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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58호

■ 시선집중

인민 생활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 2007년 2월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북한 당국이 제시한 주된 과업 중 첫 번째로 언급된 것이 바로 인민생활 향상이었다 이에 북한 고위 관료들이 인민생활 향상 방법을 토론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농업생산량 증대 방안과 전력 수급 문제 등에 대한 논의가 오고갔다고 한다. 여러 방안을 논의하는 중 일부 관료들은 이미 핵을 보유했으므로 앞으로는 군사력 강화에 더 이상 투자하지 말고, 인민생활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관료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자체 힘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외부의 지원을 더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농업부문 토론에서 다른 부문의 노동력을 지원받지 않고 농민들이 자체적으로 농사를 지어 생산성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농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군대의 예비식량과 저장식량을 농민들에게 돌려 겨울을 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식량, 옷, 집, 살림살이 등 이른바 식의주를 원만히 해결해줄 수준이 안 된다면, 최소한 생계를 연명할 정도의 최소생계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부족한 전력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군수공장이나 특수부문에 공급되는 전기 일부를 민간부문에 돌려 주민들이 겨울을 견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전체 부족 전력의 20-30% 가량은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에 외부지원을 끌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김일성 수령님의 영도에 따라 비핵화가 우리의 원칙이다. 그러니 이 원칙 속에 문제를 푸는 정황 하에서 경제도 열 수 있다. 식량 사정이 아주 긴장하니 유엔과 일본, 한국에서 식량 지원을 받자”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선군정치를 반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바람에 오히려 반성문을 썼다고 한다.

■ 논평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정책 제언은 받아들여야 한다

[논평]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정책 제언은 받아들여야한다.

북한관료들 중에도 인민 중심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국정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에 우선 반가움을 표한다 전쟁 비축미를 풀고 특수기관의 낭비 전력을 민간 부문에 돌리자는 의견을 내는 데는 분명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는 아마도 사상의 기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인 경제발전 전략을 깊이 고민한 데서 도출된 결론일 것이다.

북한 정부는 이 같은 충언을 받아들여야 한다. 올해 신년사설에서도 볼 수 있듯이, 북한 정부가 첫 번째 과업으로 삼은 것이 바로 인민생활 향상이었다. “경제문제를 푸는데 국가적 힘을 집중하여 선군조선을 번영하는 인민의 락원으로 꽃피워 나가야 한다”는 말에서 우리는 북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같은 사설에서 북한 정부는 농업 생산 증대, 경공업 혁명 등과 함께 인민경제의 4대 선행부문인 전력, 석탄, 금속, 철도운수 부문을 튼튼히 지켜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농업부문 일군들은 “주인다운 책임과 역할을 다해 자체로 농사짓기 위한 투쟁을 힘있게 벌려나가야”하며, 전력, 석탄공업부문의 일군들은 “경제강국건설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깊이 간직하고 긴장한 전기, 석탄문제를 결정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특별히 주문했다.

북한 정부 스스로 한 약속이고 지시한 내용이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그리 실행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농민들이 다른 부문 노동력의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농사를 지어 생산성을 높이려면 일단 그들이 굶주리지 않아야 한다. 밥을 먹어야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써 추수해도 애국미다 군량미다 해서 다 빠지면 정작 농민들이 먹을 것이 부족하다. 전쟁 비축미를 풀어야 한다는 고언은 이런 현실의 고민에서 나왔을 것이다. 일단 외부지원 식량을 필요한 농민에게 우선 공급해주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전력문제도 마찬가지다. 제아무리 ‘무거운 책임감을 깊이 간직하고’ 부족한 전력문제를 풀어보려고 해도, 국가 전력의 40% 이상이 전력공업성 관할 밖에서 소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머지 전기로는 상하수도 처리나 민간 생산 부문 공급은 고사하고 평양시의 전력을 보장하는 것도 힘에 부치는 실정이다. 그래서 군수공장이나 특수부문 공급 전기를 일부나마 민간 부문에 돌리자는 정책 제안이 나왔을 것이다.

물론 보다 체계적으로 전력수급을 조절하고 책임지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 전력을 전력공업성에서 관할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 이렇게 재편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특수부문 전력 중 낭비 요소를 최대한 줄여 전력을 확충하자는 주장이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실효성 여부에 대한 검토조차 안 되고 묻혀버렸다니 대단히 안타깝다.

