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같이 구루마 끌던 아저씨, 눈앞에서 굶어죽어 충격”

평안남도 성천군 신성천역에서 만난 조정혁(가명)군은 올해 16살이다. 아버지가 병환이 깊어져 올 겨울에 학교를 그만두고, 구루마 끄는 일에 나섰다고 했다. 아버지가 하던 구루마 일을 그대로 물려받은 건데, 일거리가 없어 너무 힘들다고 했다. 역 앞에 하루 종일 하염없이 대기할 때가 대부분이고, 운 좋게 손님을 잡아도 짧은 거리들이라 돈벌이가 안 된다는 것이다. 조군은 하루에 먹는 것이라곤 묽은 옥수수 죽이 전부라 장거리 손님이 들어와도 막상 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매우 여위어 보였다. 옆에 일렬로 늘어서있는 다른 구루마꾼들의 사정도 별로 다르지 않아보였다. 잘 먹지 못해 기운이 없으니 대부분의 구루마꾼들이 누워서 대기하고 있었다.

지난 6월 22일에는, 같이 구루마를 끌던 아저씨 중에 죽물을 겨우 입술에 축이는 정도로만 먹고 살던 김모씨(53세)가 이틀을 내리 굶고 나왔는데, 구루마에 누워서 대기하고 있는 줄 알았더니 죽어있었다는 얘기를 했다. 5월에도 한 명이 그렇게 죽었는데, 그때는 말로만 들어서 잘 몰랐는데, 이번에는 조용히 잠든 채 굶어 죽어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아버지와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아저씨여서 병중이신 아버지가 슬퍼하실까 봐 말씀드릴지 말지 무척 망설였다고 했다. 신성천역은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곳인데도 구루마벌이가 시원찮아 모두들 힘들게 하루하루를 연명한다고 전했다.

“학교요? 옥수수 값이라도 벌어야죠”

함경남도 함흥 역에서 일하는 한 중학생은 구루마로 짐을 운반해주는 일이 잘 안 들어온다고 하소연했다. 작년 화폐교환 조치로, 장사하러 다니는 여행객들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작년 봄에 중학교 2학년까지 다니고 중퇴를 했다는 김철환(가명)군은 “작년에는 하루에 (구화폐로) 2만원까지 벌어봤다. 아무리 못해도 8천원은 벌었는데, 돈을 교환한 다음에 장사꾼들이 다 망해버려서 기차를 타는 사람들도 줄고 짐 든 사람들을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요즘엔 얼마나 버냐는 물음에 쌀 1kg도 못 번다고 했다. 쌀 1kg에 500원하는데, 500원도 못 벌면 도대체 얼마 버느냐고 했더니, 300원 벌면 많이 번다고 했다. 그래도 김군은 하루 꼬박 벌면 옥수수 1kg 정도는 살 수 있다며, 요즘 같은 때 옥수수국수라도 먹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웃었다. 학교에 다시 다니고 싶은 생각이 없냐는 물음에는 단호하게 없다고 했다. 어머니 혼자 하는 음식장사로는 네 식구 먹고 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자신이 옥수수 1kg값이라도 벌어야 부모님과 여동생까지 하루에 두 끼라도 먹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돈을 벌겠다고 했다. 자기는 그래도 작년에 학교를 그만둔 덕분에 구루마 끄는 일이라도 이제 자리를 잡았지만, 올봄에 학교를 그만둔 친구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죽도 못 먹는 때가 많다고 했다.

학교 안 가는 아이들은 무얼 할까?

