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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48호

■ 시선집중

전력생산에 저해를 주거나 전력을 랑비하는 자들을 엄격히 처벌할 데 대하여-2006년 11월

전력생산에 저해를 주거나 전력을 랑비하는 자들을 엄격히 처벌할 데 대하여

지난 11월 15일, 북한 보안성은 전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 인민 포고문을 전국에 내렸다. 포고 내용에 따르면 전력 낭비현상을 막기 위해 전력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빼돌리는 현상, 뇌물을 주고 불법적으로 전력을 사용하는 현상, 불법적으로 전기를 연결해 끌어 쓰는 현상 등을 명시하고, 위반자에 대해 벌금 또는 로동교화형 등의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것을 경고하고 있다.

포 고

전력생산에 저해를 주거나 전력을 랑비하는 자들을

엄격히 처벌할 데 대하여

전력생산에 저해를 주며 전력을 랑비하는 것은 나라의 전력사정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고

사회주의 강성대국건설에 커다란 해독을 끼치는 범죄행위이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보안성은 공화국 정부의 위임에 따라 다음과 같이 포고한다.

1. 전력생산에 저해를 주는 행위를 절대로 하지 말라.

수력구조물과 물 관리질서를 어기거나 수력발전소와 저수지 보호구역에 대한 보호사업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하지 말라.

전력생산용 석탄과 증유, 자재와 발전 및 변전설비를 생산, 보장, 수송하지 않거나 훔치거나 비법처리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

발전 및 변전설비 관리 질서와 설비점검질서, 표준조작법, 기술규정을 어겨 사고를 발생시키는 등 전력생산에 저해를 주는 행위를 하지 말라.

2. 중앙급전의 유일적인 전력체계에 복종하지 않는 행위를 하지 말라.

중앙급전의 유일 지령을 집행하지 않거나 지령집행에 간섭하고 방해하며 급전지휘통신 보장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하지 말라.

3. 전력을 비법적으로 공급 소비하는 행위를 절대로 하지 말라.

중앙전력 공급기관의 지시 없이 전력을 공급하거나 평균적으로 분배하며 부당한 압력과 뢰물을 받고 공급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 발전소, 변전소들에서 비법적으로 자기 소비 전력을 개별적 단위들에 공급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

교차생산 조직을 바로 하지 않거나 순시전력을 초과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 기관 기업소 사회협동단체들과 주민 세대들에서 비법적으로 전기 보이라, 유도로, 주강로 열풍기를 비롯한 전력설비들과 여러 가지 가공설비들을 차려놓고 전기를 망탕 쓰는 행위를 당장 중지하라.

자체로 전력을 생산하여 이용하게 된 단위들에서 승인 없이 국가 전력생산계통의 전력을 망탕 쓰거나 국가기관, 기업소의 전력망에 비법적으로 전기를 련결하여 쓰는 행위를 당장 중지하라.

적산전력계의 설치와 리용, 력률 보장을 바로 하지 않거나 조명등을 망탕 켜는 등 전기를 랑비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

비법적으로 전기난방을 설치한 기관, 기업소, 사회협동단체들과 주민세대들은 이 포고가 발포된 날부터 10일안으로 무조건 철폐하라.

4. 감독통제기관의 검열, 단속에 응하지 않거나 폭행, 반항하는 행위를 절대로 하지 말라.

5. 모든 공민들은 전력생산에 저해를 주거나 전력을 랑비하는 자들을 예리하게 살피고 제때에 신고하라.

6. 전력생산에 저해를 주었거나 전력을 랑비한 자는 자백하라.

7. 이 포고를 어긴 기관, 기업소, 사회협동단체들과 주민 세대들에 전력공급을 중지시키거나 보상, 벌금을 물리고 엄중한자는 직위, 소속에 관계없이 로동 교화형에 이르기까지 엄격히 처벌하며 위법행위에 리용된 돈과 물건을 몰수한다.

포고는 공화국 령역안의 모든 기관(무력, 특수기관포함), 기업소, 사회협동단체와 공민에게 적용한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인민보안성

주체95(2006) 11.15

전기 포고문은 인민이 아니라 특수기관을 향한 사회적 환기-2006년 11월

“전기 포고문은 인민이 아니라 특수기관을 향한 사회적 환기”

