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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404호

■ 시선집중

돈 있는 범죄자 찾기도 쉽지 않아

법관들이 아무리 뇌물을 밝혀도 전처럼 뒷돈 챙기기가 쉽지만은 않다. 뇌물을 받으려면 그래도 돈 있는 범죄자가 걸려들어야 하는데, 생계형 범죄자들만 넘쳐나기 때문이다. 한 보안원은 “올해 들어 범죄자들이 많이 늘었지만, 대개 먹고 살만한 일이 없어 강도질을 하거나 법에 어긋나는 장사를 하다가 잡혀 온 사람들이 많다. 돈 많은 사람이 걸려야 뜯을 것도 많을 텐데, 먹고 살려는 단순 범죄자들이라 오래 가둘 것도 없고, 벌금 몇 푼 내고 보내는 식”이라고 했다. 오래 붙들고 있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붙잡혀 들어오기 때문에 며칠 구류했다가 적당히 교양하고 내보낸다. “우리도 귀찮으니까 조금이라도 돈을 받으면 그냥 풀어준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아무리 여러 번 눈치를 줘도 꿈쩍도 안한다. 그런 사람들만 골라서 시범으로 교화소에 보내고 있다”고 했다. 법관들이 자신들의 직위와 권한을 이용해 자의적으로 법을 집행하고 있다는 고백이었다. 그는 “우리들도 국가에서 받는 것이 없어지니까, 가족을 먹여 살리려면 하는 수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금 자리에 있을 때 하나라도 더 빼내야 한다”고 했다. 김순희(가명)씨는 네 식구를 먹여 살리려고 그동안 안 해 본 장사가 없을 정도이다. 작년에는 급기야 금속 장사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걸리면 사형감이라는 파동, 파늄 밀매매에 뛰어든 것이다. 량강도 혜산에 드나드는 장사꾼들에게 넘겨주는 역할이었는데, 극도로 조심해야 하다 보니 큰 벌이는 못하고 소소한 벌이들만 해왔다. 하얀 쌀밥은 못 먹어도 옥수수쌀은 안 떨어뜨리고 먹을 정도였는데, 지난달 단속에 걸렸다. 남편이 법관들을 찾아가 돈이 얼마 들어도 좋으니 제발 풀어달라고 사정해봤지만, 손을 쓰기에는 늦고 말았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고, 우리도 돈 좀 얻고, 그쪽도 교화소에 안가고 그러면 좋겠지만 일단 노출된 사건이라 어떻게 해줄 수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을 뿐이다.

문덕군 법관들도 식량 부족해 부정부패

평안남도 문덕군은 평안남도에서도 ‘쌀 고장’으로 유명한 곡창지대다. 문덕군은 안주화학공장에서 생산된 요소비료를 공급받아 최소 10만 톤 이상이 생산되는 곳으로 일명 ‘10만톤 군’이라 불린다. 문덕군 사람들이 아무리 죽는 소리를 해도 다른 군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엄살을 떤다고 할 정도이다. 그런데 2006년부터 그 명성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2006년과 2007년 연속 수해 피해를 입은 데다, 작년에도 수해를 비껴가지 못해 수확량이 계속 감소했다. 여태껏 식량 걱정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당 간부와 법관들도 올해 들어 식량부족을 걱정할 정도이다. 물론 일반 주민들은 당 간부와 법관들이 식량 걱정을 한다고 하면 코웃음을 칠 것이다. 그들에게는 식량이 최우선 분배되기 때문에 걱정한다는 자체가 자기들이 걱정하는 수준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이다. 문덕읍 일용품공장에 다니는 김동호(가명)씨는 “그 사람들이야 하루 세끼 입쌀밥 먹다가 하루 한 끼 옥수수쌀 좀 섞어 먹는 수준이겠지. 우리처럼 옥수수쌀을 밥으로 지어먹을 거냐, 국수로 할거냐 아니면 죽을 쑬 거냐 이런 걱정은 아니다”고 말한다. 당사자들은 이런 얘기에 일부 수긍하면서도, 심각하다고 말한다. 군당 인민위원회에서 일하는 한 간부는 “작년 가을부터 식량공급이 줄기 시작했다. 상순 배급 때 15일 분량이 열흘 치밖에 안 나온다거나, 하순 배급이 좀 늦게 나오는 식이었다. 그러다 지금은 입쌀로 안 나오고 기본 옥수수쌀이 나온다. 예전에는 없던 일이다. 곧 간부 배급도 끊어질지 모른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보안원도 “곡창지대라고는 하지만, 우리들도 지금 쌀밥 먹기 어려운 실태다. 자기 직권을 리용해 빼돌리는 게 더 많아졌다”고 해 법관들의 식량 사정도 평탄하지 않다고 했다. 그만큼 법관들의 부정부패가 심해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간단하다. 단속을 더 자주해 돈 좀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을 집중 추궁한다. 돈이나 뇌물을 받아먹고서 용서해준다”라고 했다.