구호와 선전만으로 경제 발전과 인민생활의 향상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이제는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어 진지하게 검토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합리적인 의견이 검토조차 되지 못하고 사장된다면, 경제발전의 기본 요건이 없는 상태에서 ‘인민의 락원’은 계속 요원한 꿈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 경제활동

양덕지구 수재민 사망자 늘어

양덕지구 수재민 사망자 늘어

평안남도 양덕지구의 수재민 사망자가 늘고 있다. 사망자 발생은 이미 지난 해 겨울이 시작되기 전부터 예상된 바였다. 지난 해 11월에 식량배급이 끊긴데다 추위가 본격화되면서 주택 문제와 난방 문제가 지금까지 답보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통제지역이긴 하지만, 단속이 이전에 비해 덜해져서 나이든 사람들은 시집간 딸들 집에 찾아가서 먹을 것을 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땅히 찾아갈 곳도 없고 산을 뒤지고 다닐만한 체력도 없는 사람들, 특히 노인들이 먼저 쓰러지고 있다.

먹는 것도 먹는 것이지만, 한 겨울에 집 없는 설움은 못 먹는 고통을 배가시킨다. 신양군은 지난 수해로 살림집의 피해가 컸는데 이 중 20%만 겨우 복구되었다. 시멘트가 보장되지 못해 집 벽체만 올리고 지붕을 못 올린 채 공사가 중단되었다. 나머지는 여전히 남의 집에 더부살이하거나 옥수숫대로 짚을 엮어 지붕을 만든 움막살이 또는 비닐 천막살이를 한다. 이 안에서는 불을 피울 수도 없고, 달리 할 수 있는 난방기구도 없다. 동사자가 늘어나는 이유이다.

또 식수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다. 그동안 상하수도 처리시설이 낙후함에도 양덕 지구가 워낙 깊은 산골이라 이 곳 주민들은 비교적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셔왔다. 원래 이 고장은 물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양덕에서 빚은 술이 전국에서 제일이라는 칭호도 다 물 맛 때문이었다. 그러나 작년 7월 중순에 갑작스런 대호우로 물 좋은 고장이라는 말도 모두 옛말이 되고 말았다. 수질오염이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당시 집중호우로 양덕은 전체 인구의 약 20% 이상이 사망했는데, 미처 거두지 못한 사체들이 썩으면서 물을 오염시키고 있다. (58호)

일부 군대, 한 달에 20일 분량만 공급

식량 사정이 악화되면서 무엇보다 일부 군부대의 타격이 크다. 일반 주민들이야 애초 국가 배급에 대한 기대가 없어 자구적으로 먹을 것을 마련하고 있으나, 오로지 배급에만 의존해야 하는 군인들은 식량이 전년도 80% 수준에서 60%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원래 10개월분으로 식량을 배급받는데, 배급량이 급격히 떨어지다 보니 실제로는 6개월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 10개월을 먹으려면 한 달에 적어도 열흘 이상은 굶어야 한다. 20일 정도의 분량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해 10월부터 공급된 양으로는 올해 4월까지밖에 먹을 수 없다. 현재 군인의 하루 식량은 입쌀밥이 아닌 옥수수밥으로 정상공급량인 700g에서 200g 줄어든 500g정도이다.

지난 1월초에는 업무 차 온성을 방문 중이던 한 평양 관리가 세 명의 군인 강도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의 옷차림이 깔끔하고 돈이 있어 보여 그가 투숙하는 여관에 찾아가 살해하고 돈 30만 원을 빼앗아 달아난 사건이었다. 그동안에도 군인들의 대민 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였으나, 날로 죄질이 나빠지고 대상자를 가리지 않고 있어 당국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당국에서는 무엇보다 우발적으로라도 혹시 발생할지 모를 군부대의 조직적 반란을 가장 경계한다. 평양의 한 관료는 식량 위기가 장기화될수록 2순위로 배급받는 군부대까지도 식량부족상태가 심화되어 사회, 더 나아가 체제의 불안정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58호)

인민갱 금지에도 3개월간 5천톤이상 늘어

지난 해 연말 인민갱에서의 추락사 및 사고들이 잇따르자 북한 당국은 인민갱 생산을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그러나 인민갱 자체가 국가에서 더 이상 운영하지 못하는 폐광에서 개인들이 자체적으로 캐는 것이라 단속의 명분이 없는데다 인민갱 생산으로 먹고 사는 주민들이 많다보니 근절하기가 힘들다. 가족과 또는 친구들 서너 명이 모여 인민갱을 캐는데, 수직으로 최소 10-25미터까지 굴을 뚫는 어려운 작업을 해야 한다. 제대로 탄이 있는 곳의 굴을 뚫자면 시추를 해봐야 하는데, 도구를 갖추고 있지 못해 어림짐작으로 굴을 파게 된다. 그렇다보니 헛수고를 하는 경우도 많다.