사상 처음으로 전력 문제에 대한 포고문이 나온 것을 두고 그 목적에 대해 여러 추측이 돌고 있다. 인민과 일반 기관, 기업소를 대상으로 하는 인민보안성에서 전기 구경 한 번 제대로 못하는 인민에게 굳이 포고문까지 내릴 이유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평양의 한 간부는 “이번 전기 포고문은 인민이 아니라 특수기관을 향한 사회적 환기”라고 주장했다. 전국의 전력을 담당하는 중앙급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을 별도로 소비하는 중앙당과 무력, 그리고 특수기관이야말로 전력 낭비의 주요인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들이 소비하는 전력은 전체 전력의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이들의 낭비 요인만 줄인다면 일반 주민과 기관, 기업소가 지금처럼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번 조항에서 “중앙급전의 유일적인 전력체계에 복종하지 않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한 것도 사실 ‘유일적인’이라는 수사가 붙었으나 오랫동안 예외적으로 특수하게 전력을 공급받아오던 중앙당, 무력, 특수기관 등을 겨냥한 것이라 보고 있다. 예외없이 중앙급전에서 모든 전력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권한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심각한 전기 부족 상태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또 7번 조항에서 직위와 소속에 관계없이 처벌을 하겠다고 했으나, 무력과 특수기관을 포함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에 마지막에 “포고는 공화국 령역 안의 모든 기관(무력, 특수기관포함), 기업소, 사회협동단체와 공민에게 적용한다”고 한 것에서 이번 포고문의 주 대상이 단순히 인민과 일반 기관, 기업소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한편 그는 특수기관 중에는 전국 각지에 있는 최고지도자의 별장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사용하지 않는 수많은 별장에 1년 365일 쉬지 않고 전력을 보장하는 대신 일반 기관, 기업소나 농장 등에 전력을 돌리면 어느 정도 전력 기갈 문제가 해소되지 않겠냐는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보안성은 무력이나 중앙당, 특수기관 등에 영향력이 거의 없지만, 이번 포고문을 통해 전력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사회적 주의를 환기시키고, 전력 낭비 요인을 줄여줄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요청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경제활동

“세상에, 전기 때문에 떨어지는 포고는 처음 보았소”

“세상에, 전기 때문에 떨어지는 포고는 처음 보았소”

전력 관련 포고가 내려지자 주민들에게서 술렁임이 일어나고 있다. 황해남도 송화군의 한 농장원은 “우리 고장이야 일 년 열두 달 전기를 보기 힘든데 포고를 어길 사람이 있겠습니까? 우린 포고 위반으로 처벌받을 사람이 한사람도 있을 것 같지 않아요.”라며 전기를 보지도 못하는데 어길 게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책시의 한 주민은 “전기를 몰래 보던 간부들과 돈주들이 처벌 받아야 하겠구만요. 그 사람들이 자기가 비법적으로 전기를 보았다고 자수하겠습니까? 이번에 어떻게 처리 되는가 두고 봅시다”라고 하면서 당의 집행의지를 의심하기도 했다.

회령시의 한 농장원은 “세상에, 전기 때문에 떨어지는 포고는 처음 보았소. 다른 미개한 나라들도 전기 때문에 이런 포고를 내릴까요? 신문이랑 텔레비를 보면 우리나라에 발전소는 많은 것 같은데 전기도 못주면서 포고까지 떨어지니 전기가 긴장하긴 긴장한 것 같소. 이제 아마 물 때문에 포고가 내리지 않을까? 올해 수돗물로 텃밭에 물을 주었더니 상하수도 사업소에서 수도호수 1미터 당 벌금을 물리던지 잡아가겠다고 하던데, 물까지 포고가 내릴 수 있을 것 같소. 아마 그 때면 나라는 다 되는 거요”하면서 전력 문제뿐만 아니라 수돗물의 부족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지적했다. (48호)

혜산시 통행 통제로 주민 불편 증가

혜산시 통행 통제로 주민 불편 증가

량강도 혜산시 주민들은 성홍열 전염병이 돌면서 교통, 통행 등이 차단되어 물가가 오르자 식량문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근심에 쌓여있다. 전염병이 돌기 전까지만 해도 여러 지역에서 오고가는 장사꾼들로 식량 및 물자들이 활발히 유통되었다. 그러나 전염병으로 도시의 물류 진입이 막히면서 주민들은 최우선적으로 식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함경북도 청진에 나와 있던 혜산의 식량 장사꾼은 옥수수를 5톤 정도 구입했으나 혜산시가 격리 조치되면서 두 달 여 가까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 혜산에는 감자밖에 먹을 게 없소. 장사꾼들이 가지고 가는 식량이라도 있어서 식량이 크게 오르지 않았는데 언제 격리가 끝나겠는지 이제 식량 값이 많이 오르면 아우성이 일어날 것입니다”고 걱정했다. 청안구역에서 백암 쪽으로 장사하러 갔던 아주머니는 11월 15일에 있었던 딸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산골에서 격리가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48호)

“우리가 무슨 야만이라고 사람 잡이를 좋아하겠소?”

