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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277호

■ 시선집중

[단천] 탐사기계공장, 식량난으로 출근자 적어 생산에 지장

탐사기계 공장에는 약 7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있다. 이 공장은 탐사에 필요한 기계를 생산한다. 그런데 작년 식량난 이후 올해 들어서까지 출근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많아 생산에 지장을 주고 있다. 장사하러 떠난 노동자들이 많은데다 굶주림으로 움직이지 못한 노동자들도 많았다. 이들 가정에서는 소나무껍질을 벗겨 먹거나 갈뿌리를 캐서 가루를 만들어 죽으로 먹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온 가족이 먹지 못하고 누워있는가 하면, 움직일 힘조차 없어 정신을 못 차리는 집들이 많다. 낯빛은 누렇고, 눈은 쑥 들어가고, 뼈만 앙상해 말하는 것조차 힘들어할 정도다.

[단천] 기계수리공장 노동자 가족, 나무껍질 끓여먹어

단천시 기계수리공장에는 4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한다. 이 공장에서는 주로 광산이나 탄광에서 사용하는 기계를 수리하는 일을 한다. 이 공장의 생활형편도 다들 비슷비슷하다. 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한 끼니도 변변하게 마련하지 못해 주부들의 근심이 깊다. 해가 바뀌었지만 가마 안에 옥수수밥 대신 나무껍질을 끓일 정도로 식량사정이 여전히 열악하다. 이 공장 노동자들의 부인들은 장사 밑천이 없어 산과 들에 다니며 풀뿌리를 캐다 팔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아이들에게만은 한 끼라도 먹이려고 온갖 고생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단천] 종이공장, 맥없이 기계 앞에서 쓰러지는 노동자 많아

단천시 종이공장의 종업원은 총 300여 명인데, 공장에 출근해 일을 하는 노동자들보다 가만히 앉아서 시간만 보내는 노동자들이 많다. “먹어야 힘이 생기겠는데, 먹지 못하고 나와서 일을 하자니 무슨 맥이 나서 일을 하겠느냐?”는 것이 노동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한지만(50대, 가명)씨는 “가족끼리 서로 걱정하느라 바쁘다. 공장에 나와서 일하는 사람은 집에서 굶고 있는 사람 걱정하고, 집에 있는 사람은 나가서 일하는 사람이 굶고 있는 것을 걱정하는 형편”이라고 했다. 한 작업반장은 기계 앞에서 쓰러지는 실례도 많다고 했다. 그는 “맥이 없어 가만히 앉아있다가도 기계를 돌리면 할 수 없이 일을 하게 되지만, 생산 능률이 없다. 기계에서 일하는 사람의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면 곧 사고가 나고 만다”고 했다. 공장에 다니는 남편을 둔 리숙경(가명, 30대)씨는 “나부터 쓰러지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으로 이를 악다물고 산다. 내가 쓰러지면 나가서 일하는 사람(남편)에게 죽물도 못 끓여줄 게 아니냐. 우리 세대주가 일하다가 쓰러지지나 않을까 늘 근심이다”며 남편 걱정을 했다.

[단천] 시멘트공장, 시내와 멀어 장마당 이용 불편

단천시 시멘트 공장은 노동자 수가 총 500여명에 달한다. 배급이 없어 노동자와 그 가족들은 산과 들에 나가 나물과 약초를 캐다가 장마당에 내다팔아 생활한다. 그런데 공장이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교통이 불편하고, 장마당 가기가 힘들다. 그래서 제때에 팔지 못해 굶을 때가 많다. 지난 3월 초, 이 공장 노동자인 신명희(가명, 40대)씨는 네 식구를 먹여 살리겠다고, 풀뿌리, 나무껍질을 캐러 다니다가 산에서 굴러 떨어져 낙상을 입었다. 그 후 치료도 못 받고 시름시름 앓다가 얼마 전에 사망했다. 최길림(67세) 할머니는 장마당에 다녀오는 길에 기력이 쇠진해 길거리에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이 공장에서는 신씨와 최씨 할머니처럼 산에서 굴러 떨어지거나 기력이 다해 길거리에 쓰러져 죽는 실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단천시 일반 공장 노동자들이 사는 법