도매 쌀장사를 하면서 돈주가 된 강명성(가명)씨는 “원래 나는 법관들과 친하게 지냈다. 비법을 하려면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니 잘 바치는 편이었다. 올해는 유난스럽게 자주 찾아온다. 손 벌리러 하도 많이 오니까, 내가 웃으면서 그랬다. ‘창석(가명)아, 나도 좀 살자.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니냐? 내 팬티라도 벗어서 팔아주랴, 허리띠라도 벗어주랴’ 그러니까, ‘아이고 형님, 나도 죽겠습니다. 이번 달에도 배급이 없어서 우리도 굶을 처집니다. 윗사람들 눈치도 봐야 되고, 신의주까지 가서 범죄자 압송해오라는데 갈 려비도 없습니다. 좀 도와주십시오’ 그러더라. 야 아무리 세월이 그래도 법관들 배급이 안 나온다는 게 말이 되냐 했더니, 자기들도 영문을 모르겠다고 하더라”며 그들의 상황을 전했다.

빙두 장사 위험해도 법관들 비호 덕에 수입은 안정적

함경남도 함흥시에 사는 류건룡(가명)씨는 지난 몇 년 동안 빙두를 판매해 살아오고 있다. 류씨는 함흥의 의과대학생들이 만든 빙두를 사들이고, 아내는 팔아넘긴다. 2005년부터 빙두 장사에 뛰어든 후 몇 번의 단속 위기를 넘기면서 지금은 꽤나 안정되었다. 상대하는 사람들이 주로 당 간부와 법관들이다보니, 중앙에서 검열단이 내려와도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온 그들의 도움으로 무사할 수 있었다. 류씨는 법관들이 빙두를 사가기도 하지만, 팔러 오기도 한다고 했다. 단속 시 얻은 마약을 은밀히 처분하러 오는 것이다. 이들이 가져오는 빙두는 사실 큰 장사가 안 된다. 표면상 류씨가 법관들을 대신해 팔아주겠다고 하고 받는 거지만, 실제로는 류씨가 사주는 셈이다. 빙두가 팔리지 않았어도, 류씨 개인 돈으로 먼저 줄 때가 많다. 법관들과의 관계를 생각해 빙두를 비교적 높은 가격에 사준다. 당장 이익만 생각하면 그런 거래는 안하겠지만, 법관들의 비호를 받는 대가로 치면 그나마 싼값이라고 생각한다. 류씨는 빙두를 판매하는 일에는 절대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은 그의 아내가 도맡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말밥’에 오르지 않는 것도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아내가 단속 대상에 오르내릴 때마다 류씨가 법관들을 찾아다니며 충분히 기름칠을 해왔다.

