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중앙당, 공장들에 “위에서 대주기 바라면 안 돼”

“오늘의 형편에서 위만 쳐다보면서 대주기만을 기다리거나 대주는 것만큼 하고 주저앉는다면 생산과 건설에서 혁신을 일으킬 수 없습니다.”는 것이 중앙당이 지방 산업 공장들에 내린 거의 유일한 방침이다. 한 마디로 자력갱생하라는 말이다. 전면 폐업 상태나 마찬가지인 신양군 공장들의 사례는 거의 전국적인 현상이다. 이 속에서도 중앙당은 몇 가지 모범사례를 발굴해 대대적으로 선전한다. 중앙당은 최근 평성공장을 자력갱생의 모범사례로 높이 추켜세워 올렸다. 최근 제3방송에서는 평성 종이공장을 “평성 종이공장은 모든 조건이 다른 공장들보다 나은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도 이곳은 내부 예비를 동원하고 종업원들의 사기가 드높아 지난 1년 동안 모든 생산 공정들을 개건했으며, 생산을 높은 수준에서 정상화하여 종이생산과 학습장 생산 계획을 높여 수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자만하지 않고 인민들의 수요가 높은 새 제품들을 개발하여 제품의 가지 수를 늘이고 그 뒤를 지난 시기에 비해 획기적으로 높일 대담한 목표를 내걸고 신심 있게 정진하고 있었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다른 조건들이 같은데도 평성 종이공장만이 돌아가는 것은 일군들의 사고관점과 일본새(태도)때문이라며, 다시 사상을 강조한다. 중앙당의 한 일군은 “중앙당에서는 지방산업 공장들이 안 돌아가는 것은 모두 지방 책임일군들 탓으로 돌린다. 자기 군에 몇 개 안 되는 작은 공장들을 돌릴 대책 하나 똑똑히 세우지 못한다며 질책할 뿐, 중앙에서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얘기는 한 소리도 없다. 그저 ‘강성대국은 기다린다고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땀 흘려 일하는 우리들의 손 위에 창조된다. 우리 모든 일군들이 각성하여 위에서 대주기만을 바라지 말고 알아서 혁신하고 개건하여야 한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뿐이다. 그러니 지방 간부들이 무슨 힘이 나겠는가. 지방 간부들이 인민을 위한 신심을 내기보다, 우리 몇몇이라도 먹고 살면 그뿐이라는 보신주의에 빠지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당의 방침이 한계에 부딪힌 지 오래되었다고 평가했다

신양군 공장들 전면 폐업상태

평안남도 신양군 지방산업 공장들 중에 가동되고 있는 곳이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150일 전투와 100일 전투를 연달아 치르면서, 신양군 관내 공장들은 중앙당으로부터 아무런 실적이 없다며 질책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신양군을 시찰했던 한 간부는 “군내 인민들의 식생활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 신양식료공장에 가보았다. 건물은 새로 번듯하게 꾸려놓았는데 설비들은 설치도 못했고, 생산은 한 쪽으로 조금 한다고 하지만 정상적으로는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공장 노동자들에게 물어보니 건설을 시작한지 몇 년이 됐다고 하는데 아직 완성을 하지 못해 그 덕을 보려면 멀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 옆에 있는 신양 종이공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건물들이 너무 낡아서 쓰러져가는 창고를 방불케 했고, 설비를 들여놓은 건물 안에는 각종 오물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져있어 발을 옮길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마침 공장에서 지배인 동무를 만나 생산동력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전력 사정 때문에 생산을 제대로 못한다고 하면서 종이와 학습장 생산계획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와 함께 여러 공정들을 돌아보면서 얘기를 들어보니 종이 생산에 필요한 전력이 실지 200kw는 돼야 하는데 국가에서 주는 전력은 몇 kw밖에 되지 않아 생산을 하려야 할 수가 없다고 안타까운 어조로 얘기하던 것이 기억난다.”고 시찰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2년이 지난 최근 다시 한 번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그때와 달라진 게 없었고 전력 사정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했다.

