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손전화기 없어 도강 어려웠다”

량강도 혜산시 한 간부는 가을걷이 기간 동안 도강이 어려웠던 이유로 가장 먼저 손전화기 회수를 꼽았다. 가을걷이 농촌동원 시기에 통제가 강해지고 국경경비원들이 대거 교체되기도 했지만, 도강을 도와주던 경비원들이 손전화기를 대거 빼앗겨 중국에 넘어가거나 다시 돌아올 때 경비원과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졌다. 량강도 혜산시의 한 간부는 “해마다 우리 농촌에서 중국 측에 건너가서 일공(일당)을 벌고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내기할 때나 추수할 때 많이 왔다 갔다 하는데 올 가을에는 넘어가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건너갔다 오는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도와주고 오면 돈 2백 위안은 벌어와 그걸로 겨울을 난다고 했다. 그 사람들이 이번에는 못 갔으니 올 겨울에는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도 “중국에서는 특별히 누가 악심을 품고 신고하는 게 아니면 그냥 눈감아주었다. 가끔 일을 많이 부려먹고, 돈 주기 싫어서 공안에 지르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자기들도 일손이 필요하니 굳이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쪽에서 국경경비원들이 많이 바뀌고, 도강죄를 심하게 다루니까 엄두를 못 냈던 것 같다. 이번 폭풍군단 검열에서 경비대원들이 전화기를 거진 다 빼앗겼는데, 중국에 넘나드는 시간을 장악하기 어려워 도강을 시켜주고 싶어도 못하기도 했다. 돈 벌 구멍이 막혔다고 사람들이 대단히 속상해 했다”고 전했다

도강 단속에 중국 농촌마을 일손 아쉬워

국경연선지역 단속의 여파가 중국 국경 농촌 마을에도 미쳤다. 해마다 가을철이 되면 북한 주민들이 강 건너 중국 마을에 몰래 건너가 품삯을 벌어 돌아오곤 했는데 올해는 발길이 뚝 끊겼다. 중국 농촌 마을도 추수철이 되면 중국 농촌도 일손이 모자라기는 마찬가지여서 몰래 찾아오는 북한 주민들이 상당한 도움이 됐다. 올해도 간간이 어렵게 넘나드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예년에 비하면 열의 한두 명도 안 됐다고 한다. 한창 추수철에 북한도 농촌동원으로 국경단속이 훨씬 세졌기 때문이다. 올 가을 북한 일손이 끊기자 중국 농촌 마을 주민들은 저마다 아쉬움을 표했다. 장백에 사는 조선족 조정금(가명)씨는 “며칠 일 시키고 돈 몇 백 위안 쥐어주면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하고, 얼마나 좋아하며 가는지 모른다. 집에서 안 입는 옷이라도 챙겨주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밥도 가리는 것 없이 뭐든 잘 먹고, 일들을 어찌나 잘하는지 계속 데리고 있고 싶을 정도다. 올해는 추수가 다 끝나가도록 사람 찾기가 어려웠다. 작년만 해도 2-3명씩 짝을 지어 오거나, 5-6명이 무리지어 와서 이집, 저 집 돌아다니면서 일해주고 그랬는데, 올해는 다른 집들도 북한 사람들을 거의 못 봤다”며 일손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북한 일손을 많이 써봤다는 조선족 최성희 할머니는 “올해는 무슨 일인지 통 한 사람도 얼굴이 안 보였다. 집에서 애들이 입던 옷가지나 된장, 고추장, 쌀 같은 것 좀 챙겨주면 식솔들이 배를 안 굶게 됐다고 좋아들 했는데, 올 겨울은 어떻게들 버티려는지 모르겠다. 우리 집에 쌓여있는 일거리들보다 그 사람들 살아갈 걱정이 더 커서 문득 문득 강 너머를 바라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정이 많이 들었는데, 강 하나를 두고 그 고생할 걸 생각하니 안쓰럽다”며 애잔한 마음을 표했다.

추수가 끝나자 다시 도강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오랫동안 북한 동포들을 도와주었던 한 조선족 여성은 “꽃제비들은 더 늘어났다. 아이들이 귀신같이 넘어오는데, 애들 영양상태가 한 눈에 봐도 더 나빠졌다. 요즘에 넘어오는 북한 사람들은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생각으로 넘어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도 저쪽에서 검열을 세게 하다 보니 아예 돌아갈 생각을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요즘 탈북 추세를 얘기해주었다.

