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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412호

■ 시선집중

기획연재 – 2012, 강성대국의 조건(2) 전력공급에 전력을 다하라

2. 전력 공급에 전력을 다하라.

먹는 문제만큼이나 시급한 게 전력(電力)문제다. 먹는 문제가 인민들에게 피부로 와 닿는 직접적인 사안이라면, 전력문제는 경제건설과 직결된다. 생산을 하려 해도 전기가 있어야 돌아가니까. 자강도 희천발전소에 국가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6월, 중앙당은 당, 정 일군 회의석상에서 “언제까지 식량과 인민 생활 소비품을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가. 중국과 외국의 물자가 없어도 우리 힘으로 만들어나가도록 해야 한다. 올해 안에 희천발전소 건설을 다그치고, 뒤이어 희천발전소 크기만 한 수력발전소를 몇 개 더 건설해야 전기를 완전히 풀 수 있다. 이 문제만 풀리면, 2012년 새해에는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비약의 해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전력 문제를 강조했다. 우선 희천발전소 완공에 집중하라는 지시가 이어졌다. 희천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물자를 보장해주고, 건설인력들이 배곯지 않도록 식량 문제도 풀어주라고 했다.

현실은? 희천발전소, 2단계 공사 멈칫

북한 당국의 숙원 사업인 희천발전소 공사는 어느 정도 진행됐을까? 1단계 공사는 끝이 났고, 2단계 공사를 시작해야 하는데 여기에서 멈추었다. 자금이 없어서다. 각 단위별로 분공을 내렸지만, 1단계 공사하는 데만도 숱하게 끌어당겼기에 선뜻 더 내겠다는 데가 없다. 무역성이나 보위부 정도나 더 낼 수 있을까? 다른 기관, 기업소들은 산 입에 거미줄 치게 생겼다며, 다들 죽는 소리다. 그래도 자체 모금을 해서라도 올리라고 한다. 자금 마련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외장 건설만 대충 끝내고 2단계 공사에 필요한 설비를 기다리고 있다. 설비를 들여와 공사를 재개하는데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수력발전소 수백 개 지었다면서?”

주민들은 전기 문제가 안 풀리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전국 방방곳곳마다 수력발전소 건설한 게 수백 개는 될 거면서, 왜 아직도 전기 문제를 못 푸느냐”고 묻는다. 그동안 희천발전소와 같은 대형 발전소는 물론이고, 각종 중소형발전소 건설에 가져간 세외부담이 대체 얼마냐는 것이다. 발전소가 완공됐어도 겨우 공급한다는 곳이 몇몇 특수기업소나 2경제 산하 군수공업기지 뿐이다. 그렇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농사에도 전기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다. 겨우 한다는 것이, 주민 세대에서 전기를 끌어와 양수기를 돌리는 정도이다. 이조차 부족해 양수기를 돌릴 때보다 못 돌릴 때가 더 많다. 농민들은 모내기가 끝나고 물을 제때 대지 못해 모들이 말라죽는 것을 애타게 바라볼 뿐이다. 하루 2-3시간 올까 말까한 전기마저 농사에 뺏긴 주민들로선 “전기 오는 날이 명절”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하다. “발전소를 건설할 때는 바로 전기를 공급해줄 것처럼 허황되게 선전하지만 실제 돌아오는 것은 없다. 그저 우리가 피땀 흘려 번 돈을 가져가려고 온갖 말로 속이는 것이다. 우리나라만큼 전기 때문에 고생하는 나라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는 주민들의 하소연을, 북한 정부는 새겨듣고 있을까?

전력난, 중국 투자 유치 걸림돌

전력난은 중국 기업들의 투자 유치도 어렵게 하고 있다. 공장을 돌리고 싶어도 전기가 오지 않고, 대량으로 물건을 실어 나르고 싶어도 철도 수송이 느리니 중국 대방들이 왔다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간다. 북한의 열악한 사회기반시설과 전력난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실제 자기 돈을 투자하려고 보면 선뜻 나설 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이 주로 국경연선지역에서 무연탄과 같은 광물성 연료, 철광 수입에 집중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도문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한 조선족 사장은 철도 수송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평양에서 기차를 탔는데 함경남도 함흥까지, 거짓말 안하고 3일 걸렸다. 어딘지 기억도 안 나는 산골 역에서만 한 20시간 넘게 있었던 것 같다. 정전이 그렇게 심한 줄 몰랐다. 움직였다 싶으면 금방 멈춰서고, 또 간다 싶으면 다시 멈추고, 이러기를 수십 번 했다. 오죽하면 자전거 타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을 하겠는가. 신의주-평양 쪽은 괜찮다는데, 이쪽은 두 번 탈 게 못 됐다. 돈 없는 조선 사람들은 도중식사가 떨어져서 굶고 있더라. 한 절반은 배가 너무 고파서 그러는지 얼이 빠져 보였다. 사람 타는 게 이 정도인데 화물차라고 별 수 있겠느냐. 고난의 행군 때만큼이나 어려워졌다는 말을 실감하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사리원-라진선봉 기차는 보통 27시간 걸리는데, 요즘에는 전력난이 심해져서 빨라야 56시간 아니면 최대 4-5일까지 걸린다. 요즘처럼 고온다습한 장마철에는 음식 상하기가 쉬워 도중식사를 준비하는데도 애를 먹는다. 어떤 이들은 아예 밥할 거리들을 이고지고 다니면서 정차할 때 불 지피고 즉석에서 밥을 해먹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야 돈이 있다 싶은 사람들이고, 돈 없는 사람들은 꼼짝 못하고 굶기 일쑤다.

