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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392호

■ 시선집중

청진 시당책임비서, “나부터 전기 안 빼돌리겠다”선언

아무리 전기가 없어도 간부들은 어떻게든 공급받는다. 보안원과 보위부원 등 법일군들은 물론이고, 당일군들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전기를 우선 끌어 쓰기 때문이다. 시배전부 전기감독원들은 간부나 법관들이 불법으로 전기선을 연결한다 해도 그들의 위세에 눌려 눈감아 줄 수밖에 없다. 똑같이 불법 전기를 쓴다 해도 어쩌다 걸리는 건 힘없는 주민들뿐이다. 돈 좀 찔러 넣으면 그나마 풀려날 수 있다. 청진시의 경우, 전력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생산부문이라 해도 실제 생산 활동이 거의 없는 공장들에는 전기를 완전히 끊어버렸다. 올 봄 농사를 준비하려고 농기계부속품 공장 등에 집중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그러고도 충분하지 않아 하루 겨우 5-6시간만 공급했다. 간부층에서 끌어가는 전기가 상당량에 이른 것으로 파악한 시당에서는 지난 연말, 간부 전원회의를 소집했다. 전력 보장이 식량생산과 직결돼있다며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한바탕 열변을 토한 시당 책임비서는 자기 집부터 전기를 끌어 쓰지 않겠다고 선언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자기가 솔선수범하겠으니, 간부들도 불법 전기를 보지 말라는 경고였다. 보안원과 보위부원 등 법관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했다. 12월 10일부터 보안서 호안과에서 단속에 나섰다. 불법으로 전기를 끌어당기는 세대를 발견하면 즉각 전기선을 회수했다. 앞에서는 누구도 감히 뭐라 말하지는 못하지만 간부들에게서 불평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에 반해, 일반 백성들은 전기 단속을 하거나 말거나 별 관심이 없다. 불법 전기는 먼 나라 얘기이기 때문이다. 중국산12V짜리 전지를 사용하는 집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돈 없는 집들은 초저녁부터 캄캄한 방을 더듬으며 다니는 형편이다. 밤이 깊어지면 아껴가며 겨우 촛불을 켠다. 젖먹이 아이가 있는 집에선 어머니들이 자다가도 자주 일어나야 하는데 양초 값이 비싸서 어둠 속에서 아이를 달랜다. 주민들은 언제쯤이면 이 컴컴한 암흑 세상에서 해방돼 환한 세상에서 한 번 살아볼 수 있겠느냐며 한숨짓는다.

“주민공급용 발전소 지어 달라”

“나라 곳곳마다 중소형수력발전소 수백 개 건설했다고 해도 실제 인민들용으로 공급하는 발전소는 한 군데도 없다”는 게 주민들의 공통적인 하소연이다. 평양 시민들도 하루에 전기를 1-2시간 보는 게 고작이니 다른 지역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도 각 도마다 발전소를 짓는다며 주민들에게 각종 과제들을 거두지만, 실제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함경북도 관내 시, 군들은 어랑천발전소 건설장 지원 물자로 세대당 장갑 4켤레, 줄당콩 3kg 등을 거뒀다. 줄당콩은 건설장 돌격대 식량을 들여오기 위한 상품이다. 회령시 탄광기계공장은 북부 탄광들에 필요한 설비를 생산하는 곳인데, 전력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공장 지배인이 중앙당 비서급 간부라 중앙당 회의에 올라가 당책벌을 받기도 했다. 농장들은 농장들대로 옥수수가 썩도록 탈곡을 못해 곡식 한 톨이 아까운 상황에서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일이 생겼다. 다 버리지는 못하고 먹을 만한 것만 골라 썩지 않은 곡물에 섞어 군량미로 바치기도 했다. 군대들도 썩은 옥수수가 섞여 있다고 해도, 한 알이 아쉬운 처지라 군말 없이 모두 받아갔다. 탈곡에 하루 5-6시간 전력을 보장해주었는데도,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농업혁명방침 관철을 명분으로, 자동차와 뜨락또르 부속품과 파종 시기 모판을 씌울 비닐박막 등을 생산하는 공장들도 전기가 없어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노동자들은 이제나 저제나 전기 올 시간만 기다리다 아무 일도 못하고 집에 가기 일쑤다. 뼈 빠지게 일해도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월급과 배급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 차라리 전기가 오지 않는 게 놀기도 좋고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꼭 돌아가야 할 생산부문에도 전기 공급이 안 될 정도니 주민들이 취사용이나 난방용 전기를 바라는 것은 감히 꿈도 못 꿀 일이다. “발전소 수백 개 짓는다고 (각종 과제로) 거둬가는 게 많으면 돌아오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냐. 백성들에게 전기 주는 발전소를 지어 달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청진시 한 간부는 “주민용 발전소를 짓는 게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아무리 중소형 수력발전소를 몇 백 개 건설한다고 해도 부실공사를 하는 것이 근본 문제라는 것이다. 대다수 중소형발전소들이 우기 때만 일부 가동될 뿐, 설비 부족과 기술력, 운영 미숙 등으로 이름만 발전소이지 실상 거의 작동을 못하는 상태다. “백성들의 등골이 휘어지도록 (각종 과제를) 거둬갈 줄만 알지, (전기) 주는 법을 모르게 된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라고 했다.

