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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420호

■ 시선집중

무역성 간부들, 사실상 전원교체?

무역성을 대상으로 한 내각 정치국 호위사령부와 국방위원회 련합검열조의 검열이 살벌하다 싶을 정도로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해외대표부 일군들의 경우, 과거 무역 내역을 모두 찾아내 건당 수입과 지출을 세세하게 뒤지고 따져보면서, 누수항목을 찾아내고 있다. 개인이 얼마나 빼돌렸는지, 혹은 상급당이나 상층 간부에게 얼마나 바쳤는지 등을 추궁하기 위해서다. 무역성 간부들은 이번 조사가 개인들의 비리를 캐려는 목적도 있지만 무역상을 비롯한 무역성의 고위간부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이번에는 무역상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 걱정한다.

벌써 국장급 일군들이 7명이나 떨어졌다. 산하 각 기구마다 구속된 사람들로 넘쳐난다. 해외대표부 일군들 중에는 자진 귀국한 사람도 있지만, 지난 1-2년 동안 과제 완수를 제대로 못한 사람들은 “국가에 다른 공헌이 없는 충성심이 모자란 사람”이라며 소환장을 발부받았다. 리룡남 무역상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인사들 중에 처벌할 명목이 마땅하지 않은 고위 간부들은 일단 각 부서에 국장급 이상의 자리가 비어있으니 들어오라며 부임 명령을 내리고 있다. 소환된 한 간부는 “처벌하고 싶어도 그럴듯한 명목이 없으니 일단 조국에 불러들여 새 자리에 1-2개월 정도 앉혀놓았다가 밀어낼 심산이다. 알면서도 거절할 방법이 없다. 우리가 다 처리되면, 무역상은 자연히 떨어지게 될 것이다. 요즘 무역상이 얼마나 행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지 모른다. 감시가 더 심해졌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식량과제가 한 달 더 연장됐다고는 하나, 앞으로 10월까지 식량 과제를 달성할 수 있는 일군들이 얼마나 있을 것이며, 그 사람들을 모두 소환하게 되면 해외무역에 공백이 생기면 어떤 대책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작금의 세태에 한심해하는 간부들도 많다. 무역성의 한 일군은 “무역의 무자도 모르는 햇내기들이 뭘 믿고 국가 계획을 완성할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가 나가서 팔 수 있는 게 석탄 밖에 없는데, 그것도 대방(거래처)과 오랜 신용이 쌓인 사람들이 좋은 몫으로 팔 수 있는 거지, 무턱대고 가져다준다고 능사가 아닌데 이렇게 대거 모가지 날리고, 불러들이면 어쩌자는 거냐”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일부는 소환장을 받고, “차라리 잘 된 일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욕밖에 안 나오고, 앞으로 과제들에 얼마나 더 시달리겠는데 이참에 가족들과 같이 들어가서 조용히 목숨이나 건지는 게 좋을 성 싶다. 과제를 못하면 못했다고 모가지가 날아갈 거 아니냐. 내 목숨도 목숨이지만, 이런 식으로 어떻게 조국을 강성대국으로 건설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 조선의 앞날이 걱정된다. 내 자식들이 살아갈 미래가 도무지 안 보인다.”고 한탄한다

해외대표부 식량과제도 빈익빈 부익부

무역성 소속 해외대표부 일군들 사이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무역상은 모든 해외대표부 일군들에게 “말 그대로 살아서 임무를 완성하던지 아니면 죽던지 선택하라”고 일성했고, 무역성에서도 무역상의 말을 받아 “돈을 바치든지 아니면 짐을 싸서 조국으로 들어오든지 하라”고 정식 통지문을 전달한 바 있다. 전운이 느껴질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아졌다. 총력전이 벌어지자 국가와 지역에 따라 성과가 극명하게 갈렸다. 잘 사는 나라에 사는 일군들일수록 성과가 높았고, 가난한 나라에 사는 일군들일수록 미미했다. 독일과 영국, 중국 등에서 보낸 액수와 동유럽에서 보낸 액수의 차이가 작게는 2-3배, 크게는 4-5배까지 난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어디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컸다. 중국의 경우 북경, 상하이, 광주 등에서 보낸 금액과 동북3성 지역에서 보낸 금액의 차이가 크다. 동북3성이라도 심양과 대련은 사정이 더 낫고, 연변 쪽은 더 열악하다. 가난한 일군들은 자발적으로 짐을 싸서 하나둘 귀국하고 있다. 소환되기 전에 스스로 들어오겠다는 것이다. 동유럽 가난한 나라에서 먼저 들어오기 시작했고, 중국에서도 귀국의사를 밝히거나 이미 귀국한 사람이 상당히 많다.

