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경제지원 들어오면 충돌 가능성 낮아질 것”

중앙당의 간부들은 2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식량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절대 민심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경제가 정상화되어야만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2012년 강성대국을 내세우고 있지만, 당장 먹고사는 것도 어렵다. 가뜩이나 어려웠던 경제가 제작년 말 화폐개혁으로 파탄 직전까지 몰리며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는 화폐 개혁의 실패를 두고 암암리에 “조선 경제를 10년 후퇴시켰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한 간부는 몇 차례나 익명을 요구하며, “지금은 김일성 주석이 아니라 그 할아버지가 살아난다고 해도 조선 백성들의 민심을 가라앉히기 어려운 시기”라고 민심의 흉흉함을 말했다. “획기적인 생활 개선이 없다면 백성들은 물론이고, 간부층의 지지마저 잃어버리기 쉽다”며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올해 신년공동사설 역시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획기적인 돌파구가 없다는 내부 평가도 나온다. “경제건설전반에서 대고조진군속도를 높이기 위한 중요한 방도로 최첨단돌파”를 강조했으나, 최첨단돌파전의 선구자를 국방공업으로 명시한 것은 인민생활과 밀접한 경공업을 발전시키자는 구호에 적절한 실천 강령이 될 수 없다는 이유이다. 선군시대에 국방공업이 중대 산업이라는 점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국방공업이 일순위가 되면 부족한 자원과 재원으로 민간부문 공업은 자연히 소외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평양의 고위 간부들은 올해에도 남북한 긴장상태가 계속되면 무력 충돌이 또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북한 당국이 하겠다고 해서만이 아니라, 일반 주민이나 일부 간부들 사이에도 전쟁을 각오하는 분위기가 퍼져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06년 수해 이후 식량문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국제사회의 지원은 끊기다시피 하면서 현재 식량난의 돌파구가 별로 없는 상태이다. 이럴 때 전쟁이 일어나면 모든 문제가 일시에 해결되지 않겠느냐는 심리가 주민들 뿐만 아니라 일부 고위간부들 사이에도 퍼져있다는 것이다. 한 간부는 북한 당국이 남한에서 도발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벼르는 것도 이런 분위기에 힘입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럴 때 오히려 “(남한이든 국제사회든) 경제지원이 들어오면 충돌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국제사회에서 지원이 재개되고 경제투자가 활발해지면 먹고 사는 문제가 일정하게 해소될 것이고, 그러면 전쟁을 기대하는 심리도 낮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조.중.러 삼각동맹, 쉽지만은 않은 상황

북한과 중국, 러시아 삼각동맹을 이용해 한미일 구도를 대체하겠다는 북한의 전략은 올해에도 계속되겠지만, 내부에서는 바라는 만큼 속도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퍼져있다. 작년에 러시아는 연일 계속되는 이상고온으로 극심한 가뭄을 겪은 데다 산불이 확산되면서 8월 15일부터 연말까지 곡물 수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는데 북한 지도부에서도 내심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러시아로부터 식량을 조달받으려던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생각만큼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중국의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세운 대풍그룹도 아무 성과 없이 한 해를 보냈고, 최근 수출금지 품목이었던 희귀금속과 광물들에 대한 규제를 풀었으나 중국이 얼마나 호응해올지 장담하지 못한다고 했다. 작년에 중국은 147개 관광추천국이나 137개 투자추천국에서 북한을 제외시켜 북한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중앙당의 간부들은 조․중․러 삼각구도 구축 전략에 대해 대체로 아직 만족스러운 단계가 아니라며 북미관계 개선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 간부는 “중국의 대폭적인 경제협력과 투자유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을 끌어내 정상회담을 한 뒤 서방자금을 끌어들여 경제발전을 이룩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중러 삼각동맹 구축을 표방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중국에 대해선 의존하면 할수록 독립성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하면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자주권을 지킬 수 있을 거라는 계산 때문이라고 했다.

