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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89호

■ 시선집중

‘ㄹ’받침 들어가는 세 가지 생필품 모자라

함경북도 지역에서는 “쌀, 물, 불” 등 ‘ㄹ’ 받침이 들어가는 세 가지 생존 필수품이 모자라 주민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요즘 생활을 보면 마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와 흡사하다는 주민들도 있다. 다른 지역에는 남한에서 들어간 수해 지원 물품이 부분적으로나마 긴급히 이뤄지고 있으나, 함경북도에는 철도와 도로 등 교통수단 마비로 지원물품이 아예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강원도 수해지원물품 제대로 전달 안 돼

수해피해를 가장 많이 입었던 강원도 지역들에선 남쪽에서 보내 준 수해지원 물품이 아직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수해지원물품이 군대차량으로 강원도 지역에 계속 운반되고 있으나, 수해피해가 극심했던 이천군과 회양군 등지에서는 식량이나 의약품 등 지원물품을 아직까지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는 현재 피해가 심했던 군대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여성/어린이/교육

비사그루빠 1차 총화, 공개처형자 많아

회령시에서는 일주일 전에 마약 밀매자 한 명을 공개총살했다. 회령처럼 중국과 국경을 맞댄 연선지역에서는 검열과 단속이 강화됨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내놓고 마약과 골동품, 송이버섯 등 돈 될 만한 거래를 계속하는 불법 도강자들이 많다. 양강도 혜산에서도 9월 초 나무를 밀수하던 사람이 검열과정에서 드러나, 공개총살을 당했다. 목재 수출이 승인된 것을 이용, 개인적으로 빼돌려 밀수출하다가 적발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각 지역별로 검열 중간 총화를 하면서 당국에서는 성매매, 간첩, 밀수 등을 집중 단속했고, 죄질에 따라 극형에 처하기도 했다. 반면 간첩신고자에게 포상하겠다는 당근책도 쓰고 있다.

성매매 여성 대거 검거

전국적으로 비사회주의그루빠 검열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9월 초에 중간 총화가 있었다. 이 때 성매매 여성들이 대거 검거됐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3년형을 받고, 평남 증산군 로동단련대에 호송됐다. 내용을 보면, 대체로 가난한 집 딸들이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어머니와 토의한 끝에 성매매를 한 경우가 제일 많았다. 일자리와 배급, 로임이 조금만 있었어도 이런 일을 누가 하겠느냐는 것이 당사자들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얘기다. 식량난이 심해지면서 성매매를 하는 미성년자들이 늘고 있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강원도 원산에서는 전문 식당 지하에 방을 꾸려놓고, 미성년자들을 접대부로 모집해 성매매를 시킨 대규모 집단이 색출됐다. 식당 주인과 관리자 7명은 총살형에 처하고, 성매매에 가담했던 약 40여 명의 미성년자들은 현재 감옥에서 교육받는 중이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 비사그루빠의 단속이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중간 총화를 계속 할 것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식량 중단에 꽃제비 대거 구제소 이탈

회령시 꽃제비 구제소에는 선거 때 약 100여명의 꽃제비들이 있었는데, 식량공급이 잘 안 돼 대부분 꽃제비들이 구제소를 이탈해 현재 50여명만 남았다. 나머지도 배고파 도망칠까봐 감시가 강화되고 있다. 함경북도 각 지역에서는 늘어만 가는 꽃제비들을 감당하지 못해 모두 청진의 도 집결소로 보내는데 거기엔 한 집결소에만도 약 2~3백 명의 꽃제비들이 수용돼있다.