무역성 검열폭풍, “식량 과제 못하면 귀환 조치”

9월 말까지 해외대표부에 떨어진 식량과제가 10월말까지 연장됐다. 일선 일군들은 한 달이 아니라 열 달을 연장해도 임무를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에 과제를 완수하지 못하면, 지난 2년 동안 과제를 달성하지 못한 사람들부터 무조건 귀환 조치가 내려진다. 한쪽에서는 이미 귀국행렬이 시작됐다. 무역성을 대상으로 한 검열 폭풍 때문에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식량 과제 달성에 나섰지만 처음부터 너무 무리한 액수였다는 것이 무역 일군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8월 말까지 상황을 보면 간혹 100-200톤까지 하는 큰손들이 있기는 했지만, 모두들 1-2톤도 겨우 하는 수준이었다. 8월에는 리룡남 무역상이 부상과 참사를 데리고 직접 북경에 건너갔지만 별 성과 없이 혼자 돌아왔고, 뒤이어 부상과 참사도 철수했는데 이들은 지금 구속된 상태다. 중앙당에서는 무역상에게 당적 처벌을 경고했다. 그러나 이번 무역성 검열이 무역상을 겨누고 있다는 소식이 외부언론에 알려지면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10월쯤에 무역상을 철직시키면서 무역성 인원교체를 마무리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무역성 부상과 참사, 전격 구속

식량 문제를 해결하러 중국으로 나갔던 무역성 부상과 참사가 전격 구속됐다. 거의 2개월 동안 식량 수급을 풀어보려고 했지만, 접촉했던 중국 측 어느 곳에서도 후불 계약을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별 성과를 내지 못하자, 중앙당에서는 이들을 불러들여 직무 태만과 과제 미완성 등의 명목으로 구속 수감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임무를 완성하지 못하고 돌아와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 걱정들이 많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구속이 된 것이다. 이들의 향후 거취에 대해, 중앙당의 한 간부는 “현재 무역성 간부 성원 중 약 90%가 바뀌고 있다. 이들이 시범게임으로 리룡남 무역상보다 먼저 목이 날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러시아 방문 큰 성과 없단 소문에 평양 쌀값 요동

평양시는 지난 8월 15일 광복절을 기념해 올해 1월부터 중단됐던 식량 배급을 재개했다. 당․정 간부들을 포함해 일반 주민들에게 모두 공급했다. 간부들은 밀린 배급까지 전량 공급 받았지만, 일반 주민들은 부분적으로만 받아 “간부들만 사람이고, 우리는 사람이 아니란 말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어찌됐든 주민들에게 배급된 식량이 시중에 풀리면서 식량 값이 다소 안정세를 찾았으나, 수급이 불투명해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이다.

지난 8월 2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에서 돌아온 뒤 성과가 별로 없다는 소문이 돌면서 쌀값 불안정을 부추겼다. 당초 북한 당국은 러시아에 밀가루 5만 톤을 비롯해 많은 것을 요청했으나, 오히려 러시아로부터 수십 억 달라가 넘는 차관을 빨리 갚아달라는 재촉만 받고 왔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쌀값이 요동쳤다. kg당 2,500원으로 떨어졌던 쌀값이 한때 3,000원까지 치솟았다. 소문이 한 차례 돌고나서 9월이 되자, 이번에는 추석 명절을 쇠려고 배급받은 쌀을 내다팔아 옥수수로 바꿔먹는 주민들이 늘면서, 쌀값은 다시 2,200원대까지 뚝 떨어졌다. 평양의 한 판매상인은 “1-2주 사이에 2,200원에서 3,000원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은 그만큼 식량 수급이 안 되고 있다는 말이다. 외국에서 식량이 들어오면 좀 내렸다가, 안 들어올 거라는 소문만 돌아도 껑충 뛰는 것이 하반기에도 평양의 식량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거”라고 내다보았다.