2011년, 조․중․러 삼각구도 굳힐 것

중앙당 간부들에 따르면, 북한 지도부는 2011년 올해에도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에 상당한 공을 들일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전폭적인 경제협력을 받는 동시에, 한미일 삼각동맹에 대항하는 조․중․러 삼각구도를 견실히 다져야 체제보장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1992년 8월 24일, 한중수교가 수립된 이후 북한의 대중국 감정이 악화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집권 초기만 해도 미묘한 긴장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당시 “중국과의 동맹 관계가 흐트러져 중국의 원조가 끊기다시피 했다”고 회상했다. 경제난의 원인이 내부에 있기도 하지만 구(舊)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의 몰락, 중국과의 소원해진 관계 등으로 보다 심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남한에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햇볕정책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자 중국과의 관계도 자연스레 풀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남한의 중재로 중국과 서방국가들과의 외교 관계와 경제활동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우호적 관계가 가능하자 남한으로부터 받을 것은 다 받는 실리주의를 고수하되 주민들의 사상 변질을 우려해 황색바람 침투를 대단히 경계하는 정책을 써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남조선이 미국을 끌어들여 우리 공화국을 뒤엎으려 하자, 어쩔 수 없이 중국을 등에 업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당 간부들이 많다. “2012년 전에 어떻게든 이 난국을 개변해보려는 생각뿐이다. 이러나저러나 어려울 것 같으면, 이 기회에 전쟁이라도 불살라보겠다는 의지도 있다. 그러나 전쟁을 하겠다고 나서도 중미 양 강국이 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전면전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간부들 중에는 전쟁을 하겠다고 북한이 나서면 중국이 말리려고 각종 물자 지원을 더 잘 해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역으로, 전쟁이 나더라도 전쟁과 같은 위급시기에는 중국이 무조건적인 지원을 해줄 것이고, 그러면 민심을 통제하기도 쉽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올해 중국과의 협력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남한과의 관계를 보더라도 이명박 정부는 남은 임기 내내 대북 도발을 계속 할 것이기 때문에, 한미일 공조에 버금가는 조중러 삼각구도 굳히기는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한 중앙당 간부는 ”남조선의 대응이 강해질수록 우리의 대응 역시 강해질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인식 못하는 것은 그것이(햇볕정책이) 2차 전쟁을 막았고, (북한이) 중국에 귀속되는 것을 막았다. 이것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있는 한 한반도에 전면전은 없다”

중앙당의 분위기도 마냥 밝지만은 않다.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자력갱생의 원칙을 철저히 구현하라”고 했듯이, 각자 단위에서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가 중앙당 간부들에게도 최대 관심사라고 했다. 지난 해부터 중앙당의 유력기관들도 해외에 나가 외화벌이를 하고 식량을 사들이는 등 자력갱생을 하려고 해보지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앙당의 몇몇 간부들은 “역시 국가적 차원에서 외교로 푸는 방법밖에 없지 않겠느냐, 그러려면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조선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포함된 것이냐는 질문에 한 간부는 직접적인 답변 대신 “(북한 지도부가) 한반도에 전면전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현재 시점에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기를 원치 않으며, 또한 미군이 주둔하는 통일 한국과 국경을 맞대는 일도 원치 않는다고 했다. 미국 역시 중국과 경제문제를 포함해 이해관계로 얽혀있어 중국과의 직접 충돌은 원치 않을 거라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전쟁에 나선다면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중국과의 전쟁이 꼭 필요할 때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믿음에 근거해 중국으로부터 체제보장을 받으면서 미국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 어떤 무력 충돌도 감수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국제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된다는 명분뿐만 아니라, 서방세계의 자금을 끌어들여 경제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체제 유지나 자주권을 행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미국과 체제보장 문제를 담판 지으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희망 없이 맞는 새해