■ 경제활동

신의주, 고의 범죄 잇따라

지난 8월말 신의주 한 여관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보안서에서는 피해자가 소지한 일체의 소지품과 심지어 입고 있던 옷까지 벗겨진 점 등을 미루어 음독살해라 판명했다. 현재 옷을 증거물로 범죄자를 찾고 있다. 또 지난 9월 5일에는 전화 케이블선을 누군가 고의로 끊어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아직 수사 중이나 해명을 못하고 있다. 전화선이 복구되는데 일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때 아닌 방공훈련에 주민 원성 높아

식량과 식수 부족으로 일상생활에 지친 주민들은 이런저런 시달림에 더욱 고달프게 지내고 있다. 9월 4일 신의주에서는 갑자기 오전 11시에 싸이렌 소리가 울리면서 모두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마침 길을 지나가던 사람과 점심 식사를 준비하려고 물통을 들고 물 길러 나온 주부들이 아파트나 골목들에 밀려들어 오도 가도 못한 채 약 반 시간동안 갇혀 있었다. 해제경보가 울리자 그제야 민간 반항공 훈련이라고 했다. 훈련시간에 걸려 일부 주민들은 점심밥도 해먹지 못한 채 오후 출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보안원들 범죄단속보다 자기 잇속만 챙겨

전국 어느 시장엘 가나 소매치기가 극성이다. 남신의주시 락원 노동자구역에서도 남자 어린이 꽃제비들이 삼삼오오 조직적으로 무리지어 다니며 주머니 털기를 하는 바람에 시장에 나가면 지갑 털린 사람들의 아우성이 요란하다. 그런데 보안원들이 이런 일은 외면하고, 개인적으로 챙겨 ‘먹을 일’만 찾아나서 비난을 사고 있다. 주민들 중에는 보안원이 범죄는 단속 안 하고, 장사꾼들이 물건 넘기는 길목을 지켰다가 단속해서 빼앗거나 뢰물을 받고 손 써주는 일에 더 몰두한다며, 치안 문제에 더 신경 써야 하는 게 아니냐 핀잔하기도 한다.

회령 배급, 조만간 완전 중단될 듯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시 건설 사업이 활발한 가운데 그나마 배급이 이뤄져 왔으나, 이달 중순경이 되면 회령도 더 이상 배급을 줄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회령 주민의 약 70% 가량은 배급으로 나오는 옥수수와 감자로 살고 있어 배급이 중단되면 타격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회령의 시장 쌀 가격은 1,300원대이며, 통옥수수는 500원, 옥수수쌀은 530원 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요즘 풋옥수수가 시장에 나와 옥수수 가격만 약간 떨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신의주 식수사정 계속 어려워

신의주시에서는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식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신의주 시 전체적으로 물이 한 방울도 안 나와 한 달 넘게 식수 비상이 따로 없다. 9월 9일이 지나서야 다시 수돗물이 나오고 있으나,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한 시간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신의주 시민들은 잠도 못 자고 밤새 기다려 물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 물을 받지 못하면 하루 종일 물이 없어 먼데까지 가서 길어 와야 한다. 전기도 하루에 기껏 5시간 공급되는데 전압이 낮아 양수기 사용도 못하는 형편이다.

채소 품귀로 긴급히 비료확보에 나서

내각 산하의 대외경제위원회는 얼마 전 중국 대련에서 남새(채소)용 비료 5천톤을 10% 선불조건으로 계약했다. 비료 대금은 대외경제위원회 산하 각 무역단위와 회사에서 지불하는 것으로 했다. 이번 수해로 남새 농사를 망쳐 올 겨울 남새 품귀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예정이다. 이에 각 무역단위에 겨울 남새를 위한 비료를 무조건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임무를 달성하지 못한 무역 단위들을 아예 해체하겠다는 경고도 했다. 일부에서는 달러가 상승하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냐고 의문을 표시하기도 한다. 한편 9월 2일 미국 달러는 100달러 당 30만 4천 원으로 올랐다.

먹을 게 없어 산모 산후조리 어려워

북한에서 다른 직업군에 비해 그나마 식량지원을 받아왔던 병원과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로 식량 부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식량이나 모든 공급품에 있어 가장 우선해왔던 산원조차도 요즘엔 먹을 것이 부족해 산모들도 산후조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렇게 일반 주민들도 식량이 없다보니 꽃제비 집결소, 교화소, 단련대 등은 식량 사정이 너무 열악해 영양실조로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있다.

