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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301호

■ 시선집중

함경남도, 가뭄으로 옥수수농사 큰 피해

함경남도는 함경북도에 비해 벌을 많이 끼고 있어, 올해 논농사의 경우 비교적 알곡 소출이 기대되는 편이다. 그러나 ‘밭곡식의 왕’이라는 옥수수는, 씨 붙임이 잘 된 편이었는데도 올 여름 가뭄 피해로 이삭이 나지 않은 밭이 많았다. 함경남도 도 농촌경영위원회에서는 정확한 수량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작년보다 옥수수 생산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몇 천 정보의 밭이 가뭄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한 간부에 따르면, 요덕군과 정평군, 고원군은 알곡 소출이 1정보당 1~2톤도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도 농촌경영위원회에서는 흥남비료공장이 함경남도에 있어 다른 지역보다 비료를 더 많이 공급했는데도 적은 소출량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장 일군들도 “올해 농사지은 것을 군량미로 뽑고 나면 주민들에게 식량 공급은 말할 것도 없고, 농민들한테 식량 분배도 제대로 해줄 수가 없다”고 걱정하는 눈치다. 함경남도 도당과 보안당국에서는 알곡 감소에 도둑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농장 경비를 강화하기로 했다. 보안원들이 직접 농촌에 나가 농장의 순찰대원들과 협동으로 경비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함경북도, 타 지역 알곡 방출 단속

함경북도 도당은 지난 9월 2일, 각 시, 군에 농작물을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각 시, 군에서는 농촌 리당비서와 관리위원장들이 모여 도당책임비서와 관련 내용으로 전화회의를 했다. 리분주소에서는 외부로 빠져나가는 길목마다 식량단속초소를 마련하고, 농장 알곡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알곡 장사꾼들이나 개인 소토지에서 지은 농산물을 운반하는 차량이나 소달구지, 자전거 등이 모두 단속 대상이 된다. 보안서에서는 일단 정차시켜 확인 후 보내거나, 확인이 안 되는 차량은 경위를 알아보고 회수하거나 법적 처리하기로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회령, 청진, 온성 등지의 주민들은 평소에도 단속거리가 많아 담배든 돈이든 바치는 게 많았는데, 식량단속으로 더 많은 뇌물을 바치게 생겼다며 불만이 팽배해지는 분위기다. “농사에 품을 들이지 않고, 앉아서 놀고먹는 당일군이나 법기관 일군들만 좋은 일을 시키는 것”이라며, “백성들 등뼈를 갉아먹는 기생충 같은 보안원들 배만 불려줄 것”이라고 혹평하는 주민들도 있다.

정부, 공개당총회에서 알곡 도난자 처벌 방침 전달

올해 윤달이 끼어 적기에 농작물을 심었던 농장은 물론 소토지 농사도 잘 안 됐다. 오히려 예년보다 더 늦게 심은 곳만 그나마 알곡을 수확할 수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으로 알곡 도난 피해가 급증할 것을 예상한 당국에서는, 전국적으로 공개당총회를 열어 농작물 도난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공개당총회 내용은 노동자를 포함한 사회 전체 성원들에게 전달됐는데, 농장 알곡을 도적질하면 직위와 직무에 관계없이 법적으로 처벌할 것이라고 했다. 당국은 만약 노동자들이 알곡에 손댈 경우 농촌에 이주 시키거나, 농작물을 훔쳤던 농장에 진출시켜 농장원으로 만들기로 했다. 침해 정도가 심하면 보안서에 구류하거나, 노동교화소나 시 단련대에 보내고 가족은 무조건 추방하기로 했다. 원래 공개당총회는 당의 지시를 대중에게 빨리 전달해야할 경우 열리는데, 주민들은 알곡 도난 문제로 공개당총회가 열린 것에 대해 “조선로동당 력사에 없는 일”이라며, 확실히 흉년은 흉년이라고 한 마디씩 했다.