국가의 동맥이라고 할 수 있는 철도 상태가 이 수준이니 신속성과 대량유통을 필요로 하는 중국의 무역기관들로선 도저히 투자할 수가 없다는 반응이다. 물론 지난 2010년 12월, 중국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인 20억 달러를 나선특구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중국의 상지관군투자유한공사에서는 북한 조선투자개발연합체와 10개 항의 투자의향서를 체결했는데, 중국 측이 북한 측에 도로와 석유정제공장, 제철소, 그리고 화력발전소 등을 건설해주고 광물 채굴권 등을 가져가기로 했다. 중국 길림성에서는 압록강 중상류에 위치한 망강루와 문악 두 곳에 연간 3억 1,400만 kw 전력을 생산하는 수력발전소를 건설해 양국이 공동이용하기로 하고 현재 건설 중에 있다. 이렇듯 중국과의 투자협정에 발전소 건설이 포함되면서 에너지 수급 문제가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는 바로 내년이다. “한밤이면 까막 나라에 사는 주민들에게 대낮같은 불빛은 분명 강성대국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먹는 문제와 전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판단은 옳지만, 어떻게 현실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이 막막하다. 결국 희천발전소 완공식을 보여주는 길밖에 없는 걸까? 원활한 전력 공급은 그 뒤의 문제이고 말이다.

해안 경비대 횡포까지 겹쳐 몸살

해안 경비대 횡포가 한층 심해졌다. 청진 연진동에서 15년 동안 낙지 조업을 해온 김철남(가명)씨는 “올해처럼 바다 단속이 심해가지고는 선주들도 돈벌이 하기는 틀렸다”고 한다. 보위부원들이 직접 신분을 조사하는 것은 기본이다. 월남 도주를 막는다고 한 배에 형제가 타거나 일가친척들이 타지 못하게 하고 있다. 처음부터 바다에 못 나가게 하는 것은 그래도 덜 억울하다. 바다에 나갈 때는 별 말 없이 보내고, 돌아오면 그때부터 달달 볶듯이 조사해 기어코 밤새 잡은 낙지를 모두 빼앗는 일도 빈번한다. 대개 출입증이 명확하지 않는 경우에 이런 불이익을 당한다. 김씨의 동료도 얼마 전에 비슷한 일을 겪었다. 김씨는 “밤새 1시간도 못 자고 어렵게 잡은 낙지를 군인들한테 다 뺏길 판인데, 사람이 돌지 안돌겠나. 한판 크게 붙었다가 엄청 얻어터지고 지금 병원에 있다. 말로는 장군님의 군대라면서 인민들이 잡은 낙지를 빼앗아 제 주머니에 넣는 날강도가 따로 없다. 세대주 하나 바라고 사는 집안 식구들에게는 날벼락이 떨어진 거다. 오죽하면 자살하고 싶다고 하겠는가?”라고 한탄했다. 해안경비대원들도 낙지잡이철에 한몫 잡으려고 무리하게 빼앗는 일이 생긴다.

차명철(가명)씨는 “낙지를 빼앗기는 것은 그래도 낫다. 배를 빼앗기면 완전히 죽으라는 소리다. 낙지라도 많이 잡히면 그런대로 알아서 바치겠는데, 요즘 낙지 구경하기가 어려워서 비위를 잘 못 맞추다가 배를 뺏기는 일도 생긴다”고 했다. 그동안 후불로 주겠다고 가져온 기름 값에 부속품과 어구 교체 등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데, 배를 빼앗기면 그대로 빚더미에 나앉게 되기 때문이다. 청암구역 방진동에 사는 리성학(가명)씨도 5월부터 낙지잡이 삯벌이를 하고 있지만, 낙지를 잡을 때보다 허탕치고 오는 날이 많고 단속 당하는 횟수도 늘었다고 말한다. 벌써 6년째 삯벌이에 나서고 있지만, 올해처럼 낙지 가뭄을 만난 적도 없고, 단속이 심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리씨는 “작년에 식량이 떨어져 낙지잡이철이 어서 오기만 기다렸다. 낙지잡이가 시작되고는 정작 잡을 수가 없으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때를 맞춰 해안 경비대들은 날로 악독해지는 것 같다. 온밤 하얗게 새워 겨우 잡은 낙지를 갖은 핑계를 대고 뺏어간다. 선주들도 죽을 맛이겠지만, 나 같은 하루살이 삯벌이꾼들은 식량이 나올 데가 없으니 사는 것 자체가 바쁘다”고 하소연했다.