전기 없으면 청진화력 만가동, 꿈같은 일

함경북도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석탄이 꽝꽝 나와야 비료와 섬유도 쏟아지고 전기와 강재도 나온다. 전력공업부문에서는 발전설비들의 만부하, 만가동을 보장하고 송배전체계를 개선완비하는데 힘을 넣어야 한다”고 했지만, 적어도 함경북도 석탄생산은 기대만큼 많지 않다. 도내 몇 안 되는 탄광들마다 물이 차있기 일쑤고, 전력부족으로 양수기를 돌리지 못해 석탄 채굴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전기를 만들려면 석탄이 필요한데, 전기가 없어 석탄을 채굴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청진의 한 간부는 “작년 12월에 시당과 군당 책임비서들이 참석한 전원회의에서 강성대국 문을 여는 해에 채취공업분야에 일대 혁신을 창조하자며 목청을 높였던 것이 무색해졌다”고 말한다. 탄광사업을 집중적으로 잘 해서 청진화력발전소를 만부하가동(완전가동)시켜 전기사정을 해결하자는 계산이었으나, 지난여름 집중폭우로 그나마 생산되고 있던 몇몇 탄광들에 물이 차면서 폐갱된 곳이 늘었다. 새별군 하면탄광과 회령시 세천탄광과 덕흥탄광 등 일부 갱에 탄광설비들이 복구가 어려울 정도로 물에 잠겨버렸다. 예전부터 지하수로 침수상태에 있었던 갱들이 작년 집중폭우로 수량이 늘어나 도저히 물을 빼낼 재간이 없었다. 도에서도 폐갱시킨 이유가 전력문제라는 사실을 알고는 별다른 추궁을 하지 못했다. 간부들 사이에선, 전기가 없으면 현재로선 청진화력발전소 만가동은 꿈같은 일이라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함흥시, “4월에도 전기 공급 어려울 것”

함흥시 전력수급이 어려워 올해 4-5월이 돼도 전력공급이 불안정할 것이라고 한다. 함흥시 송배전부에서 근무하는 한 전기 지령원은 특급기업소를 제외한 일반 공장, 기업소와 주민 세대에 공급할 전력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일반 공장, 기업소 지배인들이 왜 전기를 제대로 주지 않느냐며 따지러 오면 “지금 못 주는 것은 일도 아니다. 4-5월이 되더라도 전기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2년 전부터 전력적산계를 설치한 주민 세대에 한해 전력을 공급해왔는데, 그마저 어려워진 상황이다.

