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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430호

■ 시선집중

이색 옷차림 할 돈이 어디 있나?”

이색옷차림과 머리단장에 대한 당국의 경고는 지방에서 가족들의 생계를 부양해야 하는 여성들에게는 먼 나라의 배부른 소리일 뿐이다. 량강도 백암군에 사는 김정민(가명)씨는 올해 스물다섯 살의 주부이다. 본가(친정)는 연사군인데, 부모님이 가난한 집에서 입 하나 덜겠다고, 중학교를 갓 졸업한 딸을 백암군으로 시집보냈다. 한 동네에 시어머니와 아직 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시동생들이 줄줄이 딸려있는 집이라 그녀가 먹여 살려야할 입들이 많다. 그녀가 시장에 나가 채소를 팔아 옥수수 몇 키로라도 사는 것이 그나마 유일한 수입원이다. 김씨는 용모 단속에 관한 강연을 듣고, 이색옷차림을 말로 설명해줘도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몸에 딱 달라붙는 바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내 장사 신경 쓰기도 바쁜데 옷 구경할 여가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사자면 너무 값이 비싸서 아예 입을 생각도 못한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옷 매대 쪽에는 걸음을 안 하게 된다. 신발도 요즘 내 또래 처녀애들은 보석 신발 같은 것을 신는다고 하는데, 중국 돈으로 100위안을 부르더라. 입이 떡 벌어져서 그 뒤론 두 번도 안 쳐다본다. 우리 세대주 신발 뒤축이 다 닳아서 신발수리소에 갔는데, 신발 전체를 기워준다며 2,000원을 받았다. 한 짝 당 500원에서 1,000원인데 다른 것까지 손 봐 주면 2,000원이라고 해서, 큰마음 먹고 뒤축을 다시 대고 찢어진 데를 기웠다. 그 신발을 보니 눈물이 났다. 다른 집 세대주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우리 집은 자전거도 없다. 얇은 천 신발 신고 겨울 산을 넘어 다니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량강도 혜산시의 한 간부는 “전반 측면에서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보면, 시장에서 옷 장사나 신발 장사, 그릇장사, 기름장사, 일반 식품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옥수수밥이라도 먹는 수준이지만, 농사를 짓거나 돈이 별로 안 되는 잡화 장사라든지 산나물을 뜯어 팔아 사는 사람들은 살기 바쁘다. 그날 벌이가 없으면 옥수수쌀을 어디서 꾸어 먹거나 외상으로 가져다 먹고 후에 값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요즘같이 하루가 다르게 물건 값이 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빈부의 격차 역시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는데, 가장 눈에 띄게 차이나는 게 옷차림이다. 모양새도 보기 괜찮고 옷감도 좋다 싶으면 다 비싼 것들이라서 낟알도 못 먹고 사는 집들은 이색옷차림 같은 건 꿈도 못 꾼다”며, 옷차림에서 빈부격차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상류층 사이엔 유럽 상품 인기

무역검열의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시장 상품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무역검열로 중국산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서 다른 나라 상품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평양 중구역에 물건을 대고 있는 달리기 장사꾼 장학성(가명)씨는 중국에서 물건이 잘 안 들어와 유럽과 동남아 상품들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했다. 유럽산이 가격이 비싸도 질이 좋아서, 주로 평양의 중간간부급 이상의 계층에서 구입한다. 동남아 제품 중에서는 태국산을 높게 쳤으나, 태국 홍수 피해로 수입이 주춤하면서 물건이 딸린다. “중국 물건들은 대부분 싸구려들이라 시장에서 중하층 세대들이 사간다. 중층 세대에서 동남아 물건들을 사 가는 집들이 몇 있고, 상층에서는 제일 비싼 유럽 물건을 산다. 유럽물건들은 양동이 하나를 보더라도 비싼 만큼 보기도 좋고 오래 가고 질이 좋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사가는 사람들은 몇 안 된다”고 했다. 한 시장 단속원은 “유럽이나 동남아 물건을 단속하라는 지시는 들은 바 없다”며 자유롭게 거래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물건 수가 중국산에 비해 많지 않아서 찾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간부들 사이에는 당에서 의식적으로 다른 나라 상품들을 늘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중국 상품이 조선 시장을 점령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일거라는 얘기가 많다. 모든 것을 너무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서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일 것이라는 반응”이라고 했다. 남한 상품은 철저히 단속하고, 중국 상품이 무역검열 여파로 약간 주춤한 사이에 유럽과 동남아 상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사상 해이는 옷차림에서 나타나”