생계가 어려워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디서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걸까? 자기 앞가림을 겨우 할 만큼 큰 아이들은 누구나 제 먹을 것을 스스로 찾아다닌다. 요즘처럼 각종 약초와 풀이 많이 나는 계절에는 산과 들에 식용 풀들을 채집하러 다닌다. 중학생들은 더 적극적으로 돈을 벌려고 애쓴다. 평안남도 순천시와 평성시에는 자전거를 태워주고 돈을 받는 중학생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물론 자전거가 있는 집들에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자전거를 탈 줄 아는 나이만 되면 아무리 체구가 어린 중학생들이라도 부지런히 뛰어다닌다. 자전거 운반비는 거리에 따라 비용이 매겨지기 때문에 장거리를 뛰려고 하는 학생들이 많다. 철도역에도 돈 벌러 나온 아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열차가 들어오면 재빨리 짐을 든 승객들에게 다가가 짐을 운반해주겠다고 호객행위를 한다. 손님이 원하는 곳까지 짐을 들어주고 약간의 돈을 받기 위해서다. 구루마가 있는 아이들은 구루마 끄는 어른들 틈바구니에 끼여 분주히 손님을 찾아다닌다. 어른들도 돈벌이를 못하는 마당에 아이들이 얼마나 할까 싶지만, 생활 전선에 뛰어든 아이들은 학교에 갈 생각이 없다고 했다. 배고픈 상태에서는 학교에 앉아있어도 머릿속에 하루 종일 먹는 것들만 생각나기 때문에 공부도 안 된다고 했다. 잘 먹고 잘 사는 아이들 앞에서 위축되는 것도 싫고, 차라리 그 시간에 무슨 일이라도 해서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 천만번 더 낫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아이들은 주로 운반 작업을 많이 하는 걸까? 승객들이 기차에서 내리면 일체 교통수단이 없어 짐 운반 일꾼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른 짐꾼들보다 어린 짐꾼들이 더 믿을만하고 비용도 싸다. 한정된 벌이를 놓고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에 어른 짐꾼들이 어린 짐꾼들을 곱게 볼 리가 없다. 아이들을 내쫓으려고 하는 등 알게 모르게 어른과 아이들 사이에 알력관계가 생긴다. 그러나 손님들이 한꺼번에 많이 내리면 짐꾼들이 부족한 틈을 타 아이들도 떳떳하게 끼어들 수 있다.

교육성 지시에도 불구 함북 도당, 체육대회 강행

체육대회를 진행하지 말라는 교육성의 지시를 받고서도, 일부 일선 학교들에서는 체육대회를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면적으로는 체육대회를 기다려 온 아이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지만, 사실은 그나마 작은 수입과 먹을 것을 챙겨 받을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몇몇 잘 사는 학부모들이 체육대회를 맞이해 교원들에게 각종 음식과 담배, 술 등을 대접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최소 1천원에서 5천원까지 용돈을 쥐어주곤 한다. 이에 교사들 사이에서는 체육대회가 돈 벌 수 있는 기회라며 은근히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함경북도는 도당 차원에서 “소학교 봄철 체육대회를 5월 15일에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것은 올봄에는 체육대회를 하지 말라는 교육성 지시에 정면으로 위배된 것이다. 도당의 지시를 받은 함경북도 관내 일선 학교들은 지난 15일, 일제히 체육대회를 실시했다. 전날인 14일에는 시장에서 계란, 돼지고기, 과자 등 식품들이 제법 팔려나가 체육대회 효과를 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체육대회 당일이 되자, 전년도에 비해 체육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의 수가 확실히 줄어들었고 점심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아이들은 오전에만 참가하고 집으로 돌아가 버려 오후에는 거의 파장 분위기였다.

청진시 라남구역에 있는 은정소학교의 경우, 쌀밥에 콩나물, 시금치나물, 고기, 떡과 꽈배기 등 평소 먹기 힘든 고급음식들을 싸온 학생들도 몇 있었다. 그러나 전체 학생의 약 1/3 가량이 도시락을 준비해오지 못했다. 담임교사의 재량에 따라, 어떤 반에서는 음식들을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학생들에게까지 골고루 나눠주기도 했지만, 그렇지 못한 학급이 더 많았다.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한 아이들이 대거 집으로 돌아가 버리자, 뒤늦게 이를 보고받은 교장선생님은 그 날 저녁 총화시간에 담임교사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도시락을 같이 나눠먹지 않고, 아이들을 그대로 집에 보낸 것은 담임교사의 자질 문제이며, 무책임한 모습이라는 것이었다. 이 날 도시락을 반 전체가 골고루 나눠먹은 학급의 담당교사만 빼고 전체 교사들은 모두 늦게까지 일장 훈계를 들어야 했다.

