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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413호

■ 시선집중

기획연재 – 2012, 강성대국의 조건(3) 평양 10만 세대 건설의 꿈

3. 평양 10만 세대 건설의 꿈

강성대국의 또 다른 상징, 평양 10만 세대 건설의 꿈은 이뤄질 것인가? 전국적으로 농촌 총동원령이 내려지던 올 봄, 평양만은 모든 대학과 공장, 기업소 성원들을 살림집 10만 세대 건설장에 보냈다.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북한 당국은 평양시 10만 세대 살림집건설을 중요 건설 대상으로 지목하고, “천년을 책임지고 만년을 보증하는 숭고한 애국의 마음을 안고 건설물의 질을 최상의 수준에서 보장하여야 한다”며, 건재생산을 획기적으로 늘이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규모가 큰 공장, 기업소들은 인력 중 일부만 참가한 데 반해, 대학생들은 전원 건설장에 동원됐다. 조국보위와 사회주의건설 주역인 활력 있는 청년대군은 “강성대국건설의 격전장마다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의 기발을 펄펄 휘날리며 대중적영웅주의를 높이 발휘하여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서이다. 10만 세대 살림집은 순조롭게 건설되고 있는 걸까?

10만 세대 건설, 각 성(省)이 책임져라?

얼마 전 10만 세대 건설 재원이 부족해 2-3만 세대로 하향 조정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중앙당의 간부는 바로 부인했다. 현실적으로 외자 유치가 절실하기는 하지만, 살림집 10만 세대를 축소하겠다는 결정은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내각의 성(省)들에 과업을 주어 당 창건일(10월 10일) 이전까지 책임지고 완성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했다. 현재 무역성, 인민보안성, 상업성, 전기석탄공업성 등 내각과 국가안전보위부, 검찰소, 대학, 병원 등을 총망라한 각 기관, 기업소, 단위들마다 살림집을 할당받아 건설 재원을 마련하도록 한 상태다. 자체적으로 건설인력도 동원하고, 그들이 먹을 식량이나 시멘트, 건설 장비 등 모두 해당 기관, 기업소, 단위에서 알아서 조달하도록 한 것이다. 당초 북한은 2012년 4월까지 평양 용성, 서포, 역포 지구에 3만 5천 세대, 만경대지구에 올해 3만 세대, 내년 4월까지 3만 5천 세대 등 총 10만 세대를 건설하기로 했다. 지난 4월 10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올해 예산안 57억 달러 규모에서 건설 부분 지출을 15% 가량 늘려 희천발전소와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 등에 투여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정도 예산 증액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만경대구역의 살림집 한 동을 맡은 김일성종합대학의 한 교원은 “올해 건설해야할 물량을 10월 전에 무조건 끝내라는 지시가 내려 밤낮없이 아파트 건설에 달라붙어 있다. 당중앙에서는 식량과 자재를 일체 대주지 않으면서, 무조건 자체로 세외부담을 하든지 어디서 꾸든지 도둑질하든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그저 임무 완성에만 내몰고 있는데, 공정이 제대로 진척될 리가 없다”고 했다. 그나마 무역성과 인민보안성 등에서만 소속 인력들에게 식량을 공급해주면서 일을 진척시키고 있을 뿐이다. 다른 데는 식량이 없어 동원 인력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이번에 해외대표부에 식량을 지원하라는 지시가 내려갔다는 소문을 전하자, 그는 “진작 달라고 할 것이지, 빨리도 지시 한다”고 불만을 표하며, “다른 건 몰라도 돈과 설비를 열정과 충성심만으로 해결할 수가 없지 않느냐. 자꾸 충성심으로 없는 것을 만들어내라고 하니 답답하다. 먹을 것이라도 주면 모르겠는데, 배가 고프니 일할 기운도 없고, 열성을 내지도 못 하겠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현재 건설에 동원된 단위들의 기본 정서”라고 했다.

외자 유치가 관건

결국 외자유치가 관건이다. 먹는 문제, 전력 문제, 그리고 10만 세대 건설의 꿈 모두 외자 유치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북한이 합영투자위원회를 신설한 이유이다. 중국만이 유일한 출로인 상황에서 대중의존도가 심화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무역부문에서는 북중무역이 남북경협을 대체하고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한때 남한에서는 5.24조치로 북중무역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2010년 대중국 수출은 11억 9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9.9% 증가했고, 하반기에 특히 큰 증가세를 보였다. 품목별로는 남한에 주요하게 수출했던 의류와 어류, 광물성 원료(무연탄) 등이 크게 증가했다. 북한의 저임 노동력 수출도 보다 가시화되고 있다. 도문 및 훈춘 경제개발구역에 북한 노동력을 파견하는 것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의 입지가 동북3성 개발과 연계된 경제특구 건설로 약화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올해 초부터 대중국 전면 합작 지시에 따라 모든 국내 기관, 기업소들이 중국에 진출하고 있는 것도 두드러진 현상이다. 무역일군들 뿐만 아니라 일반 식당, 상점 직원들도 중국에 출장 가겠다고 하면 일단 허용해주고 있다. 단 조건이 붙는다. 중국으로 나가는 사람의 신분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일인당 월 1,000유로를 바쳐야 한다는 규정이 그것이다. 1,000유로를 내지 못하겠거든 나가지 말라는 소리이나, 역으로 돈을 내면 누구나 갈 수 있다는 뜻이다. 하루에만 단동세관으로 나가는 대표단이 100여명을 넘고 있다. 거래 실적이 있건 없건 일단 나가고 보자는 분위기라, 심양, 단동 등지에는 북한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국에서는 식량문제든, 희천발전소와 10만 세대 건설 자금이든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한 명이라도 더 내보내는 것이다.