당국은 왜 용모 단속을 계속 하는 걸까? 중앙당의 한 간부는 “옷차림과 몸단장은 사람들의 사상정신 상태와 문화생활 수준의 반영이라고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색적인 것들은 썩어빠진 부르주아 사상과 생활양식을 바꾸려는 제국주의자들의 책동에 맞장구를 치는 행위로 본다. 옷차림에서 그 사람의 사상 상태를 읽는 것이다. 강성대국 건설의 들끓는 시대 분위기에 맞지 않게 이색적인 옷차림과 머리단장을 하는 청년들을 어떻게 전위투사라고 말할 수 있으며, 선군조선 청년의 고귀한 이름에 먹칠을 할 수 있느냐며 이색 옷차림과 머리단장을 강력한 사상투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청년들의 사상이 약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얼마 전 평양에서 있었던 강연 내용이다.

“왜 우리 청년들 속에서 아름답고 고상하면서도 혁명적이며 전투적인 우리 인민의 생활풍조와 대치되는 부르주아 생활양식에 젖은 이색 옷차림과 머리단장이 없어지지 않고 있는가? 그만큼 해설도 하고 통제와 비판 사업도 여러 번 했으면, 이젠 청년들이 스스로 옷차림과 몸단장을 조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말해도 아직까지 말을 안 듣고, 분위기를 흐려놓고 있는 동무들은 자기 리익만을 추구하는 아주 그릇되고도 썩어빠진 사상정신상태를 갖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제국주의자들은 혁명의 실현을 겪어보지 못한 우리 새 세대 청년들을 인간 속물로 만들려고 안달하고 책동하고 있는데, 강성대국의 앞날을 떠밀고 가야할 우리 청년들이 제국주의자들의 책동에 맞장구치고 있으니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말이다. 부모들도 정신 차려야 한다. 자기 자식이 이색적인 옷차림과 머리단장을 하고 다니는 줄 뻔히 알면서도, 자식들을 올바로 교양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자기 구실을 다하는 부모라고 말 할 수 있겠는가? 이제라도 부모들이 정신 차리고 자식들을 옳게 교양하고 통제해야 한다. 자기 자식을 옳게 교양하지 못하면, 금이야 옥이야 키워온 자식들이 우리 혁명에 쓸모없는 인간 흉물로 될 수 있음을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일부 청년들도 강성대국 건설의 전환점 국면을 열어놓기 위해 모두가 달리고 있는 벅찬 시대 분위기를 외면하고 계속 이색적인 옷차림과 머리단장을 하고 다니는 데 대해 각성해야 한다. 평양시 모란봉구역 인흥2동 12 인민반에서 살면서 호텔에서 접대업무를 하고 있는 김현준, 황해북도 사리원시 북사동 27 인민반에서 살면서 간호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서영, 평양시 만경대구역 팔골1동 21인민반에서 살고 있는 라연정, 평양시 락랑구역 충성1동 42인민반에서 살면서 평양시 인민위원회에서 문서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형주 동무들은 자신들이 하고 다니는 옷차림과 머리단장에 대하여 심각히 돌이켜 보아야 한다. 동무들은 자신들의 옷차림과 머리단장이 썩어빠진 부르주아 생활양식이 깊게 배여 있으며 그것으로 하여 시대의 분위기를 흐려놓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조선 여성의 고유함과 아름다움을 다 저버리고, 남의 흉내를 내거나 이색적인 차림새로 다니는 동무들을 어떻게 공화국 국민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의 것을 사랑할 줄 모르고 우리식을 소중하게 여길 줄 모르는 그런 흐리멍텅한 사상정신 상태를 가진 자들을 어떻게 이 땅에서 살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말이다. 오늘 강성대국을 건설하기 위한 투쟁에 떨쳐나선 우리 인민들은 옷차림 하나에도 새로운 혁명구조로 들끓는 시대에 사는 사람답게 아름답고 고상하면서도 혁명적으로, 전투적으로 해나야 할 것이다.”

