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황해도 수재민들, “식량 지원 간절해”

올해 물 폭탄을 맞은 수재민들이 예년보다 이른 추위와 굶주림에 고통 받고 있다. 하루 한 끼 죽도 못 먹는 세대가 늘어나는 추세다. 황해남도 청단군의 한 일군은 “대량으로 식량 지원이 들어와야 올해를 버틸 수가 있다”며 식량 지원을 애타게 요청했다. 그는 “작년에도 이상 저온 현상으로 농사가 잘 안 됐다. 분배를 많이 못 받은 농민들은 올 봄에 산나물을 캐서 풀밥을 먹어가며 버텨왔는데, 여름에 물 폭탄을 너무 심하게 당했다. 그 피해가 작년에 비할 바가 아니다. (황해남)도적으로 정확한 통계는 나도 모르지만, 우리 군 농민들만 해도 지금 먹고 사는 것을 보면 돼지죽인지 사람이 먹는 음식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주에 심평리에 갈 일이 있었는데, 다섯 식구가 한 줌도 안 되는 옥수수가루를 물에 타서 남새 좀 넣고 끓여 먹는데 그 비참함이라는 게 도저히 말로 못하겠다. 그것도 푸대죽이라고, 이 정도라도 계속 걱정 없이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아서 아무 말도 못했다. 갔다 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나도 내 살길 찾는다고 비리도 저지르고, 백성들 어려운 사정을 모른 척할 때가 많지만, 간부들도 사람이다. 그런 거 보고 마음 아프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남조선과 우리 정부의 대립이 심해서 식량이 못 들어온다는데, 제발 식량 좀 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또 빌고 싶다.”며 상황의 절박함을 알렸다

해외대표부 일군들, 세대교체에 동요

세대교체로 해외대표부 일군들이 동요하고 있다. 한 중견간부는 “그동안 사심 없이 조국에 충성심 하나로 일하던 사람들이 윗사람들이 잘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누구도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그동안 밤낮 가리지 않고 각종 과제와 세외부담을 달성해왔는데, 이번에 주요직을 모조리 어린아이들에게 빼앗긴 격이 되고, 자기들은 잘해봐야 현상 유지니 힘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소환되어 철직된 사람들보다야 나은 형편이지만, 일하는 신심이 안 난다고 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한 무역상인도 북한 무역일군들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했다. 심양에서 북한을 상대하는 무역업자 조선족 김명철(가명)씨는 “전에는 조선에 대해 불손하거나 불경한 말이 한 마디만 나와도 얼굴을 붉히며 시비를 걸고 쟁론했다. 각종 실례를 들어가며 그렇게 된 이유와 환경을 해설해주느라 목에 핏대를 세우곤 했는데, 지금은 더 심한 말이 나와도 별 대응을 하지 않는다. 여전히 욱 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듣고도 모른 척 한다. 그저 이구동성으로 ‘나야 돈만 벌면 된다’고 한다. 승급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현직이라도 보존하자면 오직 돈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와 호형호제하면서 지내는 한 일군은 ‘위에 있던 어른들(고위간부들)이 다 떨어져 나간 상황에서 나 같은 피라미들은 언제 떨려날지 모른다. 오직 돈만이 나와 가족을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개인 주머니를 찼다는 명목으로 많은 일군들이 떨어져 나갔는데도 그게 안위를 보존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 이번 무역성 검열이 역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내부 정화는커녕 도리어 일선 일군들의 반발심을 자극한 것이다. 중국에 나와 있는 해외대표부의 한 일군은 “최근 3년 동안 얼마나 세외부담이 많아졌는지 모두들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새로 부임한 사람들이 해외 시찰을 명목으로 자꾸 오는데, 그들도 곧 알게 될 것이다. 전임자들이 왜 딴 주머니를 찰 수밖에 없었는지. 중앙에서 내려 보내는 과제가 너무 많아서 부서별로 경쟁이라도 하게 되면, 무역성은 집중 포화를 당하게 된다. 그들도 별 수 없이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사람 몇 십 명, 몇 백 명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 애꿎은 우리들만 족치는 꼴”이라고 한탄했다.