하루 수입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는 멈칫거리며 말을 아꼈다. 건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큰 건일 경우에는 달러로 계산해야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을 돌렸다. “우리 집에는 큰 장사꾼들만 오는 게 아니고, 하루에 몇 그람이라도 사겠다는 사람들도 찾아온다. 하루에 아무리 못 팔아도 10g 이상은 파는 것 같다. 잘 팔리면 30g 정도 된다. 그것만 따지면 하루 평균 25,000원에서 3만원은 번다. 30g 이상 팔면 4만 원 이상 벌 때도 있다”고 했다. 큰 건수에 대해서는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다른 장사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워낙 통제 받는 장사다 보니 법관들에게 들어가는 돈이나 마약이 정말 많다. 내가 다 말을 못해서 그렇지, 그런 돈을 치면 실제로 남는 건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법관들이나 간부들은 돈이 있어서 빙두를 사간다지만, 당장 먹을 것도 없는 사람들은 왜 빙두를 사러 오느냐는 질문에는 “진짜 몰라서 묻는 거냐. 아프니까 사가는 거 아니냐. 감기에 걸려도, 머리가 아플 때도, 설사할 때도 먹으면 괜찮아지니까, 만병통치약이라는 말도 나오는 거 아니냐. 아편진을 판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빙두를 그렇게 파는 거”라고 했다. 일종의 상비약처럼 소량의 빙두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도난 자전거 수리하다 교화소행

평안북도 신의주시 백사동에 사는 박성학(가명)씨는 자전거 전문 수리로 생계벌이를 하고 있다. 박씨가 고친 자전거는 장거리 달리기 장사꾼들도 인정할 정도로 솜씨가 뛰어나다. 멀리 평성, 남포, 사리원까지 가져가 팔아도 막 중국에서 건너온 중고자전거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아무리 형편없이 찌그러져 있던 핸들과 바퀴들도 박씨 손을 거치면 말끔하게 펴지고, 색칠까지 하고 나면 새 자전거처럼 보이기도 한다. 박씨의 솜씨가 알려지면서, 훔친 자전거를 원래 주인도 못 알아보게 탈바꿈시켜 달라는 요청들도 들어온다. 처음에는 꺼려하던 박씨도 도난 자전거를 가져온 사람들이 주로 군인들이다보니 자연 응하게 되었다. 군인들 성질 건드려서 좋을 것 없고, 자기도 밥벌이하는 처지라 비법이다 아니다 따질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자전거를 수리하러 오는 장사꾼들이 감소해 수입이 줄었다. 화폐개혁으로 장사 밑천을 날려버린 장사꾼들이 다시 자전거 장사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은 탓이었다. 군인들이 도난 자전거를 직접 고쳐서 팔기보다는 박씨에게 자전거를 팔아넘긴다. 훔친 물건이라 싼값에 넘겨받고 고쳐서 비싼 가격에 팔아 수익이 제법 쏠쏠했다. 도난 자전거가 많이 들어오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생계벌이에 도움이 되었는데 그만 발목을 잡혔다. 자전거를 훔친 군인들이 사법기관에 단속되면서 같이 엮이게 되었다. 군인들이야 군보위사령부에서 잡아갔지만, 박씨는 보안서로 넘겨졌다. 심문 도중에 그동안 도난 자전거 건수가 30대 정도로 밝혀지면서 최종적으로 교화소 행이 결정되었다. 집에서 수선 중이던 도난 자전거 7대는 보안서에서 압수해갔고, 박씨는 손 쓸 여지없이 교화소로 이송되었다. 그와 거래하던 장사꾼들은 더 아쉬워했다. 많은 수리사들 중에서도 박씨가 단연 최고의 기술자로 손꼽혔기 때문이다.

평양 고층 아파트도 닭장에 돼지우리

평양 중구역에 위치한 40층 고층 아파트에서도 가축을 키우기는 마찬가지다. 중구역에서는 돼지보다는 닭을 많이 키운다. 돼지보다는 닭이 덩치가 작아 키우기가 더 쉽고, 냄새나 오물처리도 한결 낫기 때문이다. 주변구역으로 가면 닭보다는 돼지를 기르는 아파트들이 더 많다. 여러 세대가 공동으로 키우기도 한다. 돼지는 한집에서 키우되 나머지 집들은 남은 음식물찌꺼기를 받아다가 돼지를 키우는 집에 가져다준다. 선교구역에 사는 정명화(가명)씨는 “냄새라는 게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집에 들어가기가 힘들 정도고, 여름에 아무리 더워도 아파트 창문을 못 연다. 파리에 구더기 들끓어서 사람이 도저히 살 수가 없을 정도다. 그래도 돼지 한 마리 팔면 대단하니까, 꾹 참고 하는 거다. 돼지를 직접 먹이고 기르는 집에 한 절반 주고, 나머지는 얼마씩 나눠 갖는다”고 했다.