군부 무역회사인 강성무역회사 54부에서 지금까지 옥수수를 5만 톤 이상 수입한 것이 수도권 군부대와 평양 주민 배급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다른 지방들은 식량난의 마땅한 출로가 없는 상태다. 각 지역마다 옥수수 농사와 감자 농사에 기대고 있는데, 올해 수해가 워낙 극심해서 식량문제 해결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다. 소토지 농사에도 수해 타격이 심해 식량난을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당장 먹는 문제도 걱정이지만 수확을 하고 나서도, 겨울에 먹을 것이 아무 것도 없을까 봐 걱정된다는 사람들이 많다. 9월 첫째 주 전국 주요도시에서 쌀은 kg당 2,700-2,8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추석 명절, 간소하게 쇠라”

식량난이 풀리지 않자, 당국에서는 인민들에게 추석을 간소하게 쇠라는 지시를 내렸다. “자연재해로 식량 생산이 절감되었기에 추석을 간소하게 쇠라. 그리고 식량으로 술을 빚지 말라. 올해 어떻게든 식량난을 극복해서 내년에는 강성대국의 첫 해를 맞이하자”고 인민반 강연에서 당부했다. 주민들은 “간소하게 하지 말라고 해도 안할 수가 없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평성시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제사상에 올릴 음식이 없어 차례도 못 지내겠다고 하소연했다. 박애경(가명)씨는 “쌀 1kg 가격이 우리 세대주 한 달 로임보다 높은데, 제사상에 올릴 음식을 무슨 수로 구하겠는가. 돌아가신 부모님께는 죄송하고 죄짓는 마음이지만, 당장 내 자식들을 살리려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니 이번 추석은 그냥 건너뛰려고 한다”고 했다. 옷 장사를 하는 최영란(가명)씨는 “옆집에서 병에 걸려 죽었다고 해도 부조금을 한 푼도 못내는 상황인데, 산소에 올릴 제물을 살 돈이 어디 있느냐. 집에서 간단히 사진이나 모시고 술 한 잔 올리면 잘 하는 것”이라고 요즘 생계의 어려움을 얘기했다.

산소가 외지에 있는 사람들은 통행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 불만이다. 전국적으로 검열 및 통제 강화로 통행증을 발급해주지 않아 산소를 방문할 수 없어서다. “아무리 우리가 돈이 없고 못 산다고 해도, 어떻게 부모님 묘에 술 한 잔도 올리지 않겠느냐. 벌초도 해야 하고, 살아생전 변변히 따뜻한 밥 한 끼도 못 해드렸는데, 돌아가셔서까지 자식들한테 천시를 받으셔야 되겠느냐. 제발 산소에 갈 수 있게 통행증을 발급해 달라”는 신소가 각 동사무소마다 끊이지 않는다. 반대로 “통제를 하려면 해라”면서 “산소에 올릴 제물을 살 돈이 없으니 집에서 간단하게 사진이나 모시고 절이나 해야 겠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주민들도 있다.