함경남도 단천시는 북한에서도 유명한 광업지구로, 중앙 산업에 속하는 중요한 광산과 관련 공장들이 많다. 광산으로는 검덕광산을 비롯해 룡양광산, 대흥광산, 리파광산, 동암광산, 광천광산 등이, 공장들로는 마그네슘크링카공장, 시약공장, 광산기계공장, 동대 선광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광산과 공장들에는 국가 차원에서 식량이 우선 공급되므로 노동자들의 생활이 그럭저럭 유지되는 편이다. 반면 그 밖의 일반 공장, 즉 지방 산업에 속하는 공장들의 상황은 딱하기 그지없다. 경제난 이후 노동자 200명 미만 규모의 도시건설, 피복공장, 옷공장, 식료공장, 장 공장들은 지금까지 노동자들에게 식량공급이란 걸 해본 적이 없다. 최근 몇 년 새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점차 이런 작은 공장들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지방의 큰 공장들도 큰 어려움에 봉착해있다. 다음은 비교적 큰 규모에 속하는 지방 공장 노동자들의 생활 실태다.

■ 식량소식

4.25 건군절 맞아 영예군인에 특별공급

4월 25일 조선인민군 창건 기념일(국군의 날)을 맞아 전국 영예군인 공장에서는 특별 공급이 이뤄졌다. 함경북도 청진시 라남구역에 위치한 영예군인 공장에서도 급수에 따라 우대물자를 공급했다. 영예군인 1급 대상자에게는 쌀 3kg를 비롯해 양복 한 벌, 양말 한 켤레, 설탕과자류 1kg 등을 지급했고, 2급 대상자에게는 여름용 반팔셔츠 1벌, 양말 1켤레, 설탕과자류 700g 등을 주었다. 이번 특별공급에는 영예군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부인들에게도 선물이 있었다. 부인들에게는 시장에서 9천원에 거래되는 중국산 여성용 구두가 지급됐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3등급 이하 영예군인들에게는 아무 것도 지급되지 않아 당사자들 사이에 논란이 일었다.

회령시, 7월까지 15일 분량만 식량배급 통보

함경북도 회령시 량정부는 “4월부터 7월 달까지 매달 상순 배급만 주고, 하순 배급은 식량 사정으로 공급을 못한다”고 밝혔다. 또 8월과 9월에는 옥수수 대신 감자를 공급하고, 10월부터는 햇곡식으로 공급해주겠다고 했다. 한 간부는 “지난 2월에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께서 시찰 오셨을 때 우리 시에서 지은 농사는 국경경비대와 주변 교도 지방구분대에만 공급하고, 다른 지방 구분대들에는 주지 말라는 특별 배려 말씀이 있으셨다. 타지방 구분대에 돌아갈 것을 우리 시 인민들의 배급 공급에 힘쓰라는 말씀이셨다”고 했다. 이에 따라 회령시는 앞으로도 평양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배급을 줄 수 있을 전망이다.

■ 경제활동

라흥활석공장 노동자들, 작업 도중 하루 10명 넘게 쓰러지기도

함경남도 리원군 라흥 활석공장 노동자들의 생계 사정이 매우 열악하다. 곱돌을 캐서 가루를 내 활석분을 생산하는 일인데, 갱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작업 도중에 쓰러지는 사례가 많다. 잘 먹지 못해 허약한 상태에서 힘든 노동을 하다 보니 픽픽 쓰러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작년에는 들 것에 들려나온 사람만 100여 명이 넘었을 정도다. 어떤 날에는 13명까지 쓰러진 적도 있다. 라흥지구 자체가 원래 가난한 지역인데, 이 공장은 특히 식량 사정이 열악하다. 같은 공장 사람들이 풀뿌리, 나물을 서로 캐다보니 가까운 곳에는 없고, 10리를 더 나가야 겨우 조금이라도 캐올 수 있다.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오랜 굶주림으로 힘이 없어 휘청휘청 걷는 사람이 많다.

함주군 돼지공장, 김정일 위원장 시찰 준비로 국가 자재 낭비

함경남도 함주군 돼지공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찰 준비로 분주하다. 작년 7월에 현대식으로 개건사업을 했지만, 올해 2월부터 다시 새롭게 시작했다. 작년에는 건물 벽체마다 미장을 새로 한 데 이어 올해에는 전면 유리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에 유리를 수입하는 것도 문제지만, 다른 건설비용도 만만치 않다. 작년에 벽체 미장할 때 시멘트를 80톤이나 썼는데, 올해 유리 붙이는 작업에도 최소 70톤 이상이 필요하다. 멀쩡한 기계설비들도 중앙당 일꾼들이 현장 점검한 뒤 폐기처분해 노동자들의 눈총을 샀다. “우리 형편에 너무 과하게 꾸리기를 하는 것 같다. 위대한 장군님을 모시는 더 없는 령광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불사하겠지만, 국가 자재를 랑비(낭비)하는 것도 장군님에게 심려를 끼쳐드리는 게 아닌가 한다”며, 공장 새로 꾸리기 사업에 반대하는 노동자와 일꾼들이 절반을 넘는다. 중앙당 일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돼지공장을 잘 꾸리라고 독려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따르고는 있으나, 식량 공급을 받지 못해 결근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함경북도 공장들에 감자농사 권유

