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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381호

■ 논평

탈북 행렬, 여성들에게 책임 돌려선 안 돼

화폐교환 조치 후 먹고 살길이 막막해지자 겨울을 틈타 도강을 하는 여성들이 최근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1997년 고난의 행군 이래 먹고 살기위해 강을 건넌 역사가 벌써 10년이 훨씬 넘어간다. 올해 들어 도강 행렬이 다시 늘고 있다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동안 주춤했던 탈북행렬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최근 들어 더 험악해진 생활고 때문이다. 빈곤가정, 극빈가정의 젊은 여성들이 왜 강을 건너겠는가. 장사도 소토지 농사도 못하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을 희생해서 가정에 보탬이 되려고 한다. 그러나 인신매매범의 장사수단으로 팔려 다니거나 강제 매매혼으로 가난한 농촌 오지로 시집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돈이라도 벌어 가계에 보탬이 되겠다는 꿈은 실제로는 거의 이뤄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평생 살던 땅을 무작정 떠나는 것은 그래도 중국에 가서는 ‘먹고 살 수 있다, 입 하나 줄이자’는 절박한 생존의 이유 때문이다.

당국이 아무리‘조선 녀성의 지조와 정절’을 강조해도, 당장 한 끼가 중요한 여성들에게는 전혀 현실적이지 못하다. 도강한 여성들을 부패한 자본주의 사상에 물들었다고 비난하기 전에 그들을 나라 밖으로 떠밀어내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북한 당국임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자국민의 생존 하나 책임져주지 못하면서 사상만 강조하는 게 어떻게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떠나는 자를 욕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들이 떠나지 않고 자기 땅에서 잘 살 수 있게 할까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도강하기 전에 붙잡히거나 강제 송환된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각종 인권 침해는 분명히 근절돼야 한다. 북한 인권 문제, 특히 강제송환 탈북자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처벌은 전 세계인들이 비판적으로 주목하고 있다. 도강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지는 못할망정 가혹한 언어폭력과 모욕감과 수치심을 자극하는 것은 분명히 반(反)인권적이다. 북한 당국이 자국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여성들의 인권을 개선하는 노력을 먼저 보여야 한다. 그래야 중국에 건너가서 당하는 북한여성들에 대한 악질적 인신매매범에 대한 처벌과 매매혼에 대해서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이제 탈북의 역사가 10여년이 넘어간다. 탈북 문제는 단속과 처벌이 능사가 아님을 그간의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통제가 강화되면 될수록 도강비는 비싸지고, 범죄는 더 전문화, 조직화될 뿐이다. 북한 당국은 탈북을 하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살피는 것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가난하고 힘없는, 취약계층 여성들이 제대로 자기 땅에 뿌리내리고 살아갈 수 있는 생활보호와 생계지원에 나서야 한다. 빈곤가정, 극빈가정 세대들에 소토지 농사를 장려하고 생계지원 차원에서 장사를 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것이 이들의 탈북을 막는데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다. 나아가 중국으로의 노동 인력 송출을 합법화하여 빈곤 세대를 구제하는 방법까지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 시선집중

대홍단군 개척노동자구, 군량미 돌려줘

량강도 대홍단군 개척노동자구 농장들에서는 군량미 차출 중단 소식이 발표된 후, 미리 가져갔던 군량미와 돼지고기 지원 분량을 본인에게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농장원들은 빼앗겼던 식량을 다시 찾은 기분이라며, 다들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자기 집에서 돼지를 키워 작업반에 군대 지원용 돼지고기를 미리 냈던 농장원들은 울상을 지었다. 이들은 해마다 돼지고기를 지원했던 관례대로, 다른 농장원들에게 돼지고기 지원금 또는 그에 상응하는 감자를 받을 계산으로 자기들이 키운 돼지를 통째로 바친 거였다. 그런데 돼지는 이미 바쳐버렸는데 다른 농장원들에게 고기값으로 감자를 받지 못하게 돼 손해가 막심해진 것이다. 감자움에 감자를 가득 채우려던 꿈이 물거품이 되자, 돼지를 바친 농장원들이 “돼지 한 마리가 하늘로 날아갔다. 어서 돼지고기 값을 찾아내라”면서 작업반장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삼봉농장에서도 분조장들이 자기 집 돼지들을 먼저 바쳤다가 손해를 보면서 작업반장에게 행패를 부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백암군 광덕농장 올 가을 온전히 분배받아