처벌과 교체가 능사는 아닐 텐데

무역성에 불어 닥친 사정의 칼바람이 끝을 향해 가고 있는 모양이다. 무역성 부상과 참사는 식량문제를 풀지 못한 책임을 물어 구속되었다고 하고, 주요 간부들 대다수가 교체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명목상으로는 식량 문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신진세력으로의 간부 교체라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마따나 시대가 바뀌면 새로운 인사들을 중용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무조건 바꾼다고 새 시대가 거저 오는 것은 아니다. 연륜과 경륜을 존중해 인사를 적절히 안배하는 지혜와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선비가 귀하고 천한 것은 임금이 어떻게 여기느냐에 달렸다. 아! 종은 절로 울리지 않고, 두드리면 울리는 법이다.”조선의 명군주로 불리는 정조대왕은 필요한 인물이 있으면 신분과 배경에 상관없이 천거해 새 바람을 일으켰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필요한 곳에 중용했다.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 정치생활

무역성 간부들, 사실상 전원교체?

무역성을 대상으로 한 내각 정치국 호위사령부와 국방위원회 련합검열조의 검열이 살벌하다 싶을 정도로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해외대표부 일군들의 경우, 과거 무역 내역을 모두 찾아내 건당 수입과 지출을 세세하게 뒤지고 따져보면서, 누수항목을 찾아내고 있다. 개인이 얼마나 빼돌렸는지, 혹은 상급당이나 상층 간부에게 얼마나 바쳤는지 등을 추궁하기 위해서다. 무역성 간부들은 이번 조사가 개인들의 비리를 캐려는 목적도 있지만 무역상을 비롯한 무역성의 고위간부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이번에는 무역상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 걱정한다.

벌써 국장급 일군들이 7명이나 떨어졌다. 산하 각 기구마다 구속된 사람들로 넘쳐난다. 해외대표부 일군들 중에는 자진 귀국한 사람도 있지만, 지난 1-2년 동안 과제 완수를 제대로 못한 사람들은 “국가에 다른 공헌이 없는 충성심이 모자란 사람”이라며 소환장을 발부받았다. 리룡남 무역상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인사들 중에 처벌할 명목이 마땅하지 않은 고위 간부들은 일단 각 부서에 국장급 이상의 자리가 비어있으니 들어오라며 부임 명령을 내리고 있다. 소환된 한 간부는 “처벌하고 싶어도 그럴듯한 명목이 없으니 일단 조국에 불러들여 새 자리에 1-2개월 정도 앉혀놓았다가 밀어낼 심산이다. 알면서도 거절할 방법이 없다. 우리가 다 처리되면, 무역상은 자연히 떨어지게 될 것이다. 요즘 무역상이 얼마나 행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지 모른다. 감시가 더 심해졌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식량과제가 한 달 더 연장됐다고는 하나, 앞으로 10월까지 식량 과제를 달성할 수 있는 일군들이 얼마나 있을 것이며, 그 사람들을 모두 소환하게 되면 해외무역에 공백이 생기면 어떤 대책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작금의 세태에 한심해하는 간부들도 많다. 무역성의 한 일군은 “무역의 무자도 모르는 햇내기들이 뭘 믿고 국가 계획을 완성할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가 나가서 팔 수 있는 게 석탄 밖에 없는데, 그것도 대방(거래처)과 오랜 신용이 쌓인 사람들이 좋은 몫으로 팔 수 있는 거지, 무턱대고 가져다준다고 능사가 아닌데 이렇게 대거 모가지 날리고, 불러들이면 어쩌자는 거냐”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일부는 소환장을 받고, “차라리 잘 된 일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욕밖에 안 나오고, 앞으로 과제들에 얼마나 더 시달리겠는데 이참에 가족들과 같이 들어가서 조용히 목숨이나 건지는 게 좋을 성 싶다. 과제를 못하면 못했다고 모가지가 날아갈 거 아니냐. 내 목숨도 목숨이지만, 이런 식으로 어떻게 조국을 강성대국으로 건설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 조선의 앞날이 걱정된다. 내 자식들이 살아갈 미래가 도무지 안 보인다.”고 한탄한다