도시 주민들, 아파트에서 돼지 키워

평안남도 순천시 수복동 동사무소에는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집안에서 몰래 돼지를 키우는 집들 때문에 냄새 나고, 더럽고, 시끄럽고, 수도관이 막혀 불편하다고 아우성이다. 아파트마다 돼지를 키우지 말라고 몇 번이나 경고를 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돼지 똥 냄새에 악취가 진동해도, 도적을 맞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집에서 돼지를 키우는 집들은 술을 빚어 파는 일도 겸한다. 술을 빚고 남은 술깡치를 돼지에게 먹여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술을 빚는 것은 그나마 몰래 할 수 있지만, 돼지를 키우는 것은 한 세대만의 일이 아니다.

어떤 세대는 화장실에서, 어떤 세대는 돼지를 베란다에서 키우는데 배설물을 하수관에 그대로 내버리기 때문에 하수도가 자주 막힌다. 가뜩이나 수돗물이 잘 나오지 않아 고생을 겪는데 돼지 배설물이 하수도관을 막으니 짜증나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5층 아파트에 사는 정순영(가명)씨는 “그렇게 집에서 키우지 말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말을 안 듣는다. 정말 더럽고 냄새 나 못 살겠다”고 하소연했다. 동사무소에 몇 차례 신고도 해보고, 동사무소 소장이 직접 나와 돼지를 기르지 말라고 엄포도 놓았지만 전혀 소용이 없다. 2-3개월도 안지나 슬그머니 이집 저집에서 다시 몰래 기르기 시작한다. 집에서 새끼 돼지를 두 마리 키우고 있다는 김옥화(가명)씨는 “우리도 미안하다. 우린들 돼지와 한집에서 살고 싶겠는가. 살자니 이러는 거다. 장사 벌이도 잘 안되고, 아무 수입도 없이 가만히 앉아 죽을 수는 없지 않나? 우리 명줄이 여기 달렸기에 목숨 걸고라도 하는 거다. 돼지를 기르지 말라고 할 것 같으면, 우리에게 배급을 달라”고 했다.

순천동에 사는 김영미(가명)씨네도 아파트 화장실에서 돼지를 키운다. 원래 김씨네는 세대주가 색텔레비전이나 랭동고 같은 전자제품을 수리하며 생계벌이를 해왔다. 잘 벌 때는 하루 보통 4,000-5,000원까지 벌 때도 있지만, 일감이 없어 공치는 때가 많다. 그래서 김씨가 옥수수술을 빚어 파는 일도 한다. 화폐 개혁 전만 해도 옥수수 값이 대체로 안정적이어서 벌이가 쏠쏠한 편이었으나, 지금은 새 화폐로 kg당 700-800원대를 하다 보니 재료비 감당이 어려워졌다. 그래도 술을 빚어야 돼지도 먹이고, 돼지를 팔면 손에 돈을 좀 쥘 수 있기 때문에 술 빚는 일을 계속 하고 있다. 술도 안 팔리고 세대주 벌이도 부족하니, 요즘이 먹는 게 제일 바쁜 날이라서, 사람들 눈치는 보이지만 돼지를 몰래 키우고 있다”고 했다.

