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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184호

■ 시선집중

평양시, 풀죽도 못 먹고 출근하는 세대도 있어

평양시 일부 주변 구역에서는 식량난이 점점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의 옷차림만 보더라도 국경연선지역 주민들의 옷차림보다 초라한 사람들이 많아 보일 정도다. 몇몇 공장의 초급당에서는 “공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장군님을 끝까지 옹호하고 따라가는 마음으로 가장 어려운 이 때 공장에 나와야 한다. 그러니 아무리 어려워도 공장에 출근해라. 현장에 누워 있다가 집에 가더라도 일거리가 있든 없든 일단 나오라”고 매일 강연한다. 이에 가까스로 출근하기는 하지만, 점심시간에 먹을 것이 없어 집에 가지 않고, 그냥 공장에 남아 오후 출근시간까지 잠자는 노동자들이 많다.

청진시 꽃제비 구제소에 통옥수수 배급

7월 들어 함경북도 청진시는 꽃제비 구제소에 통옥수수를 배급하고, 은하피복공장에서 생산된 수출용 작업복을 한 벌씩 지급했다. 한 간부는 “꽃제비들이 생활에 안착감을 가지게 시당에서 약도 내주고 생활필수품도 지원해주기로 했다. 늘어나는 꽃제비들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올해 식량난이 하도 심각해서 시에서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라고 했다. 그는 다른 도시에서 꽃제비들이 자꾸 몰려드는 바람에 청진시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했다. “일단 구제소에 넣고는 있지만 구제소의 수용 인원도 한계가 있는데다 환경이 너무 열악해 아이들이 곧 다시 뛰쳐나가곤 한다. 시에서 여러모로 애를 쓰고 있으나, 이 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올해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한 식량 배급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꽃제비 구제소에 배급을 한 것은 전례 없던 일이다.

■ 경제활동

고리대금 빌리기도 어려운 처지에 발만 동동

함경북도 온성군 4․25 담배 농장에서는 식량난으로 토끼풀 쇠투리에 옥수수가루를 섞어 풀죽을 해먹으면서 일하러다니는 사람들이 절반이 넘는다. 식량 사정이 변변치 못하다보니 일부 집에서는 가을 고리대금이라도 꿔서 눈앞에 닥친 식량난을 헤쳐 보려고 하지만, 고리대금을 꾸기는커녕 구경조차 못하고 있다. 이 곳 농민들은 고리대금이라도 좋으니 돈이나 식량을 꿀 수 있으면 좋겠다며 발만 동동 구르는 처지다.

“이젠 웬만한 배고픔과 추위, 질병에는 두려움이 없다”

평양시의 한 무역 일군은 “지금 조선 현실에서 백성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하는 물음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배급이 중단되면서 많은 세대들에서는 갑자기 들이 닥친 생계 위기에 매우 고통이 막심했다. 모든 것을 나라에 손 내밀지 않고 자체로 해결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조건에서 모두들 강인한 의지로 소토지를 일구거나 적은 돈으로 장사를 한다. 먹을 게 없을 때는 나물이나 풀을 먹기도 하고 굶을 때도 있지만 이악스레 살아남은 사람들은 대다수가 웬만큼 곤란을 이겨내고 주변 환경과 변화된 현실에 대해 비교적 적응이 되어있다. 지금 사람들의 의식은 보고 들은 것이 별반 없다나니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문제가 제일 큰 과제로 되어 있다.

식량난은 어느 한 지방이나 일부 계층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다 비슷한 실태에 놓여있다. 그러니 모두 자기 능력으로 살아나기에 전력을 다한다. 인제는 웬만한 배고픔이나 추위, 질병에 대해서는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기를 못 보거나 문화적인 생활을 못하는 것도 별반 고통스러워하지 않는다. 10년이 넘게 지나면서 공급제에 의존해 살던 시절의 의식은 사라졌다. 지금은 미공급제에 습관이 됐고 적응력이 생겨 곤란한 생활을 버티는 힘도 생겼다. 다른 나라 같으면 이런 조건에서 체제가 열 번도 더 바뀌었겠지만, 지금도 이 체제가 유지되는 것은 바로 백성들이 최악의 현실에 적응할 수 있는 강한 면역력이 생겼기 때문이고, 지배계층에 대해서는 아직도 무조건 공급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평백성들의 생존 의지와 면역력을 강하게 평가하는 그이지만, 올해 식량난의 전망에 대해서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식량난이 올해 갑자기 심해진 것으로 보면 안 된다. 내가 여기 저기 다녀보면 이미 재작년(2006년) 여름에 큰물피해가 있고나서 그 해 겨울부터 조짐이 보였다. 그 때 이러다가는 고난의 행군이 다시 올 것이라고 사람들이 아우성을 쳤는데, 그 짐작이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작년에는 어찌어찌 고비를 넘겼다지만 작년에도 큰물피해가 있었고, 그게 또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게다가 나라에서 비배관리를 없애고 젊은 여자들을 장사하지 못하게 하는 정책들을 편 게 큰 잘못이다. 평백성들이 면역력이 생긴 게 이런 소토지와 장사 덕분인데 이걸 막자면 다 죽으라는 얘기인지, 대체 어쩔 심사인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라며 올해를 버티면 내년은 또 어찌될 지 생각만 해도 캄캄하다고 걱정했다.