“전기가 부족하니 생산을 제대로 못하는 게 당연하다. 능률이 낮은 설비를 그대로 쓰다 보니 전력을 더 많이 소비하게 되는데 그러면서도 생산은 제대로 안 된다. 그나마 주던 전기도 안 들어오니 그냥 손 놓고 있는 분위기였다”며 공장들이 회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특히 신양군의 공장들은 2006년도 여름 수해로 설비와 건물들이 큰 피해를 입었는데 보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그나마 괜찮던 설비조차 고철덩어리들이 되었다. 신양화학공장도 전력 사정이 매우 좋지 않은데다 자재가 없어 설비들이 그대로 녹슬어 멈춘 상태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신양군에 있는 산업공장들 중에 그 어떤 공장 하나도 생산을 정상화하고 있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신양군만의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국경연선지역, 탈북자 가족 추방령 실시

지난 11월 25일부터 국경연선지역에서 탈북자 가족 추방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각 가정마다 수입 대 지출을 조사하여 비정상적으로 지출이 많은 집들과 가족 중에 행방불명자가 있는 집들이 주요한 조사 대상이 되고 있다. 도강 전력이 있거나 손전화기를 사용하다가 걸린 적이 있는 집, 탈북혐의를 받아온 집들은 물론, 한국산 물품을 거래한 경력이 있는 집들도 대상에 포함된다. 이중에서 탈북자 가족으로 추정되는 집들을 몇 골라 본보기 조로 국경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안쪽의 산골로 추방시키고 있다. 새 지도부에서는 연선지역의 불순반동 세력을 완전히 척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당하는 주민들은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량강도 혜산시에 사는 정은향(가명)씨는 “먹을 것이 없는 집들에서는 백주대낮에도 버젓이 중국 장백 쪽으로 건너가곤 한다. 총 맞아 죽어도 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다. 추방 되는 사람들을 보면 진짜 탈북자 가족은 몇 안 되는 것 같다. 우리 돈으로 100만 원 정도 내면 탈북자가족들이라고 해도 얼마든지 빠져나올 수 있다. 탈북자 가족들은 아랫동네(남한)에서 돈을 막 보내주니까 대부분 빠져나온다. 시범겜으로 걸리면 재수 없이 된통 당하지만, 그 외에는 돈을 찔러주면 무마 된다”고 했다. 보안당국의 한 일군도 “탈북자 가족들이 걸리면 보안일군들에게 안건 수위를 낮춰달라고 돈을 찔러주는 것으로 안다. 그러면 단순 도강자로 처리하거나 중국 대방과 보따리 장사를 하다가 걸리는 정도로 낮춰준다. 요즘에는 보안일군들이 먼저 돈을 요구하면서 거래하는 일이 부쩍 늘고 있다. 보안일군들이 대거 교체되었는데도, 예전 일군들이 하는 모양대로 돌아가는 모습”이라고 했다. 폭풍군단 검열 이후 한때 국경경비대를 비롯한 보안일군들 내부에 쇄신분위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다시 추방령을 빌미로 공공연히 뇌물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슬그머니 다시 퍼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문제는 탈북자가족이거나 아니거나 상관없이 국경지역 주민들은 누구나 당국의 과도한 단속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에 그 어느 때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주민들로선 당국의 통제에 너무 고통스러워한다. 앞으로 새 지도부에서 연선지역 통제를 거듭 천명하고 나설 경우, 이 지역 주민들의 삶이 더 고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회령도, 외국 지원 받아야”

회령시의 한 농장 일군은 올해는 비료도 다른 때에 비해 많이 준 편이었는데, 작황이 좋지 않아 실망이 크다고 했다. 그는 “비료는 국가에서 공급하는 것을 쓰는데, 농약이나 비료가 모자라면 시장에서 야매로 사서 썼다. 비료는 다른 해보다 많이 주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도 작황이 좋지 않아 실망이 크다. 농업용 뜨락또르는 한 개 작업반에 한 개씩 있고, 소는 많으면 15마리에서 최고 20마리까지 있는 농장도 있다. 소는 작업반에서 키우지 않고 세대별로 나누어서 사양하게 하는데 그렇게 하면 소를 잘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이 효과가 있어서 최근 몇 년 동안 소들이 병들어 죽거나 여위는 현상이 많이 없어졌다. 소들은 농장 일에 무조건 동원되며 사용하지 않을 땐 개인에게 삯을 받고 빌려주기도 하는데, 올해 농사를 짓는데 크게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그런데 기후조건이 너무 나빠서 작황이 아주 바빠졌다. 시당에서는 전체적으로 작년보다 1할 이상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외국에서 지원 물자를 받았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 외국에서 지원 물자가 들어와도 농장에서 식량으로 받아본 적은 없었다. 그저 약품이나 일용품 같은 것을 받았는데, 물품들을 벌려놓고 세대별로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저마다 골라가게 하는 식으로 분배를 하곤 했다. 최근에는 김정숙 어머니의 탄생일을 맞아 설탕과 콩기름을 세대별로 500g씩을 공급 받았다. 그 외에는 별로 받아본 적이 없다. 우리 회령은 평양과 함께 전국적으로 제일 잘 받는 축이지만, 그래도 수산물 같은 것은 평양에만 나오고, 우리는 못 받아봤다. 우리가 그 정도니 다른 지역은 뭐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회령 올 벼농사 작년 작황보다 낮아