“법을 어겨야 살 수 있는 세상”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도 도시 주민들이 살아가는 단면을 엿보았다. 잘 살면 잘 사는 대로,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도시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법을 어기며 살아가고 있다. 가난하면 도둑질과 강도 같은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기 쉽고, 돈을 좀 번다 싶으면 법관이나 간부들의 비호를 받으며 암암리에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법관이나 간부들은 뒤를 봐주고 고정적으로 돈과 뇌물을 챙겨 생계를 유지한다. 결국 법을 집행하는 간부도, 법을 준수해야 하는 주민도 법을 어기며 살기는 매한가지다. 그런데 북한 당국은 이것을 개개인의 도덕성 문제로만 접근하면서 처벌과 사상교양을 강화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의 자질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큰 원인이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도저히 먹고 살길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위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 당국이 식량배급을 책임지지 못한다면 최소한 주민들이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찾아가는 것을 막지 말아야한다.

■ 사회

돈 있는 범죄자 찾기도 쉽지 않아

법관들이 아무리 뇌물을 밝혀도 전처럼 뒷돈 챙기기가 쉽지만은 않다. 뇌물을 받으려면 그래도 돈 있는 범죄자가 걸려들어야 하는데, 생계형 범죄자들만 넘쳐나기 때문이다. 한 보안원은 “올해 들어 범죄자들이 많이 늘었지만, 대개 먹고 살만한 일이 없어 강도질을 하거나 법에 어긋나는 장사를 하다가 잡혀 온 사람들이 많다. 돈 많은 사람이 걸려야 뜯을 것도 많을 텐데, 먹고 살려는 단순 범죄자들이라 오래 가둘 것도 없고, 벌금 몇 푼 내고 보내는 식”이라고 했다. 오래 붙들고 있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붙잡혀 들어오기 때문에 며칠 구류했다가 적당히 교양하고 내보낸다. “우리도 귀찮으니까 조금이라도 돈을 받으면 그냥 풀어준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아무리 여러 번 눈치를 줘도 꿈쩍도 안한다. 그런 사람들만 골라서 시범으로 교화소에 보내고 있다”고 했다. 법관들이 자신들의 직위와 권한을 이용해 자의적으로 법을 집행하고 있다는 고백이었다. 그는 “우리들도 국가에서 받는 것이 없어지니까, 가족을 먹여 살리려면 하는 수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금 자리에 있을 때 하나라도 더 빼내야 한다”고 했다. 김순희(가명)씨는 네 식구를 먹여 살리려고 그동안 안 해 본 장사가 없을 정도이다. 작년에는 급기야 금속 장사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걸리면 사형감이라는 파동, 파늄 밀매매에 뛰어든 것이다. 량강도 혜산에 드나드는 장사꾼들에게 넘겨주는 역할이었는데, 극도로 조심해야 하다 보니 큰 벌이는 못하고 소소한 벌이들만 해왔다. 하얀 쌀밥은 못 먹어도 옥수수쌀은 안 떨어뜨리고 먹을 정도였는데, 지난달 단속에 걸렸다. 남편이 법관들을 찾아가 돈이 얼마 들어도 좋으니 제발 풀어달라고 사정해봤지만, 손을 쓰기에는 늦고 말았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고, 우리도 돈 좀 얻고, 그쪽도 교화소에 안가고 그러면 좋겠지만 일단 노출된 사건이라 어떻게 해줄 수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을 뿐이다.