무역성 부상과 참사, 전격 구속

식량 문제를 해결하러 중국으로 나갔던 무역성 부상과 참사가 전격 구속됐다. 거의 2개월 동안 식량 수급을 풀어보려고 했지만, 접촉했던 중국 측 어느 곳에서도 후불 계약을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별 성과를 내지 못하자, 중앙당에서는 이들을 불러들여 직무 태만과 과제 미완성 등의 명목으로 구속 수감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임무를 완성하지 못하고 돌아와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 걱정들이 많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구속이 된 것이다. 이들의 향후 거취에 대해, 중앙당의 한 간부는 “현재 무역성 간부 성원 중 약 90%가 바뀌고 있다. 이들이 시범게임으로 리룡남 무역상보다 먼저 목이 날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추석 명절, 간소하게 쇠라”

식량난이 풀리지 않자, 당국에서는 인민들에게 추석을 간소하게 쇠라는 지시를 내렸다. “자연재해로 식량 생산이 절감되었기에 추석을 간소하게 쇠라. 그리고 식량으로 술을 빚지 말라. 올해 어떻게든 식량난을 극복해서 내년에는 강성대국의 첫 해를 맞이하자”고 인민반 강연에서 당부했다. 주민들은 “간소하게 하지 말라고 해도 안할 수가 없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평성시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제사상에 올릴 음식이 없어 차례도 못 지내겠다고 하소연했다. 박애경(가명)씨는 “쌀 1kg 가격이 우리 세대주 한 달 로임보다 높은데, 제사상에 올릴 음식을 무슨 수로 구하겠는가. 돌아가신 부모님께는 죄송하고 죄짓는 마음이지만, 당장 내 자식들을 살리려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니 이번 추석은 그냥 건너뛰려고 한다”고 했다. 옷 장사를 하는 최영란(가명)씨는 “옆집에서 병에 걸려 죽었다고 해도 부조금을 한 푼도 못내는 상황인데, 산소에 올릴 제물을 살 돈이 어디 있느냐. 집에서 간단히 사진이나 모시고 술 한 잔 올리면 잘 하는 것”이라고 요즘 생계의 어려움을 얘기했다.

산소가 외지에 있는 사람들은 통행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 불만이다. 전국적으로 검열 및 통제 강화로 통행증을 발급해주지 않아 산소를 방문할 수 없어서다. “아무리 우리가 돈이 없고 못 산다고 해도, 어떻게 부모님 묘에 술 한 잔도 올리지 않겠느냐. 벌초도 해야 하고, 살아생전 변변히 따뜻한 밥 한 끼도 못 해드렸는데, 돌아가셔서까지 자식들한테 천시를 받으셔야 되겠느냐. 제발 산소에 갈 수 있게 통행증을 발급해 달라”는 신소가 각 동사무소마다 끊이지 않는다. 반대로 “통제를 하려면 해라”면서 “산소에 올릴 제물을 살 돈이 없으니 집에서 간단하게 사진이나 모시고 절이나 해야 겠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주민들도 있다.

■ 식량소식

해외대표부 식량과제도 빈익빈 부익부

무역성 소속 해외대표부 일군들 사이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무역상은 모든 해외대표부 일군들에게 “말 그대로 살아서 임무를 완성하던지 아니면 죽던지 선택하라”고 일성했고, 무역성에서도 무역상의 말을 받아 “돈을 바치든지 아니면 짐을 싸서 조국으로 들어오든지 하라”고 정식 통지문을 전달한 바 있다. 전운이 느껴질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아졌다. 총력전이 벌어지자 국가와 지역에 따라 성과가 극명하게 갈렸다. 잘 사는 나라에 사는 일군들일수록 성과가 높았고, 가난한 나라에 사는 일군들일수록 미미했다. 독일과 영국, 중국 등에서 보낸 액수와 동유럽에서 보낸 액수의 차이가 작게는 2-3배, 크게는 4-5배까지 난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어디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컸다. 중국의 경우 북경, 상하이, 광주 등에서 보낸 금액과 동북3성 지역에서 보낸 금액의 차이가 크다. 동북3성이라도 심양과 대련은 사정이 더 낫고, 연변 쪽은 더 열악하다. 가난한 일군들은 자발적으로 짐을 싸서 하나둘 귀국하고 있다. 소환되기 전에 스스로 들어오겠다는 것이다. 동유럽 가난한 나라에서 먼저 들어오기 시작했고, 중국에서도 귀국의사를 밝히거나 이미 귀국한 사람이 상당히 많다.