2011년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어려운 상황에 있더라도 해가 바뀌면 올해는 작년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와 설렘으로 새로운 희망을 갖기 마련이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의 얼굴에서는 좀처럼 미소 한 점 찾아보기 어렵고, 추운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워낙 오랫동안 어려운 생활고를 겪어와 당장 개선될 여지가 없을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 때문일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 몇몇 간부들에게 현재의 난국을 풀어갈 해법이 무엇인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공개적으로 말하기 힘든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일반화시킬 수 없다는 점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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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북도 사리원에 사는 한 시당 간부는 새해 뭐 좋은 게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대뜸 “2호 군량미 창고가 텅 비어있다” 는 말부터 했다. 작년에 당대표자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뒤 군량미 창고에 있던 곡식을 꺼내 군부대에 공급하고 해가 바뀐 지금까지 채워 넣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량정사업소 수매원들을 농장마다 파견해 군량미로 채울만한 식량을 알아보라고 했지만 수해 피해를 입은 농장들이 많아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군량미 차출 중단 지시를 내린바 있어 차마 군량미라는 말은 못하지만 분배한 식량을 농민들로부터 뺏어오다시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뺏기지 않으려고 울부짖는 농민들을 보면 차마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는 생각도 들지만 선군시대인데 군인이 먼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고 반문했다. 이 마당에 어떤 백성이 희망을 얘기할 수 있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함경남도 함흥시 시당 간부들은 올해 중국으로부터 대대적인 경제지원을 받지 못하면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젖히겠다는 꿈은 실현되기 힘들 것으로 비관하고 있다. 일반 주민들은 국제 정세를 잘 모르지만, 바깥소식을 접할 기회가 있는 간부들은 자립적민족경제로선이 완전히 실현된다고 해도 주체철, 주체섬유가 기대만큼 생산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가 회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올해 주체비료가 쾅쾅 쏟아지면 농사에 희망을 가져볼 수 있겠지만, 그럴 날이 과연 오겠느냐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도 “주체철, 주체섬유, 주체비료를 대량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휘황한 전망이 열려졌다”고 했지만, 한 시당 간부는 그것보다는 오히려 유일한 길은 외교를 잘 해서 외국의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 간부들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 사회

희망 없이 맞는 새해

황해북도 사리원에 사는 한 시당 간부는 새해 뭐 좋은 게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대뜸 “2호 군량미 창고가 텅 비어있다” 는 말부터 했다. 작년에 당대표자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뒤 군량미 창고에 있던 곡식을 꺼내 군부대에 공급하고 해가 바뀐 지금까지 채워 넣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량정사업소 수매원들을 농장마다 파견해 군량미로 채울만한 식량을 알아보라고 했지만 수해 피해를 입은 농장들이 많아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군량미 차출 중단 지시를 내린바 있어 차마 군량미라는 말은 못하지만 분배한 식량을 농민들로부터 뺏어오다시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뺏기지 않으려고 울부짖는 농민들을 보면 차마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는 생각도 들지만 선군시대인데 군인이 먼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고 반문했다. 이 마당에 어떤 백성이 희망을 얘기할 수 있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함경남도 함흥시 시당 간부들은 올해 중국으로부터 대대적인 경제지원을 받지 못하면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젖히겠다는 꿈은 실현되기 힘들 것으로 비관하고 있다. 일반 주민들은 국제 정세를 잘 모르지만, 바깥소식을 접할 기회가 있는 간부들은 자립적민족경제로선이 완전히 실현된다고 해도 주체철, 주체섬유가 기대만큼 생산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가 회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올해 주체비료가 쾅쾅 쏟아지면 농사에 희망을 가져볼 수 있겠지만, 그럴 날이 과연 오겠느냐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도 “주체철, 주체섬유, 주체비료를 대량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휘황한 전망이 열려졌다”고 했지만, 한 시당 간부는 그것보다는 오히려 유일한 길은 외교를 잘 해서 외국의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 간부들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 정치생활