농민들에게 주인 되라 하지만

속이 타 들어가기는 북한 당국도 마찬가지다. 낟알 한 알이라도 더 건져야 하는 상황에 농민들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가 불만인 것이다. 황해남도 연안군 라진포 협동농장에서 탈곡 시기에 농민들이 교대 성원이 오기 전에 철수해버린 일을 두고 제3방송을 통해 매섭게 공개비판을 했다. 교대성원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을 못할망정, 농장원들의 정신 상태가 어느 지경에 이르렀으면 탈곡조 전원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집으로 들어가느냐며 포문을 열었다. 전기가 언제 어느 때 올 줄 모르니 대기해야지 그렇게 다 가버리면, 막상 전기가 왔을 때 탈곡을 못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이다. 손님처럼 굴지 말고 네 일, 내 일 따로 없이 꼼꼼히 챙기는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 식으로 안일하게 일하면 족답탈곡기로 힘들게 탈곡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북한 당국의 비판은 곧 농장 일군들의 일뽄새, 즉 업무 태도로 이어진다. 모범을 보여야할 일군들부터 자세가 흐트러져 있다며 다시 정신 차려 조직사업을 제대로 곧추세우라고 주장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농장원들과 농장 일군들은 한 마디로 “죽을 맛”이라고 말한다. “틀린 게 하나 없이 다 옳은 말이지만, 당장 배곯는 처지라 자기 소토지 농사에 온 신경을 쓸 판에 누가 농장 일을 그렇게 책임성 있게 일하겠느냐. 아무리 탈곡장에 전기를 가장 먼저 배려해준다고 해도 전기가 들어올 때보다 안 들어올 때가 더 많은데, 탈곡장에서 두 손 놓고 기다릴 사람이 누가 있느냐. 그 시간에 자기 텃밭에 나가 일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기가 농사 지은만큼 먹을 수 있다면 농장일도 제 것처럼 일하겠지만, 분배량이라고 돌아오는 것이 반년도 못 먹는 양이고 그마저 춘궁기 때 꾸었던 식량 빚을 갚다보면 손에 쥐는 게 별로 없다며 온전히 제 것이 되는 개인 농사에 더 매달리게 된다고 했다. 한 농장일군은 북한 당국의 바람이 현실이 되려면 “농장원들에게 개인 농사를 허용해주는 방법이 최선”이다. 아무리 제3방송으로 위협과 협박성 경고를 내보내도 교양을 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제3방송에서 언급되었던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먼저 탈곡을 진행하던 사람들이 교대성원들이 나올 때까지 탈곡을 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일을 했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농장원들의 정신상태가 어느 지경에 이르렀으면 탈곡조 전원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집으로 들어가는가 하는 것입니다. 지금 온 나라 각기 근로자들은 강성대국 대문을 힘차게 열어제끼기 위하여 다음 교대를 위해서 서로 돕고 이끄는 정신을 높이 발휘하고 있는데 어떻게 연안군 라진포 협동 농장에서는 니일 내일이 따로 있고 교대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마구잡이로 들어가는가 하면 나오기로 되어 있는 교대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가 하는 한심한 현상이 나타나는가 말입니다. 더욱이 요즘 국가에서는 전력이 긴장한 어려운 조건에서도 농촌에 어떻게 해서라도 전력을 보장해주어서 올해 농사를 빨리 결속하려고 하는 때엔 동무들은 왜 낟알털기 조직사업을 그렇게도 한심하게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동무들은 전기가 오는 시간을 최대로 이용할 대신 배부른 흥정을 하면서 낟알털기를 하겠으면 하고 말겠으면 말라는 식으로 다 해버리고 손님 행세를 하는가 말입니다. 동무들은 고난의 행군 시기 족답(탈곡)기로 힘들게 낟알털기를 하던 시기를 벌써 잊었습니까? 또 현재도 전기가 보장되지 않으면 족답(탈곡)기로 낟알을 털면서도 왜 전기가 오는 시간을 더 효과적으로 이용해서 많은 낟알을 털기 위해서 애쓰지 않는가 말입니다.

우리는 그릇된 사상관점과 일뽄새를 가지고 되는대로 일하는 황해남도 송화군 관양협동농장 관리위원장 최영빈 동무와 연안군 라진포협동농장 관리위원장 오동식 동무들에게 과연 올해 농사 결속을 잘해서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풀겠다는 애국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가하는데 대해서 조금이라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력 조직사업 하나 제대로 못해서 낟알털기 사업에 지장을 받게끔 하는 동무들과 같은 일군들이 과연 오늘날 대우를 앞장해서 이끄는 지휘성원이라는 자격을 지닐 수 있는가 말입니다. 송화군 관양협동농장 관리위원장 최영빈 동무와 연안군 라진포 협동농장 관리위원장 오동식 동무가 그런 결함을 보인 이유는 다른데 원인이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동무들이 올해 농사를 잘 결속 짓는 것은 올해 인민들의 먹는 문제 식량문제를 푸는 중요한 일로 사회주의 전망과 관련되는 전시적 문제로 보지 않고 늘상 해오는 농사일이라고 해서 조직사업도 제대로 하지 않고 건달을 부리려는 매우 옳지 못한 그릇된 사상관점이 머리에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동무들은 나타난 결함에서 심각한 교훈을 찾고 이제라도 단단히 각성해야 할 것입니다. 동무들이 농사일을 어떻게 조직 지휘하는가에 따라 농사의 한 해 농사 결속이 결정됩니다. 위에서 지적된 연안군 라진포협동농장 관리위원장 오동식, 송화군 관양협동농장 관리위원장 최영빈 동무들은 한 개 농장의 농사일을 책임졌다는 것을 똑똑히 명심하고 모든 조직사업을 빈틈없이 짜고들고 농사일을 주인처럼 해나감으로써 땀흘려 가꾼 한 알의 낟알도 허실없이 나라의 쌀독에 넣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각지의 모든 농업부문 일군들은 조직정치 사업을 더 힘있게 짜고들어 올해의 농사를 빛나게 결속해서 나라의 식량문제를 푸는데 이바지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송화군 관영협동농장 관리위원장 최영빈, 연안군 라진포협동농장 관리위원장 오동식 동무들이 무책임한 일뽄새로 농사일을 하고 있는데에 대해 말씀드리었습니다.”

탈곡용 전기, 시원하게 받아봤으면”