함경북도 회령시의 올해 벼농사는 잘 나와야 정보당 5톤 미만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3-4톤이고, 많게는 5톤을 넘지 못했다. 회령시 전체적으로 따져보면 작년보다 1할 정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회령시를 비롯해 함경북도의 다른 농촌지역에서도 연말 총결산을 시작했다. 회령시 농촌에서 현금 분배를 가장 많이 받은 농장원이 45만 원 선이고, 나머지 일반 농장원들은 보통 15만 원 내외를 받고 있다. 화폐 교환 조치 이전만 해도, 농장원 한 사람당 많게는 최고 70-80만 원까지 분배받은 사람도 있었는데, 물가는 그때보다 더 올랐는데 분배는 더 줄었다. 도 농촌경영위원회에 병결 처리를 허가받은 사람들에게는 기본 노력일수의 60% 수준을 지급하는데, 대개 10만 원을 못 넘는다. 부양받는 가정주부들에게는 일하는 사람에게 공급하는 식량의 절반 수준을 준다. 일하는 사람의 하루 공급량은 700g이 정량이지만, 입쌀과 옥수수 비례를 5대 5로 공급해준다. 물론 정확한 비율은 아니다. 어린아이의 경우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데, 8세 아동의 하루 식량은 300g이 정량이다. 그러나 각종 세외부담으로 정량을 제대로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편 함경북도 각 농장들에서는 새해 농사 준비로 남자 농장원들은 퇴비를 모으고 파서 논밭에 내는 일을 하고 있다. 회령시 각 농장들에서도 내년 농사준비로 바쁜 가운데 여자 농장원들은 가마니를 짜는 등 일을 하고 있다.

올 겨울, 가장 시급한 ‘쌀, 물, 불’

겨울에는 만물이 얼어붙는 시기라, 초근목피로 연명할 수가 없다. 평소에도 잘 나오지 않는 수돗물은 수도관이 꽁꽁 얼어붙어 딱 끊어진다. 강조차 얼어붙어버리면 물을 길어올 데가 없다. 한겨울에 걸핏하면 식수난에 고생이 막심하다. 얼음이라도 녹여서 물을 만들어볼까 해도, 땔감이 없어 녹이지도 못한다. 불이 부족해서다. 전기는 수도 평양을 제외하고는 벌써 한 달 넘게 중단된 지역이 태반이다. 평양에는 탄을 때는 집들이 많지만, 지방에서는 나뭇더미를 구하지 못하면 불쏘시개용 마른 풀이라도 찾아 다녀야 한다. 물과 불이 없는 집에 쌀이 있을 리 만무하다. 통옥수수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소토지 농사를 지은 집들은 그래도 먹을 것을 저장해두고 있지만, 하루하루 장사로 연명하는 집들은 그날 벌이에 따라 옥수수 양이 달라진다.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원산을 오가며 중고자전거 장사를 하는 리길남(가명)씨는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조선 사람들이 자체로 살아나가는 생활력이 강해지고, 보다 중요하게는 삶의 질량(목숨) 보장에 대한 책임감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5년 동안 쌀, 물, 불, 이 세 가지 중에 한 가지라도 제대로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인민들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며 최선을 다하는데, 어머니당은 무엇을 해주었는가. 이제 인민들은 당에 대한 기대를 버린 지 오래됐다. 제발 자체로 알아서 먹고 살게 가만히 내버려두면 좋겠다고들 말한다”며 당의 통제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함흥시당의 한 간부는 “올해도 벌써 성천강구역에서 동사자가 나왔다. 5층 아파트에 혼자 사는 노인네가 물도 안 나오고 불도 없고 옥수수쌀도 없어 혼자 덜덜 떨다가 죽었는데, 아무도 모르고 있다가 인민반장이 우연히 찾아갔다가 발견됐다. 이런 일이 앞으로 얼마나 더 발생할지 걱정이다. 잘 못 먹고 못 씻으니 전염병 걱정도 크다. 지방당에서는 시름이 깊은데, 중앙에서는 위에 손 내밀지 말라고만 하고, 또 알아서 뭣 좀 해보려고 하면 간부들 뒷조사한다고 들쑤시고 다니니 한심해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인민생활에 나타나는 모든 문제들이 지방당 사업 능력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외부에 알리지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람이 얼마나 굶어죽고 있는지 밝히면, 당장 일선 일군들에게 불호령이 떨어지고 책임을 묻기 때문에 간부들이 구체적으로 어려운 실정을 밝힐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익명을 전제로 “지금 우리 함흥 주민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쌀, 물, 불이다. 누구라도 도움을 준다면 내 평생 원이 없겠다”며 인도주의 지원을 눈물로 절절하게 호소했다.

