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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250호

■ 시선집중

“닭이 아니라 사람을 잃었습니다”

저는 황해남도 재령군의 한 농촌 마을에서 부모님과 셋이 살고 있습니다. 원래는 중학교 1학년에 다녀야할 나이지만 작년부터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에는 닭이 세 마리 있습니다. 저는 부모님들이 산으로 밭으로 풀을 뜯으러 가는 시간에는 아무 곳에도 못가고 집에서 닭을 지켜야 합니다. 올해는 대낮에도 빈집에 도적들이 많이 들어 한시도 못 비우고 지켜야했습니다. 사람이 있어도 집에 무엇이 있다 치면 강도가 들곤 했답니다.

우리 집에는 닭알을 잘 낳는 암탉 세 마리가 있습니다. 하루는 집 마당에 닭을 내놓고 햇볕을 쪼이며 지키고 있는데 아버지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혼자 어디에도 못가고 심심하던 차라 닭을 우리에 가둬넣고 아버지 친구와 한참 집에서 놀다가 아버지 친구가 가시자 그만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이 돌아와서 야단치는 소리에 깨어났는데, 부모님께서는 닭 한 마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야단이었습니다.

제가 잠든 사이에 누군가 집안 우리에 가두어둔 닭을 채간 것이 분명합니다. 그 닭 세 마리가 알을 낳아 그걸로 우리 세 식구 식량을 마련하곤 하는데, 그 중 제일 알을 잘 낳는 닭이 없어진 것이니 어머니가 야단칠 만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도둑이 들었다면 세 마리 다 가져 갔을 것인데 한 마리만 가져간 것을 보면 분명 누군가 아는 사람이 왔다가 가져간 것이 아닌가?”하면서 저보고 “누구 왔다간 사람이 없었는가?”물어보셨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친구가 왔다 간 생각이 떠올라 말하였습니다.

아버지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사람은 마음이 너무 순진한사람인데 전혀 그럴 사람이 아니다. 공장이 정지된 지 오래돼 서로 본지도 오래됐는데 무슨 일로 왔다갔을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그래도 “이 세월에 누구를 믿겠는가?”하면서 한 번 집에 가보자고 했습니다. 어머니가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물어볼 겸 그 집을 한번 살펴보자”고 하는데도 아버지가 나서지 않아 저와 어머니만 가기로 했습니다.

어머니와 제가 그 집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닭을 삶는 냄새가 집안을 돌았습니다. 어머니가 다짜고짜 아버지 친구를 붙잡고 “세상에 어디 이런 일이 있습니까? 아이 있는 집에서 그것도 친구란 사람이 도적질을 하다니 보안서로 갑시다”라며 입에 담지 못할 욕을 다 했습니다. 저도 끼어들어 별의별 욕을 다하고, 심지어 방에 누워있는 아주머니 옆에 담아놓은 닭고기 그릇을 발로 차서 엎질러 버렸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 친구를 붙잡고 보안서로 가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야단하는 사이에 어느 샌가 뒤따라오신 아버지가 어머니를 말렸습니다.

두 무릎을 꿇고 비는 아버지 친구 앞에서 어머니는 더럽다고 하면서 배상해내라고 난리를 쳤습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막 밀어내어 어머니는 저를 끌고 나와 버렸습니다. 집에 와서 그렇게도 분해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닭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제가 너무도 죄송했습니다. 그 날 밤늦게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친구의 안해(아내)가 앓고 있는데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어 우리 집에 뭐 먹을 것 좀 꿀까 해서 왔다가 닭을 가져갔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이미 지나간 일이니 그만 잊어버리자”고 하셨고, 어머니는 “제 것 하나 제대로 못 지킨다”며 아버지에게 푸념을 늘어놓는 소리를 하셨는데 두 분 말씀을 들으며 잠이 들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난 뒤 며칠 뒤 아버지가 공장 사람이 부른다며 나갔다가 저녁 늦게 돌아와서는 밤새 아무 말씀도 안하시다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어머니에게 그 친구의 안해가 죽어서 공장에서 장례를 치러주고 왔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10월 수확철인데도 보름 넘게 풀죽으로 연명하다가 너무 먹지 못해 체면을 무릎 쓰고 우리 집에 식량을 꾸러왔다가 그런 짓을 했다며, 친구 분이 다시 용서를 빌더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닭고기그릇을 발로 차 엎은 것이 인차 눈에 떠올라 못내 후회되었습니다. “(그 아저씨) 마음이 얼마나 상했겠는가?”하는 어머니 말에 저는 밤을 뜬눈으로 지샜습니다. 며칠 후 홀쪽해진 얼굴로 우리 집을 다시 찾은 아저씨의 손에는 병아리를 갓 벗어난 작은 닭이 한 마리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미안하다, 미안하다”거듭하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저씨가 다녀간 그 날 저녁, 공장일군이 또 아버지를 불러가셨습니다. 아저씨도 세상을 떠났다고 했습니다. 저는 밤새 내내 이불을 쓰고 울었습니다. 저는 닭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사람을 잃어버렸습니다.