새 인물에 주민들 반응은 “글쎄”

젊은 세대들이 대거 올라서면서 권력 안착에 모든 힘을 쏟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사회 질서의 안정을 이루고 있다. 일선에서 주민들을 접촉하는 보안원이나 보위부원들도 “생활상 어려움이 그 어느 해보다 나쁜데도, 드러내놓고 말하거나 떠드는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겉보기에는 평온하다는 소리다. 새 인물들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이 호의적이냐면, 그것은 아니다. 지난 폭풍검열 때 수 백 명의 일군이 교체된 량강도 혜산시에 사는 장정철(가명)씨는 “교체된 지 얼마 됐다고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있겠느냐. 다만 우리가 앓는 소리도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감시망이 더 촘촘해졌고, 그 어느 때보다 비사회주의 단속과 검열이 심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어느 멍청이가 대놓고 못 살겠다고 떠들겠나. 요즘처럼 세게 잡을 때는 가만히 있는 게 사는 길”이라고 했다. 침묵이 긍정이 아니라 오히려 불만이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평양시 간부들도 “새로 올라간 사람들이 혈기왕성하게 많은 일들을 해나가고 있지만, 경험이 부족하고 전문 지식이 모자라서 좌충우돌하고 있다. 무조건 밀고 나가는데 앞으로 더 많은 피해를 만들어 낼 것이다. 중국이나 해외에서 막대한 지원이나 투자가 이루어져 경제해소가 이뤄지면 몰라도, 경험 많은 전문가들을 모든 부문과 부서마다 내쳐버린 바람에 유용한 정책을 이끌어낼 만한 적임자들이 적다. 이것이 앞으로 큰 문제”라며 비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지금 제일 두려운 것이 식량난이다. 장군님께서도 새로 보위에 오르실 때에 정권유지에만 온 정력을 몰 붓다나니 1990년대 중반에 수백만이 죽는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나. 지금이 또 그런 시기다. 정권을 새로 잡으려는 사람들이 통제에만 열을 올리고, 백성들의 의식주에는 별로 관계하지 않는다. 각 도마다 군수공장과 군부대에 우선적으로 재화와 식량을 투여하면서, 백성들의 의식주는 나 몰라라 한다. 새로 올라온 간부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새 지도부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는데 있기 때문에 지방 질서를 유지하려고 탄압하는 데만 몰두해있다. 지금 당장 수십만 명이 굶어죽는다고 해도 전혀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 세대, 높은 충성심으로 사회 안정 최우선

한 간부는 “모두 젊은 혈기들이라 새로운 령도자를 모시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주역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에 없이 열의도 높고 정열적으로 일하고 있다. 공화국 창건 이래 지금이 가장 험악한 시절이지만,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는 만큼 개국공신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더 기를 쓰고 일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다른 간부는 “이번에 새로 임명된 사람들을 크게 두 부류로 보면, 한 부류는 공화국 창건 이래 호의호식하며 살던 사람들이다. 혁명 3세대, 4세대로서 혁명의 대를 이어간다고, 이 정권과 공동운명체라는 생각이 그 누구보다 강한 편이다. 자연히 정권 유지에 열성일 수밖에 없다. 비료도 없고 종자도 없고, 모든 게 파탄 난 상태에서 해마다 자연재해까지 당해 백성들이 굶어 죽는다고 아우성을 쳐도, 이 사람들은 눈 하나 꿈쩍 안 한다. 자기들이 배를 주린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 실상을 모르는 거다. 지방당은 다르겠지만, 평양만 보더라도 이번에 새로 올라온 간부들이 대부분 할아버지 대부터 잘 먹고 잘 살던 사람들이다. 고난의 행군 때도 굶어보지 못한 사람들이고, 나라 국고가 텅텅 비어도 제 집에는 외화가 가득하던 사람들이니 고생이라는 걸 모른다. 그러니 식량난이니 경제난이니 아무리 떠들어도 체감을 못하기 때문에 백성들을 위할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백성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통제할 것인 가에만 몰두 한다. 또 한 부류는 이전 시대라면 도저히 발탁될 수 없을만한 성분인데 등용된 사람들이다. 대부분 하급관리인데 발탁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고 있고, 이 체제가 망하면 나도 망한다고 생각하면서 그 누구보다 열렬하게 충성을 다하는 모습이다. 원래 아무런 희망이 없던 사람들인데 광폭 정치한다고 충성도가 높은 사람들을 뽑았다”고 전했다.