함경북도, ‘80년 만의 대흉년’소문

함경북도의 올해 농사 실태가 심상치 않다. 많은 주민들이 80년 만에 처음 오는 대 흉년이라며, 벌써부터 내년 살아갈 걱정을 하고 있는데 고난의 행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할 정도이다. 봄부터 일군들이 2012년 강성대국의 문을 연다며, 농촌에 물질적 도움뿐만 아니라 노동력 동원까지 온갖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 무색할 정도다. 농장일군들은 제일 먼저 씨 붙임 시기인 5월에 저온 날씨가 지속된 데에서 흉작의 원인을 찾았다. 농장은 물론이고, 개인 소토지에서도 씨 붙임이 제대로 되지 않은 곳이 많아 농사에 적지 않은 피해가 있었다는 것이다. 6월에 흥남비료를 어렵게 투입하며 정성을 쏟았는데도, 7월까지 계속된 이상 저온현상으로 옥수수 벌레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게다가 7월말부터 8월말 사이에는 가뭄 때문에 이삭이 안 나오는 옥수수가 많았다. 개인 소토지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알곡 소출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농사를 아예 포기하는 모습이다. 이맘때쯤이면 불철주야 소토지 경비 서느라 바빠야 하지만, 올해는 많은 사람들이 산에 도토리를 주우러 다니고 있다.

150일 전투 기간 중 농촌에서 아사자 급증

함경북도 도당에서는 농장 수확량 실태를 조사하다가 농촌에서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숫자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으나 이렇게 많이 죽었는지 몰랐다고 말할 정도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150일 전투 기간 중에 죽었다고 한다. 150일 전투를 시작하면서 처음 한 달은 얼마간 식량을 주었지만, 대부분의 곳은 나머지 4개월 이상 식량이 지급되지 않았다. 노동 시간과 노동 강도가 더 세진 것에 반해, 식량 사정이 형편없으니 주민들의 고생이 막심했다. 특히 작년에 분배받은 식량이 일찌감치 떨어진 빈곤 농가에서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함경북도뿐만 아니라 황해남도와 황해북도, 그리고 강원도 등지에서는 아직도 굶어죽는 사람이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현재 함경북도 각지에서는 가을철인데도 먹을 것이 없어서 산에 버섯이나 산나물을 뜯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 식량소식

장풍군 군관 가족, 식량 자체 해결 지시

황해북도 장풍군 2군단 화학련대에서는 9월과 10월, 군관 본인에게만 배급을 주고, 가족들에게는 식량 공급을 하지 못했다. 그동안 군관 가족들은 농산반에 들어가 농사를 지어왔는데, 올해에는 농사가 잘 안됐다. 일부 군관의 아내들은 부업으로 지은 옥수수와 콩, 기장, 땅콩 등과 같은 알곡으로는 두 달 버티기도 힘들다고 말한다. 가족들이 굶을 위기에 처한 군관들은 출근을 해서도 신경을 온통 식량 장만에만 쏟고 있는 형편이다. 자연히 부대 관리가 허술해지고, 여러 가지 불법 행위들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월 8일에는 중대장이 부하들을 시켜 농장 알곡을 훔쳐내 과오제대된 사건이 있었다. 농민들과 갈등을 일으킨 범죄로 중대장은 노동단련대에 보내지고, 알곡을 직접 훔쳐냈던 하사관과 병사 9명은 군법에 따라 처벌을 받았다.

청진 광산금속대학, 식량 떨어져 옥수수로 배식

한 때 학교 식사만큼은 평양 김일성종합대학 부럽지 않다던, 함경북도 청진 광산금속대학이 요 몇 년 계속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에도 극심한 식량난으로 형편없는 식사를 했는데, 올해에는 9월 16일부터 식량이 떨어졌다. 도행정량정부에서 한동안 식량 대책을 세워주지 못하자, 학교 당국은 교내 부업지에서 농사지은 옥수수를 수확해 배식했다. 하루에 두 끼니로 계산해, 삶은 옥수수를 3개씩 배급해주었다. 다행히 최근에는 청진항에 들어온 수입옥수수를 실어와 한 끼니 당 옥수수쌀밥을 130g씩 공급해주고 있다. 청진시 기초식품공장들이 식량 부족으로 장류를 생산하지 못해, 대학생들은 장국 대신 소금국을 끓여먹고 있다. 작년 춘궁기에 돌 섞인 묵지가루밥을 끼니마다 120g씩 공급했던 것에 비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으나, 가난한 학생들은 여전히 배고픈 생활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입쌀밥에 두부 한 모를 먹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꿈같은 옛날이야기가 됐다며 씁쓸해했다.

