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량강도 춘궁기에 김치도 떨어져

량강도 대홍단군, 백암군, 갑산군, 보천군 등지에서는 언 감자로 연명하는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염장 무라도 먹을 수 있었던 겨울과 달리, 춘궁기가 되자 김치마저도 떨어진 집들이 많다. 반찬이라고는 유일하게 먹던 염장 무였는데, 지금은 소금 국으로 대신하고 있다. 주부들은 밥상을 안 차린 지 오래됐다고 말한다. 감자를 삶은 날이면, 감자 두 세 덩이에 소금국이 전부라 밥상을 차리고 하고 말 것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극심한 영양불균형에 어른들도 힘든 상황에 아이들의 건강은 더 말할 것이 없다. 갑산군에 사는 리정옥(가명)씨는 소학교 3학년 선생님이다. 반 학생들이 총 28명인데, 상시적으로 결석하는 학생이 15명, 그나마 착실히 나오는 학생이 4-5명이고, 나머지는 나오다말다 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하도 결석을 하니 진도를 나갈 수가 없다. 수업시간에는 겨우 복습을 시킬 뿐이다. 갑산군 관내 다른 학교들은 물론이고, 백암군, 대홍단군 등 다른 지역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군당 교육부와 도당 교육부에 출석 실태가 보고되어 당일군들이 직접 료해하고 단속에 나서도 출석률은 계속 낮아질 뿐이다. 리씨는 결국 욕먹는 것은 선생들뿐이라고 했다.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학생들을 다시 불러 모으려고 해도 부모들은 학교에서 내라는 게 하도 많아서, 자녀를 도저히 학교에 보낼 수가 없다고 한다. “더 이상 일체 학교에서 부담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해도,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입바른 소리로,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하니 대단히 감사한 일이지만, 집에 먹을 것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힘이 없어서 도저히 학교에 보낼 수가 없습니다”라고 돌려보낸다. 실제로, 리명옥씨가 만난 학부모는 “식량 사정이 칼날 같은 세월 속에 죽지 않고 지금껏 버티고 있는 것만도 다행이라는 심정으로 산다. 우리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겠지만, 먹을 것을 주는 것도 아닌데 가뜩이나 기력도 없는 아이를 매일 어떻게 걸려 보내겠느냐. 움직이지 않는 게 힘을 아끼는 길이다”고 해 대꾸할 말이 없어 돌아선 적이 많다고 했다. 자신도 열성적으로 학부모를 설득해 학생들을 모으기보다는 그냥 질책을 안 받을 정도로 시늉만 하고 있다고 했다.

보천군에 사는 채금순(가명)씨는 소학교 담임선생님인데, 자기가 가르치던 학생을 못 알아볼 뻔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학교에 나오지 않은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아이를 찾아갔더니, 부모님은 일하러 나가고 남자 아이 혼자 방안에 누워있었다. 힘없이 입을 벌린 채 눈만 꿈벅꿈벅하고 쳐다보는데, 누군가 한참 들여 보았다고 한다. ‘니 룡호 맞나?’고 물었더니, 눈빛으로 약간 끄덕이는 것 같아 우리 학생인 줄 알았다. 얼마나 굶었는지 룡호는 무서울 정도로 바싹 야위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다. 대체 이 집 부모가 아이를 살리자는 건지 죽이자는 건지, 대체 얼마나 굶었기에 이 모양이 될까 한심했다. 집주인이 없어서 마음대로 부엌에 들어가 이것저것 들춰 봤는데, 진짜 아무 것도 없었다. 시커멓게 언 감자만 몇 알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 길로 밖에 나가 입쌀 한 줌 사다가 죽(미음)을 쒀 먹였다. 나도 사는 게 어렵지만, 내가 맡은 아이가 그렇게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파서 뭐라도 하고 싶었다. 룡호가 내가 본 아이들 중에서 제일 심한 편이긴 하지만, 오래 결석한 아이들 집에 가보면 형편이 다들 비슷비슷하다. 6월 말 감자 나오기 전까지 룡호 같은 아이들이 더 많이 나올 것 같아서 걱정이다. 우리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 고생인지 모르겠다. 그 모습을 보고서도 어떻게 학교에 나오라고 하겠느냐. 학교와 당에 이런 실태를 보고해봤자, 대책이 없으니 답답하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학교에 왜 안 나온다고, 자꾸 우리보고 뭐라 하니 한심할 뿐이다.”