제3방송의 내용을 들은 평안남도 순천시의 한 농장관리일군은 당에서 탈곡 과정에 알곡이 유실되는 문제를 개인의 사상 문제로만 몰아간다고 불만을 표했다. 농민들이나 농장일군들의 정신 상태가 해이해져서, 혹은 주인의식이 없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력히 비판하는데, 근본 문제는 그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결정적으로 전기가 없다. 전기를 농촌에 보내준다고 해도 얼마 못 가 금방 끊긴다. 탈곡장으로 옮길 차도 없고 기름도 없다. 다 손으로 직접 해야 하는데, 집안 쌀독이 비어있는 사람이라면 볏단을 훔쳐가고 싶지 않겠나. 1년 열두 달 내내 뼈 빠지게 고생한 농민들은 알곡을 6-7개월분도 못 가져간다. 사상문제를 지적하기 전에 나라에서 전기도 잘 배려해주고 기름도 대주고, 또 농민들 분배량도 보장해주면 알곡 유실량도 자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안남도 안주시의 한 농장일군도 전기를 시원하게 좀 받아봤으면 좋겠다며, “우리 협동농장은 올해 가을에 들어와서 탈곡용 전기를 시원히 받아보지 못했다. 우리 농장 일군들은 11월 15일까지 벼 탈곡을 끝내기로 작정하고 이미 볏단 거두기를 벼 탈곡에 선행시켜 나갔다. 그런데 탈곡용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서 할 수 없이 작업반마다 족답기로 벼를 털고 있다. 하루에 7%의 벼를 털기로 세웠던 초기의 계획이 심히 떨어져 겨우 2~3%의 수준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벼 탈곡 일정이 너무 쳐지면서 처음 세웠던 탈곡 일정 계획이 보장될 수 없는 형편이다. 탈곡용 전기가 보장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서 노력(노동력)이 낭비되고 다음해 농사 준비가 그만큼 더 늦어질 것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전기 때문에 밤낮이 따로 없이 탈곡장마다 15~20명의 농장원들을 항시적으로 대기시켜 놓고 있지만 사람들이 할 일이 없으니 훔쳐가고 싶은 생각만 더 하게 된다. 요전 날, 비가 많이 온데다가 들어오는 족족 탈곡을 미처 하지 못해서 탈곡장 주변에 볏단을 쌓아놓으니까 재작업이 많아지고 낟알이 소실될 수 있는 공간만 조성되고 있다. 전기가 제대로 오지 않아 올해 농사 결속이 늦어지는 것이 가슴 아파 잠이 다 안 올 지경”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안주시 풍년협동농장에서 일하는 한 농장일군은 10월 말까지 볏단을 탈곡장까지 전부 옮겨놓는 일까지는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나, 전기가 보름째 오지 않아 탈곡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전기만 보장되면 짧은 기간에 와다닥 끝낼 수 있는데, 탈곡기로 하려고 전기를 기다리다보면 품은 품대로 들면서 실속이 오지 않아 속이 바질바질 타들어간다”며 탈곡 기간이 무한정 늘어질까 봐 안타까워했다.

탈곡할 때도 알곡 소실 발생

탈곡장에 볏단을 옮긴 후 본격적으로 낟알 털기를 할 때도 알곡은 계속 유실된다. 탈곡기에는 농촌에 전력을 최우선 공급해준다고 하지만, 탈곡기도 몇 대 안 되고 전력 사정이 나빠 빨리 끝내지 못한다. 그동안에 볏단 째로 훔쳐가는 사람들이 많다. 제3방송에서는 평양 순안구역 안흥농장과 대양농장을 불량 사례로 지목해 탈곡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안흥농장 3작업반에서 가을걷이를 주인답게 하지 않는 형상은 탈곡을 매우 거칠게 하고 있는 데서도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탈곡한 볏짚에서 벼이삭 고르기를 간간히 하지 않아 볏짚 한 단에서 벼 이삭이 평균 10 내지 12 이삭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낟알이 소실되지만 이 작업반 사람들은 누구하나 가슴 아파 하지 않고 볏짚을 이런 저런 용도에 쓰고 쭉정이를 거름 똥 위에 그냥 쌓아놓고 있었습니다. 탈곡을 이렇게 거칠게 하는 형상은 대양 농장에서도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대양 농장 2작업반에서도 볏짚 한 단에서 벼이삭이 평균 10여 이상씩 나오고 풀때기에도 많은 벼이삭과 벼 알이 섞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2작업반에서는 그것을 그냥 축산반과 남새반으로 보내고 있었습니다.

안흥농장과 대양농장에서 나타난 이런 현상은 이곳 일군들과 농장원들이 나라의 쌀독을 채우기에 악을 쓰고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흥농장의 일군들만 봐도 볏짚 한 단에 10 이상씩 이삭이 묻어 나가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그냥 내버려두는 일군들을 나라의 쌀독을 위해 애국하며 일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가을걷이를 야심있게 하지 못해서 봄내 여름내 애써 가꾼 낟알을 손실시키는 이것보다 더 큰 손실은 없습니다. 그런데 안흥농장과 대양농장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없으니 과연 올해 농사에서 좋은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안흥농장과 대양농장에서 나타난 결함은 작업반 초급일군들이 자기 본분을 다하지 못하는데도 원인이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농장 일군들에게 있습니다. 일군이 단도리를 단단히 하고 가을걷이 앞장에서 농장원들의 정신력을 제대로 무장시키고 작전과 지휘를 잘했다면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일군들부터 분발했다면 가을걷이가 그런 형편에 있지 않을 것입니다.(하략)”

제3방송, 탈곡 집중 강조

가을걷이가 끝나고 낟알 털기가 시작됐다. 작년보다 현저히 감소한 수확량도 걱정이지만, 추수할 때부터 탈곡할 때까지 알곡 소실이 많이 일어나는 것도 농장들마다 큰 고민이다. 농민들은 농민들대로 탈곡장에 가져가기 전에 낟알을 한 알이라도 더 빼돌리려고 하고, 농촌동원 나온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군인들은 군인들대로 낟알 쟁탈전을 벌인다. 탈곡장에 볏단을 옮기려면 차량이 있어야 하는데, 차량비와 운반비가 없는 농장에서는 대개 달구지로 옮기다보니 몇날며칠 논에 그대로 두다가 도난당하기 쉽다. 경비를 철통같이 서도 경비 서는 사람들이 먼저 빼돌린다. 비라도 내리면 더 막막해진다. 비에 젖어 썩는 경우도 허다하다.