함경북도 각 지역에서는 공장, 기업소들에 약 500-600평 규모의 농장 밭을 빌려주고, 감자농사를 짓게 하고 있다. 청진시를 비롯해 어랑군, 화대군, 명천군, 경성군, 길주군 등지에서는 작년에 생산된 식량을 군량미로 바치다보니 정작 주민들에게 배급할 게 없었다. 평소에도 이곳은 자급자족을 못하는 지역인데, 군량미까지 바치다보니 주민 식량배급은 아예 생각도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350명 이상의 노동자가 있는 공장, 기업소에는 최소 500평 이상의 부업 밭을 배정해주고, 감자농사를 권유한다. 문제는 감자종자를 노동자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 한 사람당 감자 종자를 2kg씩 마련해야 한다. 이외에 각종 비료와 농자재도 개인 부담이다. 게다가 아무리 감자 농사를 힘들게 지어도 개인이 가져갈 수 있는 감자는 35kg에 불과하다. 그렇다보니 “일체 동원에 참가하지 않는 게 오히려 편하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일반 정서이다. 지역이나 공장, 기업소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감자 농사에 참가하는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약 60% 정도 된다. 한편 노동자들이 심은 감자는 올해 8월과 9월 식량으로 배급될 예정이다.

■ 정치생활

전거리교화소, 여성전용수감소로 개편될 예정

함경북도 회령시 전거리 교화소가 여성 전용 수감소로 개편될 예정이다. 북한 보안당국은 2010년부터 남자 죄수들은 다른 교화소에 이관시키거나 출소시키고, 여성들만 수용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다만, 남자들이 할 수 있는 작업을 고려해 남자 죄수를 일부 남겨두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현재 이곳에 수감된 여성들은 약 1,200여 명에 이른다. 여성 범죄자가 날로 증가해, 4월 현재에도 매주 한 번씩 20-30명의 새로운 죄수들이 입소하고 있다.

길주군 남양농장관리위원장 부정부패로 구속

함경북도 길주군 남양농장관리위원장이 얼마 전 구속됐다. 돈주들에게 빌린 자금과 농장 자금이 약 1천만 원 이상인데 이를 개인적으로 빼돌린 혐의다. 남양 농장은 원래 논밭이 적어 옥수수농사를 주로 짓는다. 그런데 올해 옥수수 농사를 지을만한 종자가 없었다. 또 농장에 돈을 빌려줬던 돈주들도 돈을 갚아달라며 연일 찾아오는 형편이었다. 이 농장의 한 일꾼은 관리위원장을 신소(신고)한 것이 부기장이라며, “보아하니 검열이 붙을 것 같고, 검열이 시작되면 저(부기장)도 죽을 게 빤하니까 먼저 신소한 것”이라고 했다. 신소가 들어간 것을 알아차린 관리위원장이 부랴부랴 당책임비서를 찾아 사정했으나 도리어 비판만 받았다. 관리위원장의 남편은 돈주들이 매일 집으로 찾아와 돈을 내놓으라고 하자 자살하겠다고 소동을 피우기도 했다.

■ 사회

교통사고 당한 뒤 생계 비관 자살

지난 3월 말, 평안남도 순천시 제약공장에서는 자살한 허병남(40대)씨의 장례를 치러주었다. 이 공장 노동자로 일하던 허씨는 그간 부업으로 장사를 해왔다. 그러다 올해 초 교통사고를 당했다. 서비자동차를 타려고 뛰어오르다가 차가 바로 출발하는 바람에 중심을 잡지 못해 차에 매달린 채 몇 미터를 끌려갔다. 허씨가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허리를 크게 다쳐, 그의 아내가 남편 대신 직장을 그만두고 장사에 나섰으나 얼마 못 가 모두 날리고 말았다.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에 고민하던 허씨의 아내는 정신이상증세를 보이며, 큰길에서 혼잣말로 중얼중얼 세상 욕을 하고 한탄하면서 돌아다녔다. 정신이 이상해진 아내와 꽃제비가 된 어린 자녀들의 모습을 보며 자책하던 허씨는 결국 자살하고 말았다.