“미국 있는 한 한반도에 전면전은 없다”

중앙당의 분위기도 마냥 밝지만은 않다.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자력갱생의 원칙을 철저히 구현하라”고 했듯이, 각자 단위에서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가 중앙당 간부들에게도 최대 관심사라고 했다. 지난 해부터 중앙당의 유력기관들도 해외에 나가 외화벌이를 하고 식량을 사들이는 등 자력갱생을 하려고 해보지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앙당의 몇몇 간부들은 “역시 국가적 차원에서 외교로 푸는 방법밖에 없지 않겠느냐, 그러려면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조선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포함된 것이냐는 질문에 한 간부는 직접적인 답변 대신 “(북한 지도부가) 한반도에 전면전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현재 시점에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기를 원치 않으며, 또한 미군이 주둔하는 통일 한국과 국경을 맞대는 일도 원치 않는다고 했다. 미국 역시 중국과 경제문제를 포함해 이해관계로 얽혀있어 중국과의 직접 충돌은 원치 않을 거라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전쟁에 나선다면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중국과의 전쟁이 꼭 필요할 때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믿음에 근거해 중국으로부터 체제보장을 받으면서 미국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 어떤 무력 충돌도 감수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국제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된다는 명분뿐만 아니라, 서방세계의 자금을 끌어들여 경제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체제 유지나 자주권을 행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미국과 체제보장 문제를 담판 지으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1년, 조․중․러 삼각구도 굳힐 것

중앙당 간부들에 따르면, 북한 지도부는 2011년 올해에도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에 상당한 공을 들일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전폭적인 경제협력을 받는 동시에, 한미일 삼각동맹에 대항하는 조․중․러 삼각구도를 견실히 다져야 체제보장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1992년 8월 24일, 한중수교가 수립된 이후 북한의 대중국 감정이 악화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집권 초기만 해도 미묘한 긴장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당시 “중국과의 동맹 관계가 흐트러져 중국의 원조가 끊기다시피 했다”고 회상했다. 경제난의 원인이 내부에 있기도 하지만 구(舊)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의 몰락, 중국과의 소원해진 관계 등으로 보다 심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남한에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햇볕정책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자 중국과의 관계도 자연스레 풀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남한의 중재로 중국과 서방국가들과의 외교 관계와 경제활동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우호적 관계가 가능하자 남한으로부터 받을 것은 다 받는 실리주의를 고수하되 주민들의 사상 변질을 우려해 황색바람 침투를 대단히 경계하는 정책을 써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남조선이 미국을 끌어들여 우리 공화국을 뒤엎으려 하자, 어쩔 수 없이 중국을 등에 업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당 간부들이 많다. “2012년 전에 어떻게든 이 난국을 개변해보려는 생각뿐이다. 이러나저러나 어려울 것 같으면, 이 기회에 전쟁이라도 불살라보겠다는 의지도 있다. 그러나 전쟁을 하겠다고 나서도 중미 양 강국이 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전면전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간부들 중에는 전쟁을 하겠다고 북한이 나서면 중국이 말리려고 각종 물자 지원을 더 잘 해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역으로, 전쟁이 나더라도 전쟁과 같은 위급시기에는 중국이 무조건적인 지원을 해줄 것이고, 그러면 민심을 통제하기도 쉽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올해 중국과의 협력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남한과의 관계를 보더라도 이명박 정부는 남은 임기 내내 대북 도발을 계속 할 것이기 때문에, 한미일 공조에 버금가는 조중러 삼각구도 굳히기는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한 중앙당 간부는 ”남조선의 대응이 강해질수록 우리의 대응 역시 강해질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인식 못하는 것은 그것이(햇볕정책이) 2차 전쟁을 막았고, (북한이) 중국에 귀속되는 것을 막았다. 이것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조․중․러 삼각동맹, 쉽지만은 않은 상황