■ 경제활동

“닭이 아니라 사람을 잃었습니다”

저는 황해남도 재령군의 한 농촌 마을에서 부모님과 셋이 살고 있습니다. 원래는 중학교 1학년에 다녀야할 나이지만 작년부터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에는 닭이 세 마리 있습니다. 저는 부모님들이 산으로 밭으로 풀을 뜯으러 가는 시간에는 아무 곳에도 못가고 집에서 닭을 지켜야 합니다. 올해는 대낮에도 빈집에 도적들이 많이 들어 한시도 못 비우고 지켜야했습니다. 사람이 있어도 집에 무엇이 있다 치면 강도가 들곤 했답니다.

우리 집에는 닭알을 잘 낳는 암탉 세 마리가 있습니다. 하루는 집 마당에 닭을 내놓고 햇볕을 쪼이며 지키고 있는데 아버지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혼자 어디에도 못가고 심심하던 차라 닭을 우리에 가둬넣고 아버지 친구와 한참 집에서 놀다가 아버지 친구가 가시자 그만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이 돌아와서 야단치는 소리에 깨어났는데, 부모님께서는 닭 한 마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야단이었습니다.

제가 잠든 사이에 누군가 집안 우리에 가두어둔 닭을 채간 것이 분명합니다. 그 닭 세 마리가 알을 낳아 그걸로 우리 세 식구 식량을 마련하곤 하는데, 그 중 제일 알을 잘 낳는 닭이 없어진 것이니 어머니가 야단칠 만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도둑이 들었다면 세 마리 다 가져 갔을 것인데 한 마리만 가져간 것을 보면 분명 누군가 아는 사람이 왔다가 가져간 것이 아닌가?”하면서 저보고 “누구 왔다간 사람이 없었는가?”물어보셨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친구가 왔다 간 생각이 떠올라 말하였습니다.

아버지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사람은 마음이 너무 순진한사람인데 전혀 그럴 사람이 아니다. 공장이 정지된 지 오래돼 서로 본지도 오래됐는데 무슨 일로 왔다갔을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그래도 “이 세월에 누구를 믿겠는가?”하면서 한 번 집에 가보자고 했습니다. 어머니가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물어볼 겸 그 집을 한번 살펴보자”고 하는데도 아버지가 나서지 않아 저와 어머니만 가기로 했습니다.

어머니와 제가 그 집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닭을 삶는 냄새가 집안을 돌았습니다. 어머니가 다짜고짜 아버지 친구를 붙잡고 “세상에 어디 이런 일이 있습니까? 아이 있는 집에서 그것도 친구란 사람이 도적질을 하다니 보안서로 갑시다”라며 입에 담지 못할 욕을 다 했습니다. 저도 끼어들어 별의별 욕을 다하고, 심지어 방에 누워있는 아주머니 옆에 담아놓은 닭고기 그릇을 발로 차서 엎질러 버렸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 친구를 붙잡고 보안서로 가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야단하는 사이에 어느 샌가 뒤따라오신 아버지가 어머니를 말렸습니다.

두 무릎을 꿇고 비는 아버지 친구 앞에서 어머니는 더럽다고 하면서 배상해내라고 난리를 쳤습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막 밀어내어 어머니는 저를 끌고 나와 버렸습니다. 집에 와서 그렇게도 분해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닭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제가 너무도 죄송했습니다. 그 날 밤늦게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친구의 안해(아내)가 앓고 있는데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어 우리 집에 뭐 먹을 것 좀 꿀까 해서 왔다가 닭을 가져갔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이미 지나간 일이니 그만 잊어버리자”고 하셨고, 어머니는 “제 것 하나 제대로 못 지킨다”며 아버지에게 푸념을 늘어놓는 소리를 하셨는데 두 분 말씀을 들으며 잠이 들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난 뒤 며칠 뒤 아버지가 공장 사람이 부른다며 나갔다가 저녁 늦게 돌아와서는 밤새 아무 말씀도 안하시다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어머니에게 그 친구의 안해가 죽어서 공장에서 장례를 치러주고 왔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10월 수확철인데도 보름 넘게 풀죽으로 연명하다가 너무 먹지 못해 체면을 무릎 쓰고 우리 집에 식량을 꾸러왔다가 그런 짓을 했다며, 친구 분이 다시 용서를 빌더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닭고기그릇을 발로 차 엎은 것이 인차 눈에 떠올라 못내 후회되었습니다. “(그 아저씨) 마음이 얼마나 상했겠는가?”하는 어머니 말에 저는 밤을 뜬눈으로 지샜습니다. 며칠 후 홀쪽해진 얼굴로 우리 집을 다시 찾은 아저씨의 손에는 병아리를 갓 벗어난 작은 닭이 한 마리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미안하다, 미안하다”거듭하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저씨가 다녀간 그 날 저녁, 공장일군이 또 아버지를 불러가셨습니다. 아저씨도 세상을 떠났다고 했습니다. 저는 밤새 내내 이불을 쓰고 울었습니다. 저는 닭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사람을 잃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