함흥시는 북반부 최대 공업도시 중 하나로 전력공급을 최우선적으로 보장받는 지역인데도, 민간과 비생산부문에는 전력공급을 거의 하지 못한다. 1급 전력을 공급받는 철도도 정전사고가 일상사다. 평남 양덕군을 오가는 기차의 경우 짧으면 7-8시간에서 보통 24시간 멈춰서 있을 때가 많고, 어느 때는 32시간까지 움직이지 않을 때도 있다. 함흥 시당의 한 간부는 “주체비료와 주체섬유 2대 산업 부문이 흥남, 함흥지구에 집중돼있는데 주체비료를 생산하는 흥남비료공장과 주체섬유를 생산하는 2.8비날론공장에 전력을 최우선 공급하다보니 나머지 부문에 돌아갈 전기가 거의 없다. 특히 주체섬유 공정의 핵심 원료인 카바이트 생산에 막대한 전력이 든다. 함흥시 전기는 장전강 수력발전소에서 받는데 기대용량 25만 kw에서 2.8비날론공장에 15만 kw 정도가 들어가고 흥남비료공장에 10만 kw 이상이 들어간다. 함흥시 나머지 부문에 보낼 전기가 없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작년 3월, 2.8비날론공장 일부 공정이 재가동하기 시작하면서 전력소비량이 급증했고 함흥시 전력공급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생산부문에 돌아갈 전력도 없는 상황에서, 민가에 공급할 전기는 아예 생각도 못하는 상황이다. 옥수수를 분쇄해야 옥수수쌀이든 국수든 만들 수 있을 텐데 전기가 없어 가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절구에 찧어먹는 식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크기가 아무래도 기계로 분쇄한 것보다 굵다보니 밥을 해먹기가 힘들다. 가뜩이나 옥수수가 부족해 가루를 내서 아껴 먹어야 하는데, 기계를 돌리지 못하니 옥수수가 낭비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재중 해외대표부에 일인당 식량구입량 할당

중국 주재 해외대표부 간부들은 지난달에 이어 2월에도 군량미 확보를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니고 있다. 연일 군량미를 구하려 다녀도 진척이 미미하자, 본국에서는 아예 한 사람당 할당량을 강제로 거두겠다고 했다. 당장 어디서 돈을 마련하느냐는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한 무역일군은 “우리 정부조차 미처 대책을 강구하기 어려운 실정인 것 같다. 다행히 정부의 노력으로 국내 식량 가격이 좀 떨어졌다고 들었다. 해외에 나와 있는 우리들도 돈을 끌어 모으는 족족 평양에 보내고 있지만, 현재 양으로는 군량미와 건설현장에 보낼 식량에만 겨우 공급할 수 있을 정도다. 일반 주민들까지 챙겨줄 여유는 없는 상태라 백성들의 앞날이 캄캄하다”고 했다. 평양시만 해도 간부층 중 하루 3끼를 챙겨 먹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고, 노동자들은 하루 1-2끼 식사가 일반적인 상황이다.

지금은 고난의 “초강행군” 시기

식량난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부쩍 위기감이 높아진 분위기다. 지난 1월, 함경남도 함흥에 식량난 실태 조사를 다녀온 한 중앙당 간부는 “1990년대 후반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1990년대가 1차 고난의 행군 시기였고, 2006년 수해 이후 2007년부터 2차 고난의 ‘강’행군 시기였다고 한다면, 지금은 더 이상 붙일 말이 없어서 고난의 ‘초’강행군 시기라는 말이 간부들 회의석상에서 구호처럼 흘러나오고 있다”고 했다. 식량난에 대한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말이다. 그는 함흥시당 간부들도 “이대로 6-7월까지 간다면 아마 백성들 절반 이상은 죽어나갈 것이라며 속 태우고 있다. 하루빨리 외부에서 식량이 들어오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식량 위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는 가가 현재 정부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도 했다.

무역성에 소속된 한 간부는 지난 2월 16일 명절을 맞아 해외 무역 대표들이 1년 총화를 하기 위해 평양에 모였을 때도 식량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고 했다. 회의에서는 전국 철광산과 금속광산 등에 외자유치를 해서라도 팔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팔아 현 위기를 일단 넘겨야 한다고 했다. 희토류와 같은 희귀금속도 적극 수출하라고 했다. 무역성에서는 “나라의 희귀금속들을 설사 원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지 못하더라도, 적당한 선에서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판매해서 그 돈으로 식량을 우선 구입하라”고 지시했다. 또 국내외 무역회사들과 기관들에 식량조를 구성해 식량 구입을 최우선하라는 내용을 전달하고, 그 외의 무역 행위들은 일시 중단하라고 했다. 현재 중국으로부터 사료용 옥수수를 포함한 곡물이 주로 들어가고, 그 외 약간의 설탕, 콩기름, 소금 등이 들어가고 있다.