북한과 중국, 러시아 삼각동맹을 이용해 한미일 구도를 대체하겠다는 북한의 전략은 올해에도 계속되겠지만, 내부에서는 바라는 만큼 속도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퍼져있다. 작년에 러시아는 연일 계속되는 이상고온으로 극심한 가뭄을 겪은 데다 산불이 확산되면서 8월 15일부터 연말까지 곡물 수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는데 북한 지도부에서도 내심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러시아로부터 식량을 조달받으려던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생각만큼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중국의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세운 대풍그룹도 아무 성과 없이 한 해를 보냈고, 최근 수출금지 품목이었던 희귀금속과 광물들에 대한 규제를 풀었으나 중국이 얼마나 호응해올지 장담하지 못한다고 했다. 작년에 중국은 147개 관광추천국이나 137개 투자추천국에서 북한을 제외시켜 북한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중앙당의 간부들은 조․중․러 삼각구도 구축 전략에 대해 대체로 아직 만족스러운 단계가 아니라며 북미관계 개선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 간부는 “중국의 대폭적인 경제협력과 투자유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을 끌어내 정상회담을 한 뒤 서방자금을 끌어들여 경제발전을 이룩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중러 삼각동맹 구축을 표방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중국에 대해선 의존하면 할수록 독립성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하면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자주권을 지킬 수 있을 거라는 계산 때문이라고 했다.

■ 경제활동

“경제지원 들어오면 충돌 가능성 낮아질 것”

중앙당의 간부들은 2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식량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절대 민심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경제가 정상화되어야만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2012년 강성대국을 내세우고 있지만, 당장 먹고사는 것도 어렵다. 가뜩이나 어려웠던 경제가 제작년 말 화폐개혁으로 파탄 직전까지 몰리며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는 화폐 개혁의 실패를 두고 암암리에 “조선 경제를 10년 후퇴시켰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한 간부는 몇 차례나 익명을 요구하며, “지금은 김일성 주석이 아니라 그 할아버지가 살아난다고 해도 조선 백성들의 민심을 가라앉히기 어려운 시기”라고 민심의 흉흉함을 말했다. “획기적인 생활 개선이 없다면 백성들은 물론이고, 간부층의 지지마저 잃어버리기 쉽다”며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올해 신년공동사설 역시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획기적인 돌파구가 없다는 내부 평가도 나온다. “경제건설전반에서 대고조진군속도를 높이기 위한 중요한 방도로 최첨단돌파”를 강조했으나, 최첨단돌파전의 선구자를 국방공업으로 명시한 것은 인민생활과 밀접한 경공업을 발전시키자는 구호에 적절한 실천 강령이 될 수 없다는 이유이다. 선군시대에 국방공업이 중대 산업이라는 점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국방공업이 일순위가 되면 부족한 자원과 재원으로 민간부문 공업은 자연히 소외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평양의 고위 간부들은 올해에도 남북한 긴장상태가 계속되면 무력 충돌이 또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북한 당국이 하겠다고 해서만이 아니라, 일반 주민이나 일부 간부들 사이에도 전쟁을 각오하는 분위기가 퍼져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06년 수해 이후 식량문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국제사회의 지원은 끊기다시피 하면서 현재 식량난의 돌파구가 별로 없는 상태이다. 이럴 때 전쟁이 일어나면 모든 문제가 일시에 해결되지 않겠느냐는 심리가 주민들 뿐만 아니라 일부 고위간부들 사이에도 퍼져있다는 것이다. 한 간부는 북한 당국이 남한에서 도발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벼르는 것도 이런 분위기에 힘입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럴 때 오히려 “(남한이든 국제사회든) 경제지원이 들어오면 충돌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국제사회에서 지원이 재개되고 경제투자가 활발해지면 먹고 사는 문제가 일정하게 해소될 것이고, 그러면 전쟁을 기대하는 심리도 낮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