북한 당국은 최근 제3방송을 통해 탈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쁜 사례들을 콕 집어 비판하며 집중적으로 경계시키고 있다. 제3방송이란 유선방송으로 주민들에게 특별히 주입해야할 선전내용이나 외부에 공개하고 싶지 않은 내부 문제, 국제 정세 등을 교양하는 방송이다. 외국인들도 들을 수 있는 조선 중앙 방송(제1방송)과 대남방송인 평양방송(제2방송)과 달리 제3방송은 북한 주민들만 듣는 전용 방송이다. 평안남도 순천시 동암협동농장에서 탈곡장으로 미처 옮기지 못한 볏단들이 비를 맞아 알곡 손실을 입게 된 것을 두고 호되게 비판한 제3방송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며칠 전 우리는 순천시의 동암협동농장 4작업반의 가을걷이 실적을 돌아보면서 너무도 뜻밖의 현실 앞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이곳 작업반 포전을 돌아볼 때는 전날 밤부터 쉴 새 없이 내린 비로 해서 모든 논들이 발목이 잠길 정도로 빗물에 차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빗물에 볏단들이 모두 푹 잠겨 있는 것이었습니다. 동바리를 쌓은 볏단들은 비바람에 날려 모두 무너진 채로 빗물에 잠겨 있었고 동바리를 쌓지 못했던 볏단들은 또 넘어진 채로 빗물에 잠겨 있었습니다. 우리는 탈곡장도 돌아보았는데 실제는 더 한심했습니다. 우선 탈곡기의 전동기가 지붕도 없는 한지에 나와 있어 통째로 비에 맞고 있었고 그런 것으로 해서 전기가 오는데도 탈곡을 할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리고 비맞이 대책을 세우지 않아서 탈곡한 벼들이 모두 비에 푹 젖어 있는 상태였고 탈곡장 바닥에는 벼이삭들이 길게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너무도 한심한 실제를 보면서 우리가 탈곡장 경기성원들에게 작업반장을 비롯한 초급일군들과 농장원들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비가 오기 때문에 특별히 할 일이 없어 모두 휴식을 주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당시는 비가 멎은 상태였고 오후 3시도 퍽이나 지난 상태였는데 작업반에는 이처럼 경비 서는 두 명 외에는 누구도 작업장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보며 우리는 4작업반에는 볏단이 논물에 잠겨 있고 탈곡장의 전동기와 탈곡한 벼들이 비에 젖어도 누구하나 걱정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었습니다.

순천시 동암협동농장 4작업반장 이찬실 동무, 우리는 동무에게 묻고 싶습니다. 지금 온 나라의 전체 인민과 당의 전투적 기지를 높이 받들고 낟알 털기를 힘 있게 보내고 있는데 동무들은 어쩌면 강성대국건설의 기본 전선인 농업전선의 담당자로써 그처럼 구태의연한 일뽄새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습니까? 우리는 논이 잠길 정도로 한심한 4작업반의 실태를 보면서 문제의 중요한 원인을 이곳 농장의 일군들과 농업근로자들의 한심한 정신 상태에서 찾아보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곳 농장의 일군들과 농업근로자들은 아직 전 인민적인 총결사전에서 어떻게 탈곡장에서 포전까지 불과 100m도 되지 않은 거리에 있는 우리 볏단들도 거둬들이지 못하고 또 비 맞이 대책도 세우지 않아서 전동기와 탈곡한 벼들이 비에 젖도록 내버려 둘 수 있는가 말입니다. 결코 볏단 운반 거리가 멀어서 하지 못한 것도 아니며 비 막이 대책을 세우는 것이 어이없거나 힘들어서 하지 못한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순천시 동암협동농장의 4작업반을 돌아보고 계속해서 그로부터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련포협동농장의 6작업반도 돌아보았는데 여기에는 볏단들이 비에 젖을 새라 도로 옆에까지 다 날라다 놓았고 동바리를 쌓은 위에는 나래까지 씌운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탈곡장에는 탈곡한 벼들에 이중으로 비닐 박막을 씌워놓아 한 방울의 비도 샐 수 없게 철저한 대책을 세워놓았습니다. 순천시의 동암협동농장 4작업반장 이찬실 동무, 동무의 일뽄새는 련포협동농장 6작업반장 전상봉 동무와 얼마나 대조적입니까? 서로 다른 시, 군도 아니고 같은 지역에 나란히 위치하고 있는 농장들과 얼마나 하늘과 땅 차이인가 말입니다. 두 작업반의 현실을 대비적으로 볼 때에도 이찬실 동무를 비롯한 동암협동농장 4작업반의 일군들에게는 확실히 농사결속이 나라 쌀독의 주인 된 입장에서가 아니라 별 수 없이 하는 일로 되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비상한 정신력을 발휘해서 떨쳐나서야 할 이 때에 오히려 자기가 응당 해야 할 일도 부담으로 여기면서 혁명적인 입장으로 떨쳐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동네 읍네 온 나라가 총동원되여 애써 지은 알곡이 빗물에 잠기고 알곡이 소실되어도 누구하나 가슴 아프게 여기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작업반장 이찬실 동무부터 포전과 탈곡장의 알곡들은 자기 것이 아니고, 국가의 것, 공동의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이 비에 젖고 진흙에 범벅이 되어도 손님격인 태도를 취하며 누구하나 관심을 돌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편 우리는 문제가 순천시 동암협동농장 관리위원장 문향식 동무를 비롯한 이곳 일군들에게도 있다고 봅니다. 다른 때도 아니고 비가 내리고 있는 때일수록 일군들의 농장의 작업반들을 더욱 깐깐히 돌아보며 대책을 제때에 세웠더라면 앞에서 지적한 모든 현상들은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4작업반은 도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포전인 만큼 일군들의 눈에도 더욱 쉽게 띌 수 있었는데 그렇게도 한심한 상태로 있었다는 것은 농장 일군들부터가 온종일 비가 내려도 토전을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순천시의 동암협동농장의 일군들은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강성대국 건설은 모든 일군들과 근로자들이 비상한 정신력과 최대의 애국적 결의를 남김없이 폭발시키며 주인답게 떨쳐나설 때만이 승리적으로 결속될 수 있습니다. 특히 여기선 농업근로자들은 인민들의 모든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담당자라는 걸 깊이 간직하고 자기의 몫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경이로운 승리자가 될 드높은 각오를 안고 한 사람같이 떨쳐나서 자랑찬 알곡 생산성과로 승리를 결속해야 합니다.”

알곡 소실 막을 방법 있다

탈곡과정에 상당한 알곡 유실이 발생한다고 한다. 곡창지대를 강타한 수해 피해로 곡물생산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알곡 유실을 줄이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그 노력이라는 것이 사상교양에 국한된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들지만 말이다. 어느 농장의 누가 무슨 일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소상하게 밝히며 엄하게 꾸짖는 제3방송은 농민들에게 주인의식을 고취시켜 알곡유실을 막자는 것이 핵심이다. 농민들은 그럼 전기를 왜 안 주느냐고 정부에 묻는다. 농민들에게는 주인의식이 없다고 비난하면서 정작 정부는 제 할 일을 못하고 있지 않은가. 당장 배곯지 않으려면 농장일보다 개인 소토지 농사를 우선할 수밖에 없는 것이 농장원들의 현실이다. 개인 농사를 막으면 탈곡 과정에서 볏단을 훔쳐내거나 알곡들을 빼돌리는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식량 확보를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방법은 있다. 개인 농사를 허용해주면 된다. 남한 정부와 국제사회도 북한 정부의 식량난 해결 의지를 확인하며 농자재와 농업기술 지원에 나설 것이다. 북한의 식량난은 식량증산을 위한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해야만 풀릴 수 있다.