젊은 여성들, 옷차림과 머리 모양 과감해져

주민들의 용모 단속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것은 젊은 여성들의 표현 수위도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제3방송이나 인민반 강연 등 주민들에게 직접 교양하는 내용을 들으면, 좀처럼 따르지 않는 여성들에 대한 답답함마저 느껴진다. 올해 평양외국어대학을 졸업한 한미옥(가명)씨는 “어제는 강연에서 이색 옷차림 단속에 대해 들었다. ‘지금부터 여성들의 그릇된 현상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라고 시작부터 큰소리 땅땅 치기에,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질렀나 했다. 우리(락랑) 구역에 사는 한 젊은 여자가 머리칼을 길게 허리까지 길러서 거리를 다니다가 단속이 됐는데, 그 여자가 머리에 갈색 물감을 진하게 들였다고 한다. 강연이 끝나고 나이 든 여자들은 요즘 젊은 것들이 별 짓을 다 하고 다닌다는 반응이었지만, 젊은 여자들은 뭐 그런 것까지 단속하는가 말이 많았다. 우리 속도 모르고 강연자는 ‘언제가야 이색적인 옷차림과 머리단장을 없애겠는가?’ 하면서 아주 답답해했다.”고 했다.

한씨는 강연회나 제3방송에서 용모 단속을 자주 거론하는데, 오히려 역효과라고 했다. 나이 든 여자들에게는 먹고 사는 게 제일 관심사지만, 외모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들은 강연 내용을 들으면서 유행이 어떻게 퍼지고 있는지 짐작한다는 것이다. 강연에 등장하는 사례들을 통해 ‘(멋쟁이들은) 몸에 딱 달라붙는 바지를 많이 입는구나, 머리 모양은 염색해서 길게 늘어뜨리는 구나’ 등을 알게 된다고 했다. 자기보다 더 과감하게 하고 다니는 여성들이 많아서 오히려 안심하게 된다고 했다.

평양시의 한 보안원은 “단속을 하다보면 별별 차림의 희한한 여자들을 만나게 된다. 요즘 이상한 차림으로 다니는 여자들이 많아졌다. 보통강구역 류경1동에서 단속을 하는데, 젊은 여자가 아랫몸의 형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바지와 우리식이 아닌 형태의 검은 안경을 끼고 다니는 것을 잡았다. 얼마나 이색적으로 하고 다니던지, 처음에는 우리 사람이 아닌 줄 알고 그냥 보냈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다시 보니 우리 여성이었다. 지하철에서 붙잡은 여자도 품이 좁은 바지를 입고 검은 안경을 끼고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나뿐만 아니라 다른 단속 성원들까지도 그를 외국인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어디 사느냐고 물어보니 모란봉구역에 산다고 했다. 지금 제 정신으로 이런 차림을 하고 다니느냐고 다그쳤더니, 다른 여자들도 하고 다니는데 왜 자기한테만 뭐라고 하느냐고 도리어 큰 소리쳤다.” 서성구역에 사는 주미영(가명)씨도 몸매가 드러나는 바지에 외국 글자가 새겨진 옷을 입고 다니다가 대성구역에서 단속이 됐다. 주씨는 조선 사람이 아니고, 외국에서 온 사람이라고 거짓말을 해 다른 여성들보다 더 혹독한 비판을 당했다. 단속원들도 처음에는 깜빡 속아 넘어갈 만큼 자연스러워 말투가 요상한 게 일본 교포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래도 미심쩍어서 꼬치꼬치 물고 늘어졌더니 곧 시인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남조선 말투를 썼으면 훈방 조치로는 안 끝났을 건데 일본 사람 흉내를 내서 그나마 풀려날 수 있었다”며 남조선 말투도 젊은 여성들에게 퍼져있다고 했다.