■ 정치생활

재중 해외대표부에 일인당 식량구입량 할당

중국 주재 해외대표부 간부들은 지난달에 이어 2월에도 군량미 확보를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니고 있다. 연일 군량미를 구하려 다녀도 진척이 미미하자, 본국에서는 아예 한 사람당 할당량을 강제로 거두겠다고 했다. 당장 어디서 돈을 마련하느냐는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한 무역일군은 “우리 정부조차 미처 대책을 강구하기 어려운 실정인 것 같다. 다행히 정부의 노력으로 국내 식량 가격이 좀 떨어졌다고 들었다. 해외에 나와 있는 우리들도 돈을 끌어 모으는 족족 평양에 보내고 있지만, 현재 양으로는 군량미와 건설현장에 보낼 식량에만 겨우 공급할 수 있을 정도다. 일반 주민들까지 챙겨줄 여유는 없는 상태라 백성들의 앞날이 캄캄하다”고 했다. 평양시만 해도 간부층 중 하루 3끼를 챙겨 먹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고, 노동자들은 하루 1-2끼 식사가 일반적인 상황이다.

■ 경제활동

함흥시, “4월에도 전기 공급 어려울 것”

함흥시 전력수급이 어려워 올해 4-5월이 돼도 전력공급이 불안정할 것이라고 한다. 함흥시 송배전부에서 근무하는 한 전기 지령원은 특급기업소를 제외한 일반 공장, 기업소와 주민 세대에 공급할 전력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일반 공장, 기업소 지배인들이 왜 전기를 제대로 주지 않느냐며 따지러 오면 “지금 못 주는 것은 일도 아니다. 4-5월이 되더라도 전기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2년 전부터 전력적산계를 설치한 주민 세대에 한해 전력을 공급해왔는데, 그마저 어려워진 상황이다.

함흥시는 북반부 최대 공업도시 중 하나로 전력공급을 최우선적으로 보장받는 지역인데도, 민간과 비생산부문에는 전력공급을 거의 하지 못한다. 1급 전력을 공급받는 철도도 정전사고가 일상사다. 평남 양덕군을 오가는 기차의 경우 짧으면 7-8시간에서 보통 24시간 멈춰서 있을 때가 많고, 어느 때는 32시간까지 움직이지 않을 때도 있다. 함흥 시당의 한 간부는 “주체비료와 주체섬유 2대 산업 부문이 흥남, 함흥지구에 집중돼있는데 주체비료를 생산하는 흥남비료공장과 주체섬유를 생산하는 2.8비날론공장에 전력을 최우선 공급하다보니 나머지 부문에 돌아갈 전기가 거의 없다. 특히 주체섬유 공정의 핵심 원료인 카바이트 생산에 막대한 전력이 든다. 함흥시 전기는 장전강 수력발전소에서 받는데 기대용량 25만 kw에서 2.8비날론공장에 15만 kw 정도가 들어가고 흥남비료공장에 10만 kw 이상이 들어간다. 함흥시 나머지 부문에 보낼 전기가 없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작년 3월, 2.8비날론공장 일부 공정이 재가동하기 시작하면서 전력소비량이 급증했고 함흥시 전력공급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생산부문에 돌아갈 전력도 없는 상황에서, 민가에 공급할 전기는 아예 생각도 못하는 상황이다. 옥수수를 분쇄해야 옥수수쌀이든 국수든 만들 수 있을 텐데 전기가 없어 가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절구에 찧어먹는 식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크기가 아무래도 기계로 분쇄한 것보다 굵다보니 밥을 해먹기가 힘들다. 가뜩이나 옥수수가 부족해 가루를 내서 아껴 먹어야 하는데, 기계를 돌리지 못하니 옥수수가 낭비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전기 없으면 청진화력 만가동, 꿈같은 일