량강도 백암군 광덕노동자구 농장들은 가을 식량 분배를 끝마쳤다. 농민들마다 출근일수가 달라서 식량분배량이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8개월 분량씩 받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감자 5개월 분량에 잡곡 3개월 분량이다. 10월 초까지만 해도 주민들은 올해에도 군량미와 군대 지원 돼지고기를 바치면 절반도 못 받을 것이라고 걱정이 많았다. 게다가 작년에 서리 피해를 입은 데 이어, 올해마저 서리 피해를 입어 개인 소토지 농사를 망친 집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농장원들 열의 아홉은 농장에서 분배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신경을 곤두세워왔다. 분배량에 따라 군량미를 바치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계산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도당 간부인 한주혁씨(가명)에 따르면, 량강도와 자강도, 함북도의 경우는 원래 전국 알곡 생산에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군량미를 걷지 않았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군량미가 부족하다보니 군대들이 지방 당에 압력을 주게 되어 지방당 차원에서 군량미를 뽑아냈다. 그것이 관례가 됐다가 식량 상황이 악화되고 농장원들의 불만이 거세지면서 중앙당에 강하게 제기하게 됐다. 그러던 지난 10월 30일, 중앙당에서 군량미 차출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발표가 전해지자, 농장원들은 저마다 환호성을 올렸다. 8개월 분량에서 군량미와 군대 지원 고기 분량으로 절반을 떼면 4개월 분량으로 1년을 버텨야 하는데, 온전히 8개월 분량을 받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백암군 보안원들, 뇌물 받고 도강자 묵인

량강도 백암군에서는 최근 도강하는 여성들이 늘자, 보안원들마다 몇 명씩 잡아내라고 할당량을 주는 등 도강자 색출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보안원들은 돈을 받고 눈감아주거나, 오히려 보호해주기까지 한다. 지난 11월 중순 함경북도 무산군 보위부는 유평노동자구에서 21살, 22살 여성 두 명을 데리고 무산군 흥암리쪽에서 중국에 넘어가려는 정경택(가명)을 붙잡았다. 그런데 도강자들을 인계받은 백암군 보안 일군들이 데리고 돌아가던 중 놓치고 말았다. 백암군 보안서에서는 당장 유평노동자구에 사람을 파견해 도강여성들의 집을 수사했다. 그러나 도강자들이 집으로 돌아갈 리 만무했다. 보안원들은 한밤중에도 도강 여성들의 친구 집에 들어가 막무가내로 가택수사를 벌여 원성을 샀다. 하도 이집 저집 소란스럽게 수사를 하자, 급기야 주민들의 입에서 항의가 터져 나왔다. “친하게 지냈다는 이유로 그저 범인을 내놓으라고 강압하면 없는 사람이 나오나? 혹시 보안일군들이 돈 받고 놓아준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자기들부터 조사해보라”는 이야기들도 나왔다. 그만큼 도강조직과 보안원들이 서로 연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중국 도강 여성 늘자, 청년 교양 사업 강화

올 겨울 유난히 춥고 배고픈 시기에 어떻게든 살 방도를 찾기 위한 여성들의 몸부림이 도강행렬로 나타나고 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비하면 그 수는 매우 미미하나, 2-3년 전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도강 사례가 늘자, 혜산시와 백암군, 삼지연군 등에서는 청년 동맹 사상 교양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당국에서는 청년들이 부패 타락한 자본주의 사상에 물이 들면 안 된다며, 매주 2시간씩 집중 학습을 시키고, 문답식 경연도 예전보다 자주 하고 있다. 청년들은 먹고 살기 힘든 마당에 사상교육만 죽어라 시키면 뭐하냐며, 교양 학습 받는 것을 지겨워하는 분위기다. 리동희(가명)씨는“매번 똑같은 얘기만 하는데 누가 듣고 싶겠냐. 학습은 그저 형식적으로 참가할 뿐, 누구도 진지하게 듣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북한 당국에서도 사상교양으로만 그치지 않고, 국경연선지역 단속을 더 철저히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당국의 단속이 엄격해질수록, 도강하는 수법도 보다 전문화, 조직화되고 있다. 혜산시에서 도강을 전문으로 하는 최영학(가명)씨는 “여자 한 명 팔아넘기는 데 중국 돈 8천 위안을 받는다. 거기서 3천 위안은 우리 쪽에 협력해주는 국경경비대 군관들에게 준다. 군관들은 중국산 손전화기로 우리들과 도강 시간과 장소를 서로 맞춘다”고 했다. 협조하는 대가로 받는 돈이 쏠쏠하다보니, 군관들이 거의 자발적으로 협력해준다고 했다.