“새 인물이 많이 들어섰으니, 앞으로 새 지도부와 함께 잘 풀려갈 것 같은가?”물어보니, 열의 아홉은 고개를 흔들었다. 한 간부는 “지금이야 장군님께서 건재해 계시고, 아무리 축출되고 고난을 당해도 혁명세대들이 죽을 둥 살 둥 이 나라를 마지막까지 살려보겠다고 발버둥을 치고 있어서 이나마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장군님께서도 식량난과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하고 계시는데, 국정운영이 별로 없는 젊은 사람들이 패기와 열정만으로 얼마나 돌파구를 열어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은 사회 안정에 초점을 두고 통제를 강화하는데 온 힘을 쏟아 붓고 있고, 나름대로 성공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불만이 있는 간부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지만, 입 밖에 내지 못하고 조용히 죽어지내는 것도 사회의 이런 분위기 때문이고, 새 세력들이 효과적으로 잘 관리하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식량난과 경제난은 다른 문제다. 통제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경제난을 돌파하려면 사람들을 계속 옭아맬 수만은 없다. 물자가 돌아야 되고, 사람들이 움직여야 한다. 사람도 몸에 피가 안돌면 곧 죽지 않나. 그 점에서 (새 지도부가) 아직 믿고 따라가도 되겠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회의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중앙당 호위사령부 검열, 마무리 단계

전국적으로 진행된 중앙당 호위사령부 검열이 당 창건일인 10월 10일을 앞두고,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애초 검열 대상과 목적이 명확하다보니 별 어려움 없이 진행됐다는 것이 검열단의 자체 평가이다. 9월 25일까지 보낸 보고문서에는 지방당 관리들의 비리 행위 및 주요 사건일지 등이 기록되어 있으며, 동일 사건의 경우 연루자들에 대한 통계 처리가 포함되어 있다. 새로 교체될 간부들의 신상명세 보고서도 올라갔다. 당사자와 가족을 포함해 친인척까지 조사했다. 중앙당과 도급 관리는 지난 4-6월에 이미 교체되었고, 시당과 군당 일군들 대부분 당 창건일을 전후로 새로 임명될 예정이다. 한 중앙당 간부는 종적 없이 사라진 간부들 중에는 식량난을 염려했던 간부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올해 12월 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최소 300만 이상의 백성이 혹독한 굶주림을 이기지 못해 아사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서를 올렸는데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 많은 간부들이 식량이 곤란하다는 말만 하고 대책을 안 세운다며 그런 간부는 필요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손실된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도부를 비판한 뒤, “중국과 손잡고 국내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며 식량은 무역성 간부들에게 부담시키고, 국방력 강화에만 우선 힘쓰고 있다”며 식량난 해결에 미온적이라고 평가했다.

간부 검열 끝? 주민 통제부터 풀자

말 많던 중앙당 검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많게는 70-80%까지 교체된 부서도 있다고 하니, 전면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높은 자리에 올라선 새 인물들은 새 지도부가 안착할 때까지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현재와 같은 구조 속에서 인물만 바뀐다고 심각한 식량난, 경제난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올해 곡물 생산량이 작년보다 더 낮을 것은 이미 예상되고 있다. 지구의 이상기온으로 세계 식량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어, 식량수입이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주민들이 자유롭게 개인 농사를 짓고, 장사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만이 내수시장을 살리고, 나아가 대외무역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석탄과 광물을 팔아 식량을 구입하는 방식으로는 식량난을 타개할 수 없다. 일단 농민들에게 농지를 나눠주어 개인 경작을 해서 잉여 농산물을 시장에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간부 검열이 끝났으니, 하루빨리 주민들의 숨통을 열어 보따리장사라도 자유롭게 하도록 하라. 그것만이 올 겨울, 대량아사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자구책이며 현실적인 대안이다.