올여름 낙지(오징어) 가뭄 너무 심해

그 어느 해보다 동해안 어부들의 시름이 깊다. 원래 지금쯤이면 낙지잡이(오징어잡이)철을 맞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어야 할 때이지만, 도통 낙지를 발견할 수가 없어서다. 거기다 바다출입이 보다 엄격해지면서 변변히 조업을 시도하기조차 어려워졌다. 함경북도 청진시 연진동에 사는 고창혁(가명)씨는 배 2척을 운영하는 선주다. 지난 몇 년 동안 한 척당 보통 6-8명의 어부들을 데리고 나가 낙지잡이를 해왔다. “칠성판을 등에 지고”가야 하는 위험한 일인지라, 나이 들면서 직접 출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꾼들 중에 믿을만한 사람을 골라 배를 맡기는데, 오후 2시에 출항하면 다음 날 오전 9시나 되어야 돌아오게 된다. 장장 20시간 가까이를 바다 위에서 사투를 벌여야 한다. 밤새 잠 한숨 못 자고 낙지잡이 전투를 하고 나면 온몸이 녹초가 된다. 그렇게 힘들게 잡은 낙지를 보통 7대 3으로 나누는데, 고씨는 7-8년 이상 호흡을 맞춰 온 오랜 인연들이라 6대 4로 비교적 후하게 쳐주는 편이다. 10마리 잡으면 선주 몫으로 6마리를 챙기는 셈인데, 그렇게 해도 별 무리가 없었다.

그런 그도 올해는 7대 3으로 슬며시 올렸다. 6대 4로 받던 삯벌이꾼들의 항의가 있었을 법하지만, 의외로 조용했다. 올해 바다 사정이 나빠도 너무 나쁘기 때문이다. 사실 한 마리도 안 줘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근거리에서 낙지가 안 잡히자 점점 먼 바다로 나가게 되는데, 기름 값을 감당할 수가 없을 정도다. 바다 출입 단속이 삼엄해지면서 뇌물비용 역시 늘었다. 해당 보위부와 보안서, 시, 군당의 승인을 받아야 출입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사 차릴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고씨는 해상 경비대를 포함해 간부들에게 벌써 10만 원 가까이 찔러 넣었다. 언제 또 누가 시비를 걸지 모르므로, 뇌물 비용은 또 들어갈 것이다. 낙지잡이가 원래 여름 한 철이기 때문에 이 시기를 놓치면 일 년 내내 배를 곯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함 때문에 이 모든 비용을 감수하고 있다. 평소 대범하다는 평가를 받는 그도 하루에 낙지를 밤새 10마리도 못 잡는 날이 생기자, 요즘에는 속이 바싹바싹 타들어간다고 토로했다. 낙지잡이가 안 되는 이유를 물으니, 바다 온도가 너무 낮다고 했다. 낙지는 바다 온도가 20도쯤 돼야 잘 잡히는 난류성 어류인데, 올해 수온이 유독 낮아 낙지를 눈에 씻고 찾아봐도 어렵다. 낙지 어군을 찾아다니면 다닐수록 기름 소비가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순천시멘트공장, 배급 없어도 살만한 이유?

평안남도 순천시멘트공장이 올해 3월부터 정상 운영되고 있다. 3월에 보름치 식량이 지급된 후 배급은 중단된 상태이나, 생활비는 매달 나오고 있다. 결근율도 급격히 낮아졌다. 노동자 최동국(가명)씨는 “로동자들이 배급을 안 주어도 출근을 자각적으로 하는 것은 시멘트를 도적질하기 위해서다. 우리 공장에서 생산하는 시멘트는 질이 좋아 수력발전소에도 공급이 되고, 그만큼 수요도 많다. 사람마다 도적질 해가는 양이 다르지만, 나 같은 경우 운이 좋은 날에는 100kg 정도 가지고 나올 때도 있고, 하루 평균 30kg 정도는 도적질 하는 것 같다. 그 정도면 옥수수밥은 먹을 수 있다”고 결근자가 감소한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고 매일 도적질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공장 보위대의 감시와 통제를 매번 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멘트를 훔치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걸려도 큰 벌을 받지는 않지만, 전체 총화 시간에 망신을 주고 인신공격성 비난을 하기 때문에 조심한다.

지난달에 훔치다 걸려 크게 혼쭐이 났던 리만수(가명)씨는 “진짜 큰 도적은 간부들”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같은 로동자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 (시멘트를 훔쳐도) 금시 사먹는데 소비하는 좀도둑이지만, 간부들은 큰 돈벌이를 목적으로 차판들이로 실어 내간다. 그런 사람들은 내버려두고 우리한테만 뭐라고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장 측에서는 큰 도적들을 잡으려고 보위대 초소를 더 만들고, 인원도 2배로 증강시켰지만 별 효과를 못 보고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보위대원들과 결탁해 조직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가끔은 공장 일군들이 작업반에 따라 100-200kg씩 공급해주는 경우도 있다. 노동자들이 식량문제로 생계곤란을 심각하게 겪을 경우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퇴근할 무렵에 공급해주기도 한다. 그럴 때면 작업반 노동자들끼리 간이식당에 몰려가 술과 두부 등을 사먹고 귀가하기도 하는데, 이럴 땐 “그래도 우리는 살만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한 공장 일군은 시멘트공장이 다시 가동된 것은 희천발전소 자재 공급 덕분이라고 했다. “희천발전소가 국가 대상 건설로써 중요하게 진행되는 만큼 여기에 공급할 시멘트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현재 중앙 간부들이 우리 공장에 내려와 지도하고 있다. 로동자들이 식량이 없어 바빠하므로 조금이라도 식량문제를 풀어야 성과 있게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중앙에서는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7월이 되면 얼마간이라도 풀어주겠다고 했다.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기업소는 특별하니까 좀 더 생각해주지 않겠나 싶다”며 내심 기대감을 비쳤다.