교육성, “당분간 체육대회 하지 마라”

교육성에서는 지난 5월 9일, “올해 봄철 체육대회를 조직적으로 포치하지 말며, 진행하지도 말라”는 지시를 전국 시, 군에 내려 보냈다. 화폐 교환 조치 이후 인민들의 생활이 매우 어려운 형편에 체육대회를 열면 학부모들에게 경제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봄 굶는 세대가 점점 늘어나면서 아이들의 출석률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학교들이 많아 체육대회를 진행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실례로 함경북도 도당에서는 소․중학교 교육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청진시 송평구역과 라남구역 수업을 참관하고 돌아왔는데, 출석률이 절반 이상을 넘긴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대개 한 학급당 인원이 30-35명인데, 많이 나와야 10-12명 선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에게 죽 한 끼 먹이기 힘든 집들이 많은데다, 매달 2천 원 이상 되는 각종 세외부담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 학교 교육을 아예 포기하는 집들이 많은 탓이다. 학부모들은 “사는 게 이렇게 고달픈데 공부가 무슨 소용이냐. 공부도 필요 없고, 아무 것도 필요 없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정도이다. 교육당국에서는 출석률이 낮으면 선생님 탓을 하고, 선생님들은 비판을 피하려고 학부모를 만나러 집이나 시장에 돌아다닌다. 그러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학부모들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하면, 처음에는 좋은 말로 타이르다가 결국 큰소리로 싸우는 일이 빈번하다. 포항구역 중학교에 근무하는 정애경(가명)씨는 “결석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찾아다니는 것도 정말 고되다. 나도 우리 식구 입에 풀칠하자면 집에 가자마자 국수라도 삶아 팔아나서야 하는데, 애들 찾아다니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한다”고 푸념했다. 정씨의 동료 교사는 학부모나 아이들을 찾아다니는 게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했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이는 비단 청진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실무력 부족한 남자말고, 여자들을 간부로 등용하라”

“녀성들을 민족 간부로 내세우고, 도, 시, 군당과 공장․기업소 당비서, 지배인에 이르기까지 녀성 간부들을 많이 양성시키라”는 당의 방침이 떨어졌다. 지난 1월 20일 처음 언급된 뒤 2월까지 총 4차례나 반복됐다. 지방뿐만 아니라, 중앙당과 내각 산하 성들도 예외가 아니다. 실무능력이 부족한 남자 간부들은 해임하거나 축소하고, 대신 여성 제대군인들이나 당원, 대학교나 전문학교를 졸업한 29세 이상 35세 미만의 여성들 중에 간부로 선발하라고 했다. 이에 당에서는 정책 관철 사업으로 여기고, ‘녀성 민족간부 양성과 모집 및 선발 사업’을 2월부터 진행하기 시작했다.

함경북도의 경우 제대군인이자 입당자이며 동시에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을 13명 뽑아 당사업에 배치했다. 함경북도 도인민위원회에서도 부장, 부부장, 부원 등 15명을 새로 임명했고, 시당과 군당, 행정관리에도 부장급 부원으로 여성들을 배치했다. 회령시의 경우, 한창 건설 중인 주방공장을 비롯해 각 공장 지배인과 당비서에도 여성 간부들을 대거 임명했다. 이렇듯 여성들을 간부로 대거 임용한 것에 대해, 중앙당에서는 “최근 몇 년 새 간부들이 자기의 직위와 직권을 남용해 국가 물자를 탕진하고, 백성들의 등을 쳐서 자기 것만 챙겨 사회와 집단은 안중에도 없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능력은 없이 자기 잇속만 챙기는 남자 간부들을 대거 해임하고, 그 자리에 여성들을 배치하면, 아무래도 백성들의 실정을 잘 아는 여성들이 더 사업을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식량소식