무역성 검열폭풍, “식량 과제 못하면 귀환 조치”

9월 말까지 해외대표부에 떨어진 식량과제가 10월말까지 연장됐다. 일선 일군들은 한 달이 아니라 열 달을 연장해도 임무를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에 과제를 완수하지 못하면, 지난 2년 동안 과제를 달성하지 못한 사람들부터 무조건 귀환 조치가 내려진다. 한쪽에서는 이미 귀국행렬이 시작됐다. 무역성을 대상으로 한 검열 폭풍 때문에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식량 과제 달성에 나섰지만 처음부터 너무 무리한 액수였다는 것이 무역 일군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8월 말까지 상황을 보면 간혹 100-200톤까지 하는 큰손들이 있기는 했지만, 모두들 1-2톤도 겨우 하는 수준이었다. 8월에는 리룡남 무역상이 부상과 참사를 데리고 직접 북경에 건너갔지만 별 성과 없이 혼자 돌아왔고, 뒤이어 부상과 참사도 철수했는데 이들은 지금 구속된 상태다. 중앙당에서는 무역상에게 당적 처벌을 경고했다. 그러나 이번 무역성 검열이 무역상을 겨누고 있다는 소식이 외부언론에 알려지면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10월쯤에 무역상을 철직시키면서 무역성 인원교체를 마무리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러시아 방문 큰 성과 없단 소문에 평양 쌀값 요동

평양시는 지난 8월 15일 광복절을 기념해 올해 1월부터 중단됐던 식량 배급을 재개했다. 당․정 간부들을 포함해 일반 주민들에게 모두 공급했다. 간부들은 밀린 배급까지 전량 공급 받았지만, 일반 주민들은 부분적으로만 받아 “간부들만 사람이고, 우리는 사람이 아니란 말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어찌됐든 주민들에게 배급된 식량이 시중에 풀리면서 식량 값이 다소 안정세를 찾았으나, 수급이 불투명해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이다.

지난 8월 2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에서 돌아온 뒤 성과가 별로 없다는 소문이 돌면서 쌀값 불안정을 부추겼다. 당초 북한 당국은 러시아에 밀가루 5만 톤을 비롯해 많은 것을 요청했으나, 오히려 러시아로부터 수십 억 달라가 넘는 차관을 빨리 갚아달라는 재촉만 받고 왔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쌀값이 요동쳤다. kg당 2,500원으로 떨어졌던 쌀값이 한때 3,000원까지 치솟았다. 소문이 한 차례 돌고나서 9월이 되자, 이번에는 추석 명절을 쇠려고 배급받은 쌀을 내다팔아 옥수수로 바꿔먹는 주민들이 늘면서, 쌀값은 다시 2,200원대까지 뚝 떨어졌다. 평양의 한 판매상인은 “1-2주 사이에 2,200원에서 3,000원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은 그만큼 식량 수급이 안 되고 있다는 말이다. 외국에서 식량이 들어오면 좀 내렸다가, 안 들어올 거라는 소문만 돌아도 껑충 뛰는 것이 하반기에도 평양의 식량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거”라고 내다보았다.

군부 무역회사인 강성무역회사 54부에서 지금까지 옥수수를 5만 톤 이상 수입한 것이 수도권 군부대와 평양 주민 배급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다른 지방들은 식량난의 마땅한 출로가 없는 상태다. 각 지역마다 옥수수 농사와 감자 농사에 기대고 있는데, 올해 수해가 워낙 극심해서 식량문제 해결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다. 소토지 농사에도 수해 타격이 심해 식량난을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당장 먹는 문제도 걱정이지만 수확을 하고 나서도, 겨울에 먹을 것이 아무 것도 없을까 봐 걱정된다는 사람들이 많다. 9월 첫째 주 전국 주요도시에서 쌀은 kg당 2,700-2,8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