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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63호

■ 시선집중

단속자에 대한 주민의 불만

시장에서의 판매 금지물품에 대한 단속이 단속자의 부정부패로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얼마 전 함흥에서는 술을 빚어 팔아 근근이 가족의 생계비를 마련하던 한 세대주가 단속당한 뒤 보안서에 술 빚는 기계를 돌려달라고 갔다가 허탕치고 돌아온 일이 있었다. 그는 어려운 살림에 술 빚는 기계를 힘겹게 장만했으나 보안서에 곧 압류 당했다. 그러다 우연히 직장 동료 집에 갔다가 압류 당했던 자신의 기계를 발견하게 되었다. 동료의 아내가 시장에서 1만 7천원에 구매한 것이라고 했다. 그 주민은 당장 보안서에 찾아가 자신의 기계를 돌려달라고 했다. 당직을 보던 보안원은 회수 기계는 무조건 파철로 만들어 파철 수매소에 보낸다며 시장에 내다판 사실을 잡아뗐다.

그는 울먹이며 “인민의 재산을 지킨다는 법관들이 인민의 재산을 마구 빼앗아 팔아 자기 돈 주머니를 챙기는데, 그런 법관들에게 우리 생명과 재산을 의탁해야 하다니 인민이 불쌍하다”며 한탄했다. 이를 지켜보던 구경꾼들이 많았다. 계면쩍어진 보안원이 무슨 구경났느냐며 고래고래 소리치자 그제야 주민들이 뒤돌아섰다. 흩어지던 주민들은 “장마당이 언제부터 파철 수매소가 됐냐?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을…”하고 수군거렸다.

북한 당국은 밀주판매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밀주는 몇 안 되는 중요 생계수단 중 하나이다. 옥수수로 술을 만들어 팔고, 깡치는 한 일주일 정도 우려냈다가 옥수수 가루에 섞어 술죽빵을 만들어 먹는다. 술을 제조하자면 술 빚는 기계(냉각기)가 필요하다. 솜씨 있는 주민들은 철판을 구해 직접 만들기도 하지만, 대체로 한 대에 1만원-1만5천 원가량에 구입한다. 이 술 냉각기를 당국에서 수시로 단속하고 있다. 단순히 물건만 몰수하는 것이 아니라, 벌금 5천원에 조서까지 써야 한다. 보안서에서는 보안원들이 압류한 물건을 시장에 내다팔아 수익금을 나눠 갖는 일이 다반사다. 간혹 주인이 기계를 찾으러 오면 파철 수매소에 넘겨버렸다고 하면 그만이다. 이에 주민들의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 불만은 곧 당국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진다. “당에서는 어느 것 하나 인민의 리익을 도모해주는 것이 없고, 권력을 쥐고 있는 법관들의 권세나 높여주어 그들 살 길만 도모해준다”면서 “아무래도 여기는 백성들이 살 곳은 못 되는 것 같다”고 한탄하는 주민들이 많다.

■ 여성/어린이/교육

회령시 여맹위원장 가족 추방령

회령시 여맹위원장 가족 추방령

지난 2월 말 회령시 여맹위원회 위원장의 남편이 마약 소지 및 거래혐의로 구속되었다. 여맹위원장의 남편은 한 외화벌이 회사의 사장이었는데, 최근 중앙 당 소조가 국경지역 외화벌이 회사들을 일제히 검열하는 과정에서 덜미를 잡혔다.

가택수사 결과 얼음(빙두) 10여 kg, 얼음 해독제로 사용되는 ‘덴다’가 약 4kg 나왔고, 그 외 상당한 금액의 현금 뭉치가 발견되었다. 돈이 너무 많아 세지 못해 보안원들이 직접 무게를 달아 보았더니 35kg 상당 되었다. 외화는 없었고 모두 북한 돈이었는데 단지 마약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돈 뿐만 아니라, 여맹위원장이 주민에게 거뒀으나 당에 바치지 않고 빼돌린 돈이 대량 포함되어 있었다.

남편은 회령 전거리 교화소에 압송되었고, 가족은 보위부에 구속수사를 받고 있는데 현재 추방령이 내려진 상태이다.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시 여맹원들이 100원씩 거두고 있는데, 주민들 사이에는 이번 사건과 연관 지어 말들이 많다. 그동안 이렇게 거둔 돈을 시여맹위원장이 얼마나 빼돌렸겠느냐면서, 여맹위원장을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나오고 있다.