선거 노래 모임, “피곤하다 피곤해”

북한은 선거가 끝나면 한바탕 춤추고 노래를 부르는 등 축제 분위기를 내는 특징이 있다. 7월 15일부터 시, 군당 일군들이 직접 녀맹원들을 중심으로 노래 모임을 꾸리는데 미리 모여서 연습을 한다. 녀맹원들은 “배고파 죽겠는데, 노래할 힘이 어딨나. 피곤하니 내버려두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막상 춤과 노래를 하면 열심히 하고 또 잘 하지만, 흔쾌하게 마음이 나서 하는 일은 아니라는 소리다. 함경북도 청진시 포항구역에 사는 리일순(가명)씨는 “하루 한 끼 벌이도 못하는데, 선거 행사다 뭐다 피곤하다.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사람들이 무슨 기분이 나서 노래를 부르겠는 가. 조직 생활이다 보니 하는 수없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구역에서 장사하는 주미영(가명)씨도 “장사도 안 되는데, 15일부터 행사에 끌려 다니게 되면, 그나마도 못 벌게 된다. 못해도 8-9일은 장사를 접어야 한다는 소리인데, 이러면 어떻게 살겠느냐. 만사 다 귀찮으니 조용히 투표만 하고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며 선거 분위기 선전사업에 피로감을 보였다. 한편 중학생들은 7월 15일부터 ‘가창대활동’ 연습에 들어간다. 꽃을 들고 대열을 지어 노래를 부르며 돌아다니는 행사다.

7월 24일,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준비 한창

7월 24일, 전국에서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진행한다. 도와 직할시를 비롯해, 시, 구역, 군 인민회의 대의원들을 뽑는 선거다. 일종의 지방의회 성원들을 새로 선출하는 선거다. 북한 당국은 “각 도, 시 군들에서 18세 이상 공민이면, 높은 충성심을 발휘하여 누구도 빠짐없이 자각적으로 참가해야 한다”고 투표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 이날 선거는 아침 6시에 시작해 9시에 끝날 예정이다. 주민들은 양복이나 한복 등 옷을 단정히 차려입고 전원 투표하러 나와야 한다. 움직이지 못하는 노약자와 환자들은 선거 분구 책임 일군들이 직접 투표함을 들고 집집마다 방문한다. 7월 9일, 선거자 명부가 공시된 데 이어, 10일부터는 선거 분구 책임자를 선정해 선거장 꾸리기 사업에 들어갔다.

북한에서 선거는 통제와 단속으로 시작된다는 말처럼, 보안당국도 선거 준비로 분주하다. 선거일이 공고된 후부터 주민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행사 당일에도 전체 진행을 관여한다. 몇 년 전, 청진과 회령에서 선거장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선거인명부가 찢어지는 등의 사고로 큰 소동이 있었다. 당시 선거장 책임 일군과 담당 보위부원, 보안원들이 모두 철직되면서 마무리됐는데, 이 일이 있은 후 보안당국에서는 선거 당일 경계감시를 강화해왔다. 주민들의 이동 통제도 여전히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국경연선지역에서는 도강, 밀수 행위 색출을 강화하고, 타 지역 주민들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조처했다. 선거 기간 동안에는 여행증명서를 아예 발급하지 않는다. 단, 나랏일로 출장을 다녀야 하는 일군들은 해당 선거 분구에서 ‘이동선거증’을 발급받으면 움직일 수 있다. 남한에서는 부재자투표를 하더라도, 자기가 사는 지역의 인물을 뽑지만, 북한에서는 현지 인물에 투표하고 투표했다는 확인서를 받아 돌아오게 된다.

한편, 함경북도 청진시 주민들 사이에는 7월 24일, 전국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일을 맞이해 5일분의 식량 배급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함경북도 도당의 한 일군은 “도당과 시당에서 5일분의 식량을 풀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무역회사들이 들여온 식량의 일부를 주민 배급으로 풀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들여온 식량이 많지 않아, 배급을 풀 수 있을지 전망이 불투명하다. 다른 정부 기관들에서도 선거일을 맞아 단 며칠 분이라도 식량을 풀 것을 계획 중이나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2012 강성대국의 조건, 두 번째는?

지난주에 이어, 북한 지도부가 생각하는 강성대국의 조건을 짚어보았다. 자강도 희천발전소가 상징하는 것은 단연 전력문제다. 전력문제가 풀려야 국가 산업이 풀릴 수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희천발전소 건설 완공은 절대 절명의 과제로 다가온다. 전국 각지에서 거둬들인 세외부담과 국가 재정의 우선 투입으로, 1단계 공사가 어렵게 끝이 났지만, 2단계 공사를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고 한다. 자금난 때문이다. 자체모금을 지시했지만, 어느 정도나 모일지 장담하기 어렵다. 일단 당장 코앞에 다가온 선거부터 치러야 한다. 각 도, 시, 군 인민회의 대의원들을 뽑는 일이다. 젊은 사람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새로 선출되는 이들에게 기대를 걸어도 좋을까?