목차

제3방송, 탈곡 집중 강조

탈곡할 때도 알곡 소실 발생

“탈곡용 전기, 시원하게 받아봤으면”

농민들에게 주인 되라 하지만

도강 단속에 중국 농촌마을 일손 아쉬워

“손전화기 없어 도강 어려웠다”

■ 식량소식

농민들에게 주인 되라 하지만

속이 타 들어가기는 북한 당국도 마찬가지다. 낟알 한 알이라도 더 건져야 하는 상황에 농민들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가 불만인 것이다. 황해남도 연안군 라진포 협동농장에서 탈곡 시기에 농민들이 교대 성원이 오기 전에 철수해버린 일을 두고 제3방송을 통해 매섭게 공개비판을 했다. 교대성원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을 못할망정, 농장원들의 정신 상태가 어느 지경에 이르렀으면 탈곡조 전원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집으로 들어가느냐며 포문을 열었다. 전기가 언제 어느 때 올 줄 모르니 대기해야지 그렇게 다 가버리면, 막상 전기가 왔을 때 탈곡을 못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이다. 손님처럼 굴지 말고 네 일, 내 일 따로 없이 꼼꼼히 챙기는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 식으로 안일하게 일하면 족답탈곡기로 힘들게 탈곡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북한 당국의 비판은 곧 농장 일군들의 일뽄새, 즉 업무 태도로 이어진다. 모범을 보여야할 일군들부터 자세가 흐트러져 있다며 다시 정신 차려 조직사업을 제대로 곧추세우라고 주장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농장원들과 농장 일군들은 한 마디로 “죽을 맛”이라고 말한다. “틀린 게 하나 없이 다 옳은 말이지만, 당장 배곯는 처지라 자기 소토지 농사에 온 신경을 쓸 판에 누가 농장 일을 그렇게 책임성 있게 일하겠느냐. 아무리 탈곡장에 전기를 가장 먼저 배려해준다고 해도 전기가 들어올 때보다 안 들어올 때가 더 많은데, 탈곡장에서 두 손 놓고 기다릴 사람이 누가 있느냐. 그 시간에 자기 텃밭에 나가 일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기가 농사 지은만큼 먹을 수 있다면 농장일도 제 것처럼 일하겠지만, 분배량이라고 돌아오는 것이 반년도 못 먹는 양이고 그마저 춘궁기 때 꾸었던 식량 빚을 갚다보면 손에 쥐는 게 별로 없다며 온전히 제 것이 되는 개인 농사에 더 매달리게 된다고 했다. 한 농장일군은 북한 당국의 바람이 현실이 되려면 “농장원들에게 개인 농사를 허용해주는 방법이 최선”이다. 아무리 제3방송으로 위협과 협박성 경고를 내보내도 교양을 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제3방송에서 언급되었던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먼저 탈곡을 진행하던 사람들이 교대성원들이 나올 때까지 탈곡을 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일을 했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농장원들의 정신상태가 어느 지경에 이르렀으면 탈곡조 전원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집으로 들어가는가 하는 것입니다. 지금 온 나라 각기 근로자들은 강성대국 대문을 힘차게 열어제끼기 위하여 다음 교대를 위해서 서로 돕고 이끄는 정신을 높이 발휘하고 있는데 어떻게 연안군 라진포 협동 농장에서는 니일 내일이 따로 있고 교대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마구잡이로 들어가는가 하면 나오기로 되어 있는 교대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가 하는 한심한 현상이 나타나는가 말입니다. 더욱이 요즘 국가에서는 전력이 긴장한 어려운 조건에서도 농촌에 어떻게 해서라도 전력을 보장해주어서 올해 농사를 빨리 결속하려고 하는 때엔 동무들은 왜 낟알털기 조직사업을 그렇게도 한심하게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동무들은 전기가 오는 시간을 최대로 이용할 대신 배부른 흥정을 하면서 낟알털기를 하겠으면 하고 말겠으면 말라는 식으로 다 해버리고 손님 행세를 하는가 말입니다. 동무들은 고난의 행군 시기 족답(탈곡)기로 힘들게 낟알털기를 하던 시기를 벌써 잊었습니까? 또 현재도 전기가 보장되지 않으면 족답(탈곡)기로 낟알을 털면서도 왜 전기가 오는 시간을 더 효과적으로 이용해서 많은 낟알을 털기 위해서 애쓰지 않는가 말입니다.

우리는 그릇된 사상관점과 일뽄새를 가지고 되는대로 일하는 황해남도 송화군 관양협동농장 관리위원장 최영빈 동무와 연안군 라진포협동농장 관리위원장 오동식 동무들에게 과연 올해 농사 결속을 잘해서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풀겠다는 애국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가하는데 대해서 조금이라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력 조직사업 하나 제대로 못해서 낟알털기 사업에 지장을 받게끔 하는 동무들과 같은 일군들이 과연 오늘날 대우를 앞장해서 이끄는 지휘성원이라는 자격을 지닐 수 있는가 말입니다. 송화군 관양협동농장 관리위원장 최영빈 동무와 연안군 라진포 협동농장 관리위원장 오동식 동무가 그런 결함을 보인 이유는 다른데 원인이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동무들이 올해 농사를 잘 결속 짓는 것은 올해 인민들의 먹는 문제 식량문제를 푸는 중요한 일로 사회주의 전망과 관련되는 전시적 문제로 보지 않고 늘상 해오는 농사일이라고 해서 조직사업도 제대로 하지 않고 건달을 부리려는 매우 옳지 못한 그릇된 사상관점이 머리에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동무들은 나타난 결함에서 심각한 교훈을 찾고 이제라도 단단히 각성해야 할 것입니다. 동무들이 농사일을 어떻게 조직 지휘하는가에 따라 농사의 한 해 농사 결속이 결정됩니다. 위에서 지적된 연안군 라진포협동농장 관리위원장 오동식, 송화군 관양협동농장 관리위원장 최영빈 동무들은 한 개 농장의 농사일을 책임졌다는 것을 똑똑히 명심하고 모든 조직사업을 빈틈없이 짜고들고 농사일을 주인처럼 해나감으로써 땀흘려 가꾼 한 알의 낟알도 허실없이 나라의 쌀독에 넣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각지의 모든 농업부문 일군들은 조직정치 사업을 더 힘있게 짜고들어 올해의 농사를 빛나게 결속해서 나라의 식량문제를 푸는데 이바지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송화군 관영협동농장 관리위원장 최영빈, 연안군 라진포협동농장 관리위원장 오동식 동무들이 무책임한 일뽄새로 농사일을 하고 있는데에 대해 말씀드리었습니다.”