“같이 구루마 끌던 아저씨, 눈앞에서 굶어죽어 충격”

평안남도 성천군 신성천역에서 만난 조정혁(가명)군은 올해 16살이다. 아버지가 병환이 깊어져 올 겨울에 학교를 그만두고, 구루마 끄는 일에 나섰다고 했다. 아버지가 하던 구루마 일을 그대로 물려받은 건데, 일거리가 없어 너무 힘들다고 했다. 역 앞에 하루 종일 하염없이 대기할 때가 대부분이고, 운 좋게 손님을 잡아도 짧은 거리들이라 돈벌이가 안 된다는 것이다. 조군은 하루에 먹는 것이라곤 묽은 옥수수 죽이 전부라 장거리 손님이 들어와도 막상 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매우 여위어 보였다. 옆에 일렬로 늘어서있는 다른 구루마꾼들의 사정도 별로 다르지 않아보였다. 잘 먹지 못해 기운이 없으니 대부분의 구루마꾼들이 누워서 대기하고 있었다.

지난 6월 22일에는, 같이 구루마를 끌던 아저씨 중에 죽물을 겨우 입술에 축이는 정도로만 먹고 살던 김모씨(53세)가 이틀을 내리 굶고 나왔는데, 구루마에 누워서 대기하고 있는 줄 알았더니 죽어있었다는 얘기를 했다. 5월에도 한 명이 그렇게 죽었는데, 그때는 말로만 들어서 잘 몰랐는데, 이번에는 조용히 잠든 채 굶어 죽어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아버지와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아저씨여서 병중이신 아버지가 슬퍼하실까 봐 말씀드릴지 말지 무척 망설였다고 했다. 신성천역은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곳인데도 구루마벌이가 시원찮아 모두들 힘들게 하루하루를 연명한다고 전했다.

■ 경제활동

옥수수 값이라도 벌어야죠

함경남도 함흥 역에서 일하는 한 중학생은 구루마로 짐을 운반해주는 일이 잘 안 들어온다고 하소연했다. 작년 화폐교환 조치로, 장사하러 다니는 여행객들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작년 봄에 중학교 2학년까지 다니고 중퇴를 했다는 김철환(가명)군은 “작년에는 하루에 (구화폐로) 2만원까지 벌어봤다. 아무리 못해도 8천원은 벌었는데, 돈을 교환한 다음에 장사꾼들이 다 망해버려서 기차를 타는 사람들도 줄고 짐 든 사람들을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요즘엔 얼마나 버냐는 물음에 쌀 1kg도 못 번다고 했다. 쌀 1kg에 500원하는데, 500원도 못 벌면 도대체 얼마 버느냐고 했더니, 300원 벌면 많이 번다고 했다. 그래도 김군은 하루 꼬박 벌면 옥수수 1kg 정도는 살 수 있다며, 요즘 같은 때 옥수수국수라도 먹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웃었다. 학교에 다시 다니고 싶은 생각이 없냐는 물음에는 단호하게 없다고 했다. 어머니 혼자 하는 음식장사로는 네 식구 먹고 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자신이 옥수수 1kg값이라도 벌어야 부모님과 여동생까지 하루에 두 끼라도 먹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돈을 벌겠다고 했다. 자기는 그래도 작년에 학교를 그만둔 덕분에 구루마 끄는 일이라도 이제 자리를 잡았지만, 올봄에 학교를 그만둔 친구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죽도 못 먹는 때가 많다고 했다.

■ 사회

학교 안 가는 아이들은 무얼 할까?