옥수수 수입량은 증가하는데 주민 배급은 없어

올해 1월부터 함경북도 온성군과 남양 세관을 통해 옥수수 수입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월과 2월에 중국 도문에서 건너온 옥수수는 1,500톤 가량이었으나, 3월에는 2,500톤으로 늘었다. 밀수입이 아닌 공식 쿼터를 받아 수입된 것들로, 옥수수 외에도 중국 쌀과 밀가루 등 곡물들 수입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곡물이 예전보다 비싸져서 모두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들어오는 것들이다. 온성군 외에도 회령과 숭선, 라선지구, 신의주, 혜산 등 국경연선지역마다 식량 수입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각 시, 군당 혹은 기업소, 단위별로 식량을 자체 해결하라는 방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아직 일반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지는 못하다. 일부는 황해도와 평안남도, 강원도 등 남부 지역 군부대로 가고, 또 일부는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장과 평양 10만 세대 건설장 등 주요 건설현장에 공급되고 있다. 오는 5월부터 7월까지가 가장 고비인데, 주민들에 대한 식량배급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한 간부는 “당 중앙에서는 백성은 굶어도 장사를 하든지 농사를 지어서라도 대충 살 수 있지만 인민군대는 그저 굶어야 하기 때문에 군대에 우선적으로 공급해야 된다고 생각 한다”고 전했다. 식량이 수입되고 있는데 다 군대로 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백성은 굶어 죽어도, 군대는 굶기지 못하는 것이 선군 정치로구나. 대체 누구를 위한 나라인지 모르겠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모범’ 강서군 농민들, 군량미에 벙어리 냉가슴

전국적으로 군량미 지원 재개 운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평안남도 강서군 농장들도 ‘군량미 지원 정치 사업’에 분주하다. 작년 농사가 잘 안 돼 평년보다 2-3개월 분량을 더 못 받은 세대들이 많은지라, 농민들로선 군량미 재개 운동이 썩 달갑지 않다. 다른 지역 농민들이 밖으로 울분을 토해낼 수 있는 것과 달리, 강서군 농민들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청산리 정신’의 발원지라는 이유 때문이다. 당에서도 “우리 군에는 전국적으로 자랑스러운 청산리가 있고, 당과 국가의 배려를 제일 많이 받는 군으로서 군량미 바치는 데 앞장서야 되지 않겠느냐. 하다못해 호당 50kg씩이라도 내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요구해 농민들이 매우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50kg면 하루 성인 1명당 600g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 사람이 3개월을 먹을 수 있는 식량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하루에 600g을 못 먹는다. 어른이나 어린이 할 것 없이 400g 미만으로 먹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따지면, 4인 가족이 한 달 먹을 수 있는 식량이 된다. 작년 농사로 올해 7-8개월 분량의 식량을 분배받은 집들도 쉽지 않은데, 4-5개월 분량밖에 못 받은 집들로서는 더더욱 내어주기 어려운 벅찬 양이다. 7-8개월 분량을 받았더라도, 농민들이 다른 수입이 없기 때문에 생필품과 바꾸면 실제 먹을 수 있는 식량은 더욱 줄어든다. 전국적으로 모범군이라는 유명세 때문에 대놓고 불만을 토로하지 못하지만, 군량미가 부담스러운 것은 다른 지역 농민들이나 한가지라 군량미를 안 바치려고, 땅을 파고 식량을 묻거나 감추는 일들이 비일비재 하다. 농민들이 군량미를 안 바치는 것이 도시 노동자들에게도 유리하다. 생필품을 구입해야 하는 농민들이 시장에 식량을 내놓아야 그만큼 식량을 구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단 도시 주민들의 경우, 다른 장사 벌이가 잘 안 돼 시장에 식량이 나와도 사먹을 수 없다.