■ 식량소식

황해도 수재민들, “식량 지원 간절해”

올해 물 폭탄을 맞은 수재민들이 예년보다 이른 추위와 굶주림에 고통 받고 있다. 하루 한 끼 죽도 못 먹는 세대가 늘어나는 추세다. 황해남도 청단군의 한 일군은 “대량으로 식량 지원이 들어와야 올해를 버틸 수가 있다”며 식량 지원을 애타게 요청했다. 그는 “작년에도 이상 저온 현상으로 농사가 잘 안 됐다. 분배를 많이 못 받은 농민들은 올 봄에 산나물을 캐서 풀밥을 먹어가며 버텨왔는데, 여름에 물 폭탄을 너무 심하게 당했다. 그 피해가 작년에 비할 바가 아니다. (황해남)도적으로 정확한 통계는 나도 모르지만, 우리 군 농민들만 해도 지금 먹고 사는 것을 보면 돼지죽인지 사람이 먹는 음식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주에 심평리에 갈 일이 있었는데, 다섯 식구가 한 줌도 안 되는 옥수수가루를 물에 타서 남새 좀 넣고 끓여 먹는데 그 비참함이라는 게 도저히 말로 못하겠다. 그것도 푸대죽이라고, 이 정도라도 계속 걱정 없이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아서 아무 말도 못했다. 갔다 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나도 내 살길 찾는다고 비리도 저지르고, 백성들 어려운 사정을 모른 척할 때가 많지만, 간부들도 사람이다. 그런 거 보고 마음 아프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남조선과 우리 정부의 대립이 심해서 식량이 못 들어온다는데, 제발 식량 좀 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또 빌고 싶다.”며 상황의 절박함을 알렸다

■ 정치생활

해외대표부 일군들, 세대교체에 동요

세대교체로 해외대표부 일군들이 동요하고 있다. 한 중견간부는 “그동안 사심 없이 조국에 충성심 하나로 일하던 사람들이 윗사람들이 잘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누구도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그동안 밤낮 가리지 않고 각종 과제와 세외부담을 달성해왔는데, 이번에 주요직을 모조리 어린아이들에게 빼앗긴 격이 되고, 자기들은 잘해봐야 현상 유지니 힘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소환되어 철직된 사람들보다야 나은 형편이지만, 일하는 신심이 안 난다고 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한 무역상인도 북한 무역일군들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했다. 심양에서 북한을 상대하는 무역업자 조선족 김명철(가명)씨는 “전에는 조선에 대해 불손하거나 불경한 말이 한 마디만 나와도 얼굴을 붉히며 시비를 걸고 쟁론했다. 각종 실례를 들어가며 그렇게 된 이유와 환경을 해설해주느라 목에 핏대를 세우곤 했는데, 지금은 더 심한 말이 나와도 별 대응을 하지 않는다. 여전히 욱 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듣고도 모른 척 한다. 그저 이구동성으로 ‘나야 돈만 벌면 된다’고 한다. 승급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현직이라도 보존하자면 오직 돈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와 호형호제하면서 지내는 한 일군은 ‘위에 있던 어른들(고위간부들)이 다 떨어져 나간 상황에서 나 같은 피라미들은 언제 떨려날지 모른다. 오직 돈만이 나와 가족을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개인 주머니를 찼다는 명목으로 많은 일군들이 떨어져 나갔는데도 그게 안위를 보존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 이번 무역성 검열이 역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내부 정화는커녕 도리어 일선 일군들의 반발심을 자극한 것이다. 중국에 나와 있는 해외대표부의 한 일군은 “최근 3년 동안 얼마나 세외부담이 많아졌는지 모두들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새로 부임한 사람들이 해외 시찰을 명목으로 자꾸 오는데, 그들도 곧 알게 될 것이다. 전임자들이 왜 딴 주머니를 찰 수밖에 없었는지. 중앙에서 내려 보내는 과제가 너무 많아서 부서별로 경쟁이라도 하게 되면, 무역성은 집중 포화를 당하게 된다. 그들도 별 수 없이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사람 몇 십 명, 몇 백 명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 애꿎은 우리들만 족치는 꼴”이라고 한탄했다.