‘쌀, 물, 불’을 지원해주자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역시 ‘쌀, 물, 불’이다. 사시사철 안 부족할 때가 없는 것들이지만, 유독 겨울이면 더 혹독하게 느껴진다. 산천초목이 모두 얼어붙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강조차 두꺼운 얼음에 깔려 물을 구하기 어렵고, 불은 더 귀해지며, 추위에 배고픔이 더 심해진다. 감기라도 잘못 걸리면, 약을 구하지 못해 더 큰 병으로 번지기 일쑤다. 난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집들에서는 동사자가 발생한다. 애도 기간에도 춥고 배고픈 주민들은 소리 없이 죽어가고 있다. 세계의 이목이 김정일 위원장의 죽음에 온통 쏠려 있으나, 사실 인도주의 측면에서 우리가 더 큰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은 오늘 하루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는 이름 없는 북한 주민들이다. 현재 북한의 새 지도부는 국상(國喪)을 치르는 중이라 경황이 없어 보인다. 또 인민들을 먹여 살릴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남한 사회는 북한 주민들의 목숨을 살릴 힘이 있다. 남한 정부가 북한 주민들을 돕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우리 국민들은 대북 인도주의 식량 지원을 환영할 것이다. 매서운 칼바람에 쌀, 물, 불이 없어 고통 받는 북한 주민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안전한 식수와 난방, 그리고 식량 지원을 즉각 단행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도 고통 받는 북한 주민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활발하게 전개하기를 기대한다.

■ 경제활동

신양군 공장들 전면 폐업상태

평안남도 신양군 지방산업 공장들 중에 가동되고 있는 곳이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150일 전투와 100일 전투를 연달아 치르면서, 신양군 관내 공장들은 중앙당으로부터 아무런 실적이 없다며 질책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신양군을 시찰했던 한 간부는 “군내 인민들의 식생활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 신양식료공장에 가보았다. 건물은 새로 번듯하게 꾸려놓았는데 설비들은 설치도 못했고, 생산은 한 쪽으로 조금 한다고 하지만 정상적으로는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공장 노동자들에게 물어보니 건설을 시작한지 몇 년이 됐다고 하는데 아직 완성을 하지 못해 그 덕을 보려면 멀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 옆에 있는 신양 종이공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건물들이 너무 낡아서 쓰러져가는 창고를 방불케 했고, 설비를 들여놓은 건물 안에는 각종 오물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져있어 발을 옮길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마침 공장에서 지배인 동무를 만나 생산동력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전력 사정 때문에 생산을 제대로 못한다고 하면서 종이와 학습장 생산계획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와 함께 여러 공정들을 돌아보면서 얘기를 들어보니 종이 생산에 필요한 전력이 실지 200kw는 돼야 하는데 국가에서 주는 전력은 몇 kw밖에 되지 않아 생산을 하려야 할 수가 없다고 안타까운 어조로 얘기하던 것이 기억난다.”고 시찰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2년이 지난 최근 다시 한 번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그때와 달라진 게 없었고 전력 사정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했다.