한국 상품 유통, 엄중 단속

평양에서는 올해 1월부터 한국 상품과 가요, 영화 등 영상물을 단속해왔는데 6월에 일단락되는 가 싶더니 지난 9월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세관이 있는 국경지역에 검열이 더 집중되었다. 평양의 한 간부는 한국의 풍속이 퍼질 것을 우려한 조치라고 했다. 얼마 전 중앙당에서는 “국내 정치 안정과 국정, 권력 안정에 제일 위협을 주는 것은 식량과 경제위기 다음으로 한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사상과 풍속, 상품들이다. 향후 3년 동안 한국 상품 단속은 탈북자 단속과 같은 차원에서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주민들의 옷차림과 용모도 세세하게 단속한다. 이른바 “이색적인 옷차림과 머리단장을 하고 다니는 현상”을 단속하는 것이다. 황해남도 해주시 광화동에 사는 최윤정(가명)씨는 시장에 다녀오는 길에 단속원에게 붙들려 “난잡하게 휘어져 있는 웃옷을 입고, 그 아래에 보기 흉하게 몸에 꼭 달라붙는 바지를 입고 다닌다”며 한참 설교를 들어야 했다. 평안북도 신의주시 방직공장에 다니는 김소영(가명)씨는 길게 기른 머리를 풀어 헤치고, 주름도 없는 통바지를 입고 다녔다는 이유로 단속됐다. 김씨는 단속원으로부터 “옷차림과 머리단장이 그 사람의 사상정신 상태의 반영이라는 것을 모르느냐. 아직까지도 우리 식이 아닌 이색적인 옷차림과 머리단장을 하고 다니는 동무의 사상정신 상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느냐?”고 호통을 들어야 했다.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젖히려면 누구나 혁명적이고 전투적으로 일해야 하며, 옷차림과 몸단장을 해도 시대의 분위기에 맞게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중앙당의 지침이다. 그는 북한 정부가 한국 상품 유통을 탈북자 단속처럼 엄중하게 하라는 것은, 남북교류협력이 활발하던 시기에 들어온 한국 풍물이 젊은이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퍼져 사상에 영향을 끼칠까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 상품 단속보다 체제 자신감 회복이 먼저다

한국 상품을 단속한다는 소식에, 문득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에서 북한 초소를 지키던 오경필 중사가 남한의 이수혁 병장 일행과 친해지면서 김광석의 노래를 듣고, 초코파이를 까먹으며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 떠올랐다. “남쪽에 내려오면 (초코파이를) 실컷 먹을 수 있다”는 이수혁의 말에 오중필은 입안에서 맛있게 우물거리던 초코파이를 손에 툭 뱉고, “이 보라우. 내 꿈은 말이야. 우리 공화국이 남조선보다 더 맛있는 초코파이를 만드는 거야.”라고 말한다. 영화였지만, 북한 군인의 자존심이 멋져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끊임없는 단속과 검열의 산물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 상품을 단속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여성들의 옷차림 하나에 사상이 썩었다고 닦달하는 모습에서 북한 당국이 얼마나 체제유지에 자신감이 없는지 알 수 있다. 젊은 여성들을 단속하기 전에 북한 당국 스스로 자신감을 찾는 게 먼저다. 남북한 교류협력을 통한 경제발전만이 해결책이다. 남한의 초코파이 공장이 북한에 세워져서 러시아에 수출되는 꿈은 얼마든지 실현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어떤 식의 옷차림과 머리모양을 하더라도, 민심은 흔들리지 않게 될 것이다.

■ 사회

“이색 옷차림 할 돈이 어디 있나?”