애매한 명목으로 구류장에 붙들려가는 사람들만큼 억울한 일도 없겠지만, 잡아들이는 사람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신의주시의 한 보안원은 이웃들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들에게까지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며 미움을 받는데 대한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한 번은 “네가 이렇게 사람 잡이에 나서는 걸 후회하지 않겠니? 아버지도 걱정하는데 윗집 아주머니를 살려 주렴”하며 어머니가 간청하는 바람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고 한다. 어머니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안면이 있는 친구나 친척들로부터 심심찮게 이 같은 부탁을 받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똑같은 대답을 들려준다고 한다.

“우리가 무슨 야만이라고 사람 잡이를 좋아 하겠소? 돈벌이를 하던 도강을 하던 혼자서 조용히 하면 되겠는데 왜 다른 사람이 알고 신고하게 하오. 우리도 애매하게 잡히는 사람들을 보면 머저리라고 욕하오. 왜 하필 잡히는 가고. 우리라고 배급타고 돈 타 먹는 이 직업을 좋아서 하는 게 아니오. 우리도 인간인지라 먹고 살자니 이런 일에 나서며 만민의 미움을 받는 거요. 정말 왜 이렇게 사람 잡이만 하게 되는지 진절머리가 나오. 래일 간부들과 이야기 해보겠으니 고일 것(뇌물)을 준비하오. 그것만 있으면 죽을 사람도 살리는 것이 오늘 현실이요. 나를 욕하지 말고 잘 준비해주오.”

그를 비롯해 비슷한 직종의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특별히 정치적 사안으로 걸리지 않는 한 뇌물로 무마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돈 없는 사람만 불쌍한 세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경연선지역 구류장, 수감자들 대폭 증가

강이 얼어붙는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국경연선지역의 감시가 여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다. 비법 월경 경험이 있거나 혐의가 있는 사람, 또는 그 가족들이 주요 미행 및 감시의 대상이다. 감시가 강화되다보니 보위부나 보안서의 구류장에 수감자들이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수사원들이 “좀 알아볼 것이 있습니다. 가서 확인해주십시오”라며 말은 간단히 하지만, 한 번 구류장에 가면 짧게는 열흘, 길게는 한 달 넘게 취조가 계속될 수도 있고, 그나마 풀려나지 못하면 예심으로 넘어간다. 제 아무리 “죽으면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라며 단단히 각오를 하고 들어가도, 일단 들어가게 되면 남아있는 가족들의 근심 걱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수밖에 없다. 행여 고문을 심하게 당하지는 않을까,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또 구류장에서 먹을 수 있는 끼니라고 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끼니를 챙겨주려고 아침 일찍부터 구류장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을 일상적으로 볼 수 있다.

청진시에 사는 한 27세 여성은 지난 11월 초순경 여느 때처럼 아버지 저녁식사를 차려드리고, 밤 11시쯤 막 잠자리에 들다가 수사원들에게 붙잡혀 들어갔다. 잠옷 바람에 겉옷만 간신히 걸치고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수사원들은 “내일 아침부터 밥을 가져다주시오”라는 말만 간단히 남긴 뒤 딸을 데리고 사라졌다. 다음 날 아침 밥을 챙겨 딸의 소식을 알아보려 일찍 집을 나섰던 아버지는 보안서 앞에 진을 치고 길게 늘어서 있는 줄을 보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사람이 그렇게 많이 잡혀왔을까? 아침 7시부터 나가서 기다렸는데 밥을 주는 사람들 속에 줄을 서서 기다리니 벌써 11시가 되어버렸소. 대체 얼마나 많이 잡혀있는지 상상할 수도 없소. 밥을 주니 계호원이 밥곽을 다 열어보고 뒤집어보면서 글 쪽지나 련락 수단이 없는가 검열하지 뭐요. 그 사람들은 로골적으로 자기들에게 고이라(뢰물)는 것이었소. 그러면 밥이라도 제대로 빠르게 전해주고 할 말을 글쪽지에 담아 전달하겠다는 것이었소. 계호원 취급자들에게 돈만 쥐여 주면 죽을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데 얼마나 쥐어 주어야 하겠는지 걱정이오. 내 가산을 다 털어서라도 자식을 살리겠소. 이렇게는 더 못살겠소. 세상이 달라지는데 이 땅에서는 왜 사람들이 자기 의사나 마음대로 장사도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소. 더는 못 참겠소. 만약 내 딸이 잘 못 되면 취급자의 딸도 나한테 무사하지 못할 거요.”라며 강도 높게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겨울 들어 도강자 증가