함경남도, 초가을에 죽 먹는 세대 증가

지금 함경남도 농촌에서는, 초가을에도 죽을 먹고 사는 세대뿐만 아니라 하루 세 끼니에서 두 끼니로 줄여 먹는 세대도 점점 늘고 있다. 함주벌의 한 농장일군은 “초가을부터 죽을 먹고 살면 내년에 이 지역 뿐 아니라 다른 지역 주민들은 어떻게 살겠는가? 외국에서 식량을 지원해 주지 않으면 다음 해 농민들과 주민들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고난의 행군시기 1995년과 1996년도에 농사가 안 돼 초가을부터 주민들과 농민들이 죽을 먹었다. 주민들은 올해 초가을부터 죽을 먹고 있으니 내년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식량 사정으로 고난을 겪을 것이며, 먹는 것으로 애를 태울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함흥시에 사는 최동길(가명)씨는 “농사가 제대로 안되면, 국내에서 제 마음대로 다니며 장사라도 할 수 있게 풀어줘서 백성들이 살기 쉽게 하여야 되겠는데, 정부에서는 비사회주의적인 현상이라고 계속 통제와 구속으로 사람들을 못살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 경제활동

평원군, 낟알 도난 책임 경비원에게 물어 논란

평안남도 전 지역에서는 올해 농사가 잘 안 돼 농작물에 대한 단속 및 통제를 강화하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평년에 비해 올 가을 낟알 도둑이 부쩍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원군 어파구 농장에서는 군인들의 도적질로 농산 2작업반과 독립분조가 담당한 옥수수밭의 낟알들 중 약 60% 가까이 없어졌다는 보고를 올렸다. 농장에서는 경비 시간에 옥수수밭의 알곡이 없어지면 그 전량을 경비원들이 책임져야 한다며 올해 받게 되는 분배 식량에서 분실된 수량을 제외하겠다고 선포했다. 이에 농장원들은 결산 분배에서 식량을 받을 수 있는 경비원들이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농장원들은 “군당과 군 농촌 경영위원회에서 이 방침을 채택했다는데, 군 간부들은 왜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느냐?”며, “간부들은 가만히 놀고먹으면서 해도 너무 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한편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에서는 낟알이 여물기를 기다렸다가는 다 도적맞겠다면서, 지난 9월 21일부터 옥수수 조기수확을 지시하고, 이날부터 농장 자체적으로 옥수수 수확을 시작했다.

농업성, 지역 간 농작물 이동 철저히 금지

올해 가뭄피해로 전국적인 식량 부족이 예상되자, 농업성에서는 각 시, 군에서 농사지은 알곡이 다른 시, 군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또 차판 장사하는 개인도 철저히 단속하고, 알곡을 회수하라고 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21일부터, 전국 각 시, 군에서는 농촌마다 자체적으로 식량 단속 초소를 세워, 파출증을 확인하기로 했다. 파출증은 식량 단속 초소를 통과하기 위한 일종의 식량 허가 확인서다. 만약 굶어 죽어가는 가족이 있어 친척에게 식량을 빌려 가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식량을 가져가는 농장의 사무장과 담당 분주소 보안원, 그리고 식량을 빌려주는 친척을 담당하는 인민반장의 수표(서명)와 확인 도장을 받아야 한다.

■ 정치생활

청진 여행자 집결소, 인권침해 심각

함경북도 청진시 수남구역 추평동 여행자 집결소에는 주로 함경북도 안에서 기차나 화물차량을 이용하다 단속된 사람들이 모여 있다. 철도역 승무원, 철도 검열대, 철도 보안서, 질서 유지대 등이 단속할 때 담배 한 갑이라도 찔러 넣어주면 풀려나올 수 있을만한 경미한 범죄가 대부분이다. 구류된 사람들을 성별로 보면 19세 이상 남성이 40여명, 18세 이상 여성이 30여 명이다. 지역별로는 함경남도, 강원도, 평안남도 등이 많다. 이들은 대체로 먹을 것이 없어 북쪽에 있는 친척집에 도움을 청하려고 하거나, 장사하러 다니다가 붙잡힌 경우가 많다. 세대주 구실을 못해 집에서 쫓겨난 남자, 새어머니의 천대에 집에서 뛰쳐나온 10대 소녀, 장사를 못해 남편에게 쫓겨난 여성, 이혼한 뒤 장사하러 나섰다가 걸린 아주머니 등 사연은 조금씩 달라도 식량 사정으로 굶주림에 허덕이다가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집결소에 갇혀 있는 동안에는 범죄자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집결소 규정을 조금만 어겨도 남자들은 상의와 바지를 벗기고, 아래 속옷만 입혀놓고 허리띠나 몽둥이로 때리기 일쑤다.