한편 평안남도의 대표적인 곡창지대 중 하나인 문덕군에서도 농민들에게 “군량미를 량심적으로 할 데 대해”선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강제로 거두고 있다. 지난 4월 중순에는 일부 농민들이 중앙당에 “량심적으로 하라고 해놓고선 실제로는 강박해 가져갔다”는 신소를 올려, 몇몇 간부들이 해임, 철직되는 일도 있었다. 청암구역에서는 “작년에 (군량미를) 안 걷겠다고 해놓고 재차 군량미를 거두니, 그럴 바에 왜 우리에게 (식량 분배를) 주었는가”라며 농민들이 농장일군들에게 대놓고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군량미를 1kg도 하지 않았던 사구리농장의 한 농민은 당생활 총화에서 심한 비판을 받고, 뒤늦게 10kg를 바치기도 했다. 농민들이 예전에 비해 비판적인 말을 거침없이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활총화 등의 집단 통제 앞에서는 여전히 무력한 것이 현 주소다.

“군량미, 인민들에게 강요 말라”면서 지원 재개

“전국적으로 군량미는 조직적으로 하되, 인민들에게 강요는 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렸다. 중앙당에서는 군량미로 고통 받는 주민들의 실상을 보고받은 뒤 “아무리 군량미가 긴급하다고 해도, 없는 사람들에게서까지 억지로 받아내면 백성들이 어떻게 살겠느냐. 있는 사람들이 많이 내고, 없는 사람들은 안 내도 되게 자발성에 맡기라”는 지시를 각 도당에 내렸다. 도당에서는 이런 내용을 기초로 강연문을 작성해 각 시, 군당에 내려 보냈다. 그러나 정작 주민들 대상 강연회에서는 “없는 사람은 내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보다, “공민적 자각성을 가지고 군량미를 내라”는 내용이 집중 부각되었다. 평안남도 평성시의 한 간부는 “사상동원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별 학습을 심화될 때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상부에서 말은 그렇게 해놓고 군량미 과제를 달성하지 못하면 추궁하고 독촉하기 때문에, 하부 단위에서는 군량미를 강제로라도 거둘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함경남도 함흥시의 한 시당 간부는 “상부에서 내린 군량미 과제는 어차피 완성해야 한다. ‘억지로 하지 말라, 돈 있는 사람이 더 많이 내라’고 호소하면 낼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러니 우리로서는 매일 시끄럽게 해서 사람들이 ‘너무 피곤하게 구니까 차라리 내고 만다’는 식으로 강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과제를 충당할 수 있다.

지방당에서는 일부 간부들 사이에, “춘궁기에 접어들어 백성들이 더 힘든 시기가 됐는데, 군량미를 다시 거둔다는 게 현실적이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올해 1-2월에 집중적으로 군량미 지원 운동을 펼쳤어도 많이 걷지 못했는데, 없던 식량이 땅에서 솟는 것도 아니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어디서 구해서 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량강도 지역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대홍단군과 백암군만 해도 겨울 내내 언감자 이삭으로 하루하루 겨우 연명해왔고, 풀도 나지 않아 풀뿌리를 캐먹고 살았는데, 군량미를 내라고 하다니 “차라리 우리보고 죽으라고 해라”고 말하는 정도이다. 량강도 관내 각 지방당 간부들도, 입으로는 “지금 인민군대 식량 사정이 대단히 어려우니 군량미를 공민적 자각을 가지고 량심껏 본인의 의사에 따라 하자”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강압적으로 거두는 경우가 많다. 백암군의 한 간부는“위에서 량심껏 하라고 하면서도 하도 내리먹이니, 당장 먹을 것 없는 사람들한테도 강제로 받아내는 경향이 있다”고 시인했다. 중앙당과 도당까지만 해도 “량심껏 하라”고 하지만, 정작 아랫단위에서는 상부에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강제성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춘궁기에 굶어죽는 사람 없도록 하라지만