목차

7월 24일,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준비 한창

선거 노래 모임, “피곤하다 피곤해”

순천시멘트공장, 배급 없어도 살만한 이유?

올여름 낙지(오징어) 가뭄 너무 심해

해안 경비대 횡포까지 겹쳐 몸살

2012, 강성대국의 조건 (2) – 전력 공급에 전력을 다하라

■ 경제활동

기획연재 – 2012, 강성대국의 조건(2) 전력공급에 전력을 다하라

2. 전력 공급에 전력을 다하라.

먹는 문제만큼이나 시급한 게 전력(電力)문제다. 먹는 문제가 인민들에게 피부로 와 닿는 직접적인 사안이라면, 전력문제는 경제건설과 직결된다. 생산을 하려 해도 전기가 있어야 돌아가니까. 자강도 희천발전소에 국가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6월, 중앙당은 당, 정 일군 회의석상에서 “언제까지 식량과 인민 생활 소비품을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가. 중국과 외국의 물자가 없어도 우리 힘으로 만들어나가도록 해야 한다. 올해 안에 희천발전소 건설을 다그치고, 뒤이어 희천발전소 크기만 한 수력발전소를 몇 개 더 건설해야 전기를 완전히 풀 수 있다. 이 문제만 풀리면, 2012년 새해에는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비약의 해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전력 문제를 강조했다. 우선 희천발전소 완공에 집중하라는 지시가 이어졌다. 희천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물자를 보장해주고, 건설인력들이 배곯지 않도록 식량 문제도 풀어주라고 했다.

현실은? 희천발전소, 2단계 공사 멈칫

북한 당국의 숙원 사업인 희천발전소 공사는 어느 정도 진행됐을까? 1단계 공사는 끝이 났고, 2단계 공사를 시작해야 하는데 여기에서 멈추었다. 자금이 없어서다. 각 단위별로 분공을 내렸지만, 1단계 공사하는 데만도 숱하게 끌어당겼기에 선뜻 더 내겠다는 데가 없다. 무역성이나 보위부 정도나 더 낼 수 있을까? 다른 기관, 기업소들은 산 입에 거미줄 치게 생겼다며, 다들 죽는 소리다. 그래도 자체 모금을 해서라도 올리라고 한다. 자금 마련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외장 건설만 대충 끝내고 2단계 공사에 필요한 설비를 기다리고 있다. 설비를 들여와 공사를 재개하는데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수력발전소 수백 개 지었다면서?”

주민들은 전기 문제가 안 풀리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전국 방방곳곳마다 수력발전소 건설한 게 수백 개는 될 거면서, 왜 아직도 전기 문제를 못 푸느냐”고 묻는다. 그동안 희천발전소와 같은 대형 발전소는 물론이고, 각종 중소형발전소 건설에 가져간 세외부담이 대체 얼마냐는 것이다. 발전소가 완공됐어도 겨우 공급한다는 곳이 몇몇 특수기업소나 2경제 산하 군수공업기지 뿐이다. 그렇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농사에도 전기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다. 겨우 한다는 것이, 주민 세대에서 전기를 끌어와 양수기를 돌리는 정도이다. 이조차 부족해 양수기를 돌릴 때보다 못 돌릴 때가 더 많다. 농민들은 모내기가 끝나고 물을 제때 대지 못해 모들이 말라죽는 것을 애타게 바라볼 뿐이다. 하루 2-3시간 올까 말까한 전기마저 농사에 뺏긴 주민들로선 “전기 오는 날이 명절”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하다. “발전소를 건설할 때는 바로 전기를 공급해줄 것처럼 허황되게 선전하지만 실제 돌아오는 것은 없다. 그저 우리가 피땀 흘려 번 돈을 가져가려고 온갖 말로 속이는 것이다. 우리나라만큼 전기 때문에 고생하는 나라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는 주민들의 하소연을, 북한 정부는 새겨듣고 있을까?