“탈곡용 전기, 시원하게 받아봤으면”

제3방송의 내용을 들은 평안남도 순천시의 한 농장관리일군은 당에서 탈곡 과정에 알곡이 유실되는 문제를 개인의 사상 문제로만 몰아간다고 불만을 표했다. 농민들이나 농장일군들의 정신 상태가 해이해져서, 혹은 주인의식이 없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력히 비판하는데, 근본 문제는 그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결정적으로 전기가 없다. 전기를 농촌에 보내준다고 해도 얼마 못 가 금방 끊긴다. 탈곡장으로 옮길 차도 없고 기름도 없다. 다 손으로 직접 해야 하는데, 집안 쌀독이 비어있는 사람이라면 볏단을 훔쳐가고 싶지 않겠나. 1년 열두 달 내내 뼈 빠지게 고생한 농민들은 알곡을 6-7개월분도 못 가져간다. 사상문제를 지적하기 전에 나라에서 전기도 잘 배려해주고 기름도 대주고, 또 농민들 분배량도 보장해주면 알곡 유실량도 자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안남도 안주시의 한 농장일군도 전기를 시원하게 좀 받아봤으면 좋겠다며, “우리 협동농장은 올해 가을에 들어와서 탈곡용 전기를 시원히 받아보지 못했다. 우리 농장 일군들은 11월 15일까지 벼 탈곡을 끝내기로 작정하고 이미 볏단 거두기를 벼 탈곡에 선행시켜 나갔다. 그런데 탈곡용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서 할 수 없이 작업반마다 족답기로 벼를 털고 있다. 하루에 7%의 벼를 털기로 세웠던 초기의 계획이 심히 떨어져 겨우 2~3%의 수준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벼 탈곡 일정이 너무 쳐지면서 처음 세웠던 탈곡 일정 계획이 보장될 수 없는 형편이다. 탈곡용 전기가 보장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서 노력(노동력)이 낭비되고 다음해 농사 준비가 그만큼 더 늦어질 것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전기 때문에 밤낮이 따로 없이 탈곡장마다 15~20명의 농장원들을 항시적으로 대기시켜 놓고 있지만 사람들이 할 일이 없으니 훔쳐가고 싶은 생각만 더 하게 된다. 요전 날, 비가 많이 온데다가 들어오는 족족 탈곡을 미처 하지 못해서 탈곡장 주변에 볏단을 쌓아놓으니까 재작업이 많아지고 낟알이 소실될 수 있는 공간만 조성되고 있다. 전기가 제대로 오지 않아 올해 농사 결속이 늦어지는 것이 가슴 아파 잠이 다 안 올 지경”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안주시 풍년협동농장에서 일하는 한 농장일군은 10월 말까지 볏단을 탈곡장까지 전부 옮겨놓는 일까지는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나, 전기가 보름째 오지 않아 탈곡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전기만 보장되면 짧은 기간에 와다닥 끝낼 수 있는데, 탈곡기로 하려고 전기를 기다리다보면 품은 품대로 들면서 실속이 오지 않아 속이 바질바질 타들어간다”며 탈곡 기간이 무한정 늘어질까 봐 안타까워했다.

탈곡할 때도 알곡 소실 발생

탈곡장에 볏단을 옮긴 후 본격적으로 낟알 털기를 할 때도 알곡은 계속 유실된다. 탈곡기에는 농촌에 전력을 최우선 공급해준다고 하지만, 탈곡기도 몇 대 안 되고 전력 사정이 나빠 빨리 끝내지 못한다. 그동안에 볏단 째로 훔쳐가는 사람들이 많다. 제3방송에서는 평양 순안구역 안흥농장과 대양농장을 불량 사례로 지목해 탈곡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안흥농장 3작업반에서 가을걷이를 주인답게 하지 않는 형상은 탈곡을 매우 거칠게 하고 있는 데서도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탈곡한 볏짚에서 벼이삭 고르기를 간간히 하지 않아 볏짚 한 단에서 벼 이삭이 평균 10 내지 12 이삭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낟알이 소실되지만 이 작업반 사람들은 누구하나 가슴 아파 하지 않고 볏짚을 이런 저런 용도에 쓰고 쭉정이를 거름 똥 위에 그냥 쌓아놓고 있었습니다. 탈곡을 이렇게 거칠게 하는 형상은 대양 농장에서도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대양 농장 2작업반에서도 볏짚 한 단에서 벼이삭이 평균 10여 이상씩 나오고 풀때기에도 많은 벼이삭과 벼 알이 섞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2작업반에서는 그것을 그냥 축산반과 남새반으로 보내고 있었습니다.