가난한 부모들, 딸에게 도강 권유

당국의 국경 단속에도, 젊은 여성들의 도강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가난한 집 살림을 돕기 위해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가는 북한판 심청이들도 늘고 있다. 젊은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중국에 도강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토지 농사조차 짓지 못하는 극빈가정에서는 부모들이 넌지시 권해 어쩔 수 없이 입 하나 덜겠다는 심정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딸자식이 중국에 시집 가 1년에 한 번이라도 중국 돈 2천 위안 정도 보내주면, 그것으로 남은 식구들이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그렇게 딸을 몰래 도강시켰다는 림계화(가명)씨는 “고난의 행군 때 다른 집 딸들이 중국에 건너갈 때 우리 아이는 절대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때 아이가 너무 어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 설고 물 설은 남의 땅 가서 사는 게 어디 쉽냐. 그래도 장사도 하고, 감자 농사도 지으면서 근근이 버텨왔는데, 올해에는 팔 것도 없어서 계속 굶다시피 해왔다. 추운 겨울이라 땔 것 장만하는 것도 큰일이라, 딸애한테 너를 위해서라도 가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그냥 미안하다고 했다. 가서 도와주면 좋겠지만, 저라도 배 안 곯고 잘 먹으면 그것도 우리 복이다”며 애써 담담해 했다. 그러나 곧 “딸애를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몰라 가슴이 미어진다”며 울먹이고 말았다. 림씨처럼 형편이 어려운 집들일수록 딸이 재산이라고, 딸 있는 부모들은 어떻게든 중국에 보내려고 하는 것이 요즘 량강도 지역 극빈가정의 현실이다.

량강도, 중국에 환상 품은 젊은 여성들 증가

량강도 혜산시와 백암군, 삼지연군 등에서는 젊은 여성들의 도강 시도가 늘고 있다. 여성들은 공장이나 직장에 다녀도 배급도 못 받고, 월급도 줄어들면서 직장을 포기한다. 장사 밑천이 없어 장사를 할 수도 없다. 개인 소토지 농사로 근근이 연명하는 여성들은 중국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중국에 대한 막연한 환상 속에 돌파구를 찾아 나서려고 한다. 최근 늘고 있는 여성들의 도강에 대해 최학철(가명)씨는 “화폐개혁 이후 식량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중국에 친척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도강증을 떼 주어 식량이나 돈을 구해오도록 했다. 중국의 농촌 노력이 매우 부족하고 중국 여성들이 농촌에 시집가기 싫어하고 해서 노총각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조선에 있는 친척에게 똑똑하고 건강하고 일 잘하는 여자들을 구해 달라, 북한 여성과 국제결혼을 주선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았다. 그러다나니 친척관계 있는 사람들이 국제결혼에 나서게 되고 국경경비대와 연계해 비법적으로 중국에 들어가는 여성들이 급증했다”고 전한다. 그 중에는 조선족에게 간 사람들은 그나마 시집을 잘 간 경우도 있지만, 한족이나 만주족의 경우 생활 풍습도 다르고 신분을 은폐하기도 어렵고 생활이 곤란한 경우도 많다.