평양 10만 세대 건설, 누구의 꿈인가?

무엇보다 상(장관급)을 비롯한 내각 각료들의 인식 변화가 무서울 정도다. 예전에는 중국에 다녀온 사람이 중국의 발전상을 얘기해도 “볼 것도 없고 배울 것도 없는 나라가 중국이다. 그저 우리나라가 최고”라고 말하던 사람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따라 몇 번 중국에 다녀오더니 벌써 말투가 달라졌다. 보고 들은 게 많다보니 발전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회의에서도 과감하게 발언한다. 예전에는 눈치 보면서 침묵하는 쪽이었다면, 문제를 진단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 열변을 토하는 분위기다. “의견을 말할 때, 안광이 달라진다”며, 상들의 눈빛이 달라졌을 정도다. 그들은 “우리에게 개방은 없다. 개혁이 있을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앙당 조직부에서는 내년이 중국, 일본, 미국, 남조선 모두 대선을 치르는 해라며, 국제정세가 긴장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이때를 자기네 후계 체제를 공고히 하는 최적기로 보고 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국제 정세에 맞춰 안정적인 사회 환경을 만들고, 깨끗하고(반역자가 없는) 순결한 혁명대오를 만드는 것이다. 목숨으로 결사옹위하고 안정된 환경과 사회를 건립하는 것이 시급한 목표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막강하고 안정적인 사회건설로 새 시대를 열어가는 것이 지금부터 매 당원들이 해야 할 임무이다. 김정은 대장님을 위대한 장군님 모시듯 모시고, 전례 없이 강대한 우리 민족의 시대를 개척해가자. 누구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조선의 새 시대를 열어 새 강국을 세상에 펼치자”고 내부 성원들을 설득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당, 정 핵심 각료 회의에 참가했던 한 간부는 “중국과 단기간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그 어느 때보다 쌍방이 절친하고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중국으로부터 전적인 신뢰를 얻으면서, 경제는 물론 정치, 군사적으로 전면 합작해나가야 한다. 라진선봉특구와 위화도, 황금평 등을 준 것은 국제 경제 봉쇄로 외화 고갈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였지만, 또 하나는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하여 우리 조선의 일이 곧 중국의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즉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체제 보장과 경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중국과의 혈맹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을 기본으로, 러시아를 끌어들여 삼각 동맹 관계를 발전시키고, 한, 미, 일 3국과 대결구도를 이끌고 가겠다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팽팽한 대결 구도 속에서 신속하게 경제건설과 국방강화를 이루겠다는 야심이다. 내년에 주요 국가들이 자국의 대선문제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 자기들 역시 후계구도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면서 동시에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평양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 그래서 중요한 이유다. 단순히 평양의 주택난을 해결하겠다는 목적 때문이 아니라는 뜻이다.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은 새 인물이 새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는 세상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인민들에게 새 령도자의 성과를 보여줄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평양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의 꿈? 확실히 평양 시민들이 꾸고 있는 꿈은 아닌 것 같다.

35세 독신여성에 주택 배정

올해부터 35세 이상 독신 여성들에게 주택을 배정해주고, 단독 세대주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 내려졌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이 같은 결정이 평양에 독신녀가 늘고 있는 것에 따른 것이라며, 아파트 10만 세대 건설이 성공리에 끝나면 독신여성들의 주택 배정이 보다 원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참고로, 북한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사는 독신자들이 주택을 배정받기가 사실상 매우 어렵다. 결혼을 해야만 주택을 배정받아 따로 분가할 수 있어, 그 전까지는 부모와 동거해야 한다. 남자들은 간혹 오래 기다리면 배정받을 수도 있지만, 독신여성은 배정 대상에서 아예 제외돼왔다.

박남기 가족들, 거의 사망

화폐 교환 조치를 주도해 국가 혼란을 초래한 혐의로 처형됐던 박남기 전(前) 계획재정부장의 가족들이 관리소로 이송된 뒤 거의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던 사람들이 인간 이하의 관리소 생활을 견디지 못해 대부분 앓아죽거나 영양실조에 걸려 사망했다. 관리소에 이송된 박남기의 친인척은 총 38명으로 알려졌는데, 직계 가족 중에서는 여자 두 명만 살아남았다. 이들은 남들보다 미모가 뛰어나 관리일군들의 비위를 잘 맞춰왔다고 한다. 그 외에는 심한 박해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자살하거나, 극심한 영양실조와 각종 질병에 걸려 약 한 첩 못 쓰고 죽은 경우가 많았다. 박남기 계획재정부장과 함께 처형됐던 다른 간부들의 친인척들도 비슷한 처지다. 함남도 요덕군 보안성 산하 관리소에 추방되어 간 사람들이나, 회령시 22호 관리소에 간 사람들 모두 영양실조에 걸려 거의 다 죽고 남은 사람이 별로 없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평양시 간부들은 분개심을 감추지 못했다. 나랏일을 그렇게 열성적으로 한 사람도 하루아침에 죽여 버리고, 아무 죄 없는 가족들까지 비참한 말로를 맞게 된 것을 보면, 나라에 충성을 바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냐고 말한다.