전력난, 중국 투자 유치 걸림돌

전력난은 중국 기업들의 투자 유치도 어렵게 하고 있다. 공장을 돌리고 싶어도 전기가 오지 않고, 대량으로 물건을 실어 나르고 싶어도 철도 수송이 느리니 중국 대방들이 왔다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간다. 북한의 열악한 사회기반시설과 전력난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실제 자기 돈을 투자하려고 보면 선뜻 나설 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이 주로 국경연선지역에서 무연탄과 같은 광물성 연료, 철광 수입에 집중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도문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한 조선족 사장은 철도 수송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평양에서 기차를 탔는데 함경남도 함흥까지, 거짓말 안하고 3일 걸렸다. 어딘지 기억도 안 나는 산골 역에서만 한 20시간 넘게 있었던 것 같다. 정전이 그렇게 심한 줄 몰랐다. 움직였다 싶으면 금방 멈춰서고, 또 간다 싶으면 다시 멈추고, 이러기를 수십 번 했다. 오죽하면 자전거 타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을 하겠는가. 신의주-평양 쪽은 괜찮다는데, 이쪽은 두 번 탈 게 못 됐다. 돈 없는 조선 사람들은 도중식사가 떨어져서 굶고 있더라. 한 절반은 배가 너무 고파서 그러는지 얼이 빠져 보였다. 사람 타는 게 이 정도인데 화물차라고 별 수 있겠느냐. 고난의 행군 때만큼이나 어려워졌다는 말을 실감하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사리원-라진선봉 기차는 보통 27시간 걸리는데, 요즘에는 전력난이 심해져서 빨라야 56시간 아니면 최대 4-5일까지 걸린다. 요즘처럼 고온다습한 장마철에는 음식 상하기가 쉬워 도중식사를 준비하는데도 애를 먹는다. 어떤 이들은 아예 밥할 거리들을 이고지고 다니면서 정차할 때 불 지피고 즉석에서 밥을 해먹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야 돈이 있다 싶은 사람들이고, 돈 없는 사람들은 꼼짝 못하고 굶기 일쑤다.

국가의 동맥이라고 할 수 있는 철도 상태가 이 수준이니 신속성과 대량유통을 필요로 하는 중국의 무역기관들로선 도저히 투자할 수가 없다는 반응이다. 물론 지난 2010년 12월, 중국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인 20억 달러를 나선특구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중국의 상지관군투자유한공사에서는 북한 조선투자개발연합체와 10개 항의 투자의향서를 체결했는데, 중국 측이 북한 측에 도로와 석유정제공장, 제철소, 그리고 화력발전소 등을 건설해주고 광물 채굴권 등을 가져가기로 했다. 중국 길림성에서는 압록강 중상류에 위치한 망강루와 문악 두 곳에 연간 3억 1,400만 kw 전력을 생산하는 수력발전소를 건설해 양국이 공동이용하기로 하고 현재 건설 중에 있다. 이렇듯 중국과의 투자협정에 발전소 건설이 포함되면서 에너지 수급 문제가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는 바로 내년이다. “한밤이면 까막 나라에 사는 주민들에게 대낮같은 불빛은 분명 강성대국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먹는 문제와 전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판단은 옳지만, 어떻게 현실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이 막막하다. 결국 희천발전소 완공식을 보여주는 길밖에 없는 걸까? 원활한 전력 공급은 그 뒤의 문제이고 말이다.

올여름 낙지(오징어) 가뭄 너무 심해

그 어느 해보다 동해안 어부들의 시름이 깊다. 원래 지금쯤이면 낙지잡이(오징어잡이)철을 맞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어야 할 때이지만, 도통 낙지를 발견할 수가 없어서다. 거기다 바다출입이 보다 엄격해지면서 변변히 조업을 시도하기조차 어려워졌다. 함경북도 청진시 연진동에 사는 고창혁(가명)씨는 배 2척을 운영하는 선주다. 지난 몇 년 동안 한 척당 보통 6-8명의 어부들을 데리고 나가 낙지잡이를 해왔다. “칠성판을 등에 지고”가야 하는 위험한 일인지라, 나이 들면서 직접 출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꾼들 중에 믿을만한 사람을 골라 배를 맡기는데, 오후 2시에 출항하면 다음 날 오전 9시나 되어야 돌아오게 된다. 장장 20시간 가까이를 바다 위에서 사투를 벌여야 한다. 밤새 잠 한숨 못 자고 낙지잡이 전투를 하고 나면 온몸이 녹초가 된다. 그렇게 힘들게 잡은 낙지를 보통 7대 3으로 나누는데, 고씨는 7-8년 이상 호흡을 맞춰 온 오랜 인연들이라 6대 4로 비교적 후하게 쳐주는 편이다. 10마리 잡으면 선주 몫으로 6마리를 챙기는 셈인데, 그렇게 해도 별 무리가 없었다.

그런 그도 올해는 7대 3으로 슬며시 올렸다. 6대 4로 받던 삯벌이꾼들의 항의가 있었을 법하지만, 의외로 조용했다. 올해 바다 사정이 나빠도 너무 나쁘기 때문이다. 사실 한 마리도 안 줘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근거리에서 낙지가 안 잡히자 점점 먼 바다로 나가게 되는데, 기름 값을 감당할 수가 없을 정도다. 바다 출입 단속이 삼엄해지면서 뇌물비용 역시 늘었다. 해당 보위부와 보안서, 시, 군당의 승인을 받아야 출입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사 차릴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고씨는 해상 경비대를 포함해 간부들에게 벌써 10만 원 가까이 찔러 넣었다. 언제 또 누가 시비를 걸지 모르므로, 뇌물 비용은 또 들어갈 것이다. 낙지잡이가 원래 여름 한 철이기 때문에 이 시기를 놓치면 일 년 내내 배를 곯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함 때문에 이 모든 비용을 감수하고 있다. 평소 대범하다는 평가를 받는 그도 하루에 낙지를 밤새 10마리도 못 잡는 날이 생기자, 요즘에는 속이 바싹바싹 타들어간다고 토로했다. 낙지잡이가 안 되는 이유를 물으니, 바다 온도가 너무 낮다고 했다. 낙지는 바다 온도가 20도쯤 돼야 잘 잡히는 난류성 어류인데, 올해 수온이 유독 낮아 낙지를 눈에 씻고 찾아봐도 어렵다. 낙지 어군을 찾아다니면 다닐수록 기름 소비가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 사회