중앙당은 내각을 통해 각 도에 “식량문제를 하루 빨리 풀어서 춘궁기에 영양실조 현상을 미리 막기 위한 대책을 빈틈없이 세울 것”이라는 내용으로 긴급 지시문을 내려 보냈다. 쉽게 풀이하면,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하라는 말인데 굶어죽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기 때문에 영양실조 현상을 막기 위한 대책 운운의 표현을 사용한다고 했다. 각 도당에서는 “모든 부문에서 력량을 총 집결하여 중국과의 무역을 활성화하고, 식량 구입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다시 시, 군당에 하달했다. 만약 굶어죽는 사람이 나오면, 책임자들은 불이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시, 군당에서는 다시 관내 기업소와 단위들마다 “아랫사람의 형편을 잘 파악해서 도울 사람은 적극 도와야 한다. 특히 로동자들의 식량 배급은 무조건 책임지라”고 강조했다. 중앙당에서 도당으로, 다시 시, 군당에서 각 단위, 기업소까지 일사분란하게 긴급 지시문이 하달됐지만, 지시문을 읊는 사람이나 이를 듣는 사람도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다.

중앙에서는 모든 능력을 동원해 해외에 진출하라고 하고, 무역을 성사시켜 식량을 확보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예전에는 특별기업소 몇몇에만 허용됐던 외화벌이 무역도 이제 시급, 군급 단위까지 모두 확대되었다. 편의봉사망들까지 중국에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공무여권을 빠르게 발급해주고 있다. 식량을 자체 해결하라는 격려 차원의 방책일 뿐 이번 지시가 특별히 새삼스러운 내용도 아니다. 지난 2월에도 똑같은 지시가 있었다. 모든 부문들이 식량생산을 위한 물자들과 인력 등을 최대한 보장하여 올해에 무슨 일을 해서라도 식량 생산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재차 내리고 있는 것이다. 해외대표부들에도 식량 구입과 비료, 농약, 비닐박막 등 농자재를 구입하라는 지시를 연거푸 내리고 있다. 해외대표부 일군들은 현금이 없어 가을에 후불로 갚기로 하고, 일단 비료와 기타 농자재들을 구입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군량미 모집 운동에 시달리다가 이번에도 결코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대표부 일군들은 지난 2월, 평양에서 열린 해외대표부 총화 모임에서 현지의 열악한 경제상황을 설명하고, 세외부담이 가중되는 것에 대해 선처를 호소한 바 있다. 호소가 반영되어 3월 1일자로 모든 해외 공관에 군량미 모집 운동을 중단하라는 지시가 내려지기도 했다.

해외대표부, “조용히 들어와 조용히 나가라”

중앙당은 최근 해외대표부에 “현 시기, 조국에 들어오지 말라”고 권고를 내렸다. 국내출장(입국)을 최대한 자제하라는 것이다. 부득이 국내 출장을 와도 조용히 들어와 일만 보고 나갈 것을 권유했다. 중앙당의 한 간부 말에 따르면 이는 주민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나온 지시라고 했다. 해외대표부 일군들이 잠깐 들어올 때마다 본사 직원들과 가족, 친인척, 친구들을 데리고 식당에 다니면서 먹고 마시는 일이 잦은데 간부들은 식당에 드나들며 흥청망청 쓰는 모습을 보면, 식량이 없어 배급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반감을 갖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사실상 “당 생활을 강화할 데 대한” 지침이다. 당, 정 간부들에게도 마찬가지 지시가 내렸는데, 특이한 것은 2명 이상씩 모여서 식당에 다니지 말라고 한 대목이다. 2명 이상 모이지도 말고 길거리에 만나서 장시간 얘기하지도 말라는 지시 이후에 나온 것이라 중앙당 간부들조차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주민들의 시선을 의식한 지시라고는 해도 식당에 어떻게 혼자만 가겠느냐는 것이다. 모여 이야기도 하지 말고, 밥도 혼자만 먹으라는 지시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 간부는 “하도 배급을 주지 못하다보니 주민들의 입을 두려워하는 것은 알겠는데,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 우리조차 못 믿겠다면 누구를 믿고 끌어갈 것인가?”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