빙두 장사 위험해도 법관들 비호 덕에 수입은 안정적

함경남도 함흥시에 사는 류건룡(가명)씨는 지난 몇 년 동안 빙두를 판매해 살아오고 있다. 류씨는 함흥의 의과대학생들이 만든 빙두를 사들이고, 아내는 팔아넘긴다. 2005년부터 빙두 장사에 뛰어든 후 몇 번의 단속 위기를 넘기면서 지금은 꽤나 안정되었다. 상대하는 사람들이 주로 당 간부와 법관들이다보니, 중앙에서 검열단이 내려와도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온 그들의 도움으로 무사할 수 있었다. 류씨는 법관들이 빙두를 사가기도 하지만, 팔러 오기도 한다고 했다. 단속 시 얻은 마약을 은밀히 처분하러 오는 것이다. 이들이 가져오는 빙두는 사실 큰 장사가 안 된다. 표면상 류씨가 법관들을 대신해 팔아주겠다고 하고 받는 거지만, 실제로는 류씨가 사주는 셈이다. 빙두가 팔리지 않았어도, 류씨 개인 돈으로 먼저 줄 때가 많다. 법관들과의 관계를 생각해 빙두를 비교적 높은 가격에 사준다. 당장 이익만 생각하면 그런 거래는 안하겠지만, 법관들의 비호를 받는 대가로 치면 그나마 싼값이라고 생각한다. 류씨는 빙두를 판매하는 일에는 절대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은 그의 아내가 도맡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말밥’에 오르지 않는 것도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아내가 단속 대상에 오르내릴 때마다 류씨가 법관들을 찾아다니며 충분히 기름칠을 해왔다. 하루 수입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는 멈칫거리며 말을 아꼈다. 건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큰 건일 경우에는 달러로 계산해야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을 돌렸다. “우리 집에는 큰 장사꾼들만 오는 게 아니고, 하루에 몇 그람이라도 사겠다는 사람들도 찾아온다. 하루에 아무리 못 팔아도 10g 이상은 파는 것 같다. 잘 팔리면 30g 정도 된다. 그것만 따지면 하루 평균 25,000원에서 3만원은 번다. 30g 이상 팔면 4만 원 이상 벌 때도 있다”고 했다. 큰 건수에 대해서는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다른 장사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워낙 통제 받는 장사다 보니 법관들에게 들어가는 돈이나 마약이 정말 많다. 내가 다 말을 못해서 그렇지, 그런 돈을 치면 실제로 남는 건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법관들이나 간부들은 돈이 있어서 빙두를 사간다지만, 당장 먹을 것도 없는 사람들은 왜 빙두를 사러 오느냐는 질문에는 “진짜 몰라서 묻는 거냐. 아프니까 사가는 거 아니냐. 감기에 걸려도, 머리가 아플 때도, 설사할 때도 먹으면 괜찮아지니까, 만병통치약이라는 말도 나오는 거 아니냐. 아편진을 판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빙두를 그렇게 파는 거”라고 했다. 일종의 상비약처럼 소량의 빙두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도난 자전거 수리하다 교화소행

평안북도 신의주시 백사동에 사는 박성학(가명)씨는 자전거 전문 수리로 생계벌이를 하고 있다. 박씨가 고친 자전거는 장거리 달리기 장사꾼들도 인정할 정도로 솜씨가 뛰어나다. 멀리 평성, 남포, 사리원까지 가져가 팔아도 막 중국에서 건너온 중고자전거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아무리 형편없이 찌그러져있던 핸들과 바퀴들도 박씨 손을 거치면 말끔하게 펴지고, 색칠까지 하고 나면 새 자전거처럼 보이기도 한다. 박씨의 솜씨가 알려지면서, 훔친 자전거를 원래 주인도 못 알아보게 탈바꿈시켜 달라는 요청들도 들어온다. 처음에는 꺼려하던 박씨도 도난 자전거를 가져온 사람들이 주로 군인들이다보니 자연 응하게 되었다. 군인들 성질 건드려서 좋을 것 없고, 자기도 밥벌이하는 처지라 비법이다 아니다 따질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자전거를 수리하러 오는 장사꾼들이 감소해 수입이 줄었다. 화폐개혁으로 장사 밑천을 날려버린 장사꾼들이 다시 자전거 장사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은 탓이었다. 군인들이 도난 자전거를 직접 고쳐서 팔기보다는 박씨에게 자전거를 팔아넘긴다. 훔친 물건이라 싼값에 넘겨받고 고쳐서 비싼 가격에 팔아 수익이 제법 쏠쏠했다. 도난 자전거가 많이 들어오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생계벌이에 도움이 되었는데 그만 발목을 잡혔다. 자전거를 훔친 군인들이 사법기관에 단속되면서 같이 엮이게 되었다. 군인들이야 군보위사령부에서 잡아갔지만, 박씨는 보안서로 넘겨졌다. 심문 도중에 그동안 도난 자전거 건수가 30대 정도로 밝혀지면서 최종적으로 교화소 행이 결정되었다. 집에서 수선 중이던 도난 자전거 7대는 보안서에서 압수해갔고, 박씨는 손 쓸 여지없이 교화소로 이송되었다. 그와 거래하던 장사꾼들은 더 아쉬워했다. 많은 수리사들 중에서도 박씨가 단연 최고의 기술자로 손꼽혔기 때문이다.