새 인물에 주민들 반응은 “글쎄”

젊은 세대들이 대거 올라서면서 권력 안착에 모든 힘을 쏟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사회 질서의 안정을 이루고 있다. 일선에서 주민들을 접촉하는 보안원이나 보위부원들도 “생활상 어려움이 그 어느 해보다 나쁜데도, 드러내놓고 말하거나 떠드는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겉보기에는 평온하다는 소리다. 새 인물들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이 호의적이냐면, 그것은 아니다. 지난 폭풍검열 때 수 백 명의 일군이 교체된 량강도 혜산시에 사는 장정철(가명)씨는 “교체된 지 얼마 됐다고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있겠느냐. 다만 우리가 앓는 소리도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감시망이 더 촘촘해졌고, 그 어느 때보다 비사회주의 단속과 검열이 심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어느 멍청이가 대놓고 못 살겠다고 떠들겠나. 요즘처럼 세게 잡을 때는 가만히 있는 게 사는 길”이라고 했다. 침묵이 긍정이 아니라 오히려 불만이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평양시 간부들도 “새로 올라간 사람들이 혈기왕성하게 많은 일들을 해나가고 있지만, 경험이 부족하고 전문 지식이 모자라서 좌충우돌하고 있다. 무조건 밀고 나가는데 앞으로 더 많은 피해를 만들어 낼 것이다. 중국이나 해외에서 막대한 지원이나 투자가 이루어져 경제해소가 이뤄지면 몰라도, 경험 많은 전문가들을 모든 부문과 부서마다 내쳐버린 바람에 유용한 정책을 이끌어낼 만한 적임자들이 적다. 이것이 앞으로 큰 문제”라며 비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지금 제일 두려운 것이 식량난이다. 장군님께서도 새로 보위에 오르실 때에 정권유지에만 온 정력을 몰 붓다나니 1990년대 중반에 수백만이 죽는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나. 지금이 또 그런 시기다. 정권을 새로 잡으려는 사람들이 통제에만 열을 올리고, 백성들의 의식주에는 별로 관계하지 않는다. 각 도마다 군수공장과 군부대에 우선적으로 재화와 식량을 투여하면서, 백성들의 의식주는 나 몰라라 한다. 새로 올라온 간부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새 지도부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는데 있기 때문에 지방 질서를 유지하려고 탄압하는 데만 몰두해있다. 지금 당장 수십만 명이 굶어죽는다고 해도 전혀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 세대, 높은 충성심으로 사회 안정 최우선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속속 새로운 인물들이 주요 자리에 올라서고 있다. 인물들이 한꺼번에 대거 교체되다보니 지도부에 잘 보이려는 새 인물들의 충성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 밀려나는 간부들의 불만 수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으나, 겉으로 보기에 사회 안정도는 높아지고 있다. 이번 검열 태풍에 살아남은 몇몇 중앙당 간부들에게 “조선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물었더니, “그 어느 때보다 안정되고 공고해진 상태”라는 답변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한 간부는 “모두 젊은 혈기들이라 새로운 령도자를 모시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주역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에 없이 열의도 높고 정열적으로 일하고 있다. 공화국 창건 이래 지금이 가장 험악한 시절이지만,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는 만큼 개국공신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더 기를 쓰고 일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다른 간부는 “이번에 새로 임명된 사람들을 크게 두 부류로 보면, 한 부류는 공화국 창건 이래 호의호식하며 살던 사람들이다. 혁명 3세대, 4세대로서 혁명의 대를 이어간다고, 이 정권과 공동운명체라는 생각이 그 누구보다 강한 편이다. 자연히 정권 유지에 열성일 수밖에 없다. 비료도 없고 종자도 없고, 모든 게 파탄 난 상태에서 해마다 자연재해까지 당해 백성들이 굶어 죽는다고 아우성을 쳐도, 이 사람들은 눈 하나 꿈쩍 안 한다. 자기들이 배를 주린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 실상을 모르는 거다. 지방당은 다르겠지만, 평양만 보더라도 이번에 새로 올라온 간부들이 대부분 할아버지 대부터 잘 먹고 잘 살던 사람들이다. 고난의 행군 때도 굶어보지 못한 사람들이고, 나라 국고가 텅텅 비어도 제 집에는 외화가 가득하던 사람들이니 고생이라는 걸 모른다. 그러니 식량난이니 경제난이니 아무리 떠들어도 체감을 못하기 때문에 백성들을 위할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백성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통제할 것인 가에만 몰두 한다. 또 한 부류는 이전 시대라면 도저히 발탁될 수 없을만한 성분인데 등용된 사람들이다. 대부분 하급관리인데 발탁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고 있고, 이 체제가 망하면 나도 망한다고 생각하면서 그 누구보다 열렬하게 충성을 다하는 모습이다. 원래 아무런 희망이 없던 사람들인데 광폭 정치한다고 충성도가 높은 사람들을 뽑았다”고 전했다.