재중대표부 일군들, “제발 아무나 오지 마라”

검열 광풍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매 대표부마다 할당된 식량 5천 톤 마련에 정신없는 재중대표부 일군들은 골칫거리가 또 하나 있다고 했다. 바로 투자처를 찾아 몰려오는 본국 성원들을 상대하는 일이다. 확실한 거래 건이라도 잡아서 오면 좋으련만 그저 무작정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중국 대방도 접촉하도록 해주고, 아무 성과 없이 돌아갈 때도 선물까지 바리바리 싸주어야 하는 일이 이들에게는 보통 힘겨운 일이 아니다. 해외대표부 성원들은 “국가에 바치는 돈보다 (이 사람들한테) 더 나간다. 아무 건수도 없이 나오지 말고, 제발 신중하게 좀 나오라”고 하소연한다. 몇 달 전만 해도, 본사 성원들을 만나는 게 부담스러우면, 외지출장을 핑계대고 자리에 없는 척했지만 지금은 아예 “나는 모르겠다. 좀 알아서 하라”며 대놓고 난색을 표하는 사람도 있다. 중국 심양에서 근무하는 한 일군은 “한 달에 내가 접대해야 하는 대표단만 3-4개 된다. 지난달에 그 사람들 접대한다고 들어간 돈이 6-7만 위안 정도 든 것 같다. 이것도 작게 친 거다. 호텔비, 식비, 비행기표, 기차표 다 사주지, 돌아갈 때는 또 누구누구 선물이라고 일일이 챙겨줘야 하니 죽을 지경이다. 한 번 나온 사람이 다음 달에 또 나오니 아주 죽겠다. 이러다가는 내가 먼저 꽃제비 될 것 같다. 오죽하면 지난달에 나온 사람한테, 한 번은 어떻게 접대해주겠지만 다음에는 더 이상 곤란하다고 말했겠느냐”며 고충을 토로했다.

돈도 돈이지만, 중국 대방들과의 관계도 어려운 문제다. 대표부의 한 일군은 “본사에서 사람이 나왔다고 중국 대방을 몇 번 불렀는데, 아무 성과도 없고 돈만 들어가니 대방들이 안 좋아한다. 처음에는 식사 접대도 해주고 그랬는데, 막상 거래 되는 것도 없고, 그저 먹고 놀고 선물 사줘야 하고, 거기다가 가욋돈까지 달라고 하니, 무슨 일을 이렇게 하느냐며 항의한다. ‘이러자고 나를 불렀느냐’고 대놓고 따지는 통에 곤란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다시는 너희와 거래 안 하겠다고 돌아간 사람도 있고, 진짜 거래를 하려고 전화를 해도 바쁘다고 하거나 아예 안 받는 경우도 생긴다. 제발 부탁하는데, 무작정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번 나오려면 한 사람당 1,000유로씩 바쳐야 하는데 그 돈도 다 우리가 어렵게 만들어서 주는 거 아니냐. 본국에 가만히 앉아있던 사람들이 돈을 그런 식으로 탕진하면 되겠느냐. 우리들이 얼마나 고생해서 돈을 버는지,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며 하소연했다.

중국 단동에서 근무하는 한 일군도 “순 려행하자고 나온 사람들이 많아서 이제는 전화만 울려도 골머리가 아프다. 이래서 어디 살겠는가. 그렇다고 완전히 나 몰라라 하자니, 본사 눈치가 보이고, 접대를 하자니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중국 대방들도 안 만나겠다고 피하고. 내가 주선해주었던 대방은 거래 성사된 게 하나도 없이 순 접대비로만 20만 위안 이상이 들어갔다면서, 이제는 만나주지도 않는다. 그 사람과 거래를 틀려고 몇 년 동안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렇게 어렵게 성사시켰던 거래 대상자를 다 놓치게 생겼다”며 업무상 피해로도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대표부, 검열에 치이고 식량과제에 내리 한숨

무역성 산하 해외무역대표부의 분위기는 자못 험악하기까지 하다. 매 대표부마다 식량 5천 톤 이상씩 바치라는 지시에 경악한 것이 첫 번째 이유고, 전체 무역성 검열이 끝난 뒤 그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 몰라서이다. 올해 당, 정, 군 간부들이 대거 50대 이하 젊은 층으로 교체된 것 관련, 무역성에도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 바짝 엎드려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한 무역성 간부는 “괜히 말 한 마디 잘 못했다가 삼대가 박살날 지도 모른다. 뭐든 걸리기만 해봐라, 단단히 벼르고 벌인 일(검열)인데, 한두 사람 목을 자른다고 끝나겠냐. 식량 과제를 못하면 못했다고 자르고, 지원금이 적으면 얼마나 빼돌렸냐고 들볶을 것이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는 누가 걸려들지 모르니 다들 속에 불만이 가득해도 꾹 입 다물고 있는 거다. 그 사람들이라고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다. 당, 정 간부들이 국내에 편안히 앉아서 뭐 가져오라, 뭐 바치라 하면 하는 수없이 갖다 바쳐야 한다. 안 주면 본국에 소환해버리기 때문에 벌어들이는 리윤에서 접대비로 빼돌리는 거다. 안 그러면 그 숱한 요구를 다 들어줄 수가 없다”고 했다. 중앙당에서는 “국가에 마땅히 바쳐야할 것을 자기 주머니만 채워서 국가 재정에 막대한 손실을 주고 있다”고 검열 이유를 밝혔지만, “해외 나올 때 나라에서 해준 게 아무 것도 없다. 국가에서 주는 로임으로는 접대용 술 한 병조차 못산다. 요즘처럼 본국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올 때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무역자금은 둘째 치고, 생활비 한 푼 안 대주다가 이제 와 탐오죄를 걸고넘어지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동안 다른 나라에 와서 죽기내기로 본국에 식량 보내고, 건설비용 대면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고 있는데, 어떻게 국가 자금을 탐오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럼 해외에 나온 사람들은 먹지도 마시지도 말라는 얘기냐?”며 절망스럽다는 간부도 있다.