여자들의 경우 인물이 곱고 나이가 어리면 계호원이나 보안원들이 저녁에 불러 성관계를 강요하기도 한다. 고분고분 잘 따르면, 계호원의 옷이나 침구류 등 세탁물 빠는 일을 시킨다. 반면 반항하는 여성들은 교양실에 불러들여 구둣발로 가슴과 허벅다리를 걷어차거나 수치심을 자극하는 말로 모욕을 준다. 맞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 얼굴과 몸에 찬물을 끼얹어 속옷까지 젖게 만든다. 또 방 한 구석에 놔두고 앉았다 섰다하는 벌칙을 주기도 한다.

8월 5일 초에 평안남도 안주군 출신의 한 여성은 이곳에 20일 정도 있다가 심한 고열로 사망했다. 안주군 보안서에 보낸 사망 통지문에는 유행성출혈열때문에 죽었다고 했다. 병원 진단서까지 받았지만, 실제 유행성출혈열 때문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이처럼 집결소 내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한 폭력행위가 사회에 알려지면서 여론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일부 주민들 중에는 상부에 신소를 올리기도 했다. 신소가 올라가자 청진 집결소 측은 뒤늦게 내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 연선지역, 손전화기 집중 통제

함경북도 온성, 회령, 무산 등과 량강도 혜산 등 국경연선지역이 주요 감시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특히 전화기를 집중 통제하는데. 집에서 손전화기가 발견되면 엄중 처벌한다. 특히 부부 모두 집안에 손전화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적선으로 간주해, 가족 전체를 집결소로 보낸다. 손전화기 사용자 한 명만 알고 있고, 그 사람이 단순 연선작업에만 사용했다면 교화형 3년에 처해지지만, 가족이 알면서 숨겼다면 적선이라 판단해 교화형보다 처벌강도가 세 진다.

■ 사회

어느 인민위원회 일군의 고백, “불쌍한 건 인민들뿐”

평양에서 장사를 다니는 정광호(가명)씨는 사돈의 얘기를 듣고, 간부들의 생각이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며, 그 얘기를 들려주었다. 다음은 그의 말을 옮긴 것이다.

“지난 8월, 나는 평성에 있는 사촌 동생네 집에 갔다. 그런데 어느시 인민위원회에 다니는 처갓집 삼촌이 일보러 왔다며 인사를 시켰다. 겉보기에는 글 꽤나 좀 읽은 사람 같았다. 사돈과 서로 통성명하고는 조금 후에 술상에 앉게 되었다. 먹으면서 이말 저말 하다가 어떻게 말이 나왔다. 그 사람 하는 말이 ‘이전에 수령님은 교양하고, 교양하고 또 교양하라 하셨지만, 지금은 ‘교양을 할만치 했으니 인제 더 교양할 것이 아니라 타도할 대상은 타도하여 버리라’고 합니다. 이게 지금의 정치랍니다. 안 그렇소, 사돈?’그래서 내가 ‘사돈님은 인민위원회에서 일하신다 하면서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됩니까?’하고 물었다.

그는 허허 웃으면서 ‘우리 사돈끼리 숨길 게 뭐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먹고 살 걱정이 없지만, 고난의 행군시절에 얼마나 애매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목숨을 많이 잃었는지 기억하시지요? 우리 쪽 간부들은 마주 앉으면 요즘 형편을 얘기하면서 그 때 일들을 말하곤 합니다. 아, 사돈 내가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이 사회를 반대하거나 비방하는 것은 아닙니다. 옳게 판단하고 분석해야 사회가 발전할 것이 아닙니까? 모두 자기 머리만 붙들고 속에 없는, 입에 발라 맞추는 말만하니 그것이 안타까워하는 얘기입니다.

지금 우리 있는 데서는 요 몇 년 고난의 행군시절처럼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죽을 맛으로 살고 있습니다. 수령님 시대에는 백성들에게 먹을 것을 그런대로 보장해주었고, 일체 생활에서 불만이 없었던 거 아니나요? 지금 보면 그때가 바로 공산주의였다고 사람들이 모여 앉으면 말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점점 어려우니까 그때가 그리운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지금 시대에 와서 사람이 굶어 죽고 공장 기업소가 가동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생활에서는 어떻습니까? 수령님 시대보다 세외 부담이 많아서 생활난에 허덕이는 꼴이 가는 곳마다 보인다며, 어린이 로인 할 것 없이 말하고 있습니다. 무슨 원인이겠습니까? 먹어야 사니까 하는 수 없어 그 많은 사람들이 중국으로, 남조선으로, 외국으로 살길을 찾아 도망가는 것 아닙니까? 어떻게 이 사람들을 다 잡아들일 수 있습니까? 다 잡는다고 해도 뭐로 먹여 살리겠습니까? 국내에서 먹을 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나라 밖에라도 나가서 집안 식구들을 살리는 것이 옳은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일제 통치할 때도 사람들은 살길을 찾아 국외로 많이 나갔다 합니다. 그것이 현재 일본에 있는 조총련이나 중국에 있는 조선족들 아닙니까? 제 집 식구들 살리자고 목숨 걸고 나가는 사람들을 왜 막는지 모르겠습니다. 앉아서 굶어죽어야 사람의 도리가 되는 것입니까? 사돈님도 잘 아시겠지요. 왜 이렇게 되었는가? 모두 속이 뻔해도 한 마디 말도 안 합니다. 불쌍한 백성들만 곤혹 치르고 있는 거지요.