해안 경비대 횡포까지 겹쳐 몸살

해안 경비대 횡포가 한층 심해졌다. 청진 연진동에서 15년 동안 낙지 조업을 해온 김철남(가명)씨는 “올해처럼 바다 단속이 심해가지고는 선주들도 돈벌이 하기는 틀렸다”고 한다. 보위부원들이 직접 신분을 조사하는 것은 기본이다. 월남 도주를 막는다고 한 배에 형제가 타거나 일가친척들이 타지 못하게 하고 있다. 처음부터 바다에 못 나가게 하는 것은 그래도 덜 억울하다. 바다에 나갈 때는 별 말 없이 보내고, 돌아오면 그때부터 달달 볶듯이 조사해 기어코 밤새 잡은 낙지를 모두 빼앗는 일도 빈번한다. 대개 출입증이 명확하지 않는 경우에 이런 불이익을 당한다. 김씨의 동료도 얼마 전에 비슷한 일을 겪었다. 김씨는 “밤새 1시간도 못 자고 어렵게 잡은 낙지를 군인들한테 다 뺏길 판인데, 사람이 돌지 안돌겠나. 한판 크게 붙었다가 엄청 얻어터지고 지금 병원에 있다. 말로는 장군님의 군대라면서 인민들이 잡은 낙지를 빼앗아 제 주머니에 넣는 날강도가 따로 없다. 세대주 하나 바라고 사는 집안 식구들에게는 날벼락이 떨어진 거다. 오죽하면 자살하고 싶다고 하겠는가?”라고 한탄했다. 해안경비대원들도 낙지잡이철에 한몫 잡으려고 무리하게 빼앗는 일이 생긴다.

차명철(가명)씨는 “낙지를 빼앗기는 것은 그래도 낫다. 배를 빼앗기면 완전히 죽으라는 소리다. 낙지라도 많이 잡히면 그런대로 알아서 바치겠는데, 요즘 낙지 구경하기가 어려워서 비위를 잘 못 맞추다가 배를 뺏기는 일도 생긴다”고 했다. 그동안 후불로 주겠다고 가져온 기름 값에 부속품과 어구 교체 등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데, 배를 빼앗기면 그대로 빚더미에 나앉게 되기 때문이다. 청암구역 방진동에 사는 리성학(가명)씨도 5월부터 낙지잡이 삯벌이를 하고 있지만, 낙지를 잡을 때보다 허탕치고 오는 날이 많고 단속 당하는 횟수도 늘었다고 말한다. 벌써 6년째 삯벌이에 나서고 있지만, 올해처럼 낙지 가뭄을 만난 적도 없고, 단속이 심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리씨는 “작년에 식량이 떨어져 낙지잡이철이 어서 오기만 기다렸다. 낙지잡이가 시작되고는 정작 잡을 수가 없으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때를 맞춰 해안 경비대들은 날로 악독해지는 것 같다. 온밤 하얗게 새워 겨우 잡은 낙지를 갖은 핑계를 대고 뺏어간다. 선주들도 죽을 맛이겠지만, 나 같은 하루살이 삯벌이꾼들은 식량이 나올 데가 없으니 사는 것 자체가 바쁘다”고 하소연했다.

순천시멘트공장, 배급 없어도 살만한 이유?

평안남도 순천시멘트공장이 올해 3월부터 정상 운영되고 있다. 3월에 보름치 식량이 지급된 후 배급은 중단된 상태이나, 생활비는 매달 나오고 있다. 결근율도 급격히 낮아졌다. 노동자 최동국(가명)씨는 “로동자들이 배급을 안 주어도 출근을 자각적으로 하는 것은 시멘트를 도적질하기 위해서다. 우리 공장에서 생산하는 시멘트는 질이 좋아 수력발전소에도 공급이 되고, 그만큼 수요도 많다. 사람마다 도적질 해가는 양이 다르지만, 나 같은 경우 운이 좋은 날에는 100kg 정도 가지고 나올 때도 있고, 하루 평균 30kg 정도는 도적질 하는 것 같다. 그 정도면 옥수수밥은 먹을 수 있다”고 결근자가 감소한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고 매일 도적질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공장 보위대의 감시와 통제를 매번 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멘트를 훔치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걸려도 큰 벌을 받지는 않지만, 전체 총화 시간에 망신을 주고 인신공격성 비난을 하기 때문에 조심한다.