“전기가 부족하니 생산을 제대로 못하는 게 당연하다. 능률이 낮은 설비를 그대로 쓰다 보니 전력을 더 많이 소비하게 되는데 그러면서도 생산은 제대로 안 된다. 그나마 주던 전기도 안 들어오니 그냥 손 놓고 있는 분위기였다”며 공장들이 회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특히 신양군의 공장들은 2006년도 여름 수해로 설비와 건물들이 큰 피해를 입었는데 보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그나마 괜찮던 설비조차 고철덩어리들이 되었다. 신양화학공장도 전력 사정이 매우 좋지 않은데다 자재가 없어 설비들이 그대로 녹슬어 멈춘 상태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신양군에 있는 산업공장들 중에 그 어떤 공장 하나도 생산을 정상화하고 있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신양군만의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 정치생활

중앙당, 공장들에 “위에서 대주기 바라면 안 돼”

“오늘의 형편에서 위만 쳐다보면서 대주기만을 기다리거나 대주는 것만큼 하고 주저앉는다면 생산과 건설에서 혁신을 일으킬 수 없습니다.”는 것이 중앙당이 지방 산업 공장들에 내린 거의 유일한 방침이다. 한 마디로 자력갱생하라는 말이다. 전면 폐업 상태나 마찬가지인 신양군 공장들의 사례는 거의 전국적인 현상이다. 이 속에서도 중앙당은 몇 가지 모범사례를 발굴해 대대적으로 선전한다. 중앙당은 최근 평성공장을 자력갱생의 모범사례로 높이 추켜세워 올렸다. 최근 제3방송에서는 평성 종이공장을 “평성 종이공장은 모든 조건이 다른 공장들보다 나은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도 이곳은 내부 예비를 동원하고 종업원들의 사기가 드높아 지난 1년 동안 모든 생산 공정들을 개건했으며, 생산을 높은 수준에서 정상화하여 종이생산과 학습장 생산 계획을 높여 수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자만하지 않고 인민들의 수요가 높은 새 제품들을 개발하여 제품의 가지 수를 늘이고 그 뒤를 지난 시기에 비해 획기적으로 높일 대담한 목표를 내걸고 신심 있게 정진하고 있었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다른 조건들이 같은데도 평성 종이공장만이 돌아가는 것은 일군들의 사고관점과 일본새(태도)때문이라며, 다시 사상을 강조한다. 중앙당의 한 일군은 “중앙당에서는 지방산업 공장들이 안 돌아가는 것은 모두 지방 책임일군들 탓으로 돌린다. 자기 군에 몇 개 안 되는 작은 공장들을 돌릴 대책 하나 똑똑히 세우지 못한다며 질책할 뿐, 중앙에서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얘기는 한 소리도 없다. 그저 ‘강성대국은 기다린다고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땀 흘려 일하는 우리들의 손 위에 창조된다. 우리 모든 일군들이 각성하여 위에서 대주기만을 바라지 말고 알아서 혁신하고 개건하여야 한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뿐이다. 그러니 지방 간부들이 무슨 힘이 나겠는가. 지방 간부들이 인민을 위한 신심을 내기보다, 우리 몇몇이라도 먹고 살면 그뿐이라는 보신주의에 빠지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당의 방침이 한계에 부딪힌 지 오래되었다고 평가했다(