생활비로 몇 푼 챙기는 것도 죄가 되느냐 항변하기도 한다. 정작 조사받을 사람들은 당 자금을 가지고 나와 대량으로 물자 구입을 하면서 제 것을 챙기는 사람들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우리 둘째가 대학에 가야 하는데, 등록금이 없어서 학교를 못 다닌다. 가뜩이나 마음이 어수선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상황인데 누구 목이 날아갈지 몰라 걱정이다. 충성심을 요구해야할 때 간부들 숙청 얘기가 나오니, 마음이 안착되지 못하고 다들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간부들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 당, 정이 무슨 이익을 얻을지 모르겠다. 당에 대한 불신밖에 더 키우겠냐며, 결국 간부들 마음이 당에서 떠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무역성 검열, 피바람 예고

평양 중구역에 위치한 무역성 건물은 지금 한 여름인데도 찬바람이 쌩쌩 분다. 한바탕 피바람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한 간부는 “무역성 검열이 떴다. 몇 명은 피를 볼 것 같다”고 표현했다. 현재 최고검찰소와 내각 정치국, 국방위원회 합동으로 국내 세관, 무역회사 등은 물론 해외대표부까지 검열이 들어갔다. 명목은 무역성 간부들의 간첩행위와 뇌물수수 여부 조사이다. 조국이 부여한 임무를 완성하라고 해외에 파견시켰더니, 적과 내통하면서 제 주머니만 잔뜩 불렸다는 것이다. 무역일군들과 해외대표부 일군들 모두 말은 못해도, 조마조마해하는 분위기다. 누가 시범껨(본보기)으로 걸려들지 몰라서이다. 이번에 걸리면 작년 박남기(前 계획재정부장)와 올해 류경(前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 꼴 날 것이라는 소문이 공포를 가중시키고 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해외대표부에서 이번에 군량미 과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 꼬투리가 되었다. 각자 자기 울타리를 세우고 눈밖에 크게 나지 않을 수준에서만 (군량미 과제를) 겨우 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못하겠다고 신소가 빗발쳤다. 그때는 반발이 하도 심해서 군량미 과제를 중단하라고 했지만, 무역성이 제 노릇을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보고, 이번에 시범껨으로 여러 명을 거론하고 있다” 고 전했다.

그는 무역성 검열의 최종 목표가 리룡남 무역상인 것 같다고 했다. 리룡남 무역상은 1998년 무역부 보좌관을 거쳐 2001년 4월부터 무역성 부상(차관)으로 근무하다가, 2008년부터 무역상(장관)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중앙당 일각에서 무역상을 숙청대상으로 지목하는 이유는 대략 두 가지다. 하나는 식량문제를 풀지 못해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올해 세대교체 정국 속에서 아직까지 교체되지 않은 마지막 남은 사람이 그라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무역상이 식량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 지적됐다. 지난 2월, 해외대표부에서 군량미 과제를 중단해달라는 신소가 빗발칠 때도 그저 가만히 보기만 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수수방관하면서 뒤로는 오히려 부추긴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예전에는 식량을 1백을 지원하라고 하면 2백을 하는 식으로 해외대표부에서 열심이었는데, 올해는 못하겠다고 아우성치니 이게 다 위에서 시켜서 그러는 게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부추긴 게 아니라고 해도 충성심에 대한 의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실 중앙당에서는 해외대표부에서만 제대로 나서줘도 식량 문제가 이렇게까지 안 풀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괘씸죄에 걸린 것이다. 새 지도자 체제로 이양될 경우, 충성심 경쟁에서 안 좋은 선례를 만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앞으로도 식량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무역상에게 그 책임을 물릴 가능성이 높다. 한 간부는 “해외대표부에서 할당된 군량미도 달성 못하고 겨우 60%정도만 했는데, 이것은 새 지도부를 우습게 알아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평양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과 희천발전소 공사가 자금 부족으로 지지부진한 것도 다 무역상 탓이라고 하면 꼼짝없이 죽게 돼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리룡남 무역상이 부지런히 중국을 드나들며 식량문제를 필사적으로 풀려는 것도, 안 그러면 자기가 죽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무역성 분위기가 어수선할 수밖에 없다.

무역상 리룡남, 제2의 박남기 되나?

무역성은 검열 중이다. 서슬 퍼런 검열의 칼날 끝이 과연 어디를 향할지, 무역성원들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리룡남 무역상의 목을 치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온다. 식량문제 해결에 열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괘씸죄라고 하지만, 실상 후계구도 안착을 위한 세대교체의 희생양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남기 전 계획재정부장의 이야기가 다시금 나오는 것도, 리룡남 무역상이‘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예견 때문이다.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불안에 떠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수장이 날아가면, 반드시 부하들도 따라가기 마련이다. 벌써 누구 누가 사정 대상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무역성 전체 분위기가 살얼음을 걷는 것처럼 조용한 이유이다. 지독한 피바람이 예고된 가운데 당사자들의 살아남으려는 몸짓은 그만큼 절박하고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일단 중앙당은 무역성에 ‘수행불가능한’식량 과제를 던졌다. 바야흐로 무역성 일군들의 수난 시대이다.

■ 정치생활

기획연재 – 2012, 강성대국의 조건(3)

D-day는 2012년 4월 15일.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북한은 과연 강성대국의 대문을 활짝 열어젖힐 수 있을 것인가? 세인의 관심에 그 누구보다 초조한 것은 역시 당사자들일 것이다. 국내외에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었다고 만방에 알릴 수 있는 신호탄을 하루빨리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 간부들에게 물었다. 강성대국의 조건이 무엇이냐고. 그들은 공통적으로 3가지를 언급했다. 식량, 전기, 그리고 평양 10만 세대 건설. 모두 민생 문제와 직결돼있고, 경제발전을 의미하는 것들이다. 강성대국은 결국 체제보장 위에 세워지는 부강조국의 다른 이름인 셈이다. 앞으로 3회에 걸쳐, 북한 지도부가 설정한 강성대국의 방향을 짚어보려고 한다.