함경북도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석탄이 꽝꽝 나와야 비료와 섬유도 쏟아지고 전기와 강재도 나온다. 전력공업부문에서는 발전설비들의 만부하, 만가동을 보장하고 송배전체계를 개선완비하는데 힘을 넣어야 한다”고 했지만, 적어도 함경북도 석탄생산은 기대만큼 많지 않다. 도내 몇 안 되는 탄광들마다 물이 차있기 일쑤고, 전력부족으로 양수기를 돌리지 못해 석탄 채굴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전기를 만들려면 석탄이 필요한데, 전기가 없어 석탄을 채굴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청진의 한 간부는 “작년 12월에 시당과 군당 책임비서들이 참석한 전원회의에서 강성대국 문을 여는 해에 채취공업분야에 일대 혁신을 창조하자며 목청을 높였던 것이 무색해졌다”고 말한다. 탄광사업을 집중적으로 잘 해서 청진화력발전소를 만부하가동(완전가동)시켜 전기사정을 해결하자는 계산이었으나, 지난여름 집중폭우로 그나마 생산되고 있던 몇몇 탄광들에 물이 차면서 폐갱된 곳이 늘었다. 새별군 하면탄광과 회령시 세천탄광과 덕흥탄광 등 일부 갱에 탄광설비들이 복구가 어려울 정도로 물에 잠겨버렸다. 예전부터 지하수로 침수상태에 있었던 갱들이 작년 집중폭우로 수량이 늘어나 도저히 물을 빼낼 재간이 없었다. 도에서도 폐갱시킨 이유가 전력문제라는 사실을 알고는 별다른 추궁을 하지 못했다. 간부들 사이에선, 전기가 없으면 현재로선 청진화력발전소 만가동은 꿈같은 일이라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주민공급용 발전소 지어 달라”

“나라 곳곳마다 중소형수력발전소 수백 개 건설했다고 해도 실제 인민들용으로 공급하는 발전소는 한 군데도 없다”는 게 주민들의 공통적인 하소연이다. 평양 시민들도 하루에 전기를 1-2시간 보는 게 고작이니 다른 지역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도 각 도마다 발전소를 짓는다며 주민들에게 각종 과제들을 거두지만, 실제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함경북도 관내 시, 군들은 어랑천발전소 건설장 지원 물자로 세대당 장갑 4켤레, 줄당콩 3kg 등을 거뒀다. 줄당콩은 건설장 돌격대 식량을 들여오기 위한 상품이다. 회령시 탄광기계공장은 북부 탄광들에 필요한 설비를 생산하는 곳인데, 전력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공장 지배인이 중앙당 비서급 간부라 중앙당 회의에 올라가 당책벌을 받기도 했다. 농장들은 농장들대로 옥수수가 썩도록 탈곡을 못해 곡식 한 톨이 아까운 상황에서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일이 생겼다. 다 버리지는 못하고 먹을 만한 것만 골라 썩지 않은 곡물에 섞어 군량미로 바치기도 했다. 군대들도 썩은 옥수수가 섞여 있다고 해도, 한 알이 아쉬운 처지라 군말 없이 모두 받아갔다. 탈곡에 하루 5-6시간 전력을 보장해주었는데도,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농업혁명방침 관철을 명분으로, 자동차와 뜨락또르 부속품과 파종 시기 모판을 씌울 비닐박막 등을 생산하는 공장들도 전기가 없어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노동자들은 이제나 저제나 전기 올 시간만 기다리다 아무 일도 못하고 집에 가기 일쑤다. 뼈 빠지게 일해도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월급과 배급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 차라리 전기가 오지 않는 게 놀기도 좋고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꼭 돌아가야 할 생산부문에도 전기 공급이 안 될 정도니 주민들이 취사용이나 난방용 전기를 바라는 것은 감히 꿈도 못 꿀 일이다. “발전소 수백 개 짓는다고 (각종 과제로) 거둬가는 게 많으면 돌아오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냐. 백성들에게 전기 주는 발전소를 지어 달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청진시 한 간부는 “주민용 발전소를 짓는 게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아무리 중소형 수력발전소를 몇 백 개 건설한다고 해도 부실공사를 하는 것이 근본 문제라는 것이다. 대다수 중소형발전소들이 우기 때만 일부 가동될 뿐, 설비 부족과 기술력, 운영 미숙 등으로 이름만 발전소이지 실상 거의 작동을 못하는 상태다. “백성들의 등골이 휘어지도록 (각종 과제를) 거둬갈 줄만 알지, (전기) 주는 법을 모르게 된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라고 했다.

