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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장사를 하게 해 달라”는 주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논평] “장사를 하게 해 달라”는 주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최근 함경북도의 일부 주민들이 장마당 장사 허용을 요구하는 신소를 매일 상부기관에 제출하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이 올리는 이런 제안에는 여러 가지 나름대로의 합당한 이유가 있다.

첫째, 국가가 식의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둘째, 장사에 능숙한 사람들은 국가의 지원이 없어도 식의주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기에 장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장사를 통제하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이 생계를 꾸리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한다. 이는 정부 정책이 식량 부족 상황을 개선시키기보다는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인식으로 볼 수 있다.

넷째, 생계 수단을 잃어버린 주민들이 생계형 범죄에 내몰려 사회 불안과 치안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 당국도 장마당 장사를 전면 허용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을 것이다. 빈부 격차가 점점 확대되는 부작용이 이미 발생하고 있어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이념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또 일부 돈주들이 식량값을 올려 식량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문제도 있다. 국가의 모든 경제인구와 노동력이 장마당에 의지한 채, 하루벌이에 내몰리는 상황에서 장사를 무작정 허용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노동력 낭비라고 볼 수도 있다. 또 마약과 외국 록화물, 암달러가 거래되고 꽃제비가 몰리며 저질 식품과 의약품이 횡행하는 것도 심각한 사회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주민들의 불법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장마당 단속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요구를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배급이 없는 세대들에게는 장사가 유일한 생존 방식이기 때문에 배급이 없는 현 조건에서의 장마당 통제는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쌀장사도 금지시키고 음식 장사도 못하게 하는 일련의 조치는 주민들의 반발만 가져올 뿐, 새로운 사회 갈등을 유발시켜 사회질서를 유지하는데도 오히려 장애가 될 것이다. 특히 생계형 범죄의 증가는 공동체의 근간을 위협하는 요인일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삶의 질을 하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주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바탕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주민들이 올리는 신소는 지극히 정당한 요구이기에 갖은 명목으로 통제만 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주민들의 생존권은 국가가 가장 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할 책무이다. “배급을 달라, 아니면 우리대로 밥 벌어먹을 수 있게 장사하게 해 달라”는 주민들의 절규를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다. 아무쪼록 북한당국은 배급을 제대로 줄 수 없는 이 어려운 시기에 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그 무엇이든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길 바란다.