석탄 한 양동이 캐면 땅 위에서는 활차로 양동이를 끌어올려가는데 대개 삯벌이 하는 사람들이 밧줄을 당겨준다. 하루종일 당겨주면 한 지대의 탄을 준다. 한 지대는 양동이 2개 정도의 탄이 드는데, 이 탄을 위해 하루종일 추위에 떨면서 밧줄을 당겨준다. 인민이 뚫는 탄광이라 하여 ‘인민갱’이라고 하고, 거기서 나온 탄을 가리켜 ‘민탄’이라고 한다. 국가 기업들이 다 중지되고 탄광들이 생산을 못하는 현재 이런 인민갱마저 없다면, 주민들은 석탄을 구경하기조차 힘들다. 개인 탄광들에서 캐내는 석탄 생산량이 3개월동안 무려 5,000톤을 넘는다. 공장 기업소들에서도 국가에서 석탄을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종업원들을 동원하여 석탄 캐러 다니고 있다. 대부분 ‘인민갱’들에서는 동발(갱목)을 사용하지 않는다. 동발까지 사 쓰면 이윤이 얼마 남지 않기 때문이다. (58호)

국경봉쇄 강화로 외화 사용 단속

국경봉쇄 강화로 외화 사용 단속

올 1월 들어 국경봉쇄가 더욱 강화되면서 외화 사용에까지 단속이 집중되고 있다. 외화를 사용하다가 적발되면 무조건 외화의 출처와 경위 등을 상세히 밝혀야 한다. 외화벌이 사업 등의 뚜렷한 명분이 없는 사람이 외화를 소지할 경우 마약 밀매매, 도강 등 각종 위법행위와 탈북자 연계 등의 의심 대상에 오르기 때문이다. 또 ‘수입 대 지출의 비율이 맞지 않는 집’들도 집중 감시 대상이 된다. 행방불명자가 있는 가정의 경우 벌어들이는 수입원에 비해 소비 수준이 높다고 보이면 일단 탈북자와의 연계 건으로 의심한다. 이 가족들에게는 감시와 미행이 따라붙는다. 국경지역도시에서는 이런 식으로 각 인민반에서 적게는 2-3명씩, 많게는 7-10명가량씩 의심 대상자들이 보안서와 보위부에 호출당하고 있다.

탈북 예상자 명단으로 탈북 예방 총력

탈북 예상자 명단으로 탈북 예방 총력

국경 연선지역에서는 탈북자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려고, 보위부원 1인당 100명의 탈북 예상자 명단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탈북 예상자 명단에는 이미 탈북한 사람과 탈북 가능성이 높은 사람, 그리고 가족 중에 행방불명자가 있는 사람 등이 올라있다. 또한 계속되는 탈북자 발생과 외부로의 정보유출, 불법 활동 및 비사회주의 활동 등에 대한 내부단속 차원에서 보위부원 한 명당 수하에 민간인 세 명의 감시자를 둘 수 있게 했다. 일반 주민의 동태와 민심흐름을 파악하면서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일단 탈북자를 잡아들이거나 관련 범죄자를 적발하게 되면 당과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인정받게 된다. 탈북자를 잡기 위해 체포조가 중국 연길 시내까지 들어가기도 한다. 이들은 미리 파악한 탈북자들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 본인 확인 후 체포한다.

강화된 단속으로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잡히다보니 국경도시가 전반적으로 뒤숭숭하다. 많은 가정에서는 언제 자신의 아버지와 남편이 잡혀갈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1월 30일에는 국경지역의 탈북자 가족들이 일제히 추방됐다. 이 날 온성, 무산, 새별 등에서는 특별한 재판 절차 없이 일괄적으로 처리됐다. 실어 나르는 차량이 부족하다보니 추방되는 가족들은 꾸린 짐조차 가져갈 수 없었다. 추방지역에 가더라도 탈북자 가족들은 집이 부족해 집을 배정받기가 힘들다. 그래서 원래 살던 집을 팔아 그 돈으로 새 집을 마련하거나 꾸려야 한다. 짐은 추방할 때 가져가지 못하니까 개인 돈을 들여 따로 짐을 챙겨야 한다. 한편 회령은 다른 지역과 달리 이틀 전인 1월 28일에 공개재판을 한 뒤 추방했다. 이 때 중앙 차원에서 직접 공개재판 및 추방을 관할했다. 국경연선지역에서는 구정 설 이전에 또 한 차례의 대대적인 추방이 있을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일부 군대, 한 달에 20일 분량만 공급