한편 전거리교화소는 지난해 말부터 수용인원이 초과하는데다 식량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해 굶어죽는 재소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교화소 측에서는 죽어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체 처리에 고심하고 있다. 생각다 못해 폐기된 기차 화물차량을 가져와 사체를 쌓고 집단 화장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아직까지 재소자의 인권 보호가 매우 열악한 형편이다.

■ 경제활동

국경지역 보위부, 핸드폰 단속 실적 향상

국경지역 보위부, 핸드폰 단속 실적 향상

지난 해 연말부터 국경지역의 핸드폰 단속이 전례 없이 강화되고 있다. 그동안 핸드폰 단속을 표방하긴 했으나 수단이 열악해 단속에 어려움이 있어왔다. 아무리 대중 강연을 통해 손전화기를 사용하지 말 것과 손전화기 사용자에 대한 처벌을 반복해서 엄포하더라도 손전화기가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확산되어 왔다. 이에 당국에서는 중국으로부터 고성능 전화 탐지기를 몇 차례에 걸쳐 들여와 단속에 투입하고 있다.

지난 2․16 명절을 기점으로 중국에서 또 다시 고성능 전화 탐지기를 수십 대 들여와 단속에 나섰다. 회령시 보위부의 경우 사용 첫 날에만 40여 대에 이르는 핸드폰을 몰수해 도 보위부로부터 칭찬을 받기도 했다. 회령시를 포함한 국경의 주요 도시에서는 하루 평균 5-6대의 핸드폰을 몰수하고 있다.

전국 도 소재지 보름치 배급 풀어

전국 도 소재지 보름치 배급 풀어

지난 6개월 동안 전기 부족과 식량 부족으로 전염병 환자와 아사자가 증가하자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당국에서는 일단 각 도 소재지에만 열흘에서 보름치 가량의 식량을 풀었다. 이례적으로 군량미를 풀다보니 군부에서도 4월말에서 5월 초순경이면 식량사정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군량미는 원래 6월까지의 계획량이었으나, 이번 도 소재지 보급으로 5월을 넘기기 어렵게 되었다. 군량미 두 달 분량을 이번에 풀었기 때문이다. 당 중앙위원회에서는 해외에 파견되어 있는 모든 기관들에 4월 15일 전으로 할당받은 식량을 신속히 본국에 보내도록 지시했다.

평성의 한 간부는 “이번에 마지막 군량미를 사회에 내놓은 것은 현재상황이 막다른 지경에 도달해 더 버티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 미국과의 회담에서 모든 위기를 풀어야만 하기에 모든 조건을 접고서라도 현재 난관을 풀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미관계나 6자회담, 남조선과의 전망을 보고 모험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이 고비를 넘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외부에서 식량차관이 들어오기 전까지 최대한 아끼고 버티자는 분위기가 계층과 단위를 막론하고 전반적으로 퍼져있다.

한편 시장가격은 요즘 계속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청진시의 경우 지난번 공급받은 입쌀이 모두 시장에 되돌아와 쌀장사가 거의 멎다시피 하고 있다. 주민들이 식량부족으로 입쌀을 팔아 잡곡을 준비하는 관계로, 청진을 기점으로 활발하던 쌀장사가 여전히 휴면상태나 다름없다.

화교의 사회적 지위 상승

화교의 사회적 지위 상승

북한 당국의 화교에 대한 대접이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화교를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이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웬만한 도당, 시당 간부급만큼이나 화교들의 위세가 당당하다. 국가의 재정상태가 어려워지면서 사회적으로 애국헌납운동을 벌였는데, 이 때 화교들이 조직적으로 헌납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함경북도 회령시의 젊은 남자 화교는 북한 돈 5천만 원을 헌납해 김정일 최고위원장으로부터 애국자라는 친필서한까지 받아 시당 간부들도 극진히 대접할 정도이다. 화교들은 거의 모두 조선주재화교교민회에 소속되어 이 같은 헌납운동에 참여해왔다. 이들의 자발적인 헌납은 북한 정부에서 화교 자녀를 위한 소학교와 중학교를 만들어 허가해준 데 대한 보답으로 시작된 일이었다. 그 뒤로 화교협회는 해마다 북한 당국에 많은 액수를 헌납하고 있다.

북한 당국에서도 이들의 재정 지원을 높이 사 자녀들의 고등교육 진학을 허용하고 있다. 이전에는 중학교 과정이 최종 교육이었으나 이제 김일성종합대학을 비롯한 각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