최근 북한 지도부의 행보가 빨라졌다. 거듭된 회의 속에서 새로운 방침들이 속속 내려지고 있는 모양이다. 새 방침들에는 지도부의 비장감마저 엿보이나, 일선 실무자들의 반응은 썩 흔쾌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들이 수행해야 할 과제들이 수령결사옹위 정신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워서일 것이다. 하부단위에서 말을 잘 안 듣는다고, 공포정치로만 밀어붙일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한 지도부는 어떤 영도력으로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 것인가? 우리는 그들 앞에 놓인 난제들을 그들의 시각을 통해 가늠해보려고 한다. 그들이 봉착한 모순과 한계를 명확히 인식할 때, 통일을 위한 우리의 역할이 보다 선명해질 테니까 말이다.

1. 식량 문제, 꼭 푼다.

2. 전력 공급에 전력을 다하라.

3. 평양 10만 세대 건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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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평양 10만 세대 건설의 꿈

강성대국의 또 다른 상징, 평양 10만 세대 건설의 꿈은 이뤄질 것인가? 전국적으로 농촌 총동원령이 내려지던 올 봄, 평양만은 모든 대학과 공장, 기업소 성원들을 살림집 10만 세대 건설장에 보냈다.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북한 당국은 평양시 10만 세대 살림집건설을 중요 건설 대상으로 지목하고, “천년을 책임지고 만년을 보증하는 숭고한 애국의 마음을 안고 건설물의 질을 최상의 수준에서 보장하여야 한다”며, 건재생산을 획기적으로 늘이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규모가 큰 공장, 기업소들은 인력 중 일부만 참가한 데 반해, 대학생들은 전원 건설장에 동원됐다. 조국보위와 사회주의건설 주역인 활력 있는 청년대군은 “강성대국건설의 격전장마다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의 기발을 펄펄 휘날리며 대중적영웅주의를 높이 발휘하여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서이다. 10만 세대 살림집은 순조롭게 건설되고 있는 걸까?

10만 세대 건설, 각 성(省)이 책임져라?

얼마 전 10만 세대 건설 재원이 부족해 2-3만 세대로 하향 조정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중앙당의 간부는 바로 부인했다. 현실적으로 외자 유치가 절실하기는 하지만, 살림집 10만 세대를 축소하겠다는 결정은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내각의 성(省)들에 과업을 주어 당 창건일(10월 10일) 이전까지 책임지고 완성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했다. 현재 무역성, 인민보안성, 상업성, 전기석탄공업성 등 내각과 국가안전보위부, 검찰소, 대학, 병원 등을 총망라한 각 기관, 기업소, 단위들마다 살림집을 할당받아 건설 재원을 마련하도록 한 상태다. 자체적으로 건설인력도 동원하고, 그들이 먹을 식량이나 시멘트, 건설 장비 등 모두 해당 기관, 기업소, 단위에서 알아서 조달하도록 한 것이다. 당초 북한은 2012년 4월까지 평양 용성, 서포, 역포 지구에 3만 5천 세대, 만경대지구에 올해 3만 세대, 내년 4월까지 3만 5천 세대 등 총 10만 세대를 건설하기로 했다. 지난 4월 10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올해 예산안 57억 달러 규모에서 건설 부분 지출을 15% 가량 늘려 희천발전소와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 등에 투여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정도 예산 증액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만경대구역의 살림집 한 동을 맡은 김일성종합대학의 한 교원은 “올해 건설해야할 물량을 10월 전에 무조건 끝내라는 지시가 내려 밤낮없이 아파트 건설에 달라붙어 있다. 당중앙에서는 식량과 자재를 일체 대주지 않으면서, 무조건 자체로 세외부담을 하든지 어디서 꾸든지 도둑질하든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그저 임무 완성에만 내몰고 있는데, 공정이 제대로 진척될 리가 없다”고 했다. 그나마 무역성과 인민보안성 등에서만 소속 인력들에게 식량을 공급해주면서 일을 진척시키고 있을 뿐이다. 다른 데는 식량이 없어 동원 인력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이번에 해외대표부에 식량을 지원하라는 지시가 내려갔다는 소문을 전하자, 그는 “진작 달라고 할 것이지, 빨리도 지시 한다”고 불만을 표하며, “다른 건 몰라도 돈과 설비를 열정과 충성심만으로 해결할 수가 없지 않느냐. 자꾸 충성심으로 없는 것을 만들어내라고 하니 답답하다. 먹을 것이라도 주면 모르겠는데, 배가 고프니 일할 기운도 없고, 열성을 내지도 못 하겠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현재 건설에 동원된 단위들의 기본 정서”라고 했다.

외자 유치가 관건

결국 외자유치가 관건이다. 먹는 문제, 전력 문제, 그리고 10만 세대 건설의 꿈 모두 외자 유치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북한이 합영투자위원회를 신설한 이유이다. 중국만이 유일한 출로인 상황에서 대중의존도가 심화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무역부문에서는 북중무역이 남북경협을 대체하고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한때 남한에서는 5.24조치로 북중무역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2010년 대중국 수출은 11억 9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9.9% 증가했고, 하반기에 특히 큰 증가세를 보였다. 품목별로는 남한에 주요하게 수출했던 의류와 어류, 광물성 원료(무연탄) 등이 크게 증가했다. 북한의 저임 노동력 수출도 보다 가시화되고 있다. 도문 및 훈춘 경제개발구역에 북한 노동력을 파견하는 것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의 입지가 동북3성 개발과 연계된 경제특구 건설로 약화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올해 초부터 대중국 전면 합작 지시에 따라 모든 국내 기관, 기업소들이 중국에 진출하고 있는 것도 두드러진 현상이다. 무역일군들 뿐만 아니라 일반 식당, 상점 직원들도 중국에 출장 가겠다고 하면 일단 허용해주고 있다. 단 조건이 붙는다. 중국으로 나가는 사람의 신분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일인당 월 1,000유로를 바쳐야 한다는 규정이 그것이다. 1,000유로를 내지 못하겠거든 나가지 말라는 소리이나, 역으로 돈을 내면 누구나 갈 수 있다는 뜻이다. 하루에만 단동세관으로 나가는 대표단이 100여명을 넘고 있다. 거래 실적이 있건 없건 일단 나가고 보자는 분위기라, 심양, 단동 등지에는 북한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국에서는 식량문제든, 희천발전소와 10만 세대 건설 자금이든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한 명이라도 더 내보내는 것이다.