생계가 어려워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디서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걸까? 자기 앞가림을 겨우 할 만큼 큰 아이들은 누구나 제 먹을 것을 스스로 찾아다닌다. 요즘처럼 각종 약초와 풀이 많이 나는 계절에는 산과 들에 식용 풀들을 채집하러 다닌다. 중학생들은 더 적극적으로 돈을 벌려고 애쓴다. 평안남도 순천시와 평성시에는 자전거를 태워주고 돈을 받는 중학생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물론 자전거가 있는 집들에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자전거를 탈 줄 아는 나이만 되면 아무리 체구가 어린 중학생들이라도 부지런히 뛰어다닌다. 자전거 운반비는 거리에 따라 비용이 매겨지기 때문에 장거리를 뛰려고 하는 학생들이 많다. 철도역에도 돈 벌러 나온 아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열차가 들어오면 재빨리 짐을 든 승객들에게 다가가 짐을 운반해주겠다고 호객행위를 한다. 손님이 원하는 곳까지 짐을 들어주고 약간의 돈을 받기 위해서다. 구루마가 있는 아이들은 구루마 끄는 어른들 틈바구니에 끼여 분주히 손님을 찾아다닌다. 어른들도 돈벌이를 못하는 마당에 아이들이 얼마나 할까 싶지만, 생활 전선에 뛰어든 아이들은 학교에 갈 생각이 없다고 했다. 배고픈 상태에서는 학교에 앉아있어도 머릿속에 하루 종일 먹는 것들만 생각나기 때문에 공부도 안 된다고 했다. 잘 먹고 잘 사는 아이들 앞에서 위축되는 것도 싫고, 차라리 그 시간에 무슨 일이라도 해서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 천만번 더 낫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아이들은 주로 운반 작업을 많이 하는 걸까? 승객들이 기차에서 내리면 일체 교통수단이 없어 짐 운반 일꾼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른 짐꾼들보다 어린 짐꾼들이 더 믿을만하고 비용도 싸다. 한정된 벌이를 놓고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에 어른 짐꾼들이 어린 짐꾼들을 곱게 볼 리가 없다. 아이들을 내쫓으려고 하는 등 알게 모르게 어른과 아이들 사이에 알력관계가 생긴다. 그러나 손님들이 한꺼번에 많이 내리면 짐꾼들이 부족한 틈을 타 아이들도 떳떳하게 끼어들 수 있다.

■ 여성/어린이/교육

교육성 지시에도 불구 함북 도당, 체육대회 강행

체육대회를 진행하지 말라는 교육성의 지시를 받고서도, 일부 일선 학교들에서는 체육대회를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면적으로는 체육대회를 기다려 온 아이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지만, 사실은 그나마 작은 수입과 먹을 것을 챙겨 받을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몇몇 잘 사는 학부모들이 체육대회를 맞이해 교원들에게 각종 음식과 담배, 술 등을 대접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최소 1천원에서 5천원까지 용돈을 쥐어주곤 한다. 이에 교사들 사이에서는 체육대회가 돈 벌 수 있는 기회라며 은근히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함경북도는 도당 차원에서 “소학교 봄철 체육대회를 5월 15일에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것은 올봄에는 체육대회를 하지 말라는 교육성 지시에 정면으로 위배된 것이다. 도당의 지시를 받은 함경북도 관내 일선 학교들은 지난 15일, 일제히 체육대회를 실시했다. 전날인 14일에는 시장에서 계란, 돼지고기, 과자 등 식품들이 제법 팔려나가 체육대회 효과를 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체육대회 당일이 되자, 전년도에 비해 체육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의 수가 확실히 줄어들었고 점심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아이들은 오전에만 참가하고 집으로 돌아가 버려 오후에는 거의 파장 분위기였다.

청진시 라남구역에 있는 은정소학교의 경우, 쌀밥에 콩나물, 시금치나물, 고기, 떡과 꽈배기 등 평소 먹기 힘든 고급음식들을 싸온 학생들도 몇 있었다. 그러나 전체 학생의 약 1/3 가량이 도시락을 준비해오지 못했다. 담임교사의 재량에 따라, 어떤 반에서는 음식들을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학생들에게까지 골고루 나눠주기도 했지만, 그렇지 못한 학급이 더 많았다.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한 아이들이 대거 집으로 돌아가 버리자, 뒤늦게 이를 보고받은 교장선생님은 그 날 저녁 총화시간에 담임교사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도시락을 같이 나눠먹지 않고, 아이들을 그대로 집에 보낸 것은 담임교사의 자질 문제이며, 무책임한 모습이라는 것이었다. 이 날 도시락을 반 전체가 골고루 나눠먹은 학급의 담당교사만 빼고 전체 교사들은 모두 늦게까지 일장 훈계를 들어야 했다.