안흥농장과 대양농장에서 나타난 이런 현상은 이곳 일군들과 농장원들이 나라의 쌀독을 채우기에 악을 쓰고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흥농장의 일군들만 봐도 볏짚 한 단에 10 이상씩 이삭이 묻어 나가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그냥 내버려두는 일군들을 나라의 쌀독을 위해 애국하며 일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가을걷이를 야심있게 하지 못해서 봄내 여름내 애써 가꾼 낟알을 손실시키는 이것보다 더 큰 손실은 없습니다. 그런데 안흥농장과 대양농장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없으니 과연 올해 농사에서 좋은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안흥농장과 대양농장에서 나타난 결함은 작업반 초급일군들이 자기 본분을 다하지 못하는데도 원인이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농장 일군들에게 있습니다. 일군이 단도리를 단단히 하고 가을걷이 앞장에서 농장원들의 정신력을 제대로 무장시키고 작전과 지휘를 잘했다면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일군들부터 분발했다면 가을걷이가 그런 형편에 있지 않을 것입니다.(하략)”

제3방송, 탈곡 집중 강조

가을걷이가 끝나고 낟알 털기가 시작됐다. 작년보다 현저히 감소한 수확량도 걱정이지만, 추수할 때부터 탈곡할 때까지 알곡 소실이 많이 일어나는 것도 농장들마다 큰 고민이다. 농민들은 농민들대로 탈곡장에 가져가기 전에 낟알을 한 알이라도 더 빼돌리려고 하고, 농촌동원 나온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군인들은 군인들대로 낟알 쟁탈전을 벌인다. 탈곡장에 볏단을 옮기려면 차량이 있어야 하는데, 차량비와 운반비가 없는 농장에서는 대개 달구지로 옮기다보니 몇날며칠 논에 그대로 두다가 도난당하기 쉽다. 경비를 철통같이 서도 경비 서는 사람들이 먼저 빼돌린다. 비라도 내리면 더 막막해진다. 비에 젖어 썩는 경우도 허다하다.

북한 당국은 최근 제3방송을 통해 탈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쁜 사례들을 콕 집어 비판하며 집중적으로 경계시키고 있다. 제3방송이란 유선방송으로 주민들에게 특별히 주입해야할 선전내용이나 외부에 공개하고 싶지 않은 내부 문제, 국제 정세 등을 교양하는 방송이다. 외국인들도 들을 수 있는 조선 중앙 방송(제1방송)과 대남방송인 평양방송(제2방송)과 달리 제3방송은 북한 주민들만 듣는 전용 방송이다. 평안남도 순천시 동암협동농장에서 탈곡장으로 미처 옮기지 못한 볏단들이 비를 맞아 알곡 손실을 입게 된 것을 두고 호되게 비판한 제3방송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며칠 전 우리는 순천시의 동암협동농장 4작업반의 가을걷이 실적을 돌아보면서 너무도 뜻밖의 현실 앞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이곳 작업반 포전을 돌아볼 때는 전날 밤부터 쉴 새 없이 내린 비로 해서 모든 논들이 발목이 잠길 정도로 빗물에 차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빗물에 볏단들이 모두 푹 잠겨 있는 것이었습니다. 동바리를 쌓은 볏단들은 비바람에 날려 모두 무너진 채로 빗물에 잠겨 있었고 동바리를 쌓지 못했던 볏단들은 또 넘어진 채로 빗물에 잠겨 있었습니다. 우리는 탈곡장도 돌아보았는데 실제는 더 한심했습니다. 우선 탈곡기의 전동기가 지붕도 없는 한지에 나와 있어 통째로 비에 맞고 있었고 그런 것으로 해서 전기가 오는데도 탈곡을 할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리고 비맞이 대책을 세우지 않아서 탈곡한 벼들이 모두 비에 푹 젖어 있는 상태였고 탈곡장 바닥에는 벼이삭들이 길게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너무도 한심한 실제를 보면서 우리가 탈곡장 경기성원들에게 작업반장을 비롯한 초급일군들과 농장원들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비가 오기 때문에 특별히 할 일이 없어 모두 휴식을 주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당시는 비가 멎은 상태였고 오후 3시도 퍽이나 지난 상태였는데 작업반에는 이처럼 경비 서는 두 명 외에는 누구도 작업장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보며 우리는 4작업반에는 볏단이 논물에 잠겨 있고 탈곡장의 전동기와 탈곡한 벼들이 비에 젖어도 누구하나 걱정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었습니다.

순천시 동암협동농장 4작업반장 이찬실 동무, 우리는 동무에게 묻고 싶습니다. 지금 온 나라의 전체 인민과 당의 전투적 기지를 높이 받들고 낟알 털기를 힘 있게 보내고 있는데 동무들은 어쩌면 강성대국건설의 기본 전선인 농업전선의 담당자로써 그처럼 구태의연한 일뽄새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습니까? 우리는 논이 잠길 정도로 한심한 4작업반의 실태를 보면서 문제의 중요한 원인을 이곳 농장의 일군들과 농업근로자들의 한심한 정신 상태에서 찾아보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곳 농장의 일군들과 농업근로자들은 아직 전 인민적인 총결사전에서 어떻게 탈곡장에서 포전까지 불과 100m도 되지 않은 거리에 있는 우리 볏단들도 거둬들이지 못하고 또 비 맞이 대책도 세우지 않아서 전동기와 탈곡한 벼들이 비에 젖도록 내버려 둘 수 있는가 말입니다. 결코 볏단 운반 거리가 멀어서 하지 못한 것도 아니며 비 막이 대책을 세우는 것이 어이없거나 힘들어서 하지 못한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순천시 동암협동농장의 4작업반을 돌아보고 계속해서 그로부터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련포협동농장의 6작업반도 돌아보았는데 여기에는 볏단들이 비에 젖을 새라 도로 옆에까지 다 날라다 놓았고 동바리를 쌓은 위에는 나래까지 씌운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탈곡장에는 탈곡한 벼들에 이중으로 비닐 박막을 씌워놓아 한 방울의 비도 샐 수 없게 철저한 대책을 세워놓았습니다. 순천시의 동암협동농장 4작업반장 이찬실 동무, 동무의 일뽄새는 련포협동농장 6작업반장 전상봉 동무와 얼마나 대조적입니까? 서로 다른 시, 군도 아니고 같은 지역에 나란히 위치하고 있는 농장들과 얼마나 하늘과 땅 차이인가 말입니다. 두 작업반의 현실을 대비적으로 볼 때에도 이찬실 동무를 비롯한 동암협동농장 4작업반의 일군들에게는 확실히 농사결속이 나라 쌀독의 주인 된 입장에서가 아니라 별 수 없이 하는 일로 되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비상한 정신력을 발휘해서 떨쳐나서야 할 이 때에 오히려 자기가 응당 해야 할 일도 부담으로 여기면서 혁명적인 입장으로 떨쳐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동네 읍네 온 나라가 총동원되여 애써 지은 알곡이 빗물에 잠기고 알곡이 소실되어도 누구하나 가슴 아프게 여기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작업반장 이찬실 동무부터 포전과 탈곡장의 알곡들은 자기 것이 아니고, 국가의 것, 공동의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이 비에 젖고 진흙에 범벅이 되어도 손님격인 태도를 취하며 누구하나 관심을 돌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편 우리는 문제가 순천시 동암협동농장 관리위원장 문향식 동무를 비롯한 이곳 일군들에게도 있다고 봅니다. 다른 때도 아니고 비가 내리고 있는 때일수록 일군들의 농장의 작업반들을 더욱 깐깐히 돌아보며 대책을 제때에 세웠더라면 앞에서 지적한 모든 현상들은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4작업반은 도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포전인 만큼 일군들의 눈에도 더욱 쉽게 띌 수 있었는데 그렇게도 한심한 상태로 있었다는 것은 농장 일군들부터가 온종일 비가 내려도 토전을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순천시의 동암협동농장의 일군들은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강성대국 건설은 모든 일군들과 근로자들이 비상한 정신력과 최대의 애국적 결의를 남김없이 폭발시키며 주인답게 떨쳐나설 때만이 승리적으로 결속될 수 있습니다. 특히 여기선 농업근로자들은 인민들의 모든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담당자라는 걸 깊이 간직하고 자기의 몫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경이로운 승리자가 될 드높은 각오를 안고 한 사람같이 떨쳐나서 자랑찬 알곡 생산성과로 승리를 결속해야 합니다.”