전국 곳곳 4월 25일 건군절 행사

전국 곳곳에서 4월 25일 건군절 관련 여러 강연회 및 행사가 열렸다. 함경남도 함흥시에서는 아침 8시부터 로병 열병식 환영식을 개최했다. 녀맹원들은 치마저고리를 입고 환영행사에 참가해야 했다. 당원들은 전사자 가족과 생계가 곤란한 제대군관 돕기에 옥수수 1kg씩 갹출했다. 녀맹원들도 군대에 보낼 생필품 마련을 위해 일인당 1,500원씩 거뒀다. 각 기업소에서는 담당 부대에 위문품을 전달했다. 대체로 한 소대당 세면비누 10장, 빨래비누 10장, 바늘, 실 등 생필품들이었다. 큰 기업소나 사정이 좋은 농장들에서는 떡이나 돼지도 지원했다. 간혹 로병들 집에 식량을 가져다주는 단위도 있었다. 전날인 24일에는 군인 이야기를 소재로 한 록음강연회가 있었다. 내용은 지난 해 8월 13일, 한 병사가 경비정을 타고 기관장과 둘이 순찰을 나갔다가 바다에 빠진 어부들을 구한 얘기다. 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바다에 빠진 어부 29명 중 3명은 숨지고, 25명의 목숨을 구한 일종의 영웅담이었다. 그 병사는 ‘김일성 청년 영예상’을 받고, 기관장은 ‘국기훈장 제1급’을 탔다고 한다. 주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열심히 청취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24일 밤 8시부터 건군절 기념으로 일반 가정에도 전기가 공급됐다. 전기는 25일 밤 12시를 끝으로 다시 끊겼다.

■ 여성/어린이/교육

“굶주린 아이들이 80먹은 늙은이(노인)처럼 걷는다”

추운 겨울이 지나가자 함경북도 김책시 장마당에 꽃제비 아이들이 꾸역꾸역 모여들고 있다. 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15살 미만의 어린 아이들이다. 어떤 아이들은 장보러 오는 사람들의 짐을 날라주며 한 끼 얻어먹기도 한다. 그중에는 간혹 너무 오랫동안 굶주려 쓰러지는 아이들도 있다. 음식 매대 앞에 쭈그리고 앉아 무릎 꿇고 빌면서 줄때까지 버티는 아이들도 있다. 어쩌다 얻어먹을 때도 있지만, 십중팔구 쫓겨나기 십상이다. 한 보안원은 “아이들이 제대로 먹지 못해 눈에 정기가 없고, 걸어가는 것도 80먹은 늙은이처럼 걷는다. 어린 아이들 중에는 굶어죽기도 하는데, 구석진 곳에서 이렇게 발견된 시체가 이번 달에만 네다섯 건 된다”고 했다.

쌀장사 단속으로 생계 막막해져

박혜란씨와 리정옥씨는 함경북도 청진시 수남구역 토박이 단짝이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 시집도 같은 구역으로 갔다. 소학교와 중학교도 같이 다녔고, 직장도 같은 곳에 배치 받았다. 아무리 열심히 직장에 나가도 배급이 나오지 않자, 두 사람은 2005년부터 의기투합해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안 해 본 장사가 없지만, 그 중에서도 최근까지 했던 게 쌀장사다. 황해남도 해주시나 사리원시 등에 내려가 쌀을 구입해 평양까지 자동차로 실어간다. 그 쌀을 다시 청진까지 기차로 실어가는 데, 이때 아는 승무원들에게 얼마간 쥐어준다. 청진에서는 원산지 구매가격보다 대체로 200-300원 더 붙여 판매한다. 이런 식으로 쌀장사를 1년 넘게 해오다가, 올해 3월 보안당국에 붙잡혔다. 이번에 회수된 쌀은 무려 2톤에 달했다. 작년에 유독 장사가 잘 안 돼 고전을 면치 못했던 터라 이번에 입쌀을 회수당한 게 결정적인 타격이었다. 더 이상 다른 장사 할 밑천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교화형은 면했지만,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지게 됐다. 두 사람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자며, 가장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되걸이 장사거리를 찾아다니고 있다.