이색옷차림과 머리단장에 대한 당국의 경고는 지방에서 가족들의 생계를 부양해야 하는 여성들에게는 먼 나라의 배부른 소리일 뿐이다. 량강도 백암군에 사는 김정민(가명)씨는 올해 스물다섯 살의 주부이다. 본가(친정)는 연사군인데, 부모님이 가난한 집에서 입 하나 덜겠다고, 중학교를 갓 졸업한 딸을 백암군으로 시집보냈다. 한 동네에 시어머니와 아직 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시동생들이 줄줄이 딸려있는 집이라 그녀가 먹여 살려야할 입들이 많다. 그녀가 시장에 나가 채소를 팔아 옥수수 몇 키로라도 사는 것이 그나마 유일한 수입원이다. 김씨는 용모 단속에 관한 강연을 듣고, 이색옷차림을 말로 설명해줘도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몸에 딱 달라붙는 바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내 장사 신경 쓰기도 바쁜데 옷 구경할 여가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사자면 너무 값이 비싸서 아예 입을 생각도 못한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옷 매대 쪽에는 걸음을 안 하게 된다. 신발도 요즘 내 또래 처녀애들은 보석 신발 같은 것을 신는다고 하는데, 중국 돈으로 100위안을 부르더라. 입이 떡 벌어져서 그 뒤론 두 번도 안 쳐다본다. 우리 세대주 신발 뒤축이 다 닳아서 신발수리소에 갔는데, 신발 전체를 기워준다며 2,000원을 받았다. 한 짝 당 500원에서 1,000원인데 다른 것까지 손 봐 주면 2,000원이라고 해서, 큰마음 먹고 뒤축을 다시 대고 찢어진 데를 기웠다. 그 신발을 보니 눈물이 났다. 다른 집 세대주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우리 집은 자전거도 없다. 얇은 천 신발 신고 겨울 산을 넘어 다니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량강도 혜산시의 한 간부는 “전반 측면에서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보면, 시장에서 옷 장사나 신발 장사, 그릇장사, 기름장사, 일반 식품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옥수수밥이라도 먹는 수준이지만, 농사를 짓거나 돈이 별로 안 되는 잡화 장사라든지 산나물을 뜯어 팔아 사는 사람들은 살기 바쁘다. 그날 벌이가 없으면 옥수수쌀을 어디서 꾸어 먹거나 외상으로 가져다 먹고 후에 값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요즘같이 하루가 다르게 물건 값이 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빈부의 격차 역시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는데, 가장 눈에 띄게 차이나는 게 옷차림이다. 모양새도 보기 괜찮고 옷감도 좋다 싶으면 다 비싼 것들이라서 낟알도 못 먹고 사는 집들은 이색옷차림 같은 건 꿈도 못 꾼다”며, 옷차림에서 빈부격차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상류층 사이엔 유럽 상품 인기

무역검열의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시장 상품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무역검열로 중국산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서 다른 나라 상품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평양 중구역에 물건을 대고 있는 달리기 장사꾼 장학성(가명)씨는 중국에서 물건이 잘 안 들어와 유럽과 동남아 상품들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했다. 유럽산이 가격이 비싸도 질이 좋아서, 주로 평양의 중간간부급 이상의 계층에서 구입한다. 동남아 제품 중에서는 태국산을 높게 쳤으나, 태국 홍수 피해로 수입이 주춤하면서 물건이 딸린다. “중국 물건들은 대부분 싸구려들이라 시장에서 중하층 세대들이 사간다. 중층 세대에서 동남아 물건들을 사 가는 집들이 몇 있고, 상층에서는 제일 비싼 유럽 물건을 산다. 유럽물건들은 양동이 하나를 보더라도 비싼 만큼 보기도 좋고 오래 가고 질이 좋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사가는 사람들은 몇 안 된다”고 했다. 한 시장 단속원은 “유럽이나 동남아 물건을 단속하라는 지시는 들은 바 없다”며 자유롭게 거래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물건 수가 중국산에 비해 많지 않아서 찾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간부들 사이에는 당에서 의식적으로 다른 나라 상품들을 늘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중국 상품이 조선 시장을 점령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일거라는 얘기가 많다. 모든 것을 너무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서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일 것이라는 반응”이라고 했다. 남한 상품은 철저히 단속하고, 중국 상품이 무역검열 여파로 약간 주춤한 사이에 유럽과 동남아 상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젊은 여성들, 옷차림과 머리 모양 과감해져

주민들의 용모 단속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것은 젊은 여성들의 표현 수위도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제3방송이나 인민반 강연 등 주민들에게 직접 교양하는 내용을 들으면, 좀처럼 따르지 않는 여성들에 대한 답답함마저 느껴진다. 올해 평양외국어대학을 졸업한 한미옥(가명)씨는 “어제는 강연에서 이색 옷차림 단속에 대해 들었다. ‘지금부터 여성들의 그릇된 현상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라고 시작부터 큰소리 땅땅 치기에,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질렀나 했다. 우리(락랑) 구역에 사는 한 젊은 여자가 머리칼을 길게 허리까지 길러서 거리를 다니다가 단속이 됐는데, 그 여자가 머리에 갈색 물감을 진하게 들였다고 한다. 강연이 끝나고 나이 든 여자들은 요즘 젊은 것들이 별 짓을 다 하고 다닌다는 반응이었지만, 젊은 여자들은 뭐 그런 것까지 단속하는가 말이 많았다. 우리 속도 모르고 강연자는 ‘언제가야 이색적인 옷차림과 머리단장을 없애겠는가?’ 하면서 아주 답답해했다.”고 했다.