평양 10만 세대 건설, 누구의 꿈인가?

무엇보다 상(장관급)을 비롯한 내각 각료들의 인식 변화가 무서울 정도다. 예전에는 중국에 다녀온 사람이 중국의 발전상을 얘기해도 “볼 것도 없고 배울 것도 없는 나라가 중국이다. 그저 우리나라가 최고”라고 말하던 사람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따라 몇 번 중국에 다녀오더니 벌써 말투가 달라졌다. 보고 들은 게 많다보니 발전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회의에서도 과감하게 발언한다. 예전에는 눈치 보면서 침묵하는 쪽이었다면, 문제를 진단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 열변을 토하는 분위기다. “의견을 말할 때, 안광이 달라진다”며, 상들의 눈빛이 달라졌을 정도다. 그들은 “우리에게 개방은 없다. 개혁이 있을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앙당 조직부에서는 내년이 중국, 일본, 미국, 남조선 모두 대선을 치르는 해라며, 국제정세가 긴장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이때를 자기네 후계 체제를 공고히 하는 최적기로 보고 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국제 정세에 맞춰 안정적인 사회 환경을 만들고, 깨끗하고(반역자가 없는) 순결한 혁명대오를 만드는 것이다. 목숨으로 결사옹위하고 안정된 환경과 사회를 건립하는 것이 시급한 목표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막강하고 안정적인 사회건설로 새 시대를 열어가는 것이 지금부터 매 당원들이 해야 할 임무이다. 김정은 대장님을 위대한 장군님 모시듯 모시고, 전례 없이 강대한 우리 민족의 시대를 개척해가자. 누구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조선의 새 시대를 열어 새 강국을 세상에 펼치자”고 내부 성원들을 설득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당, 정 핵심 각료 회의에 참가했던 한 간부는 “중국과 단기간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그 어느 때보다 쌍방이 절친하고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중국으로부터 전적인 신뢰를 얻으면서, 경제는 물론 정치, 군사적으로 전면 합작해나가야 한다. 라진선봉특구와 위화도, 황금평 등을 준 것은 국제 경제 봉쇄로 외화 고갈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였지만, 또 하나는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하여 우리 조선의 일이 곧 중국의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즉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체제 보장과 경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중국과의 혈맹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을 기본으로, 러시아를 끌어들여 삼각 동맹 관계를 발전시키고, 한, 미, 일 3국과 대결구도를 이끌고 가겠다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팽팽한 대결 구도 속에서 신속하게 경제건설과 국방강화를 이루겠다는 야심이다. 내년에 주요 국가들이 자국의 대선문제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 자기들 역시 후계구도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면서 동시에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평양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 그래서 중요한 이유다. 단순히 평양의 주택난을 해결하겠다는 목적 때문이 아니라는 뜻이다.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은 새 인물이 새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는 세상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인민들에게 새 령도자의 성과를 보여줄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평양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의 꿈? 확실히 평양 시민들이 꾸고 있는 꿈은 아닌 것 같다

35세 독신여성에 주택 배정

올해부터 35세 이상 독신 여성들에게 주택을 배정해주고, 단독 세대주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 내려졌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이 같은 결정이 평양에 독신녀가 늘고 있는 것에 따른 것이라며, 아파트 10만 세대 건설이 성공리에 끝나면 독신여성들의 주택 배정이 보다 원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참고로, 북한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사는 독신자들이 주택을 배정받기가 사실상 매우 어렵다. 결혼을 해야만 주택을 배정받아 따로 분가할 수 있어, 그 전까지는 부모와 동거해야 한다. 남자들은 간혹 오래 기다리면 배정받을 수도 있지만, 독신여성은 배정 대상에서 아예 제외돼왔다.

박남기 가족들, 거의 사망

화폐 교환 조치를 주도해 국가 혼란을 초래한 혐의로 처형됐던 박남기 전(前) 계획재정부장의 가족들이 관리소로 이송된 뒤 거의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던 사람들이 인간 이하의 관리소 생활을 견디지 못해 대부분 앓아죽거나 영양실조에 걸려 사망했다. 관리소에 이송된 박남기의 친인척은 총 38명으로 알려졌는데, 직계 가족 중에서는 여자 두 명만 살아남았다. 이들은 남들보다 미모가 뛰어나 관리일군들의 비위를 잘 맞춰왔다고 한다. 그 외에는 심한 박해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자살하거나, 극심한 영양실조와 각종 질병에 걸려 약 한 첩 못 쓰고 죽은 경우가 많았다. 박남기 계획재정부장과 함께 처형됐던 다른 간부들의 친인척들도 비슷한 처지다. 함남도 요덕군 보안성 산하 관리소에 추방되어 간 사람들이나, 회령시 22호 관리소에 간 사람들 모두 영양실조에 걸려 거의 다 죽고 남은 사람이 별로 없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평양시 간부들은 분개심을 감추지 못했다. 나랏일을 그렇게 열성적으로 한 사람도 하루아침에 죽여 버리고, 아무 죄 없는 가족들까지 비참한 말로를 맞게 된 것을 보면, 나라에 충성을 바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냐고 말한다.