올해 같은 해는 량곡 지대의 모든 농사가 망했으니 국내에서 그 어디나 식량구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외부에서 해결 못할 것이면 탈북자들이라도 막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사람 살리는 것입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사돈 말해보시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 생각하면 누구라도 탈북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내가 이런 말 한다고 사돈이 나까지 잡아넣지는 않겠지요?’

이것은 내가 친히 목격한 일이다. 나를 믿고 한 말이지만, 정말로 놀랍고 대담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일반 백성도 아니고 인민위원회에 출근하는 일군이 그런 생각한다는 자체가 나한테 더 충격을 주는 것이다. 그간 많이 보고 듣고 해서 그런 생각이 나온 것이 아닐까. 그런데 당혹스러운 것은, 그가 말했다시피 그 사람 혼자 생각이 아니라, 지방 고위 간부들 중에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100일 전투 첫날부터 공장 노동자들 결근 속출

150일 전투가 끝난 지 얼마 안 돼, 다시 100일 전투가 시작됐던 지난 9월 23일, 함경남도 함흥시에서는 공장 일군들이 노동자들에게 출근하라고 독려했지만 결근자가 많았다. 공장의 초급당 일군들이 노동자들을 데리러 다니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전투가 밥 먹여 주냐?”며 벌써부터 전투 피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형철(가명)씨는 “중앙 간부들이 아래 실정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그저 내몰면 되는 줄 아나본데 그건 큰 착각”이라고 한 마디 했다.

■ 여성/어린이/교육

가족 먹여 살리려는 여성들, 성매매 증가

생계가 점점 막막해지면서, 중학교를 졸업한 여성들 중에 성매매로 돈을 벌어 집 식구들을 먹여 살리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함경북도 청진시 포항구역에서는 8월과 9월, 두 달 동안 마약단속을 벌여 마약거래자들을 사법 처리했다. 마약 범죄자들을 예심한 결과, 마약을 복용한 후 성매매로 돈을 버는 여성들이 제일 많았다. 이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보안당국은 “변태적인 자본주의 풍조를 막아야 한다”며, 마약 장사군들을 교화소나 인민보안성 단련대에 용서 없이 무조건 보내고, 마약사용자들은 범죄 정도에 따라 단련대에 보내기로 했다. 또 “공장, 기업소에 출근하지 않고, 매춘업으로 녀성의 고상한 풍모를 더럽힌 녀성들에 대해서는 인민보안성 단련대에 보낼 것”을 결정했다. 한편 구역 청년동맹위원회의 역할을 한층 강화해, 100일 전투 기간 동안 구역의 모든 동사무소, 인민반 인원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로 했다. 앞으로 2007년 이후에 졸업한 사회 진출자들의 공장과 직종을 정확히 확인해 무직자와 무단자들을 철저히 단속통제하게 된다. 이를 위해 150일 전투 기간에 조직했던 청년동맹위원회 비사검열조를 확대해 더 강력한 검열조를 조직하기로 했다. 이 검열조의 활동 목적은 사회 풍조를 불건전하게 하는 청년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 사건사고

신포시에서 고기잡이 배 침몰, 8명 행방불명

함경남도 신포수산사업소에서는 지난 9월 6일, 고기잡이 뜨랄선(트롤선)이 낙지(오징어) 잡으러 선원 9명에 삯벌이꾼 10명을 태우고 나갔다가 배 밑바닥이 새는 바람에 침몰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선원 5명과 삯벌이꾼 6명은 해군 순찰정에 구조되었는데 나머지 8명은 행방을 찾지 못했다. 당국에서는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원인은 선박 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에 수출수산사업소 책임기사가 노동자로 강직되고 선박 수리를 책임지는 처벌을 내렸다. 이 사고로 9월 6일부터 15일까지, 사고 해상 지역에 출입하던 삯벌이 배들의 출입이 전면 차단돼 어업활동에 큰 지장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