을 내가 보고 듣고 외운 것과 같은데 나만 죄가 되는 것인가?”라고 조목조목 태연하게 반문했다. 그러자 할 말을 잃은 보위부원은 이후에는 더 크게 선전하지 말라는 훈계를 하고, “다시는 그런 말을 안 하겠다”는 서약서에 수표하면 집에 보내겠다고 했다. 주위의 우려와 달리 별 탈 없이 나온 김교수는 “다른 나라가 잘 살더라는 말이 어떻게 우리 조선의 현실을 비난하는 것으로 들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안당국은 전반적으로 중국의 발전상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 중국의 발전상을 얘기하다보면 자연히 “왜 중국은 저렇게 잘 사는데 우리는 이렇게 못 사느냐”라는 말들이 나올 것이고, “우리도 중국처럼 개혁개방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안당국에서는 “중국은 땅덩어리도 넓고, 자원도 풍부하고, 인력도 많기 때문에 잘 살게 된 것이지만, 중국에서도 못 사는 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 사람들은 (중국에서) 다 잘 사는 곳에만 다녀온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새 공민증 안 나와 여행 불편

상반기에 시작한 공민증 교체 사업이 아직도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량강도 백암군 주민 리옥화(가명)씨는 “전국적으로 새 공민증이 나온다고 하면서 우리는 아직도 못 받고 있다”고 전했다. 혜산시에 장사하러 다니던 김씨는 혜산에 가려면 해당 보안기관에서 증명서를 떼야 하는데 여간 불편한 게 아니라고 했다. 전보다 신분증 검열을 더 심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다. 혜산시 주민 장영국(가명)씨도 “증명서 떼고 다녀야 하니 제 나라 제 땅도 못 다니게 한다고 사람들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백암군 유평노동자구에서 백암읍 사이에 없던 초소가 새로 생기자, “보안원들이 한 사람이라도 더 단속해야 자기들이 먹을 게 생기니까, 길 다니는 사람들을 더 못살게 하는 것 같다고 욕 안하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공민증은 남한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것으로, 만 17세가 되면 발급받게 된다. 북한은 10-15년을 주기로 공민증을 교체해왔고, 지난 2004년도에도 공민증을 교체하려고 했으나, 그때도 재정난으로 전부 교체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이버섯, 당39호실에 안 바치려고 해

지난 9월은 송이버섯 채집 계절이었다. 송이버섯은 조선로동당 39호실 산하 5호 관리국에서 독점적으로 수매한다. 송이버섯을 따면 모조리 5호 관리국에 바쳐야 하는 것이다. 당의 확실한 외화벌이사업이기 때문에 당에서도 송이버섯 수매에 상당한 신경을 쓴다. 그러나 송이버섯을 따는 주민들은 당에 갖다 바치는 것을 기피하는 분위기다. 암시장에 내다팔면 송이 1kg에 2천 원 이상 받을 수 있는데, 관리국에 바치면 얼마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5호관리국에서는 수매원들을 송이버섯 주요 채취지역에 파견해 직접 거둬들이고 있다.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수거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하루 종일 길목을 지키고 서 있다가 버섯을 따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수매하기도 한다. 거의 강제로 빼앗기는 셈이어서, 주민들은 이들을 피해 큰길을 빙 에둘러 산길을 타고 넘어 집으로 돌아가거나 사방이 어둑어둑해진 다음에야 산에서 내려오기도 한다. 그리곤 가능한 재빨리 송이버섯 밀매업자들에게 넘긴다. 10년 넘게 송이버섯을 전문 채집해온 장정학(가명)씨는 “당에서 웬만큼 값을 쳐주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자기들도 이제는 전문가나 마찬가지인데, 뻔히 보는 앞에서 버섯 등급을 형편없이 낮춰버리고 돈을 안 준다는 것이다. 그는 “특등 상품을 kg당 1,000원만 주더라”며 “이젠 옛날 같지 않아서 사람들이 돈 가치를 다 아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누가 당에 내주려고 하겠느냐, 암시장 가격대로 주기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제 등급대로는 줘야 할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중국 방문 통행증 재까닥 발급