재중대표부 일군들, “제발 아무나 오지 마라”

검열 광풍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매 대표부마다 할당된 식량 5천 톤 마련에 정신없는 재중대표부 일군들은 골칫거리가 또 하나 있다고 했다. 바로 투자처를 찾아 몰려오는 본국 성원들을 상대하는 일이다. 확실한 거래 건이라도 잡아서 오면 좋으련만 그저 무작정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중국 대방도 접촉하도록 해주고, 아무 성과 없이 돌아갈 때도 선물까지 바리바리 싸주어야 하는 일이 이들에게는 보통 힘겨운 일이 아니다. 해외대표부 성원들은 “국가에 바치는 돈보다 (이 사람들한테) 더 나간다. 아무 건수도 없이 나오지 말고, 제발 신중하게 좀 나오라”고 하소연한다. 몇 달 전만 해도, 본사 성원들을 만나는 게 부담스러우면, 외지출장을 핑계대고 자리에 없는 척했지만 지금은 아예 “나는 모르겠다. 좀 알아서 하라”며 대놓고 난색을 표하는 사람도 있다. 중국 심양에서 근무하는 한 일군은 “한 달에 내가 접대해야 하는 대표단만 3-4개 된다. 지난달에 그 사람들 접대한다고 들어간 돈이 6-7만 위안 정도 든 것 같다. 이것도 작게 친 거다. 호텔비, 식비, 비행기표, 기차표 다 사주지, 돌아갈 때는 또 누구누구 선물이라고 일일이 챙겨줘야 하니 죽을 지경이다. 한 번 나온 사람이 다음 달에 또 나오니 아주 죽겠다. 이러다가는 내가 먼저 꽃제비 될 것 같다. 오죽하면 지난달에 나온 사람한테, 한 번은 어떻게 접대해주겠지만 다음에는 더 이상 곤란하다고 말했겠느냐”며 고충을 토로했다.

돈도 돈이지만, 중국 대방들과의 관계도 어려운 문제다. 대표부의 한 일군은 “본사에서 사람이 나왔다고 중국 대방을 몇 번 불렀는데, 아무 성과도 없고 돈만 들어가니 대방들이 안 좋아한다. 처음에는 식사 접대도 해주고 그랬는데, 막상 거래 되는 것도 없고, 그저 먹고 놀고 선물 사줘야 하고, 거기다가 가욋돈까지 달라고 하니, 무슨 일을 이렇게 하느냐며 항의한다. ‘이러자고 나를 불렀느냐’고 대놓고 따지는 통에 곤란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다시는 너희와 거래 안 하겠다고 돌아간 사람도 있고, 진짜 거래를 하려고 전화를 해도 바쁘다고 하거나 아예 안 받는 경우도 생긴다. 제발 부탁하는데, 무작정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번 나오려면 한 사람당 1,000유로씩 바쳐야 하는데 그 돈도 다 우리가 어렵게 만들어서 주는 거 아니냐. 본국에 가만히 앉아있던 사람들이 돈을 그런 식으로 탕진하면 되겠느냐. 우리들이 얼마나 고생해서 돈을 버는지,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며 하소연했다.

중국 단동에서 근무하는 한 일군도 “순 려행하자고 나온 사람들이 많아서 이제는 전화만 울려도 골머리가 아프다. 이래서 어디 살겠는가. 그렇다고 완전히 나 몰라라 하자니, 본사 눈치가 보이고, 접대를 하자니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중국 대방들도 안 만나겠다고 피하고. 내가 주선해주었던 대방은 거래 성사된 게 하나도 없이 순 접대비로만 20만 위안 이상이 들어갔다면서, 이제는 만나주지도 않는다. 그 사람과 거래를 틀려고 몇 년 동안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렇게 어렵게 성사시켰던 거래 대상자를 다 놓치게 생겼다”며 업무상 피해로도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대표부, 검열에 치이고 식량과제에 내리 한숨

무역성 산하 해외무역대표부의 분위기는 자못 험악하기까지 하다. 매 대표부마다 식량 5천 톤 이상씩 바치라는 지시에 경악한 것이 첫 번째 이유고, 전체 무역성 검열이 끝난 뒤 그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 몰라서이다. 올해 당, 정, 군 간부들이 대거 50대 이하 젊은 층으로 교체된 것 관련, 무역성에도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 바짝 엎드려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한 무역성 간부는 “괜히 말 한 마디 잘 못했다가 삼대가 박살날 지도 모른다. 뭐든 걸리기만 해봐라, 단단히 벼르고 벌인 일(검열)인데, 한두 사람 목을 자른다고 끝나겠냐. 식량 과제를 못하면 못했다고 자르고, 지원금이 적으면 얼마나 빼돌렸냐고 들볶을 것이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는 누가 걸려들지 모르니 다들 속에 불만이 가득해도 꾹 입 다물고 있는 거다. 그 사람들이라고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다. 당, 정 간부들이 국내에 편안히 앉아서 뭐 가져오라, 뭐 바치라 하면 하는 수없이 갖다 바쳐야 한다. 안 주면 본국에 소환해버리기 때문에 벌어들이는 리윤에서 접대비로 빼돌리는 거다. 안 그러면 그 숱한 요구를 다 들어줄 수가 없다”고 했다. 중앙당에서는 “국가에 마땅히 바쳐야할 것을 자기 주머니만 채워서 국가 재정에 막대한 손실을 주고 있다”고 검열 이유를 밝혔지만, “해외 나올 때 나라에서 해준 게 아무 것도 없다. 국가에서 주는 로임으로는 접대용 술 한 병조차 못산다. 요즘처럼 본국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올 때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무역자금은 둘째 치고, 생활비 한 푼 안 대주다가 이제 와 탐오죄를 걸고넘어지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동안 다른 나라에 와서 죽기내기로 본국에 식량 보내고, 건설비용 대면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고 있는데, 어떻게 국가 자금을 탐오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럼 해외에 나온 사람들은 먹지도 마시지도 말라는 얘기냐?”며 절망스럽다는 간부도 있다.