평양 고층 아파트도 닭장에 돼지우리

평양 중구역에 위치한 40층 고층 아파트에서도 가축을 키우기는 마찬가지다. 중구역에서는 돼지보다는 닭을 많이 키운다. 돼지보다는 닭이 덩치가 작아 키우기가 더 쉽고, 냄새나 오물처리도 한결 낫기 때문이다. 주변구역으로 가면 닭보다는 돼지를 기르는 아파트들이 더 많다. 여러 세대가 공동으로 키우기도 한다. 돼지는 한집에서 키우되 나머지 집들은 남은 음식물찌꺼기를 받아다가 돼지를 키우는 집에 가져다준다. 선교구역에 사는 정명화(가명)씨는 “냄새라는 게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집에 들어가기가 힘들 정도고, 여름에 아무리 더워도 아파트 창문을 못 연다. 파리에 구더기 들끓어서 사람이 도저히 살 수가 없을 정도다. 그래도 돼지 한 마리 팔면 대단하니까, 꾹 참고 하는 거다. 돼지를 직접 먹이고 기르는 집에 한 절반 주고, 나머지는 얼마씩 나눠 갖는다”고 했다.

도시 주민들, 아파트에서 돼지 키워

평안남도 순천시 수복동 동사무소에는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집안에서 몰래 돼지를 키우는 집들 때문에 냄새 나고, 더럽고, 시끄럽고, 수도관이 막혀 불편하다고 아우성이다. 아파트마다 돼지를 키우지 말라고 몇 번이나 경고를 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돼지 똥 냄새에 악취가 진동해도, 도적을 맞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집에서 돼지를 키우는 집들은 술을 빚어 파는 일도 겸한다. 술을 빚고 남은 술깡치를 돼지에게 먹여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술을 빚는 것은 그나마 몰래 할 수 있지만, 돼지를 키우는 것은 한 세대만의 일이 아니다. 어떤 세대는 화장실에서, 어떤 세대는 돼지를 베란다에서 키우는데 배설물을 하수관에 그대로 내버리기 때문에 하수도가 자주 막힌다. 가뜩이나 수돗물이 잘 나오지 않아 고생을 겪는데 돼지 배설물이 하수도관을 막으니 짜증나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5층 아파트에 사는 정순영(가명)씨는 “그렇게 집에서 키우지 말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말을 안 듣는다. 정말 더럽고 냄새 나 못 살겠다”고 하소연했다. 동사무소에 몇 차례 신고도 해보고, 동사무소 소장이 직접 나와 돼지를 기르지 말라고 엄포도 놓았지만 전혀 소용이 없다. 2-3개월도 안지나 슬그머니 이집 저집에서 다시 몰래 기르기 시작한다. 집에서 새끼 돼지를 두 마리 키우고 있다는 김옥화(가명)씨는 “우리도 미안하다. 우린들 돼지와 한집에서 살고 싶겠는가. 살자니 이러는 거다. 장사 벌이도 잘 안되고, 아무 수입도 없이 가만히 앉아 죽을 수는 없지 않나? 우리 명줄이 여기 달렸기에 목숨 걸고라도 하는 거다. 돼지를 기르지 말라고 할 것 같으면, 우리에게 배급을 달라”고 했다. 순천동에 사는 김영미(가명)씨네도 아파트 화장실에서 돼지를 키운다. 원래 김씨네는 세대주가 색텔레비전이나 랭동고 같은 전자제품을 수리하며 생계벌이를 해왔다. 잘 벌 때는 하루 보통 4,000-5,000원까지 벌 때도 있지만, 일감이 없어 공치는 때가 많다. 그래서 김씨가 옥수수술을 빚어 파는 일도 한다. 화폐 개혁 전만 해도 옥수수 값이 대체로 안정적이어서 벌이가 쏠쏠한 편이었으나, 지금은 새 화폐로 kg당 700-800원대를 하다 보니 재료비 감당이 어려워졌다. 그래도 술을 빚어야 돼지도 먹이고, 돼지를 팔면 손에 돈을 좀 쥘 수 있기 때문에 술 빚는 일을 계속 하고 있다. 술도 안 팔리고 세대주 벌이도 부족하니, 요즘이 먹는 게 제일 바쁜 날이라서, 사람들 눈치는 보이지만 돼지를 몰래 키우고 있다”고 했다.