한씨는 강연회나 제3방송에서 용모 단속을 자주 거론하는데, 오히려 역효과라고 했다. 나이 든 여자들에게는 먹고 사는 게 제일 관심사지만, 외모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들은 강연 내용을 들으면서 유행이 어떻게 퍼지고 있는지 짐작한다는 것이다. 강연에 등장하는 사례들을 통해 ‘(멋쟁이들은) 몸에 딱 달라붙는 바지를 많이 입는구나, 머리 모양은 염색해서 길게 늘어뜨리는 구나’ 등을 알게 된다고 했다. 자기보다 더 과감하게 하고 다니는 여성들이 많아서 오히려 안심하게 된다고 했다.

평양시의 한 보안원은 “단속을 하다보면 별별 차림의 희한한 여자들을 만나게 된다. 요즘 이상한 차림으로 다니는 여자들이 많아졌다. 보통강구역 류경1동에서 단속을 하는데, 젊은 여자가 아랫몸의 형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바지와 우리식이 아닌 형태의 검은 안경을 끼고 다니는 것을 잡았다. 얼마나 이색적으로 하고 다니던지, 처음에는 우리 사람이 아닌 줄 알고 그냥 보냈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다시 보니 우리 여성이었다. 지하철에서 붙잡은 여자도 품이 좁은 바지를 입고 검은 안경을 끼고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나뿐만 아니라 다른 단속 성원들까지도 그를 외국인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어디 사느냐고 물어보니 모란봉구역에 산다고 했다. 지금 제 정신으로 이런 차림을 하고 다니느냐고 다그쳤더니, 다른 여자들도 하고 다니는데 왜 자기한테만 뭐라고 하느냐고 도리어 큰 소리쳤다.” 서성구역에 사는 주미영(가명)씨도 몸매가 드러나는 바지에 외국 글자가 새겨진 옷을 입고 다니다가 대성구역에서 단속이 됐다. 주씨는 조선 사람이 아니고, 외국에서 온 사람이라고 거짓말을 해 다른 여성들보다 더 혹독한 비판을 당했다. 단속원들도 처음에는 깜빡 속아 넘어갈 만큼 자연스러워 말투가 요상한 게 일본 교포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래도 미심쩍어서 꼬치꼬치 물고 늘어졌더니 곧 시인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남조선 말투를 썼으면 훈방 조치로는 안 끝났을 건데 일본 사람 흉내를 내서 그나마 풀려날 수 있었다”며 남조선 말투도 젊은 여성들에게 퍼져있다고 했다.

■ 정치생활

“사상 해이는 옷차림에서 나타나”

당국은 왜 용모 단속을 계속 하는 걸까? 중앙당의 한 간부는 “옷차림과 몸단장은 사람들의 사상정신 상태와 문화생활 수준의 반영이라고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색적인 것들은 썩어빠진 부르주아 사상과 생활양식을 바꾸려는 제국주의자들의 책동에 맞장구를 치는 행위로 본다. 옷차림에서 그 사람의 사상 상태를 읽는 것이다. 강성대국 건설의 들끓는 시대 분위기에 맞지 않게 이색적인 옷차림과 머리단장을 하는 청년들을 어떻게 전위투사라고 말할 수 있으며, 선군조선 청년의 고귀한 이름에 먹칠을 할 수 있느냐며 이색 옷차림과 머리단장을 강력한 사상투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청년들의 사상이 약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얼마 전 평양에서 있었던 강연 내용이다.