교육성, “당분간 체육대회 하지 마라”

교육성에서는 지난 5월 9일, “올해 봄철 체육대회를 조직적으로 포치하지 말며, 진행하지도 말라”는 지시를 전국 시, 군에 내려 보냈다. 화폐 교환 조치 이후 인민들의 생활이 매우 어려운 형편에 체육대회를 열면 학부모들에게 경제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봄 굶는 세대가 점점 늘어나면서 아이들의 출석률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학교들이 많아 체육대회를 진행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실례로 함경북도 도당에서는 소․중학교 교육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청진시 송평구역과 라남구역 수업을 참관하고 돌아왔는데, 출석률이 절반 이상을 넘긴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대개 한 학급당 인원이 30-35명인데, 많이 나와야 10-12명 선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에게 죽 한 끼 먹이기 힘든 집들이 많은데다, 매달 2천 원 이상 되는 각종 세외부담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 학교 교육을 아예 포기하는 집들이 많은 탓이다. 학부모들은 “사는 게 이렇게 고달픈데 공부가 무슨 소용이냐. 공부도 필요 없고, 아무 것도 필요 없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정도이다. 교육당국에서는 출석률이 낮으면 선생님 탓을 하고, 선생님들은 비판을 피하려고 학부모를 만나러 집이나 시장에 돌아다닌다. 그러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학부모들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하면, 처음에는 좋은 말로 타이르다가 결국 큰소리로 싸우는 일이 빈번하다. 포항구역 중학교에 근무하는 정애경(가명)씨는 “결석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찾아다니는 것도 정말 고되다. 나도 우리 식구 입에 풀칠하자면 집에 가자마자 국수라도 삶아 팔아나서야 하는데, 애들 찾아다니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한다”고 푸념했다. 정씨의 동료 교사는 학부모나 아이들을 찾아다니는 게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했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이는 비단 청진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 정치생활

부족한 남자말고, 여자들을 간부로 등용하라”

“녀성들을 민족 간부로 내세우고, 도, 시, 군당과 공장․기업소 당비서, 지배인에 이르기까지 녀성 간부들을 많이 양성시키라”는 당의 방침이 떨어졌다. 지난 1월 20일 처음 언급된 뒤 2월까지 총 4차례나 반복됐다. 지방뿐만 아니라, 중앙당과 내각 산하 성들도 예외가 아니다. 실무능력이 부족한 남자 간부들은 해임하거나 축소하고, 대신 여성 제대군인들이나 당원, 대학교나 전문학교를 졸업한 29세 이상 35세 미만의 여성들 중에 간부로 선발하라고 했다. 이에 당에서는 정책 관철 사업으로 여기고, ‘녀성 민족간부 양성과 모집 및 선발 사업’을 2월부터 진행하기 시작했다.

함경북도의 경우 제대군인이자 입당자이며 동시에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을 13명 뽑아 당사업에 배치했다. 함경북도 도인민위원회에서도 부장, 부부장, 부원 등 15명을 새로 임명했고, 시당과 군당, 행정관리에도 부장급 부원으로 여성들을 배치했다. 회령시의 경우, 한창 건설 중인 주방공장을 비롯해 각 공장 지배인과 당비서에도 여성 간부들을 대거 임명했다. 이렇듯 여성들을 간부로 대거 임용한 것에 대해, 중앙당에서는 “최근 몇 년 새 간부들이 자기의 직위와 직권을 남용해 국가 물자를 탕진하고, 백성들의 등을 쳐서 자기 것만 챙겨 사회와 집단은 안중에도 없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능력은 없이 자기 잇속만 챙기는 남자 간부들을 대거 해임하고, 그 자리에 여성들을 배치하면, 아무래도 백성들의 실정을 잘 아는 여성들이 더 사업을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