국경연선지역, 탈북자 가족 추방령 실시

지난 11월 25일부터 국경연선지역에서 탈북자 가족 추방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각 가정마다 수입 대 지출을 조사하여 비정상적으로 지출이 많은 집들과 가족 중에 행방불명자가 있는 집들이 주요한 조사 대상이 되고 있다. 도강 전력이 있거나 손전화기를 사용하다가 걸린 적이 있는 집, 탈북혐의를 받아온 집들은 물론, 한국산 물품을 거래한 경력이 있는 집들도 대상에 포함된다. 이중에서 탈북자 가족으로 추정되는 집들을 몇 골라 본보기 조로 국경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안쪽의 산골로 추방시키고 있다. 새 지도부에서는 연선지역의 불순반동 세력을 완전히 척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당하는 주민들은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량강도 혜산시에 사는 정은향(가명)씨는 “먹을 것이 없는 집들에서는 백주대낮에도 버젓이 중국 장백 쪽으로 건너가곤 한다. 총 맞아 죽어도 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다. 추방 되는 사람들을 보면 진짜 탈북자 가족은 몇 안 되는 것 같다. 우리 돈으로 100만 원 정도 내면 탈북자가족들이라고 해도 얼마든지 빠져나올 수 있다. 탈북자 가족들은 아랫동네(남한)에서 돈을 막 보내주니까 대부분 빠져나온다. 시범겜으로 걸리면 재수 없이 된통 당하지만, 그 외에는 돈을 찔러주면 무마 된다”고 했다. 보안당국의 한 일군도 “탈북자 가족들이 걸리면 보안일군들에게 안건 수위를 낮춰달라고 돈을 찔러주는 것으로 안다. 그러면 단순 도강자로 처리하거나 중국 대방과 보따리 장사를 하다가 걸리는 정도로 낮춰준다. 요즘에는 보안일군들이 먼저 돈을 요구하면서 거래하는 일이 부쩍 늘고 있다. 보안일군들이 대거 교체되었는데도, 예전 일군들이 하는 모양대로 돌아가는 모습”이라고 했다. 폭풍군단 검열 이후 한때 국경경비대를 비롯한 보안일군들 내부에 쇄신분위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다시 추방령을 빌미로 공공연히 뇌물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슬그머니 다시 퍼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문제는 탈북자가족이거나 아니거나 상관없이 국경지역 주민들은 누구나 당국의 과도한 단속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에 그 어느 때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주민들로선 당국의 통제에 너무 고통스러워한다. 앞으로 새 지도부에서 연선지역 통제를 거듭 천명하고 나설 경우, 이 지역 주민들의 삶이 더 고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 식량소식

“회령도, 외국 지원 받아야”

회령시의 한 농장 일군은 올해는 비료도 다른 때에 비해 많이 준 편이었는데, 작황이 좋지 않아 실망이 크다고 했다. 그는 “비료는 국가에서 공급하는 것을 쓰는데, 농약이나 비료가 모자라면 시장에서 야매로 사서 썼다. 비료는 다른 해보다 많이 주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도 작황이 좋지 않아 실망이 크다. 농업용 뜨락또르는 한 개 작업반에 한 개씩 있고, 소는 많으면 15마리에서 최고 20마리까지 있는 농장도 있다. 소는 작업반에서 키우지 않고 세대별로 나누어서 사양하게 하는데 그렇게 하면 소를 잘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이 효과가 있어서 최근 몇 년 동안 소들이 병들어 죽거나 여위는 현상이 많이 없어졌다. 소들은 농장 일에 무조건 동원되며 사용하지 않을 땐 개인에게 삯을 받고 빌려주기도 하는데, 올해 농사를 짓는데 크게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그런데 기후조건이 너무 나빠서 작황이 아주 바빠졌다. 시당에서는 전체적으로 작년보다 1할 이상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외국에서 지원 물자를 받았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 외국에서 지원 물자가 들어와도 농장에서 식량으로 받아본 적은 없었다. 그저 약품이나 일용품 같은 것을 받았는데, 물품들을 벌려놓고 세대별로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저마다 골라가게 하는 식으로 분배를 하곤 했다. 최근에는 김정숙 어머니의 탄생일을 맞아 설탕과 콩기름을 세대별로 500g씩을 공급 받았다. 그 외에는 별로 받아본 적이 없다. 우리 회령은 평양과 함께 전국적으로 제일 잘 받는 축이지만, 그래도 수산물 같은 것은 평양에만 나오고, 우리는 못 받아봤다. 우리가 그 정도니 다른 지역은 뭐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회령 올 벼농사 작년 작황보다 낮아