그러나 아무리 현지 실정이 어렵더라도 어떻게든 생존의 돌파구를 열고자 하는 적극적인 여성들은 도강을 전문으로 시켜주거나 밀매매로 먹고 사는 집에 은밀히 찾아가 중국에 넘어가는 방법을 묻기도 한다. 인신매매를 주로 해온 김학봉(가명)씨는 “살림 처지가 어려운 처녀애들이 찾아와 중국에 보내달라고 사정해서 보내주는 것”이라며, 자신들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제 발로 찾아온다고 했다. 김씨는 3명 정도가 모이면 1명당 중국 돈 8천 위안을 받고 도강을 도와주는데 대부분 중국 농촌에 시집간다고 했다. “말도 풍습도 통하지 않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고 살려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도 여자들이 가겠다고 한다”고 한다. 중국에 건너간 여성들 중에 친정집을 도와주는 사람은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별로 없다고 했다. “북에 사는 가정을 돕겠다는 마음이 아무리 간절해도, 같이 사는 중국 사람들의 믿음을 사지 못해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동안 시집 간 여성들이 얼마 살지 못하고 도망가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중국에 가면 잘 살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일 뿐이었다. 북한 여성들이 시집가는 곳은 대부분 중국 농촌에서도 찢어지게 가난한 집들이 대부분이다. 정신이 멀쩡하거나 몸이 성한 남편을 만나기도 어렵다.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거나 직장이 변변치 못한 사람들이 많다. 여성들이 맘 붙이고 살아보려고 해도 환경이 워낙 열악한 데다, 친정집에 몇 푼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무너지자 많은 여성들이 할 수만 있으면 도망가려고 하는 것이다. 김씨는 그나마 친정집에 돈을 보내주는 여성들도 있는데, 중국 돈 2천 위안 정도 보내면 많이 보내는 거라고 했다. 실정이 이런데도 중국에 팔려가려는 여성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면서, 그만큼 여기서 먹고 사는 게 어렵다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북한 당국에서는 중국에 도강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처벌을 더 강화하고 있다. 손전화기 사용자와 마약 밀매매자, 그리고 중국 도강 여성들은 최소 교화형 3년 이상 7년 미만으로, 일반 범죄자보다 형기가 더 길다. 지난 9월 21일부터 27일까지, 당창건 65주년을 기념해 전국 15만 명의 수감자가 사면되거나 감형된 대사령 기간에도, 도강자들은 사면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 여성/어린이/교육

량강도, 중국에 환상 품은 젊은 여성들 증가

량강도 혜산시와 백암군, 삼지연군 등에서는 젊은 여성들의 도강 시도가 늘고 있다. 여성들은 공장이나 직장에 다녀도 배급도 못 받고, 월급도 줄어들면서 직장을 포기한다. 장사 밑천이 없어 장사를 할 수도 없다. 개인 소토지 농사로 근근이 연명하는 여성들은 중국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중국에 대한 막연한 환상 속에 돌파구를 찾아 나서려고 한다. 최근 늘고 있는 여성들의 도강에 대해 최학철(가명)씨는 “화폐개혁 이후 식량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중국에 친척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도강증을 떼 주어 식량이나 돈을 구해오도록 했다. 중국의 농촌 노력이 매우 부족하고 중국 여성들이 농촌에 시집가기 싫어하고 해서 노총각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조선에 있는 친척에게 똑똑하고 건강하고 일 잘하는 여자들을 구해 달라, 북한 여성과 국제결혼을 주선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았다. 그러다나니 친척관계 있는 사람들이 국제결혼에 나서게 되고 국경경비대와 연계해 비법적으로 중국에 들어가는 여성들이 급증했다”고 전한다. 그 중에는 조선족에게 간 사람들은 그나마 시집을 잘 간 경우도 있지만, 한족이나 만주족의 경우 생활 풍습도 다르고 신분을 은폐하기도 어렵고 생활이 곤란한 경우도 많다.

그러나 아무리 현지 실정이 어렵더라도 어떻게든 생존의 돌파구를 열고자 하는 적극적인 여성들은 도강을 전문으로 시켜주거나 밀매매로 먹고 사는 집에 은밀히 찾아가 중국에 넘어가는 방법을 묻기도 한다. 인신매매를 주로 해온 김학봉(가명)씨는 “살림 처지가 어려운 처녀애들이 찾아와 중국에 보내달라고 사정해서 보내주는 것”이라며, 자신들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제 발로 찾아온다고 했다. 김씨는 3명 정도가 모이면 1명당 중국 돈 8천 위안을 받고 도강을 도와주는데 대부분 중국 농촌에 시집간다고 했다. “말도 풍습도 통하지 않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고 살려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도 여자들이 가겠다고 한다”고 한다. 중국에 건너간 여성들 중에 친정집을 도와주는 사람은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별로 없다고 했다. “북에 사는 가정을 돕겠다는 마음이 아무리 간절해도, 같이 사는 중국 사람들의 믿음을 사지 못해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동안 시집 간 여성들이 얼마 살지 못하고 도망가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중국에 가면 잘 살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일 뿐이었다. 북한 여성들이 시집가는 곳은 대부분 중국 농촌에서도 찢어지게 가난한 집들이 대부분이다. 정신이 멀쩡하거나 몸이 성한 남편을 만나기도 어렵다.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거나 직장이 변변치 못한 사람들이 많다. 여성들이 맘 붙이고 살아보려고 해도 환경이 워낙 열악한 데다, 친정집에 몇 푼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무너지자 많은 여성들이 할 수만 있으면 도망가려고 하는 것이다. 김씨는 그나마 친정집에 돈을 보내주는 여성들도 있는데, 중국 돈 2천 위안 정도 보내면 많이 보내는 거라고 했다. 실정이 이런데도 중국에 팔려가려는 여성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면서, 그만큼 여기서 먹고 사는 게 어렵다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북한 당국에서는 중국에 도강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처벌을 더 강화하고 있다. 손전화기 사용자와 마약 밀매매자, 그리고 중국 도강 여성들은 최소 교화형 3년 이상 7년 미만으로, 일반 범죄자보다 형기가 더 길다. 지난 9월 21일부터 27일까지, 당창건 65주년을 기념해 전국 15만 명의 수감자가 사면되거나 감형된 대사령 기간에도, 도강자들은 사면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중국 도강 여성 늘자, 청년 교양 사업 강화