식당 문 닫아, 일부 대학생들 개인집에 끼니 부탁

대학교 교육비용도 역시 거의 모두 자부담이다. 신의주 교원대학의 한 여학생은 “신의주 교원대학은 주로 녀대생들인데 시골에서 온 녀학생들은 아빠트의 어느 한집을 골라 쌀을 맡겨두고 밥을 대놓고 먹는다. 아침마다 일찍 와서 밥을 먹고 간다”고 요즘 대학 풍경을 설명했다. 자비로 식량을 해결할 수 있는 일부 학생들은 학생 여럿이 쌀을 구해 개인 집에 쌀을 맡겨 밥을 부탁하고, 그 집에 얼마간의 밥값을 지불하는 식으로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ㄹ’받침 들어가는 세 가지 생필품 모자라

함경북도 지역에서는 “쌀, 물, 불” 등 ‘ㄹ’ 받침이 들어가는 세 가지 생존 필수품이 모자라 주민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요즘 생활을 보면 마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와 흡사하다는 주민들도 있다. 다른 지역에는 남한에서 들어간 수해 지원 물품이 부분적으로나마 긴급히 이뤄지고 있으나, 함경북도에는 철도와 도로 등 교통수단 마비로 지원물품이 아예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강원도 수해지원물품 제대로 전달 안 돼

수해피해를 가장 많이 입었던 강원도 지역들에선 남쪽에서 보내 준 수해지원 물품이 아직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수해지원물품이 군대차량으로 강원도 지역에 계속 운반되고 있으나, 수해피해가 극심했던 이천군과 회양군 등지에서는 식량이나 의약품 등 지원물품을 아직까지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는 현재 피해가 심했던 군대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식량 부족으로 교육 중단된 곳 많아

함경북도 일부 지역에서는 먹을 것이 떨어져 일부 소학교와 중학교에서도 교육이 중단된 곳이 많다. 학교에 출석하는 학생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서다. 그나마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집은 좀 나은 집이고, 대다수 주민들은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교육성에서 각 도를 돌며 매 세대마다 조사장악사업을 진행했으나, 뾰족한 후속대책이 없다보니 별다른 변화가 없다. 학생들의 출석률을 높이려면 먹는 문제가 먼저 풀려야 하기 때문이다. 강원도 원산시에서도 취학연령대의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대신 엄마와 함께 시장에서 얼음과자나 남새장사(채소장사), 또는 짐을 운반해주는 일을 하면서 밥벌이를 하고 있다. 대부분 시외 시골 아이들이다.

다행히 학교에 나간다 해도, 시골 아이들은 책가방도 없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현재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거의 모든 교육비용을 자부담하는 실정이라, 돈 없는 학생들은 그만큼 학습도구를 갖추기가 어렵다. 개인 필기구와 책가방 등은 제외하고라도 빗자루, 밀걸레 같은 청소용구는 물론 입학할 때 자기가 앉는 책상, 걸상까지 학생들이 부담하고 있다. 하다못해 교사들이 사용하는 분필도 공급해줘야 한다. 이렇게 일선 학교에서 교과서, 학용품 공급을 거의 못하고 있어 시장에서 구입해 쓴다.

함경북도 일부 기숙학교 급식 중단

함경북도 청진의 기능공학교와 고등 전문학교(2년제)에서 식량이 떨어져 합숙생(기숙사생)들이 열흘 넘도록 쌀 한 톨 먹지 못하고 있다. 식당에서는 식사를 아예 제공하지 않고 있어,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기 어려운 가난한 학생들 중에 쓰러지는 학생들도 나오는 실정이다. 사실상 식당은 식량이 없어 문을 닫은 상태이다. 통학생들은 집에서 밥을 먹고 학교에 나오나, 합숙생들은 아무런 대책이 없다. 합숙생이 더 많은 학교에서는 수업이 아예 중단된 곳도 있다. 한 교사는 고난의 행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현재 원장부터 선생님들까지 모두 식량을 얻기 위해 애쓰고 있으나 처지가 다 비슷해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