일부 군대, 한 달에 20일 분량만 공급

식량 사정이 악화되면서 무엇보다 일부 군부대의 타격이 크다. 일반 주민들이야 애초 국가 배급에 대한 기대가 없어 자구적으로 먹을 것을 마련하고 있으나, 오로지 배급에만 의존해야 하는 군인들은 식량이 전년도 80% 수준에서 60%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원래 10개월분으로 식량을 배급받는데, 배급량이 급격히 떨어지다 보니 실제로는 6개월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 10개월을 먹으려면 한 달에 적어도 열흘 이상은 굶어야 한다. 20일 정도의 분량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해 10월부터 공급된 양으로는 올해 4월까지밖에 먹을 수 없다. 현재 군인의 하루 식량은 입쌀밥이 아닌 옥수수밥으로 정상공급량인 700g에서 200g 줄어든 500g정도이다.

지난 1월초에는 업무 차 온성을 방문 중이던 한 평양 관리가 세 명의 군인 강도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의 옷차림이 깔끔하고 돈이 있어 보여 그가 투숙하는 여관에 찾아가 살해하고 돈 30만 원을 빼앗아 달아난 사건이었다. 그동안에도 군인들의 대민 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였으나, 날로 죄질이 나빠지고 대상자를 가리지 않고 있어 당국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당국에서는 무엇보다 우발적으로라도 혹시 발생할지 모를 군부대의 조직적 반란을 가장 경계한다. 평양의 한 관료는 식량 위기가 장기화될수록 2순위로 배급받는 군부대까지도 식량부족상태가 심화되어 사회, 더 나아가 체제의 불안정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의주 주민들의 겨울나기

신의주 주민들의 겨울나기

신의주의 겨울나기가 힘들다. 강바람은 세고 지대가 낮아 기온도 매우 낮은 편이다. 신의주시는 예전부터 탄이 매우 귀한 도시 중의 하나이다. 겨울이 되면 신의주 주민들은 “식량은 대략 장만하더라도, 탄 장만은 간단하게 하지 못한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탄 장만에 들어가는 돈이 식량비보다 더 많이 소요된다는 뜻이다. 신의주 시내의 집들은 거의 모두 창고를 만들어 석탄이나 나무를 조금씩 보관하고 있다.

신의주는 안주 탄광의 탄을 많이 쓴다. 안주 탄은 평양 화력발전소에 공급되는 탄인데, 저열탄이라 질이 썩 좋지는 않지만, 일반 주민들이 쓰기에는 별 무리가 없다. 신의주 장사꾼들은 신의주에서 안주 탄광까지 거리가 멀기 때문에 안주 탄광의 탄을 사오기 위해 차를 빌리거나 중간 지역쯤에 달구지를 끌고 나가 받아오기도 한다. 신의주는 국경지역이라 통제가 심해 일반 차량이 시내 중심까지 들어오지 못하므로 락원 일대에서 주로 탄이 거래된다.

시장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집의 창고를 밀차 보관실로 만들어 장사꾼들의 손 짐이나 밀차를 보관해주거나 대기 숙박을 해서 하루에 5천원에서 1만 원 가량을 벌기도 한다. 어떤 주민들은 압록강을 넘나들며 동, 연, 알루미늄 같은 금속들과 얼음(빙두) 밀매를 도우며 살아가기도 한다. 국경연선 도시이다 보니 증명서 발급에 제한을 받지만,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이 청진, 함흥, 평성, 평양 지방에서 마약과 금속류들을 신의주에 가져와 경비대와 결탁해 중국에 팔아넘긴다. 동 가격이 올라 전기선을 비롯해 전차선, 전동기, 용접기 등을 훔쳐 파는데, 통제가 심하다 해도 돈이 되다보니 목숨 걸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편 꽃제비들의 고단한 겨울 생활은 신의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신의주 역과 시장에 꽃제비들이 구제소에서 뛰쳐나와 석탄가루가 묻어 시꺼먼 얼굴로 방랑하면서 빌어먹고 훔쳐 먹으며 살아간다. 밤에는 기차역 대합실이나 보일러 주변 또는 남의 창고에 들어가 그 때 그 때 잠자리를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