■ 사회

“손전화기 없어 도강 어려웠다”

량강도 혜산시 한 간부는 가을걷이 기간 동안 도강이 어려웠던 이유로 가장 먼저 손전화기 회수를 꼽았다. 가을걷이 농촌동원 시기에 통제가 강해지고 국경경비원들이 대거 교체되기도 했지만, 도강을 도와주던 경비원들이 손전화기를 대거 빼앗겨 중국에 넘어가거나 다시 돌아올 때 경비원과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졌다. 량강도 혜산시의 한 간부는 “해마다 우리 농촌에서 중국 측에 건너가서 일공(일당)을 벌고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내기할 때나 추수할 때 많이 왔다 갔다 하는데 올 가을에는 넘어가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건너갔다 오는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도와주고 오면 돈 2백 위안은 벌어와 그걸로 겨울을 난다고 했다. 그 사람들이 이번에는 못 갔으니 올 겨울에는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도 “중국에서는 특별히 누가 악심을 품고 신고하는 게 아니면 그냥 눈감아주었다. 가끔 일을 많이 부려먹고, 돈 주기 싫어서 공안에 지르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자기들도 일손이 필요하니 굳이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쪽에서 국경경비원들이 많이 바뀌고, 도강죄를 심하게 다루니까 엄두를 못 냈던 것 같다. 이번 폭풍군단 검열에서 경비대원들이 전화기를 거진 다 빼앗겼는데, 중국에 넘나드는 시간을 장악하기 어려워 도강을 시켜주고 싶어도 못하기도 했다. 돈 벌 구멍이 막혔다고 사람들이 대단히 속상해 했다”고 전했다.

도강 단속에 중국 농촌마을 일손 아쉬워

국경연선지역 단속의 여파가 중국 국경 농촌 마을에도 미쳤다. 해마다 가을철이 되면 북한 주민들이 강 건너 중국 마을에 몰래 건너가 품삯을 벌어 돌아오곤 했는데 올해는 발길이 뚝 끊겼다. 중국 농촌 마을도 추수철이 되면 중국 농촌도 일손이 모자라기는 마찬가지여서 몰래 찾아오는 북한 주민들이 상당한 도움이 됐다. 올해도 간간이 어렵게 넘나드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예년에 비하면 열의 한두 명도 안 됐다고 한다. 한창 추수철에 북한도 농촌동원으로 국경단속이 훨씬 세졌기 때문이다. 올 가을 북한 일손이 끊기자 중국 농촌 마을 주민들은 저마다 아쉬움을 표했다. 장백에 사는 조선족 조정금(가명)씨는 “며칠 일 시키고 돈 몇 백 위안 쥐어주면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하고, 얼마나 좋아하며 가는지 모른다. 집에서 안 입는 옷이라도 챙겨주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밥도 가리는 것 없이 뭐든 잘 먹고, 일들을 어찌나 잘하는지 계속 데리고 있고 싶을 정도다. 올해는 추수가 다 끝나가도록 사람 찾기가 어려웠다. 작년만 해도 2-3명씩 짝을 지어 오거나, 5-6명이 무리지어 와서 이집, 저 집 돌아다니면서 일해주고 그랬는데, 올해는 다른 집들도 북한 사람들을 거의 못 봤다”며 일손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북한 일손을 많이 써봤다는 조선족 최성희 할머니는 “올해는 무슨 일인지 통 한 사람도 얼굴이 안 보였다. 집에서 애들이 입던 옷가지나 된장, 고추장, 쌀 같은 것 좀 챙겨주면 식솔들이 배를 안 굶게 됐다고 좋아들 했는데, 올 겨울은 어떻게들 버티려는지 모르겠다. 우리 집에 쌓여있는 일거리들보다 그 사람들 살아갈 걱정이 더 커서 문득 문득 강 너머를 바라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정이 많이 들었는데, 강 하나를 두고 그 고생할 걸 생각하니 안쓰럽다”며 애잔한 마음을 표했다.

추수가 끝나자 다시 도강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오랫동안 북한 동포들을 도와주었던 한 조선족 여성은 “꽃제비들은 더 늘어났다. 아이들이 귀신같이 넘어오는데, 애들 영양상태가 한 눈에 봐도 더 나빠졌다. 요즘에 넘어오는 북한 사람들은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생각으로 넘어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도 저쪽에서 검열을 세게 하다 보니 아예 돌아갈 생각을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요즘 탈북 추세를 얘기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