겨울에 들어서면서 고향과 부모, 처자를 떠나 살길을 찾아 중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당국에서는 국경봉쇄를 강화하고 미행, 감시를 더 철저히 하는 한편, 강연회나 해설사업으로 민심이 동요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경연선인 함경북도 온성, 회령, 무산 등지에서는 매일 1-2명씩 강을 건너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경연선의 마을에서는 한 개 인민반에서 평균 2-3명씩 사라지고 있다. 지난 연말과 올 초만 해도 비법월경자가 나온 집들은 산골 오지 등으로 추방하는 등 법적 처벌이 매우 엄중했다. 그러나 그 수가 너무 많아지면서 모든 세대를 추방하기가 곤란하게 되자 행불자 명단을 작성하는 정도로 수위가 낮아지기도 했다.

“반년 식량인 남새가 필요하오”

김장철을 맞아 배추 1kg라도 더 공급받기 위해 군인과 민간인, 개인과 개인 간에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여름 수해로 인한 농경지 유실과 농토의 산성화 문제로 김장용 무와 배추 생산이 저조해 채소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 1kg에 150-200원선 하던 배추 값은 11월 들어 250원으로 뛰어올랐다.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현저히 부족하다보니 올해 김장을 한 집이 60%에 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과 기업소, 각 단위에서는 소속원들에게 자체적으로 배추를 약 50kg, 무는 약 10kg 정도 공급해주고 있으나 필요량에는 현저히 못 미치고 있다. 평양시의 경우 1인당 김치 소비량이 최소 무 20kg, 배추 80kg 이상은 되어야 하고, 세대로 환산하면 보통 400-500kg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다른 곳에서 충당할 방법이 없는 공장, 기업소 노동자들이 배추 50kg와 무 10kg로 식구 전체를 먹여 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물론 돈 있는 주민들이야 시장에서 살 수 있겠지만, 한 달 생활비가 2,000원 미만인 서민들로선 곡물도 없는데 김치까지 장만하지 못해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관, 기업소들이 자체 공급해주는 채소 가격은 시장 가격의 1/1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얼마나 김장용 채소를 많이 확보해주느냐가 각 기관, 기업소의 주요 관건이다.

자강도 소재지 만포와 강계 주변 지역에서도 김장용 무와 배추 생산이 현저히 떨어져 주민들이 아우성치고 있다. 특히 자강도는 전 주민의 약 80%에 육박하는 주민들이 군수공장에 다니고 있는데, 무 10kg과 배추 50kg으로 내년까지 어떻게 버티라고 하느냐며 원성이 높다. 시장에서 구입하고 싶어도 군수공장 밀집 지역에는 큰 시장이 없고 멀리 나가야 하기 때문에 채소 구경조차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곡물 확보에 신경 쓰는 것만큼 채소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도,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아 가을철 채소 분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자강도 만포시의 한 간부는 “로동자들에게 무엇보다 반년 치 식량인 남새가 필요하오. 나야 내 집에 들여오는 남새(채소)는 저절로 들어오지만 일반 로동자들이야 남새 한 킬로로 어찌 산다 말이오. 그 사람들이야 고생이 막심할 수밖에. 남새 농사가 안되다 보니 배급을 타먹어도 겨울에 무엇으로 부식물을 해결하겠소? 명색이 군수공장이니 로동자들의 입을 막느라고 무 5~10kg, 배추 50~80kg씩 주기는 했지만 저울로 정확히 뜬 것도 아니고, 대충 눈짐작으로 준 것이라 사실 얼마 갔는지 알게 뭐요. 내년 봄이면 로동자들의 생활이 아마 더 비참해질 것 같소”라고 제 2의 식량이라는 김치 없이 겨울을 나야 하는 주민들의 딱한 처지를 연민했다.

전기 보지 못해 황해남도 송화군은 ‘정전군’

황해남도 송화군 주민들은 1년 열 두 달 내내 전기를 볼 때가 없다며, 송화군은 ‘정전군’이라 부른다. 어쩌다가 간혹 전기가 반짝 들어올 때면 자신들의 동네 이름을 ‘반짝리’라고 고쳐 부른다. 황해남도 역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전기가 부족한 형편이지만, 주로 농촌 지역이라 전기 사정이 더 심각한 실정이다. 가을 추수 탈곡도 도리깨질 정도 하는 게 고작이다. 농가들은 너나없이 호롱불을 켜고, 좀 사정이 나은 집에서는 촛불을 켜지만, 그마저 없는 집들에서는 송진으로 광솔불을 겨우 켜고 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농민들은 “21세기 문명시대를 맞이했다고 하지만 우리 조선은 19세기 아니 이러다가 원시시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고 한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