생활비로 몇 푼 챙기는 것도 죄가 되느냐 항변하기도 한다. 정작 조사받을 사람들은 당 자금을 가지고 나와 대량으로 물자 구입을 하면서 제 것을 챙기는 사람들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우리 둘째가 대학에 가야 하는데, 등록금이 없어서 학교를 못 다닌다. 가뜩이나 마음이 어수선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상황인데 누구 목이 날아갈지 몰라 걱정이다. 충성심을 요구해야할 때 간부들 숙청 얘기가 나오니, 마음이 안착되지 못하고 다들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간부들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 당, 정이 무슨 이익을 얻을지 모르겠다. 당에 대한 불신밖에 더 키우겠냐며, 결국 간부들 마음이 당에서 떠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무역성 검열, 피바람 예고

평양 중구역에 위치한 무역성 건물은 지금 한 여름인데도 찬바람이 쌩쌩 분다. 한바탕 피바람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한 간부는 “무역성 검열이 떴다. 몇 명은 피를 볼 것 같다”고 표현했다. 현재 최고검찰소와 내각 정치국, 국방위원회 합동으로 국내 세관, 무역회사 등은 물론 해외대표부까지 검열이 들어갔다. 명목은 무역성 간부들의 간첩행위와 뇌물수수 여부 조사이다. 조국이 부여한 임무를 완성하라고 해외에 파견시켰더니, 적과 내통하면서 제 주머니만 잔뜩 불렸다는 것이다. 무역일군들과 해외대표부 일군들 모두 말은 못해도, 조마조마해하는 분위기다. 누가 시범껨(본보기)으로 걸려들지 몰라서이다. 이번에 걸리면 작년 박남기(前 계획재정부장)와 올해 류경(前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 꼴 날 것이라는 소문이 공포를 가중시키고 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해외대표부에서 이번에 군량미 과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 꼬투리가 되었다. 각자 자기 울타리를 세우고 눈밖에 크게 나지 않을 수준에서만 (군량미 과제를) 겨우 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못하겠다고 신소가 빗발쳤다. 그때는 반발이 하도 심해서 군량미 과제를 중단하라고 했지만, 무역성이 제 노릇을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보고, 이번에 시범껨으로 여러 명을 거론하고 있다” 고 전했다.

그는 무역성 검열의 최종 목표가 리룡남 무역상인 것 같다고 했다. 리룡남 무역상은 1998년 무역부 보좌관을 거쳐 2001년 4월부터 무역성 부상(차관)으로 근무하다가, 2008년부터 무역상(장관)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중앙당 일각에서 무역상을 숙청대상으로 지목하는 이유는 대략 두 가지다. 하나는 식량문제를 풀지 못해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올해 세대교체 정국 속에서 아직까지 교체되지 않은 마지막 남은 사람이 그라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무역상이 식량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 지적됐다. 지난 2월, 해외대표부에서 군량미 과제를 중단해달라는 신소가 빗발칠 때도 그저 가만히 보기만 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수수방관하면서 뒤로는 오히려 부추긴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예전에는 식량을 1백을 지원하라고 하면 2백을 하는 식으로 해외대표부에서 열심이었는데, 올해는 못하겠다고 아우성치니 이게 다 위에서 시켜서 그러는 게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부추긴 게 아니라고 해도 충성심에 대한 의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실 중앙당에서는 해외대표부에서만 제대로 나서줘도 식량 문제가 이렇게까지 안 풀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괘씸죄에 걸린 것이다. 새 지도자 체제로 이양될 경우, 충성심 경쟁에서 안 좋은 선례를 만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앞으로도 식량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무역상에게 그 책임을 물릴 가능성이 높다. 한 간부는 “해외대표부에서 할당된 군량미도 달성 못하고 겨우 60%정도만 했는데, 이것은 새 지도부를 우습게 알아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평양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과 희천발전소 공사가 자금 부족으로 지지부진한 것도 다 무역상 탓이라고 하면 꼼짝없이 죽게 돼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리룡남 무역상이 부지런히 중국을 드나들며 식량문제를 필사적으로 풀려는 것도, 안 그러면 자기가 죽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무역성 분위기가 어수선할 수밖에 없다.

무역상 리룡남, 제2의 박남기 되나?

무역성은 검열 중이다. 서슬 퍼런 검열의 칼날 끝이 과연 어디를 향할지, 무역성원들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리룡남 무역상의 목을 치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온다. 식량문제 해결에 열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괘씸죄라고 하지만, 실상 후계구도 안착을 위한 세대교체의 희생양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남기 전 계획재정부장의 이야기가 다시금 나오는 것도, 리룡남 무역상이‘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예견 때문이다.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불안에 떠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수장이 날아가면, 반드시 부하들도 따라가기 마련이다. 벌써 누구 누가 사정 대상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무역성 전체 분위기가 살얼음을 걷는 것처럼 조용한 이유이다. 지독한 피바람이 예고된 가운데 당사자들의 살아남으려는 몸짓은 그만큼 절박하고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일단 중앙당은 무역성에 ‘수행불가능한’식량 과제를 던졌다. 바야흐로 무역성 일군들의 수난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