■ 식량소식

문덕군 법관들도 식량 부족해 부정부패

평안남도 문덕군은 평안남도에서도 ‘쌀 고장’으로 유명한 곡창지대다. 문덕군은 안주화학공장에서 생산된 요소비료를 공급받아 최소 10만 톤 이상이 생산되는 곳으로 일명 ‘10만톤 군’이라 불린다. 문덕군 사람들이 아무리 죽는 소리를 해도 다른 군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엄살을 떤다고 할 정도이다. 그런데 2006년부터 그 명성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2006년과 2007년 연속 수해 피해를 입은 데다, 작년에도 수해를 비껴가지 못해 수확량이 계속 감소했다. 여태껏 식량 걱정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당 간부와 법관들도 올해 들어 식량부족을 걱정할 정도이다. 물론 일반 주민들은 당 간부와 법관들이 식량 걱정을 한다고 하면 코웃음을 칠 것이다. 그들에게는 식량이 최우선 분배되기 때문에 걱정한다는 자체가 자기들이 걱정하는 수준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이다. 문덕읍 일용품공장에 다니는 김동호(가명)씨는 “그 사람들이야 하루 세끼 입쌀밥 먹다가 하루 한 끼 옥수수쌀 좀 섞어 먹는 수준이겠지. 우리처럼 옥수수쌀을 밥으로 지어먹을 거냐, 국수로 할거냐 아니면 죽을 쑬 거냐 이런 걱정은 아니다”고 말한다. 당사자들은 이런 얘기에 일부 수긍하면서도, 심각하다고 말한다. 군당 인민위원회에서 일하는 한 간부는 “작년 가을부터 식량공급이 줄기 시작했다. 상순 배급 때 15일 분량이 열흘 치밖에 안 나온다거나, 하순 배급이 좀 늦게 나오는 식이었다. 그러다 지금은 입쌀로 안 나오고 기본 옥수수쌀이 나온다. 예전에는 없던 일이다. 곧 간부 배급도 끊어질지 모른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보안원도 “곡창지대라고는 하지만, 우리들도 지금 쌀밥 먹기 어려운 실태다. 자기 직권을 리용해 빼돌리는 게 더 많아졌다”고 해 법관들의 식량 사정도 평탄하지 않다고 했다. 그만큼 법관들의 부정부패가 심해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간단하다. 단속을 더 자주해 돈 좀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을 집중 추궁한다. 돈이나 뇌물을 받아먹고서 용서해준다”라고 했다.

도매 쌀장사를 하면서 돈주가 된 강명성(가명)씨는 “원래 나는 법관들과 친하게 지냈다. 비법을 하려면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니 잘 바치는 편이었다. 올해는 유난스럽게 자주 찾아온다. 손 벌리러 하도 많이 오니까, 내가 웃으면서 그랬다. ‘창석(가명)아, 나도 좀 살자.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니냐? 내 팬티라도 벗어서 팔아주랴, 허리띠라도 벗어주랴’ 그러니까, ‘아이고 형님, 나도 죽겠습니다. 이번 달에도 배급이 없어서 우리도 굶을 처집니다. 윗사람들 눈치도 봐야 되고, 신의주까지 가서 범죄자 압송해오라는데 갈 려비도 없습니다. 좀 도와주십시오’ 그러더라. 야 아무리 세월이 그래도 법관들 배급이 안 나온다는 게 말이 되냐 했더니, 자기들도 영문을 모르겠다고 하더라”며 그들의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