올 겨울 유난히 춥고 배고픈 시기에 어떻게든 살 방도를 찾기 위한 여성들의 몸부림이 도강행렬로 나타나고 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비하면 그 수는 매우 미미하나, 2-3년 전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도강 사례가 늘자, 혜산시와 백암군, 삼지연군 등에서는 청년 동맹 사상 교양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당국에서는 청년들이 부패 타락한 자본주의 사상에 물이 들면 안 된다며, 매주 2시간씩 집중 학습을 시키고, 문답식 경연도 예전보다 자주 하고 있다. 청년들은 먹고 살기 힘든 마당에 사상교육만 죽어라 시키면 뭐하냐며, 교양 학습 받는 것을 지겨워하는 분위기다. 리동희(가명)씨는“매번 똑같은 얘기만 하는데 누가 듣고 싶겠냐. 학습은 그저 형식적으로 참가할 뿐, 누구도 진지하게 듣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북한 당국에서도 사상교양으로만 그치지 않고, 국경연선지역 단속을 더 철저히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당국의 단속이 엄격해질수록, 도강하는 수법도 보다 전문화, 조직화되고 있다. 혜산시에서 도강을 전문으로 하는 최영학(가명)씨는 “여자 한 명 팔아넘기는 데 중국 돈 8천 위안을 받는다. 거기서 3천 위안은 우리 쪽에 협력해주는 국경경비대 군관들에게 준다. 군관들은 중국산 손전화기로 우리들과 도강 시간과 장소를 서로 맞춘다”고 했다. 협조하는 대가로 받는 돈이 쏠쏠하다보니, 군관들이 거의 자발적으로 협력해준다고 했다.

■ 사회

가난한 부모들, 딸에게 도강 권유

당국의 국경 단속에도, 젊은 여성들의 도강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가난한 집 살림을 돕기 위해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가는 북한판 심청이들도 늘고 있다. 젊은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중국에 도강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토지 농사조차 짓지 못하는 극빈가정에서는 부모들이 넌지시 권해 어쩔 수 없이 입 하나 덜겠다는 심정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딸자식이 중국에 시집 가 1년에 한 번이라도 중국 돈 2천 위안 정도 보내주면, 그것으로 남은 식구들이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그렇게 딸을 몰래 도강시켰다는 림계화(가명)씨는 “고난의 행군 때 다른 집 딸들이 중국에 건너갈 때 우리 아이는 절대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때 아이가 너무 어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 설고 물 설은 남의 땅 가서 사는 게 어디 쉽냐. 그래도 장사도 하고, 감자 농사도 지으면서 근근이 버텨왔는데, 올해에는 팔 것도 없어서 계속 굶다시피 해왔다. 추운 겨울이라 땔 것 장만하는 것도 큰일이라, 딸애한테 너를 위해서라도 가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그냥 미안하다고 했다. 가서 도와주면 좋겠지만, 저라도 배 안 곯고 잘 먹으면 그것도 우리 복이다”며 애써 담담해 했다. 그러나 곧 “딸애를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몰라 가슴이 미어진다”며 울먹이고 말았다. 림씨처럼 형편이 어려운 집들일수록 딸이 재산이라고, 딸 있는 부모들은 어떻게든 중국에 보내려고 하는 것이 요즘 량강도 지역 극빈가정의 현실이다.

