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역에서 군대의 식량 부족과 그로 인한 북한 군인들의 동요가 심상치가 않다. 우리는 봄부터 군대의 식량 부족 문제를 여러 차례 언급해왔는데, 급기야 북한 중앙당 조직부 회의에 안건으로 논의되기에 이르렀다. 평성의 한 간부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애국미 바치기’ 운동을 제안했고 중앙당의 독려로 평안남도 전역으로 이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국가 주도의 운동은 자발성을 넘어 강제성을 띄면서 가뜩이나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사실 북한의 전 지역, 전 계층에서 식량난이 만연해 있지만 군대 역시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식량 상황을 맞고 있다. 올해 1월부터 배고파 탈영하는 군인이 발생할 정도였고 군 기관에서는 봄철 농장의 종자까지도 군량미로 확보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수수와 감자 몇 알로 하루를 연명하는 군인들의 주린 배는 채워지지 않고 있다. 고된 훈련과 잦은 노동을 해야 하는 군인들이 겪어야 할 배고픔은 일반 주민들의 배고픔 못지않다.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아동과 꽃제비,노약자들의 배고픔과 물리력을 동원할 수 있는 젊은 남성인 군인들의 배고픔은 사회적 의미가 질적으로 다르다는데 있다. 이들은 생존경쟁의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때론 힘으로, 때론 무기로, 때론 집단으로, 때론 선군이라는 권위로 군림하려 할 것이다. 그럴수록 식량 부족에 시장 단속, 온갖 검열에다 군인들의 횡포까지 겹쳐 일반 주민들은 삼중고, 사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주민들과 군인들 사이의 갈등은 증폭되고 치안은 불안해지기 마련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귀결되고 만다.

그동안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지원한 식량을 군대가 전용한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남한 정부는 지원한 식량이 취약계층에게 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원칙과, 취약계층에게 정확히 전달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현실의 딜레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북한의 약자층의 희생은 계속되고 있고 북한 내부에서 ‘만인의 만인에 의한 투쟁’은 점점 격화되고 있다. 대북식량 지원의 최대 수혜자가 북한 지도부였는지 군대였는지 일반주민이었는지는 그 누구도 쉽게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 중단의 최대 피해자는 결코 북한 지도부도, 군대도 아니라 바로 힘없는 일반주민이다. 이 점을 분명히 직시하지 않는 한,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입장은 원칙도, 철학도 없이 휩쓸리며 표류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