■ 사건사고

술 취해 초상화 망가뜨린 교사, 목격한 동료 교사 살해

작년 11월에는 함경남도 리원군 곡구리 곡구중학교에서 숙직하던 교사가 같이 숙직 중이던 동료 교사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술에 취해 자던 김성학(40대, 가명)씨는 밤중에 깨어나 술김에 실수로 김일성 주석의 초상화를 떨어뜨렸다. 다시 제자리로 올려놓는다는 게 몸을 가누지 못한 나머지 아예 깔고 뭉개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뒤였다.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하고 있던 차에, 자고 있는 줄 알았던 동료 교사 최씨에게 들키고 말았다. 도망가다 붙잡힌 김씨는 이 행동이 알려지면 최고형을 받는다는 생각에, 우발적으로 동료 교사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김형직군 련하협동농장, 밭갈이 기름 수송도중 충돌사고

량강도 김형직군 련하협동농장에서 밭갈이용 기름을 수송하던 도중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기름 탱크가 터져 디젤유 1.5톤이 땅에 모두 쏟아지고 말았다. 기름을 못 쓰게 된 농장에서는 밭갈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리당과 관리위원회 일꾼들이 일단 개인적으로 식량 60kg씩 팔아 돈을 모으기로 했다. 또 각 농장원들에게도 올해 연말 분배할 때 갚아주겠다며, 40kg씩 갹출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급한 대로 일단 기름 판매상들에게 후불로 먼저 기름을 받아 밭갈이에 들어갔으나, 전체 필요량을 충당할 방법이 묘연한 상태다. 이에 일부 농장 일꾼들은 돈을 최대로 절약하려면, 부림소를 최대한 끌어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부림소를 있는 대로 다 끌어와도 그동안 워낙 잘 먹이지 못해 밭갈이 작업을 할 만한 소가 손에 꼽을 정도이다.

■ 논평

지하자원의 보고, 단천을 살리는 것이 남한에도 이익이다

작년 춘궁기가 한창이던 5월 중순, 함경남도 단천시 룡양광산은 조업을 전면 중단했다. 마그네슘크링카를 생산해도, 판로가 꽉 막혀 팔 곳이 없어서라고 했다. 몇 개월째 노동자들에게 식량배급을 주지 못했던 것은 물론이다. 당시 소식을 전해주었던 한 간부는 “이곳은 메마른 구역이라 풀도 잘 나지 않아 풀조차 뜯어먹기 힘든 실정이다. 노동자와 주민들이 풀도 제대로 먹지 못해 다른 지역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다”고 말했다.

룡양광산은 대흥광산과 함께 마그네사이트의 최대 산지로 꼽히는 곳이다. 제철산업에 필수적인 광물인 마그네사이트는 남한에서 전혀 생산되지 않아, 100%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7년도에 발표된 ‘북한 지하자원 공동개발전략’ 보고서(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연간 내수의 1/4만 북한에서 조달해도 10,080년 동안 마그네사이트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거의 무한정 쓸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채굴 및 운송비용을 감안하면 막대한 투자비용이 예상되지만, 해마다 급등하는 국제 원자재 가격을 생각하면 엄청난 경제적 이익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7년, 남북한 당국은 “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따라, 3회에 걸쳐 공동조사를 하고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한 바 있다. 이때 조사 대상지는 룡양, 대흥광산과 함께 북한 최대 아연산지인 검덕광산 등 3개 광산이었다. 그런데 곧 현실화될 것 같던 남북자원협력의 청사진은 1년이 지난 지금, 잊혀 진 옛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지난 해 2월까지만 해도 “북한 자원개발을 서두르지 않으면 중국에 모두 넘어 간다”며 호들갑떨던 언론의 목소리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개성공단마저 존폐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한 자원협력사업 역시 진척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 경색 국면에서 최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역시 북한 주민들이다. 남한의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이 끊기면서 지난 해 혹심했던 춘궁기 식량난은 단천지구도 결코 비껴가지 않았다. 룡양광산의 실례에서,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광산과 공장들도 혹독한 식량난을 겪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지방에서 관리하는 공장들의 사정이야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300-700명 규모의 큰 공장들의 실태도 마찬가지였다. 각 공장들마다 생산량이나 노동자 출근율(결근율), 노동자 가족의 영양실태 등을 정확한 수치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룡양광산의 실례로 미루어보건대 매우 취약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주민들의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남북한 화해 정책으로의 전환은 절실하다.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남북자원협력사업을 재가동하는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남북관계가 진전하면 할수록 그만큼 많은 목숨을 구원할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했으면 한다. 언제까지 우리 북녘 이웃들이 풀뿌리로 하루하루 연명하게 놔둘 것인가. 사람 목숨도 구하고, 자원도 얻고, 국제사회에 좋은 평판을 듣고, 궁극적으로 평화통일에 기여하는 일석다조의 기회를 다시 남한 정부가 주도적으로 살려나가야 하지 않을까? 현 남북한 경색국면이 하루빨리 풀려 보다 실질적인 화해협력국면으로 돌아서기를 기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