한 번 신청하면 한참 잊고 살아야 나온다던 ‘주민국경통행증’이 올해 들어 재까닥 나온다고 주민들이 기뻐하는 모습이다. 예전에는 통행증을 발급받으려면 최소 3개월, 길어지면 몇 년이나 기다려야 했다. 발급받는 절차도 매우 까다로웠다. 직장인들은 직장일군들이나 담당 보위부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주부 등 직장이 없는 사람들은 동사무장과 동 보위부원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에 보안서에 가서 신상을 조회 받아야 하고, 승인이 되면 시, 군 담당 책임비서와 도 보위부장까지 통과돼야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발급 시기가 단축됐다. 여전히 보안원이나 보위부원 및 관련 업무자들에게 많은 돈과 뇌물을 바쳐야 하지만, 재깍 재깍 나오는 편이라 발급받으려는 사람들의 수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또 출국하기 전에 의무적으로 강연을 3일 동안이나 들어야 하지만, 강연회 내용이 “무슨 물품이든지 얼마나 되든 제한 없이 갖고 들어오라”고 바뀌어서 주민들이 좋아한다. 단 중고품은 일체 금지시키고, 신제품만 허용하겠다는 단서가 붙었다. 대신 쌀이나 돈은 얼마든지 허용하니 능력껏 가져오라고 한다.

보안원들, 오토바이‘하오즈’열풍

근래 들어 량강도 백암군에 오토바이가 늘었다. 기관, 기업소마다 자동차들은 기름이 없어 멈춰있어도, 오토바이는 잘 돌아다닌다. 유평노동자구에서 백암읍 사이에 새로 생긴 초소에서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도 단속한다. 오토바이로 불법 장사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혜산시 혜산백화점에서는 요즘 오토바이가 없어서 못 판다고 한다. 백화점 직원에 따르면, 평안남도 남포나 멀리 강원도 원산에서 보안원이나 보위부원들이 들어와 오토바이를 몇 대씩 사가지고 간다고 전했다. 그는 “물론 장사 목적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자기들이 타려는 게 아니라, 자기 동료들에게 팔려고 한다는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오토바이는 ‘하오즈’로, 하오즈 스즈끼 벨라를 말한다. 혜산에서 하오즈 스즈끼 벨라 125cc가 중국 돈으로 6천 위안에 팔리는데, 이것을 남포나 원산에 가져가면 1,800달러에 판매된다. 혜산시 환율이 중국 1위안에 250원, 1달러에 1,800원 선으로, 북한 돈으로 환산하면 150만 원 짜리인 오토바이가 남포나 원산에서는 324만원에 팔리는 셈이다. 한 대에 2,500위안 하는 자전거오토바이도 800달러에 파는데, 이것도 북한 돈으로 환산하면 약 62만원 하는 것을 144만원에 파는 것으로 2배 이상 껑충 뛴다. 이렇게 비싼데도 황해도나 평남, 강원도 등 아래지역에서 찾는 사람이 많아 장사가 잘 된다고 한다.

오토바이 장사는 비교적 규제에서 자유로운 보안원 등 법기관 일군들이 한다. 혜산역에서 근무하는 조철룡(가명)씨는 지난 달 30일, 혜산-평양행 열차에 10대가 넘는 오토바이가 실려 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모두 보안기관에 있는 사람들의 수화물이었다. 혜산시 체신소에서 오토바이를 사겠다고 가져오라는 통화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체신소 직원에 따르면, 황해남도 은천군의 한 보안원이 하오즈 125cc를 한 대당 2,000달러에 사겠다며 오토바이를 주문하는 통화를 들었다고 전했다. 얼마 전에는 혜산시 강구동에서 순찰대장이 밀매업자와 짜고 오토바이를 6대 넘겨 2대는 자기가 갖고, 나머지 4대는 밀매업자가 가지는 조건으로 들여오려다가 국경경비대에 걸려 정복을 벗고 출당에 철직 제대되기도 했다. 비싼 가격에도 워낙 수요자가 많아 오토바이 밀매매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정치생활

“군대도 CNC화하라”

최근 북한에서는 때 아닌 CNC 돌풍이 불고 있다. CNC(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콤퓨터 숫자 조종체계)를 모든 경제건설 분야에서 실현할 데 대한 당의 방침이 하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군부에까지 CNC화를 실현하라는 방침이 내려지고 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군부 CNC화란) 군대의 과학화, 현대화로 최첨단 군사 장비를 만들어내라는 말이 아니다. 매 부대가 자체 실정에 맞게 조직성, 사상성, 규률성을 현 수준보다 최소 10% 이상 높이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CNC가 단순히 정밀기계 작동법이 아니라 체제를 공고히 하고 변화와 발전을 상징하는 구호로 확산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