“왜 우리 청년들 속에서 아름답고 고상하면서도 혁명적이며 전투적인 우리 인민의 생활풍조와 대치되는 부르주아 생활양식에 젖은 이색 옷차림과 머리단장이 없어지지 않고 있는가? 그만큼 해설도 하고 통제와 비판 사업도 여러 번 했으면, 이젠 청년들이 스스로 옷차림과 몸단장을 조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말해도 아직까지 말을 안 듣고, 분위기를 흐려놓고 있는 동무들은 자기 리익만을 추구하는 아주 그릇되고도 썩어빠진 사상정신상태를 갖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제국주의자들은 혁명의 실현을 겪어보지 못한 우리 새 세대 청년들을 인간 속물로 만들려고 안달하고 책동하고 있는데, 강성대국의 앞날을 떠밀고 가야할 우리 청년들이 제국주의자들의 책동에 맞장구치고 있으니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말이다. 부모들도 정신 차려야 한다. 자기 자식이 이색적인 옷차림과 머리단장을 하고 다니는 줄 뻔히 알면서도, 자식들을 올바로 교양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자기 구실을 다하는 부모라고 말 할 수 있겠는가? 이제라도 부모들이 정신 차리고 자식들을 옳게 교양하고 통제해야 한다. 자기 자식을 옳게 교양하지 못하면, 금이야 옥이야 키워온 자식들이 우리 혁명에 쓸모없는 인간 흉물로 될 수 있음을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일부 청년들도 강성대국 건설의 전환점 국면을 열어놓기 위해 모두가 달리고 있는 벅찬 시대 분위기를 외면하고 계속 이색적인 옷차림과 머리단장을 하고 다니는 데 대해 각성해야 한다. 평양시 모란봉구역 인흥2동 12 인민반에서 살면서 호텔에서 접대업무를 하고 있는 김현준, 황해북도 사리원시 북사동 27 인민반에서 살면서 간호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서영, 평양시 만경대구역 팔골1동 21인민반에서 살고 있는 라연정, 평양시 락랑구역 충성1동 42인민반에서 살면서 평양시 인민위원회에서 문서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형주 동무들은 자신들이 하고 다니는 옷차림과 머리단장에 대하여 심각히 돌이켜 보아야 한다. 동무들은 자신들의 옷차림과 머리단장이 썩어빠진 부르주아 생활양식이 깊게 배여 있으며 그것으로 하여 시대의 분위기를 흐려놓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조선 여성의 고유함과 아름다움을 다 저버리고, 남의 흉내를 내거나 이색적인 차림새로 다니는 동무들을 어떻게 공화국 국민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의 것을 사랑할 줄 모르고 우리식을 소중하게 여길 줄 모르는 그런 흐리멍텅한 사상정신 상태를 가진 자들을 어떻게 이 땅에서 살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말이다. 오늘 강성대국을 건설하기 위한 투쟁에 떨쳐나선 우리 인민들은 옷차림 하나에도 새로운 혁명구조로 들끓는 시대에 사는 사람답게 아름답고 고상하면서도 혁명적으로, 전투적으로 해나야 할 것이다.”

한국 상품 유통, 엄중 단속

평양에서는 올해 1월부터 한국 상품과 가요, 영화 등 영상물을 단속해왔는데 6월에 일단락되는 가 싶더니 지난 9월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세관이 있는 국경지역에 검열이 더 집중되었다. 평양의 한 간부는 한국의 풍속이 퍼질 것을 우려한 조치라고 했다. 얼마 전 중앙당에서는 “국내 정치 안정과 국정, 권력 안정에 제일 위협을 주는 것은 식량과 경제위기 다음으로 한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사상과 풍속, 상품들이다. 향후 3년 동안 한국 상품 단속은 탈북자 단속과 같은 차원에서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주민들의 옷차림과 용모도 세세하게 단속한다. 이른바 “이색적인 옷차림과 머리단장을 하고 다니는 현상”을 단속하는 것이다. 황해남도 해주시 광화동에 사는 최윤정(가명)씨는 시장에 다녀오는 길에 단속원에게 붙들려 “난잡하게 휘어져 있는 웃옷을 입고, 그 아래에 보기 흉하게 몸에 꼭 달라붙는 바지를 입고 다닌다”며 한참 설교를 들어야 했다. 평안북도 신의주시 방직공장에 다니는 김소영(가명)씨는 길게 기른 머리를 풀어 헤치고, 주름도 없는 통바지를 입고 다녔다는 이유로 단속됐다. 김씨는 단속원으로부터 “옷차림과 머리단장이 그 사람의 사상정신 상태의 반영이라는 것을 모르느냐. 아직까지도 우리 식이 아닌 이색적인 옷차림과 머리단장을 하고 다니는 동무의 사상정신 상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느냐?”고 호통을 들어야 했다.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젖히려면 누구나 혁명적이고 전투적으로 일해야 하며, 옷차림과 몸단장을 해도 시대의 분위기에 맞게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중앙당의 지침이다. 그는 북한 정부가 한국 상품 유통을 탈북자 단속처럼 엄중하게 하라는 것은, 남북교류협력이 활발하던 시기에 들어온 한국 풍물이 젊은이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퍼져 사상에 영향을 끼칠까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