청진 시당책임비서, “나부터 전기 안 빼돌리겠다”선언

아무리 전기가 없어도 간부들은 어떻게든 공급받는다. 보안원과 보위부원 등 법일군들은 물론이고, 당일군들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전기를 우선 끌어 쓰기 때문이다. 시배전부 전기감독원들은 간부나 법관들이 불법으로 전기선을 연결한다 해도 그들의 위세에 눌려 눈감아 줄 수밖에 없다. 똑같이 불법 전기를 쓴다 해도 어쩌다 걸리는 건 힘없는 주민들뿐이다. 돈 좀 찔러 넣으면 그나마 풀려날 수 있다. 청진시의 경우, 전력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생산부문이라 해도 실제 생산 활동이 거의 없는 공장들에는 전기를 완전히 끊어버렸다. 올 봄 농사를 준비하려고 농기계부속품 공장 등에 집중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그러고도 충분하지 않아 하루 겨우 5-6시간만 공급했다. 간부층에서 끌어가는 전기가 상당량에 이른 것으로 파악한 시당에서는 지난 연말, 간부 전원회의를 소집했다. 전력 보장이 식량생산과 직결돼있다며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한바탕 열변을 토한 시당 책임비서는 자기 집부터 전기를 끌어 쓰지 않겠다고 선언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자기가 솔선수범하겠으니, 간부들도 불법 전기를 보지 말라는 경고였다. 보안원과 보위부원 등 법관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했다. 12월 10일부터 보안서 호안과에서 단속에 나섰다. 불법으로 전기를 끌어당기는 세대를 발견하면 즉각 전기선을 회수했다. 앞에서는 누구도 감히 뭐라 말하지는 못하지만 간부들에게서 불평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에 반해, 일반 백성들은 전기 단속을 하거나 말거나 별 관심이 없다. 불법 전기는 먼 나라 얘기이기 때문이다. 중국산12V짜리 전지를 사용하는 집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돈 없는 집들은 초저녁부터 캄캄한 방을 더듬으며 다니는 형편이다. 밤이 깊어지면 아껴가며 겨우 촛불을 켠다. 젖먹이 아이가 있는 집에선 어머니들이 자다가도 자주 일어나야 하는데 양초 값이 비싸서 어둠 속에서 아이를 달랜다. 주민들은 언제쯤이면 이 컴컴한 암흑 세상에서 해방돼 환한 세상에서 한 번 살아볼 수 있겠느냐며 한숨짓는다.

■ 식량소식

지금은 고난의 “초강행군” 시기

식량난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부쩍 위기감이 높아진 분위기다. 지난 1월, 함경남도 함흥에 식량난 실태 조사를 다녀온 한 중앙당 간부는 “1990년대 후반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1990년대가 1차 고난의 행군 시기였고, 2006년 수해 이후 2007년부터 2차 고난의 ‘강’행군 시기였다고 한다면, 지금은 더 이상 붙일 말이 없어서 고난의 ‘초’강행군 시기라는 말이 간부들 회의석상에서 구호처럼 흘러나오고 있다”고 했다. 식량난에 대한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말이다. 그는 함흥시당 간부들도 “이대로 6-7월까지 간다면 아마 백성들 절반 이상은 죽어나갈 것이라며 속 태우고 있다. 하루빨리 외부에서 식량이 들어오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식량 위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는 가가 현재 정부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도 했다.

무역성에 소속된 한 간부는 지난 2월 16일 명절을 맞아 해외 무역 대표들이 1년 총화를 하기 위해 평양에 모였을 때도 식량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고 했다. 회의에서는 전국 철광산과 금속광산 등에 외자유치를 해서라도 팔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팔아 현 위기를 일단 넘겨야 한다고 했다. 희토류와 같은 희귀금속도 적극 수출하라고 했다. 무역성에서는 “나라의 희귀금속들을 설사 원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지 못하더라도, 적당한 선에서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판매해서 그 돈으로 식량을 우선 구입하라”고 지시했다. 또 국내외 무역회사들과 기관들에 식량조를 구성해 식량 구입을 최우선하라는 내용을 전달하고, 그 외의 무역 행위들은 일시 중단하라고 했다. 현재 중국으로부터 사료용 옥수수를 포함한 곡물이 주로 들어가고, 그 외 약간의 설탕, 콩기름, 소금 등이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