량강도, 함경도에 나가 식량 구해

량강도 대홍단, 백암 등의 식량 사정이 여전히 좋지 않다. 봄철에 이미 씨종자를 제외한 감자를 거의 다 먹고 팔았기 때문이다. 햇감자를 아직 수확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먹을 게 별로 없는 처지다. 올 봄 식량난이 워낙 심각해서 김매기철에 출근하지 못하는 농민들이 속출하는 한편 농사 동원에 나가지 못한 노동자들이 많았다. 농민들과 노동자들은 산나물이나 약재를 캐러가거나 소토지 농사를 짓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에 각 농장과 기업소 등지에서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함경남북도의 농장들을 찾아가 가을에 햇감자를 1.5배 더 주겠다고 약조하고 곡물을 받아와 긴급히 배급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바닷가 마을까지 찾아가 가을에 감자를 주기로 하고, 마른 미역이나 물 낙지(물오징어) 등을 구입하고 있다.

평양시, 풀죽도 못 먹고 출근하는 세대도 있어

평양시 일부 주변 구역에서는 식량난이 점점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의 옷차림만 보더라도 국경연선지역 주민들의 옷차림보다 초라한 사람들이 많아 보일 정도다. 몇몇 공장의 초급당에서는 “공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장군님을 끝까지 옹호하고 따라가는 마음으로 가장 어려운 이 때 공장에 나와야 한다. 그러니 아무리 어려워도 공장에 출근해라. 현장에 누워 있다가 집에 가더라도 일거리가 있든 없든 일단 나오라”고 매일 강연한다. 이에 가까스로 출근하기는 하지만, 점심시간에 먹을 것이 없어 집에 가지 않고, 그냥 공장에 남아 오후 출근시간까지 잠자는 노동자들이 많다.

청진시 꽃제비 구제소에 통옥수수 배급

7월 들어 함경북도 청진시는 꽃제비 구제소에 통옥수수를 배급하고, 은하피복공장에서 생산된 수출용 작업복을 한 벌씩 지급했다. 한 간부는 “꽃제비들이 생활에 안착감을 가지게 시당에서 약도 내주고 생활필수품도 지원해주기로 했다. 늘어나는 꽃제비들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올해 식량난이 하도 심각해서 시에서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라고 했다. 그는 다른 도시에서 꽃제비들이 자꾸 몰려드는 바람에 청진시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했다. “일단 구제소에 넣고는 있지만 구제소의 수용 인원도 한계가 있는데다 환경이 너무 열악해 아이들이 곧 다시 뛰쳐나가곤 한다. 시에서 여러모로 애를 쓰고 있으나, 이 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올해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한 식량 배급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꽃제비 구제소에 배급을 한 것은 전례 없던 일이다.

농민들이 훔쳐 먹은 풋옥수수 2정보 분량

평안북도 피현군 룡계리 농장원들은 7월 현재까지 식량이 나오지 않자 농장 옥수수 밭에서 풋옥수수를 훔치고 있다. 그런데 도난 되는 옥수수량이 너무 많아 급기야 농장관리위원회에서 엄중히 경고하고 나섰다. 이제부터 농장 밭에서 옥수수를 한두 이삭이라도 도적질하다 걸려 관리위원회에 제기되면, 추수 분배할 때 15일 또는 1개월 분량을 제하고, 년간 결산 총화에서 현금 분배할 때도 2만원씩 자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처럼 강력 선포를 하게 된 데는 도난당한 옥수수 량을 따져본 결과 잃어버린 양이 무려 2정보(6천평) 분량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이에 농민들은 “주는 건 없이 무조건 못 먹게만 하면 우리더러 살라는 거냐, 죽으라는 거냐”며 반발이 심하다.

평양 7월 식량 배급 일부 축소

평양 중심구역에서는 지난 달 안남미와 짝옥수수(옥수수쌀) 15일 분량을 배급한 데 이어 7월 달에도 15일 분량을 공급했다. 그러나 일부 구역에서는 수요량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해 이틀 공급하다가 배급이 일시 취소되기도 했다. 동대원 구역에서는 밀국수와 짝옥수수, 현미쌀로 일주일 분량이 공급됐다.

■ 논평

취약계층에 먼저 분배한 청진시를 본받기 바란다

"이러다가는 곧 죽고 말겠다”며 꽃제비 아이들 11명이 집단으로 도주했다. 옥수수쌀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로 범벅을 만들어 반 그릇 될까 말까한 양으로 배식 받다보니 배고픈 아이들이 죽을 것만 같다며 뛰쳐나간 것이다. 지난 5월 28일, 함경북도 청진시의 꽃제비 구제소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청진에서 이번에 적은 양이나마 구제소에 통옥수수와 옷가지를 배급했다는 소식은 매우 고무적이다. 명절도 아니고, 특별 방침도 없었는데 시에서 자발적으로 다른 주민들보다 꽃제비들에게 우선 지원했다는 사실은 타의 귀감이 될 만하다.

지원해주는 쪽에서는 가장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원한다. 자기가 도와주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계층에 지원 식량이 들어가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면에서 이번 청진시 사례는 시당국의 판단에 따라 구제소에 먼저 식량 배려를 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일차 배급 대상으로 꽃제비를 염두에 뒀다는 사실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북한 당국은 청진시의 꽃제비 구제 노력에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를 해주기 바란다. 이와 함께‘취약계층 우선 분배 원칙’을 확립하기 바란다. 고위층 간부와 군인들에게는 북한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식량으로 배급해주고, 외부에서 지원된 식량을 전량 취약계층에 먼저 배분하면, 국제사회의 신임을 얻을 수 있어 지원 식량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 당국은 이번에 어렵게 외부 지원이 재개되는 만큼 취약계층에 먼저 배분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을 준수하는 국가로 인정받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