“새 인물이 많이 들어섰으니, 앞으로 새 지도부와 함께 잘 풀려갈 것 같은가?”물어보니, 열의 아홉은 고개를 흔들었다. 한 간부는 “지금이야 장군님께서 건재해 계시고, 아무리 축출되고 고난을 당해도 혁명세대들이 죽을 둥 살 둥 이 나라를 마지막까지 살려보겠다고 발버둥을 치고 있어서 이나마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장군님께서도 식량난과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하고 계시는데, 국정운영이 별로 없는 젊은 사람들이 패기와 열정만으로 얼마나 돌파구를 열어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은 사회 안정에 초점을 두고 통제를 강화하는데 온 힘을 쏟아 붓고 있고, 나름대로 성공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불만이 있는 간부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지만, 입 밖에 내지 못하고 조용히 죽어지내는 것도 사회의 이런 분위기 때문이고, 새 세력들이 효과적으로 잘 관리하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식량난과 경제난은 다른 문제다. 통제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경제난을 돌파하려면 사람들을 계속 옭아맬 수만은 없다. 물자가 돌아야 되고, 사람들이 움직여야 한다. 사람도 몸에 피가 안돌면 곧 죽지 않나. 그 점에서 (새 지도부가) 아직 믿고 따라가도 되겠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회의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중앙당 호위사령부 검열, 마무리 단계

전국적으로 진행된 중앙당 호위사령부 검열이 당 창건일인 10월 10일을 앞두고,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애초 검열 대상과 목적이 명확하다보니 별 어려움 없이 진행됐다는 것이 검열단의 자체 평가이다. 9월 25일까지 보낸 보고문서에는 지방당 관리들의 비리 행위 및 주요 사건일지 등이 기록되어 있으며, 동일 사건의 경우 연루자들에 대한 통계 처리가 포함되어 있다. 새로 교체될 간부들의 신상명세 보고서도 올라갔다. 당사자와 가족을 포함해 친인척까지 조사했다. 중앙당과 도급 관리는 지난 4-6월에 이미 교체되었고, 시당과 군당 일군들 대부분 당 창건일을 전후로 새로 임명될 예정이다. 한 중앙당 간부는 종적 없이 사라진 간부들 중에는 식량난을 염려했던 간부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올해 12월 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최소 300만 이상의 백성이 혹독한 굶주림을 이기지 못해 아사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서를 올렸는데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 많은 간부들이 식량이 곤란하다는 말만 하고 대책을 안 세운다며 그런 간부는 필요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손실된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도부를 비판한 뒤, “중국과 손잡고 국내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며 식량은 무역성 간부들에게 부담시키고, 국방력 강화에만 우선 힘쓰고 있다”며 식량난 해결에 미온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