백암군 보안원들, 뇌물 받고 도강자 묵인

량강도 백암군에서는 최근 도강하는 여성들이 늘자, 보안원들마다 몇 명씩 잡아내라고 할당량을 주는 등 도강자 색출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보안원들은 돈을 받고 눈감아주거나, 오히려 보호해주기까지 한다. 지난 11월 중순 함경북도 무산군 보위부는 유평노동자구에서 21살, 22살 여성 두 명을 데리고 무산군 흥암리쪽에서 중국에 넘어가려는 정경택(가명)을 붙잡았다. 그런데 도강자들을 인계받은 백암군 보안 일군들이 데리고 돌아가던 중 놓치고 말았다. 백암군 보안서에서는 당장 유평노동자구에 사람을 파견해 도강여성들의 집을 수사했다. 그러나 도강자들이 집으로 돌아갈 리 만무했다. 보안원들은 한밤중에도 도강 여성들의 친구 집에 들어가 막무가내로 가택수사를 벌여 원성을 샀다. 하도 이집 저집 소란스럽게 수사를 하자, 급기야 주민들의 입에서 항의가 터져 나왔다. “친하게 지냈다는 이유로 그저 범인을 내놓으라고 강압하면 없는 사람이 나오나? 혹시 보안일군들이 돈 받고 놓아준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자기들부터 조사해보라”는 이야기들도 나왔다. 그만큼 도강조직과 보안원들이 서로 연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대홍단군 개척노동자구, 군량미 돌려줘

량강도 대홍단군 개척노동자구 농장들에서는 군량미 차출 중단 소식이 발표된 후, 미리 가져갔던 군량미와 돼지고기 지원 분량을 본인에게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농장원들은 빼앗겼던 식량을 다시 찾은 기분이라며, 다들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자기 집에서 돼지를 키워 작업반에 군대 지원용 돼지고기를 미리 냈던 농장원들은 울상을 지었다. 이들은 해마다 돼지고기를 지원했던 관례대로, 다른 농장원들에게 돼지고기 지원금 또는 그에 상응하는 감자를 받을 계산으로 자기들이 키운 돼지를 통째로 바친 거였다. 그런데 돼지는 이미 바쳐버렸는데 다른 농장원들에게 고기값으로 감자를 받지 못하게 돼 손해가 막심해진 것이다. 감자움에 감자를 가득 채우려던 꿈이 물거품이 되자, 돼지를 바친 농장원들이 “돼지 한 마리가 하늘로 날아갔다. 어서 돼지고기 값을 찾아내라”면서 작업반장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삼봉농장에서도 분조장들이 자기 집 돼지들을 먼저 바쳤다가 손해를 보면서 작업반장에게 행패를 부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 식량소식

백암군 광덕농장 올 가을 온전히 분배받아

량강도 백암군 광덕노동자구 농장들은 가을 식량 분배를 끝마쳤다. 농민들마다 출근일수가 달라서 식량분배량이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8개월 분량씩 받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감자 5개월 분량에 잡곡 3개월 분량이다. 10월 초까지만 해도 주민들은 올해에도 군량미와 군대 지원 돼지고기를 바치면 절반도 못 받을 것이라고 걱정이 많았다. 게다가 작년에 서리 피해를 입은 데 이어, 올해마저 서리 피해를 입어 개인 소토지 농사를 망친 집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농장원들 열의 아홉은 농장에서 분배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신경을 곤두세워왔다. 분배량에 따라 군량미를 바치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계산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도당 간부인 한주혁씨(가명)에 따르면, 량강도와 자강도, 함북도의 경우는 원래 전국 알곡 생산에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군량미를 걷지 않았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군량미가 부족하다보니 군대들이 지방 당에 압력을 주게 되어 지방당 차원에서 군량미를 뽑아냈다. 그것이 관례가 됐다가 식량 상황이 악화되고 농장원들의 불만이 거세지면서 중앙당에 강하게 제기하게 됐다. 그러던 지난 10월 30일, 중앙당에서 군량미 차출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발표가 전해지자, 농장원들은 저마다 환호성을 올렸다. 8개월 분량에서 군량미와 군대 지원 고기 분량으로 절반을 떼면 4개월 분량으로 1년을 버텨야 하는데, 온전히 8개월 분량을 받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