지난달에 훔치다 걸려 크게 혼쭐이 났던 리만수(가명)씨는 “진짜 큰 도적은 간부들”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같은 로동자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 (시멘트를 훔쳐도) 금시 사먹는데 소비하는 좀도둑이지만, 간부들은 큰 돈벌이를 목적으로 차판들이로 실어 내간다. 그런 사람들은 내버려두고 우리한테만 뭐라고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장 측에서는 큰 도적들을 잡으려고 보위대 초소를 더 만들고, 인원도 2배로 증강시켰지만 별 효과를 못 보고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보위대원들과 결탁해 조직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가끔은 공장 일군들이 작업반에 따라 100-200kg씩 공급해주는 경우도 있다. 노동자들이 식량문제로 생계곤란을 심각하게 겪을 경우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퇴근할 무렵에 공급해주기도 한다. 그럴 때면 작업반 노동자들끼리 간이식당에 몰려가 술과 두부 등을 사먹고 귀가하기도 하는데, 이럴 땐 “그래도 우리는 살만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한 공장 일군은 시멘트공장이 다시 가동된 것은 희천발전소 자재 공급 덕분이라고 했다. “희천발전소가 국가 대상 건설로써 중요하게 진행되는 만큼 여기에 공급할 시멘트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현재 중앙 간부들이 우리 공장에 내려와 지도하고 있다. 로동자들이 식량이 없어 바빠하므로 조금이라도 식량문제를 풀어야 성과 있게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중앙에서는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7월이 되면 얼마간이라도 풀어주겠다고 했다.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기업소는 특별하니까 좀 더 생각해주지 않겠나 싶다”며 내심 기대감을 비쳤다.

■ 정치생활

선거 노래 모임, “피곤하다 피곤해”

북한은 선거가 끝나면 한바탕 춤추고 노래를 부르는 등 축제 분위기를 내는 특징이 있다. 7월 15일부터 시, 군당 일군들이 직접 녀맹원들을 중심으로 노래 모임을 꾸리는데 미리 모여서 연습을 한다. 녀맹원들은 “배고파 죽겠는데, 노래할 힘이 어딨나. 피곤하니 내버려두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막상 춤과 노래를 하면 열심히 하고 또 잘 하지만, 흔쾌하게 마음이 나서 하는 일은 아니라는 소리다. 함경북도 청진시 포항구역에 사는 리일순(가명)씨는 “하루 한 끼 벌이도 못하는데, 선거 행사다 뭐다 피곤하다.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사람들이 무슨 기분이 나서 노래를 부르겠는 가. 조직 생활이다 보니 하는 수없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구역에서 장사하는 주미영(가명)씨도 “장사도 안 되는데, 15일부터 행사에 끌려 다니게 되면, 그나마도 못 벌게 된다. 못해도 8-9일은 장사를 접어야 한다는 소리인데, 이러면 어떻게 살겠느냐. 만사 다 귀찮으니 조용히 투표만 하고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며 선거 분위기 선전사업에 피로감을 보였다. 한편 중학생들은 7월 15일부터 ‘가창대활동’ 연습에 들어간다. 꽃을 들고 대열을 지어 노래를 부르며 돌아다니는 행사다.

7월 24일,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준비 한창

7월 24일, 전국에서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진행한다. 도와 직할시를 비롯해, 시, 구역, 군 인민회의 대의원들을 뽑는 선거다. 일종의 지방의회 성원들을 새로 선출하는 선거다. 북한 당국은 “각 도, 시 군들에서 18세 이상 공민이면, 높은 충성심을 발휘하여 누구도 빠짐없이 자각적으로 참가해야 한다”고 투표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 이날 선거는 아침 6시에 시작해 9시에 끝날 예정이다. 주민들은 양복이나 한복 등 옷을 단정히 차려입고 전원 투표하러 나와야 한다. 움직이지 못하는 노약자와 환자들은 선거 분구 책임 일군들이 직접 투표함을 들고 집집마다 방문한다. 7월 9일, 선거자 명부가 공시된 데 이어, 10일부터는 선거 분구 책임자를 선정해 선거장 꾸리기 사업에 들어갔다.

북한에서 선거는 통제와 단속으로 시작된다는 말처럼, 보안당국도 선거 준비로 분주하다. 선거일이 공고된 후부터 주민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행사 당일에도 전체 진행을 관여한다. 몇 년 전, 청진과 회령에서 선거장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선거인명부가 찢어지는 등의 사고로 큰 소동이 있었다. 당시 선거장 책임 일군과 담당 보위부원, 보안원들이 모두 철직되면서 마무리됐는데, 이 일이 있은 후 보안당국에서는 선거 당일 경계감시를 강화해왔다. 주민들의 이동 통제도 여전히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국경연선지역에서는 도강, 밀수 행위 색출을 강화하고, 타 지역 주민들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조처했다. 선거 기간 동안에는 여행증명서를 아예 발급하지 않는다. 단, 나랏일로 출장을 다녀야 하는 일군들은 해당 선거 분구에서 ‘이동선거증’을 발급받으면 움직일 수 있다. 남한에서는 부재자투표를 하더라도, 자기가 사는 지역의 인물을 뽑지만, 북한에서는 현지 인물에 투표하고 투표했다는 확인서를 받아 돌아오게 된다.

한편, 함경북도 청진시 주민들 사이에는 7월 24일, 전국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일을 맞이해 5일분의 식량 배급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함경북도 도당의 한 일군은 “도당과 시당에서 5일분의 식량을 풀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무역회사들이 들여온 식량의 일부를 주민 배급으로 풀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들여온 식량이 많지 않아, 배급을 풀 수 있을지 전망이 불투명하다. 다른 정부 기관들에서도 선거일을 맞아 단 며칠 분이라도 식량을 풀 것을 계획 중이나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