함경북도 회령시의 올해 벼농사는 잘 나와야 정보당 5톤 미만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3-4톤이고, 많게는 5톤을 넘지 못했다. 회령시 전체적으로 따져보면 작년보다 1할 정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회령시를 비롯해 함경북도의 다른 농촌지역에서도 연말 총결산을 시작했다. 회령시 농촌에서 현금 분배를 가장 많이 받은 농장원이 45만 원 선이고, 나머지 일반 농장원들은 보통 15만 원 내외를 받고 있다. 화폐 교환 조치 이전만 해도, 농장원 한 사람당 많게는 최고 70-80만 원까지 분배받은 사람도 있었는데, 물가는 그때보다 더 올랐는데 분배는 더 줄었다. 도 농촌경영위원회에 병결 처리를 허가받은 사람들에게는 기본 노력일수의 60% 수준을 지급하는데, 대개 10만 원을 못 넘는다. 부양받는 가정주부들에게는 일하는 사람에게 공급하는 식량의 절반 수준을 준다. 일하는 사람의 하루 공급량은 700g이 정량이지만, 입쌀과 옥수수 비례를 5대 5로 공급해준다. 물론 정확한 비율은 아니다. 어린아이의 경우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데, 8세 아동의 하루 식량은 300g이 정량이다. 그러나 각종 세외부담으로 정량을 제대로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편 함경북도 각 농장들에서는 새해 농사 준비로 남자 농장원들은 퇴비를 모으고 파서 논밭에 내는 일을 하고 있다. 회령시 각 농장들에서도 내년 농사준비로 바쁜 가운데 여자 농장원들은 가마니를 짜는 등 일을 하고 있다

올 겨울, 가장 시급한‘쌀, 물, 불’

겨울에는 만물이 얼어붙는 시기라, 초근목피로 연명할 수가 없다. 평소에도 잘 나오지 않는 수돗물은 수도관이 꽁꽁 얼어붙어 딱 끊어진다. 강조차 얼어붙어버리면 물을 길어올 데가 없다. 한겨울에 걸핏하면 식수난에 고생이 막심하다. 얼음이라도 녹여서 물을 만들어볼까 해도, 땔감이 없어 녹이지도 못한다. 불이 부족해서다. 전기는 수도 평양을 제외하고는 벌써 한 달 넘게 중단된 지역이 태반이다. 평양에는 탄을 때는 집들이 많지만, 지방에서는 나뭇더미를 구하지 못하면 불쏘시개용 마른 풀이라도 찾아 다녀야 한다. 물과 불이 없는 집에 쌀이 있을 리 만무하다. 통옥수수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소토지 농사를 지은 집들은 그래도 먹을 것을 저장해두고 있지만, 하루하루 장사로 연명하는 집들은 그날 벌이에 따라 옥수수 양이 달라진다.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원산을 오가며 중고자전거 장사를 하는 리길남(가명)씨는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조선 사람들이 자체로 살아나가는 생활력이 강해지고, 보다 중요하게는 삶의 질량(목숨) 보장에 대한 책임감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5년 동안 쌀, 물, 불, 이 세 가지 중에 한 가지라도 제대로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인민들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며 최선을 다하는데, 어머니당은 무엇을 해주었는가. 이제 인민들은 당에 대한 기대를 버린 지 오래됐다. 제발 자체로 알아서 먹고 살게 가만히 내버려두면 좋겠다고들 말한다”며 당의 통제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함흥시당의 한 간부는 “올해도 벌써 성천강구역에서 동사자가 나왔다. 5층 아파트에 혼자 사는 노인네가 물도 안 나오고 불도 없고 옥수수쌀도 없어 혼자 덜덜 떨다가 죽었는데, 아무도 모르고 있다가 인민반장이 우연히 찾아갔다가 발견됐다. 이런 일이 앞으로 얼마나 더 발생할지 걱정이다. 잘 못 먹고 못 씻으니 전염병 걱정도 크다. 지방당에서는 시름이 깊은데, 중앙에서는 위에 손 내밀지 말라고만 하고, 또 알아서 뭣 좀 해보려고 하면 간부들 뒷조사한다고 들쑤시고 다니니 한심해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인민생활에 나타나는 모든 문제들이 지방당 사업 능력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외부에 알리지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람이 얼마나 굶어죽고 있는지 밝히면, 당장 일선 일군들에게 불호령이 떨어지고 책임을 묻기 때문에 간부들이 구체적으로 어려운 실정을 밝힐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익명을 전제로 “지금 우리 함흥 주민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쌀, 물, 불이다. 누구라도 도움을 준다면 내 평생 원이 없겠다”며 인도주의 지원을 눈물로 절절하게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